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35)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35화(35/224)
개화식 (5)
테오는 가장 먼저 정면에 있던 하이드에게 대검을 휘둘렀다.
차아아앙!
검신을 따라 전달되는 엄청난 충격.
하이드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큭……!”
악 다문 입술 사이로 자기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으니.
‘뭐가 이렇게 빨라……! 게다가 무슨 힘이……! 제기랄! 이런 말은 없었잖아!’
하이드는 테오가 별거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던 원로원장을 떠올리면서 욕지기를 내뱉었다.
‘빌어먹을 영감탱이!’
하지만 이미 싸움은 시작되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만만치 않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지만.
그래도 일개 서자 나부랭이 따위에게 질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어떻게든 밀어내려 했지만.
까드드득-
테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힘에서 하이드가 밀리고 있었다.
드레이크의 날붙이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당장에라도 하이드의 검을 부수고, 그의 두개골을 부숴버릴 것 같았다.
게다가.
찌릿, 찌릿!
테오에게서 풍기는 기세가 왜 이렇게 사나운 건지.
눈을 마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지고, 피부가 따끔거리는 것 같았다.
차가운 눈빛.
맹렬한 살기.
엄청난 힘.
하이드는 언젠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백갑용기대에 견학 갔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 봤던 비룡(飛龍) 와이번의 모습이 딱 이랬었다.
차갑고, 맹렬하며, 포악한.
생태계의 정점에 위치한 맹수만이 보일 수 있는 모습.
‘그게 이딴 서자 새끼라고?’
하이드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허튼 소리!”
하이드는 마력을 있는 힘껏 뽑아 올리면서 테오를 밀어냈다.
그 순간, 좌우에서 각각 카오와 룬이 달려 들었다.
“거머리 같은 새끼가!”
“죽어라!”
테오는 하이드에게 달려들지 않고 침착하게 발로 지면을 세게 내려찍으면서 몸의 균형을 바로 세웠다.
쿵쿵쿵쿵!
지금 이 순간에도, 심장은 거칠게 뛰고 있었다.
너무 빨라진 혈액 때문에 바짝 오른 긴장감이 감각을 곤두세웠다.
두 사람의 투로가 보였다.
테오가 몸을 크게 옆으로 뒤틀었다.
휘릭-
따다당!
그러자 드레이크의 날붙이가 길쭉한 원호를 그려내면서 단번에 두 사람의 공격을 튕겨내고.
“큭……!”
“이 새끼가 무식하게 쇠질만 해댔나……!”
두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힘에 화들짝 놀라 크게 뒷걸음질을 치면서 휘청거리고 말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 테오가 노린 순간이었으니.
드레이크의 날붙이가 빛무리에 휩싸이는 듯한 착각과 함께.
번- 쩍!
위에서 아래. 사선 방향으로 용의 발톱이 작렬했다.
목표는 룬.
균형을 미처 잡지 못했던 녀석이었다.
“……!”
순간, 룬의 안색이 창백하게 지샜다.
반사적으로 황급히 검을 들어 올렸지만.
챙강!
용의 발톱이 가미된 드레이크의 날붙이는 녀석의 검을 반 토막 내면서 단숨에 룬의 목덜미에 틀어박혔다.
촤아아악!
왼쪽 목덜미에서부터 우측 허리춤까지.
붉은 혈선을 따라 핏물이 분수처럼 허공으로 튀었다.
-상처 악화.
룬이 받은 피해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심각해 보였다.
상처가 더 빠르게 확산되면서 부패하는 것까지 육안으로 보였으니까.
“쿠르륵!”
룬은 피거품을 쏟으면서 뒤로 넘어졌다.
“루우우운! 이 개자식이!”
“멍청아! 달려들지 마!”
카오가 괴성을 지르면서 테오에게 달려들었다.
하이드가 질색하면서 경고했지만, 이미 눈이 반쯤 뒤집힌 카오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쿵……! 쿵……!
그 순간, 테오의 심장 소리가 한결 느려졌다.
바짝 조였던 긴장감이 풀어지면서 주변 전황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주었고.
테오는 한 발자국을 뒤로 빼면서 이번에는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아래에서 위로 쳐올렸다.
차아아앙!
테오의 사각지대를 노리던 카오의 검이 위로 튕겨났다.
“같은 수법에 두 번이나 당할 것 같냐!”
하지만 카오는 이미 테오의 힘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력으로 상대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테오의 공격을 옆으로 흘리면서 검을 측면으로 틀었다.
마치 뱀이 움직이는 것 같은 기괴망측한 투로의 검술.
“뒈져버렷!”
카오는 이것으로 테오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보통 츠바이핸더를 다루는 검술은 힘과 무게에 의지한 일격필살의 특징을 자랑한다.
즉,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면 빈틈이 클 수밖에 없다는 뜻.
반면에 자신의 검술, <광대놀이>는 변화무쌍한 투로를 자랑한다.
그 변화가 라그나르의 검술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
검을 제대로 쥐기 시작한 지 이제 반년밖에 되지 않은 테오가 투로를 읽기란 불가능했다.
‘이 새끼가 그동안 개화식에서 보였던 일격도 결국에는 힘에 의지한 것에 불과하니까. 다른 응시생들과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 어떻게든 힘으로 때워보려 했던 것 같은데……! 하! 네 뜻대로 될 것 같냐?’
카오도 어느 정도 계산을 하고 테오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파아앗-
카오의 예측과 다르게, 드레이크의 날붙이는 지면에 처박히지 않고 도중에 기괴한 각도로 꺾이면서 카오의 옆구리를 쓸어왔다.
부우우웅!
얼마나 맹렬한지 대기가 갈리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들릴 정도였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말도 안 되는 각도의 투로.
관성의 법칙 따윈 전부 무시한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히, 힘으로 강제로 꺾었다고?’
카오는 그제야 테오가 어떻게 저런 투로를 만들어냈는지 깨닫고, 황급히 검을 바깥으로 당겼다.
채애애앵!
검이 이대로 부서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격렬하게 흔들렸다.
카오는 손목이 부러지는 게 아닐까 싶은 끔찍한 고통에 이를 악물면서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다.
‘제길……! 다시 빈틈을 찾아야……!’
카오가 다시 테오의 투로를 읽으려고 시선을 정면에 둔 순간,
그의 동공이 충격으로 부릅떠지고 말았다.
휘휘휘휘-
드레이크의 날붙이가 맹렬한 속도로 십여 개의 원호를 그리면서 카오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츠바이핸더의 무게를 생각해본다면 절대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검속(劍速).
카오는 그것을 상대하기 위해서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대한의 초식을 선보여야만 했다.
따다다당!
<광대놀이 – 광대의 조롱>
검과 검이 순식간에 연속적으로 격돌했다.
일반적인 브로드 소드와 엄청난 크기와 무게를 자랑하는 츠바이핸더.
두 검이 같은 속도로 부딪친다면.
당연히 불리한 건, 더 작고 가벼운 검일 수밖에 없었다.
차앙! 차앙! 차앙! 차앙!
카오는 연거푸 해머로 몸을 후드려 맞는 듯한 충격에 골이 다 울릴 정도였다.
그로서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저런 검을 들고 자신과 같은 속도를 낼 수 있는 거지?
대체 무슨 수로?
‘설마 오로지 힘만으로 이런 속도를……!’
그제야 카오는 테오의 ‘힘’이 자신들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무지막지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괴력(怪力).
괴이할 정도로 강한 힘.
그렇게 표현해야 할 것 같았다.
자신들도 라그나르의 축복 받은 육체를 타고 난 만큼 힘에 있어서는 절대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테오와 비교할 건 아닌 것 같았다.
심지어 테오의 검속은 시간이 갈수록 더 빨라지고 있었다.
번쩍! 번쩍!
마치 뇌전이 번쩍이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 앞에서.
카오라는 존재는 너무나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태풍 앞에 흔들리는 종이 인형처럼 마구 흔들리는.
‘용의 발톱을…… 연속으로 풀어내는 법을 깨달았……?’
그러다 마지막 깨달음과 함께 빛살이 우측 눈가를 갈랐다.
아프다.
뜨겁다.
그 생각이 카오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생각이었다.
퍼어억!
드레이크의 날붙이가 카오의 머리를 수박처럼 으깨버렸다.
핏물과 뇌수가 쏟아지며 새하얀 설원을 더럽혔다.
휘휘휘휘……!
테오는 드레이크의 날붙이가 일으킨 거친 마찰열 때문에 치솟는 수증기를 한껏 두르면서,
마지막 남은 하이드 쪽을 돌아봤다.
하이드의 안색은 이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냉철하게 가라앉은 테오와 다르게.
“너희들 실수가 뭔지 알아?”
“…….”
“시험관을 데리고 오지 않았던 거야.”
테오의 한쪽 입술 끝이 말려 올라갔다.
“너희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뒀어야지.”
“……!”
하이드는 이를 악물었다.
‘대체 어떻게 병신이었던 새끼가 살인에 무감각할 수 있는 거지?’
하이드가 그동안 봤던 사람들은 보통 ‘첫 살인’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곤 했다.
그래서 하이드 일당은 그동안 자신보다 더 강한 ‘천한 것들’까지 여럿 사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테오는 그게 아니었다.
너무 무덤덤했다.
이게 당연하다는 듯이.
-마치 자신들처럼.
‘설마 첫 살인이 아닌가?’
그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면 도저히 말이 되질 않았다.
“……매화궁주에게 검술을 언제 그렇게 지도를 받은 거지? 아니, 언제부터 그년과 붙어먹은 거냐?”
하이드는 테오가 보였던 검술이 가주께서 친히 이름 붙여주신 <용의 발톱>에다가, 매화궁주의 검술을 일부 섞은 형태라는 걸 눈치 챈 상태였다.
‘아무래도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인데.’
테오는 헛웃음을 흘렸다.
* * *
테오는 지난 사흘 동안 매화궁주가 전수한 <매화만발>을 어떻게든 습득하기 위해서 초식을 몇 번이나 해체하고 조립하길 반복했다.
이블린에게 사사한 기초 지식과 열 가지 비전 검술의 이해도가 큰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매화만발>의 구성 요소에 대해서는 감을 잡을 수 있었으니.
-쾌속과 원호.
빠른 속도와 둥근 ‘원’에 그 비밀이 있었다.
‘단순히 검을 일직선으로 빠르게 휘두르는 게 아니라, 원과 호를 이용해 곡선을 그릴 수 있다면…… 초식은 다양한 변화와 응용식을 보여줄 수 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다 풍성하게 피어난 여러 매화꽃들을 그려내는 것처럼.
물론, 단 사흘 만에 깨달음을 모두 체화할 수는 없었다.
거기다 테오는 <용의 발톱>이 가진 날카로움도 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용의 발톱을 원호로 풀어내는 연습에 주력했고.
비로소 이번 실전에서 어느 정도 형태를 완성할 수 있었으니.
용의 발톱을 연달아 ‘세 번’을 그려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용의 세 발톱
테오는 이 기술에다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네 번을 그릴 수 있으면 ‘네 발톱’, 다섯 번을 그릴 수 있다면 ‘다섯 발톱’이라고 부르는 식이었다.
‘매화만발처럼 120개의 원과 호를 그려내는 것은 아직 멀었지만.’
만약 그때가 된다면.
이것은 더 이상 ‘발톱’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용의 난도질
그렇게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래! 검을 쥔 지 반년밖에 안 된 병신 새끼가 우리를 이렇게 이길 리가 없지. 똑바로 말해! 언제부터 매화궁주에게서 검을 배웠던 거지? 개화식 전에 보였던 만남은 다 쇼였던 거냐?”
하이드의 추측은 이제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었다.
그의 두 눈이 광기로 번들거렸다.
“그래. 이제야 알겠어. 너, 실은 병신인 척하면서 뒤로는 매화궁주와 백갑용기대장이 원로원을 노리기 위해 비밀리에 만들어진 검이었던 거지? 그래. 그럴 거야. 그게 아니고서야 전부 말이 안 돼.”
대체 어디까지 음모론이 나올 수 있을까.
이쯤 되니 뒤가 더 궁금했다.
“더러운 것들……! 라그나르를 대표한다는 작자들이 천한 피에게 말도 안 되는 힘이나 쥐어주다니.”
까드득!
하이드는 이가 으스러져라 갈았다.
“장미궁의 병신. 너는 진짜 병신이구나. 자신이 사냥개로 길러지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하고. 하긴! 천한 것의 쓰임새로는 딱 맞긴 하지만!”
테오는 아무 반응 없이 가만히 하이드를 바라봤다.
하이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역시 정곡을 찔렸나 보지? 그럼……!”
“이야기는 다 끝났나?”
“뭐?”
순간, 하이드의 한쪽 얼굴이 구겨졌고.
“그럼 이제 죽어야지.”
“……!”
하이드가 검을 테오에게 뿌리려 했지만.
‘사, 사라졌다!’
어느새 테오의 신형이 푹 꺼지고 없었다.
눈발이 흔들리면서 시야를 어지럽혔다.
어디로 갔지?
‘……아래!’
하이드는 황급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의 착각과 다르게 테오는 어디 사라진 게 아니었다.
너무 빠르게 움직인 탓에 그의 동체 시력이 미처 그것을 포착하지 못했을 뿐.
이런 말도 안 되는 속도마저 오로지 ‘힘’만으로 지면을 박차 해냈다는 사실에,
하이드는 다시 한 번 더 등골이 오싹해지고 말았다.
공포.
불가해한 존재를 마주했을 때에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이 처음으로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때, 드레이크의 날붙이가 빛살을 그렸다.
<용의 세 발톱 – 파열(破裂)>
쉬쉬쉬식!
용이 순식간에 세 번의 발톱을 휘둘렀다.
첫 번째 발톱은 하이드의 검을 분지르고,
두 번째 발톱은 사선으로 하반신을 갈랐으며,
세 번째 발톱은 위로 튀어 올라 녀석의 목을 날려버렸다.
스걱-
푸우우우!
하이드의 머리통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동시에 남은 상반신과 하반신도 모조리 박살 난 채로 사방에 튀었다.
마치 폭탄이라도 터진 것 같은 끔찍한 광경이었다.
파열.
그 단어가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