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36)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36화(36/224)
수호룡의 둥지 (1)
테오는 시체들을 전부 낭떠러지 아래로 던져 모든 흔적을 지우고자 했다.
그런데.
터엉!
“……뭐지?”
마지막 하이드 시체를 던졌을 때쯤에 도중에 무언가에 걸렸다.
처음에는 절벽에서 튀어나온 나무나 바위인가 싶었지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은데.’
테오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 한가운데. 사체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부딪치면서 남은 붉은 핏자국이 있었다.
모양은 네모난 블록 형태였다.
바로 그때였다.
띠링!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튜토리얼 퀘스트 #15]보이지 않는 계단을 찾아 푸른빛이 감도는 동굴을 탐험하십시오.
· 난이도: A
· 보상: 태고룡의 유물
· 실패시: ■■
+
테오는 주먹을 꽉 쥐었다.
어떻게 절벽을 내려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이게 바로 그 장치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A 난이도라는 것을 보면 이동하기가 쉽지는 않을 거야.’
절벽을 타고 올라오는 상승 기류며 눈보라까지.
장치를 어떻게 찾는다고 해도 이동을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칫 조금이라도 삐끗했다간 바로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었으니.
‘그래도 방법을 찾은 것과 찾지 못한 것에는 큰 차이가 크겠지.’
테오는 핏자국 근처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생각으로 눈 쪽으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쿵……!
쿵……!
심장이 크게 두근거리면서 단전과 마력 공명이 일어난 순간.
화아악!
“……!”
테오는 자기도 모르게 흠칫 놀라고 말았다.
시계(視界)를 따라 기존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 탓이었다.
오로지 흑백으로만 구분된 세계.
좁은 협곡을 따라 블록 모양의 투명 계단이 나선형을 그리면서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영성……!’
테오는 직감적으로 어째서 자신의 눈에 이런 변화가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마력 계수가 200을 넘으면서 얻었던 특수능력 [영감]의 설명창에 적혀 있던 [신체 능력 변화].
처음에는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했었는데.
아무래도 신체의 기능을 발달시킨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
[영성]· 종류: 특수능력
· 효과: 신체 능력 변화. 마력 회복력 초당 1.5 증가.
+
영성이 눈에 깃들면 보이지 않던 무언가를 보이게 한다.
그렇다면?
‘다른 곳도 똑같을까? 다리 쪽이면?’
테오는 마력을 단숨에 발바닥 쪽으로 끌어내렸다.
그러자 몸이 깃털처럼 한결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파앗!
테오는 내친김에 지면을 가볍게 박찼다.
결과는 놀라웠다.
자신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멀리뛰기가 성공한 탓이었다.
마치 양쪽 발에다 작은 날개라도 단 것 같은 기분.
‘산비탈을 오를 때는 이런 게 없었는데?’
이전에 <종달새의 날갯짓>을 펼칠 때에는 이런 가벼움을 느끼지 못했기에 왜 갑자기 이렇게 되었을까 싶었었지만,
테오는 곧 자신이 그때는 마력 공명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오러홀의 마력만으로 움직일 때는 그냥 빠른 게 전부였지. 하지만 오러하트까지 더해지니까 영성이 발동했어. 이것도 마력 공명이 지닌 효과인 걸까?’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이 차이를 잘 활용하면 앞으로 큰 무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파라락!
테오는 허공 한가운데에서 몸을 가볍게 틀었다.
목적지로 삼은 투명 계단에 착지하기 위해서였다.
탁!
착지감도 이전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몸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게 전투에서도 활용도가 좋을 것 같았다.
‘이대로 해츨링의 굴까지 간다.’
테오의 눈이 반짝였다.
이제.
해츨링의 굴을 탐색할 때였다.
그리고 그 시각.
푸드득!
근처에 있던 검은 종달새 한 마리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 * *
“현재 1위, 악시온 라그나르입니다. 수거한 마종(魔鐘)의 수는 총 41개로, 21명의 인원과 무리를 짓고 있습니다. 그다음 순위는 레이 라그나르로…….”
2차 개화식의 중간보고가 전해질 때마다, 9룡의 표정이 각자 묘하게 변했다.
기다렸던 사람의 소식이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테오 라그나르는? 어떻게 되고 있지?”
율리우스가 던진 질문에 보고인은 황급히 가지고 있던 소식지를 뒤졌다.
“테오 라그나르는…… 현재 수거한 마종의 수는 0개. 동행하고 있는 인원도 없습니다. 주변 은신처에서 은신하고 있거나, 매복 중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은신……?”
율리우스가 미간을 좁혔다.
그가 아는 테오는 처음부터 정면으로 부딪치면 부딪치지, 어딘가에 숨어서 기회를 노릴 사람이 아니었다.
그때, 매화궁주가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추측이라고 했었는데. 확인한 사람이 없다는 뜻이더냐?”
“예…… 일단…… 그, 그렇게 파악 중입니다…….”
율리우스에 이어 매화궁주까지.
연이은 추궁에 보고인은 애꿎은 서류만 뒤지면서 한참 동안 진땀을 빼야 했다.
“두 분 다 그만하시게. 이 친구가 뭘 알겠나. 그냥 보고만 하는 친구인 것을. 이만하면 되었으니 가보게.”
보고인은 자신을 수렁에서 구해준 원로원장 울프강에게 고개를 숙이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1차에서 두각을 드러냈다고 해서 무조건 2차에서도 꼭 그러라는 법은 없지. 혹시 아나? 막상 실전에 임하려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서 숨어 있을지.”
테오를 두둔하는 듯한 내용이었지만, 말투엔 영락없는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율리우스와 매화궁주는 그런 울프강을 말없이 노려봤지만.
울프강은 그러거나 말거나 기분이 좋아 입꼬리가 귀에 걸린 상태였다.
‘그 천둥벌거숭이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을 잘해준 모양이로군. 후후후!’
반드시 테오를 쫓아 척살하라고 지시 내렸던 하이드 일당의 얼굴이 떠올랐다.
「……혹시 이번 일, 원로원장께서 연관이 있으십니까?」
그러던 울프강의 귓가로 갑자기 에드의 전음이 들렸다.
「아, 이런! 미리 언질을 주지 못했었군. 뭐, 보다시피 일은 아주 잘 풀렸으니 고맙다는 인사는 하지 않아도 돼. 자네와 나 사이잖나.」
울프강은 지금쯤 하이드 일당이 테오를 암살하고, 어디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뜨려 증거를 인멸 중일 거라고 예상했다.
테오가 아무리 제 또래 중에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고 해도,
어렸을 때부터 전문 암살자로 자란 놈들을 당해내긴 어려울 테니.
지난 며칠 동안 가슴을 꽉 막히게 했던 뭔가가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천한 것이 감히 주제도 모르고 적통들의 머리 위에 서려고 하니 그딴 꼴이 되지. 다른 놈들도 이런 사실을 잘 알아야 할 텐데 말이야. 여기 라그나르가 누구의 것인지를.’
율리우스와 매화궁주, 두 사람은 과연 알까?
그들이 어지럽히려던 라그나르의 질서가 이제야 온전한 제자리를 찾았다는 사실을.
‘9룡이란 것들이 이리 상식이 모자라서야 원. 이러니 가문에는 어른이 있어야 하는 법인 게야.’
그나마 제대로 된 상식을 갖춘 에드라도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면 정말 큰 곤혹을 치를 뻔했다.
에드도 동백궁을 빼앗긴 건으로 테오에게 원한을 품고 있을 테니, 이번 일이 만족스러울 테지.
모든 게 ‘순리대로’ 잘 풀리고 있다.
울프강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미처 보지 못했다.
에드가 살짝 일그러진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제기랄……! 저 미친 영감탱이가 허락도 없이 잘도 허튼짓을!’
에드 역시 겨울 산맥에서 테오를 죽일 생각이기는 했지만.
사실 그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선결 과제가 있었다.
‘막아야만 한다!’
에드는 밖에서 대기 중이던 수하들에게 재빨리 전음을 보냈다.
「서둘러서 악시온에게 전해라! 원로원의 사냥개가 장미궁의 병신을 만나기 전에 어떻게든 구하라고! 유물에 대한 단서가 이대로 묻히면 안 된다. 서둘러!」
장미궁에 와서도 절대 찾을 수 없었던 태고룡의 유물.
테오가 갖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반드시 테오의 신병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팟, 파밧-
에드의 명령에 따라 기무국의 요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들에게 끈이 닿아있는 시험관들을 움직이기 위해서.
에드는 계획에도 없던 ‘테오 구출’에 짜증이 치밀어 올라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 * *
「원로원장과 기무국장, 둘 모두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것은 확실한 듯합니다만.」
율리우스는 울프강과 에드 사이에 미묘하게 흐르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입술을 달싹였다.
매화궁주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2차 개화식을 자기들 입맛대로 꾸미려 할 테니, 이쪽에서 먼저 손을 써야겠군요. 밑에다 따로 일러두도록 하죠.」
「하아! 되도록 시험은 건드리고 싶지 않았었는데……. 일단 부탁드리겠습니다.」
율리우스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면서도, 매화궁주를 살짝 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제 몰래 테오 공자를 만난 건은 그냥 이대로 넘어갈 수 없으니 나중에 따져 물을 겁니다.」
분명히 자기가 침 발라놨으니 절대 손대지 마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기어코 테오를 만난 것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그거야 테오의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요?」
물론, 매화궁주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지만.
오히려 여유롭게 웃어 보이기까지 한다.
자신에게 오게 될 거라는 믿음이 굳건한 것이다.
율리우스는 헛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대로면 갈수록 영입 난이도가 올라가면 올라갔지, 낮아지지는 않겠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 제안 때에 테오가 거절을 했어도 계속 매달릴 걸 그랬나.
율리우스는 고충 아닌 고충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들었다.
테오를 백갑용기대로 영입하든, 영입하지 않든, 우선 그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그렇게.
테오를 둘러싼.
개화식과 겨울산맥을 배경으로 한 네 마리 용들의 암투가 시작되었다.
아니,
호르르!
-다섯 마리 용들의 암투였다.
* * *
테오가 투명 계단들을 지나 해츨링의 굴에 도착했을 때에 느꼈던 감정은 총 세 가지였다.
춥다.
어둡다.
그리고.
‘어지럽다.’
-죽고 싶지 않아…….
-살고 싶어…….
-여기 있기 싫어…….
-산 사람은…….
-싫어…….
-꺼지란 말이야…….
우- 우우우-
동굴을 따라 곳곳에서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귀곡성.
시계마저 이리저리 뒤틀려 제대로 된 시야도 확보하기 어려웠다.
‘유령종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었는데. 통과하기 쉽지 않겠어.’
스팩터, 밴시, 고스트, 팬텀, 엑토플리즘 등.
일정한 형체를 가지지 않은 유령종의 마물들은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물리적 타격이 전혀 먹히질 않는 데다가, 정신 지배나 저주 따위의 공격기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테오는 현재 유령종이 만들어내는 환영 감옥에 갇혀 있었다.
기억 속 트라우마를 자극해서 환각과 환청을 양산하는 저주.
여기에 잘못 홀린다면?
평생 이곳에 갇혀 같은 유령종으로 전락할 수 있었다.
다행히 테오는 월백검의 정신 지배 시도도 이겼을 만큼 정신력이 강한 상태.
당연히 환영 감옥 정도는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문제는 바로 그 뒤에 찾아오는 인지 체계였다.
-감각 교란.
인간은 감각을 통해서 외부 세계를 인지한다.
하지만 그 기능이 상실하게 된다면 상황 분석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동굴을 탐험하라.
퀘스트에 적혀 있던 미션이었다.
아마 이걸 뚫고 들어가라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퀘스트는 이전과 서로 연결되어 있어. 거기에 해답이 있을 텐데. 전생에서 흑설은 여길 어떻게 통과한 걸까?’
테오는 이곳을 통과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지 않았다.
퀘스트는 어떻게든 해낼 수 있는 수준의 임무만 내어줬으니까.
태오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벽을 짚으면서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더듬더듬…….
‘눈에 영성이 부여되었을 때에 보이지 않는 이면(裏面)이 보였어. 만약 귀나 손 같은 다른 감각에 영성을 더한다면……?’
사람의 감각은 총 다섯 가지였다.
시각, 촉각, 청각, 후각, 미각.
마력을 천천히 돌리면서 전신에 영성을 어리게 만들었다.
그러자 조금씩 신체에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엔 손끝의 감각이 트였다.
벽의 모양, 재질, 길이, 경도, 심지어 벽 너머에 존재하는 통로의 모양이 어떤 지도 느껴졌다.
그 다음엔 귀끝의 감각이 열렸다.
유령들이 내뱉는 소리와 동굴 통로를 따라 부는 바람의 소리가 구분되었다.
또 그 다음엔 코끝의 감각이 열렸다.
바람에 실린 냄새를 통해 동굴의 습도와 굴곡, 형태가 차례로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시각과 미각의 감각도 차례로 열리면서 다섯 감각이 하나로 어우러졌다.
눈을 감고 있어도 머릿속에 동굴의 지형이 저절로 그려졌다.
아주 선명하게.
‘이건……!’
테오로서도 난생처음 맛보는 감각이었다.
오감의 조화라니.
지금 이 순간.
테오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인 듯한 기분을 맛보고 있었다.
여태 그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던 두꺼운 천이 벗겨지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진실’된 세계를 엿보고 있는 듯한 느낌.
테오는 그 진실된 세계를 따라 걸었다.
유령들은 어느새 흐릿해져 사라지고 없었고,
대신에 푸른빛을 길쭉하게 남아 그를 유혹했다.
그리고 빛의 마지막 지점에 다다랐을 때.
쿵……!
족히 십여 미터는 될 것 같은 거대 철문이 나타났다.
‘여기다.’
테오는 전생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철문을 보고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끼이익!
있는 힘껏 철문을 밀었다.
활짝 열린 문틈 사이로 빛살이 들어와 테오의 눈을 때렸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