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41)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41화(41/224)
토템의 비밀 (1)
‘빙백무류의 기본기는 차가움과 매서움. 덕분에 <용의 세 발톱>의 예기를 강화시킬 수 있게 되었어.’
차가운 한겨울의 바람은 아주 매섭게 불어 닥친다.
눈 깜짝할 새에 시야를 가리고, 폭설에 묻히게 만든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동상을 입는 경우도 허다하다.
테오는 빙백무류가 바로 그런 한겨울의 바람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눈 깜짝할 새에 적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매서움.
그 이치를 <용의 세 발톱>에 담아보고자 노력했고,
어느 정도 검로를 다듬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쩌저적-
검이 흐른 방향에 따라 차가운 서리마저 일부 남을 정도였으니.
‘이걸로 파열 초식도 강화시킬 수 있겠는데.’
테오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레이를 치료하는 동안에 빙백무류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더 깊어져 한 번 이런 식으로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예상했던 대로 정리가 끝나고 나니 검로가 이전보다 훨씬 날카롭고 깔끔해진 것 같았다.
자신만의 검술을 계속 보완하여 강화할 수 있다는 것.
테오는 그동안 어째서 이렇게 재미난 것을 모르고 살았는지 스스로 자책했다.
그러던 그때.
“……?”
테오는 뒤늦게 어디선가 빤히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레이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런.’
언제 일어난 건지, 훈련에 너무 집중하느라 미처 눈치를 채지 못했다.
자신의 훈련을 어디까지 본 거지?
빙백무류의 흔적을 읽지 못했을 리 없어 뭐라고 변명하려는데.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냐.”
“……?”
레이가 갑자기 자신의 검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허공에다 검을 두어 번 휘둘렀다.
쉬쉬쉭-
테오보다 훨씬 간결하고 빠른 동작들.
하지만 얼마나 날카로운지 단순히 칼바람만으로도 동굴 바닥에 흔적이 남을 정도였다.
“칼을 던지듯이 휘두르는 건 좋은데, 당기는 것이 부자연스러워. 빙백신검의 특징은 단순히 날카로운 것에만 있는 게 아냐. 바닥에 남은 예기의 흔적을 봐.”
자신의 검술을 훔쳐 배운 사람에게 도리어 비밀을 설명한다?
테오는 레이의 생각을 읽기가 어려웠지만, 그녀가 시키는 대로 레이가 남긴 칼자국을 살폈다.
아주 말끔했다.
정성스레 베어낸 것처럼.
“그다음에 네가 남긴 흔적들을 봐봐.”
반면에 테오의 흔적은 어딘지 모르게 자글자글하고, 투박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아……!”
“다르지?”
테오가 고개를 끄덕이자, 레이가 엷게 웃었다.
순간, 테오는 적잖게 놀라고 말았다.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그녀가 저렇게 감정을 표현하는 게 처음이었으니까.
“검술은 휘두르는 것만큼 회수하는 것도 중요해. 검을 던지듯이 휘두르고, 당기듯이 회수하고. 이 동작들이 딱딱 끊어지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이어지게 만들어 봐.”
테오는 그녀의 말에 뭔가 실마리를 얻은 듯 아주 잠깐 고민에 잠겼다.
레이는 여전히 엷게 웃은 채로 그를 지켜봤다.
그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이렇게라도 도울 수 있다면.’
레이는 처음으로 테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 잔뜩 고무되었고.
잠시 후. 테오가 고민을 끝내고 다시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손에 쥐었다.
“귀찮겠지만 한 번만 더 봐줄래?”
레이는 전혀 귀찮지 않다고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쉬쉬쉭-
테오가 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 * *
“여기 이 근처가 맞단 말이지?”
“그렇다니까! 옆구리에다 칼빵도 남겼으니까 얼마 못 갔을 게 분명해!”
오리엔은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면서 차갑게 웃었다.
악시온과 같이 착실하게 마물 사냥에 집중하던 동안 전해진 소식, 레이의 부상.
오리엔은 지금이야말로 악시온이 1위 자리를 굳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아예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어버리면, 더 이상 아무도 악시온을 건드릴 수 없게 될 테니.’
현재 악시온이 받은 점수는 431점.
다른 응시생들의 평균 점수가 100점도 안 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압도적인 격차.
오리엔을 비롯한 교룡회 무리가 점수의 대부분을 그에게 몰아준 덕분에 생긴 결과였다.
문제는 2위 레이의 점수가 300점 대로 빠르게 악시온을 쫓고 있다는 점이었다.
분명히 그녀는 별다른 팀원 없이 혼자서 움직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데 갑자기 의도치 않게 레이를 리타이어 시킬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부딪친 장소가 분명히 하이드 일당의 흔적이 발견된 곳이라고 했으니…… 근처에 테오, 그놈도 있겠네.’
조금 전, 에드가 시험관을 통해 몰래 전했던 내용이 있었다.
-테오 라그나르가 원로원장의 마수에 빠지지 않게 만들어라.
어째서 갑자기 녀석을 도우라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때문에 오리엔은 악시온과 헤어져 테오를 찾아 이동 중인 상태였다.
그런데 때마침 경로가 딱 들어맞게 되었다.
하이드 일당도 막고, 레이도 리타이어 시킬 수 있다면.
이보다 훨씬 완벽한 그림도 없을 것 같았다.
‘아니, 따지자면 일석삼조야. 테오 놈의 팔다리도 같이 분질러 버리면 그만이니까.’
오리엔은 아직도 테오가 친구들의 오른팔을 자르고 연회장을 엉망으로 만들던 그 순간을,
감히 주제도 모르고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던 테오의 모습을 잊지 않았다.
그때 입었던 굴욕감은 어떻게든 설욕할 생각이었다.
에드가 테오를 구하라고 하긴 했지만, 다치지 않게 하라는 명령은 없지 않았나?
숨만 붙여두면 되는 것이다.
숨만 붙여두면.
‘매화궁 놈들도 찾는 것 같던데…… 흐흐! 네가 무사히 이번 시험을 끝낼 방법은 없을 것 같구나. 병신아.’
오리엔은 울며불며 제발 살려달라고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질 테오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아 기분이 흡족했다.
“거기가 어디야? 앞장 서.”
* * *
검술에 대한 조언과 대화 덕분일까.
테오와 레이는 어색함 없이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었다.
“널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조심해야 해.”
레이는 신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교룡회 등과 부딪친 만큼, 곧 녀석들이 더 많은 무리를 이끌고 찾아올 게 분명했다.
그러니 거기에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다행히 여기는 아직 발각되지 않은 안전구역이니 당분간 시간을 끌 수 있을……!”
레이는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테오가 가볍게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짓더니 동굴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던 것이다.
거기엔 거대한 마법진 아래에 ‘말’의 형상을 한 토템이 놓여 있었다.
마물의 접근을 막는다는 토템.
주변에는 식량이나 병장기 따위의 보급 물품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
끼니라도 챙기려는 걸까?
레이는 테오가 뭘 하려는 건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푹!
갑자기 테오가 토템을 바닥에서 뽑아 부쉈다.
“너……!”
레이로서는 도저히 테오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토템은 마물을 피할 수 있고, 물자까지 보급 받을 수 있는 안전 구역을 설치해준다.
그런데 저렇게 토템을 망가뜨리면 모든 마법이 무효화 되어버리니……!
당장 기회를 노려야 하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하지만 테오는 레이의 의문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토템이 부서지고 남은 남색 구슬에 시선이 고정된 탓이었다.
“그게 뭐야?”
“마물 소환 마도구. 아니, 유도 마도구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비슷한 거야. 토템에 내장되어 있을 때와 밖에 나왔을 때의 효과가 전혀 다르지.”
“……뭐?”
레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토템에 이런 장치가 숨어 있었다고?
그 순간.
쿠쿠쿠쿠-
지반이 미약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레이는 저절로 등골이 오싹해졌다. 오랜 검술 단련으로 예민해진 감각이 외치고 있었다.
이 근방에 아주 무서운 마물이 나타났다고.
최소 6급, 남색 이상의……!
‘남색? 설마?’
레이는 테오가 손에 들고 있는 구슬을 보았다. 남색이었다.
“빨주노초파남보. 7개 색 중에 뒤로 갈수록 마물의 급수도 높아지지만, 그만큼 주어지는 점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고 했었지. 이건 그걸 위한 거야. 점수를 얻기 위한.”
“……!”
레이는 그제야 테오의 노림수를 알 것 같았다.
대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몰라도, 테오는 여태 마물 한 마리 잡지 않아 점수가 0점이었다.
그런데 만약 남은 시간 동안 강한 마물들만 골라서 사냥할 수 있다면?
빠른 역전도 가능할 것이다.
거기다 이런 식으로 필요할 때마다 마물을 부를 방법이 있다면 더욱더 편할 것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하지만……!”
“아무 준비 없이 남색 마물을 우리 두 사람이서 어떻게 잡냐는 거지?”
테오의 질문에 레이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마따나 6급쯤 되면 수련검사가 아무리 많이 뭉쳐 있어도 절대 잡을 수 없을 만큼 강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누가 그래?”
“뭐?”
“이런 히든 피스가 있다는 건, 그걸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히든 피스로 있다는 뜻이야. 개화식은 응시생들의 기량을 ‘시험’하려는 거지, 죽이기 위해 있는 게 아니거든.”
테오는 수북하게 쌓여있는 물자들을 뒤지다가 몇몇 물건들을 꺼내 보였고,
“맞지?”
레이는 그 물건들을 보고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테오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설마 이런 곳에 생필품 말고 이런 무기들도 숨어 있을 줄이야.
“……하지만 이게 있다고 해도 우리 둘이서는 무리지 않을까?”
그래도 여전히 레이는 걱정거리가 가득했지만.
테오는 덤덤하게 웃을 따름이었다.
“걱정 마. 우리만 마물을 잡지는 않을 테니.”
“……?”
레이는 테오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로 그 순간.
-아아아아악!
-이, 이게 뭐야……!
-갑자기 남색 마물이 왜 이딴 곳에……! 크아악!
-막아! 어서!
동굴 밖에서 웬 소란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들렸다.
딸랑, 딸랑-
마물의 등장을 알리는 마종의 종소리와 함께.
레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구경하러 갈 건데. 같이 갈래?”
테오가 차갑게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방패! 방패부터 들어!”
“그, 그게 올라오기 힘들 것 같아서 방패를 안전 구역에다 두고 왔……!”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저걸 어떻게 막으라는 거야! 씨발!”
오리엔 일당은 레이의 흔적을 쫓다 말고 난리가 난 상태였다.
갑자기 지반을 뚫고 나타난 샌드웜 때문이었다.
샌드웜이라니!
사막 지대에서나 살아간다는 마물이 왜 추운 지역인 겨울 산맥에서 나타났는지도 의문이었지만,
하필이면 자신들이 지나던 영역 아래에서 튀어나온 것도 문제였다.
그 때문에 열다섯 명의 인원 중에 세 명이 샌드웜의 뱃속에 빨려 들어가고, 일곱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채 비탈길을 구르고 말았으니.
처음부터 3분의 2나 되는 인원이 리타이어하고 만 것이다.
남은 다섯 명이 부랴부랴 진형을 짜면서 어떻게든 대항해보려 했지만.
샌드웜이 주는 흉악함과 공포심이 그들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잘못 방어했다가는 더 크게 다칠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그렇게 방황하는 동안에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거지만.
쿠어어어-
샌드웜은 곧바로 남은 다섯 명을 사냥할 생각이 없었던 건지, 재빨리 들어온 구멍으로 몸을 숨겼다.
꼴깍!
오리엔과 응시생들은 긴장한 얼굴로 마른침을 삼켰다.
언제 어디서 샌드웜이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그들의 공포심을 더 크게 자극했다.
이대로 사라지면 좋겠지만, 작게 떨리는 지면의 움직임이 녀석이 아래에서 호시탐탐 밖으로 나올 기회를 노리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마치 수면 아래에서 먹잇감을 낚아챌 기회를 노리고 있는 상어처럼.
“제, 제, 제기랄……! 레이를 잡으러 왔다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오리엔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지 못하고 덜덜 떨었다.
“일이 이 지경이 되면……! 시험관이란 것들이…… 어떻게든…… 구해주러 와야 할 것 아니냐고오오오!”
이 근처 어디에 있을지 모를 시험관들 더러 들으라고 악다구니를 질러 봐도, 아무 반응조차 없다.
“씨, 씨발……!”
결국 짙은 공포심으로 오리엔의 바지마저 축축하게 젖을 무렵.
콰아아앙!
오리엔 앞쪽 지면이 박살나면서 샌드웜이 튀어나왔다.
으적으적, 아가리가 움직일 때마다 이미 녀석이 낚아챘던 두 응시생의 살점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카아악-
그리고 오리엔마저 사냥하기 위해 샌드웜이 달려들었다. 쩍 벌린 아가리 속으로 수십 겹이나 되는 이빨들이 잔인하게 빛났다.
“아, 아아아아!”
오리엔이 사색이 되어 두 눈을 질끈 감던 그때.
콰르르릉!
별안간 하늘에서부터 벼락이 떨어지면서 단숨에 샌드웜의 머리통을 부숴버렸다.
쿵……!
치이이익-
머리를 잃은 거대한 몸뚱이가 힘없이 쓰러졌다.
시커먼 절단면을 따라 희뿌연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덜덜덜…….
오리엔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샌드웜 쪽을 바라봤다.
사체 위.
익숙한 얼굴을 한 사내가 정복자처럼 우뚝 서 있었다.
테오였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