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42)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42화(42/224)
토템의 비밀 (2)
테오가 보급품에서 찾은 물건은 아티팩트였다.
일회용 마법이 새겨져 있지만, 위력만큼은 확실한 반지.
-썬더 콜링(Thunder Calling).
하늘에서부터 벼락을 부르는 이 마법은 강한 파괴력은 물론, 강렬한 충격파마저 선사한다.
설사 그것을 어떻게 견딘다고 해도, 샌드웜 한 마리를 ‘마비’시키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테오는 여기서 한 가지 가정을 더 가져보았다.
-[해츨링 싱크로]로 아티팩트의 사념을 깨우면 어떻게 될까?
해츨링 싱크로는 사물의 본질, ‘염(念)’을 깨운다.
레이의 검을 통해 빙백무류를 접했던 것처럼, 아티팩트 역시 사념을 읽어 내장된 썬더 콜링의 위력을 강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샌드웜을 한 방에 잡을 정도가 될 줄은 몰랐는데.’
샌드웜은 어떻게 버틸 새도 없이 머리통은 물론, 몸뚱이마저 반으로 쪼개져 버리고 말았다.
파직, 파지직-
바닥에는 검은 그을음이 가득하고, 그 위로 스파크가 쉴 새 없이 명멸했다가 사라졌다.
‘해츨링 싱크로…… 앞으로 정말 요긴하게 쓰이겠어.’
일회용 아티팩트만 해도 이 정도인데, 드레이크의 날붙이나 월백검을 강화시킬 수 있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쩌릿해질 정도였다.
증폭기(增幅技).
수호룡으로부터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호의를 받은 셈이었다.
“마, 마, 마, 말도 아, 안 돼……!”
오리엔은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테오는 그쪽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새카맣게 탄 샌드웜의 사체 잔해를 뒤적거렸다.
썬더 콜링이 이것까지 망가뜨리지는 않았어야 할 텐데.
그런 우려 아닌 우려를 하던 중에 찾던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조금 상하긴 했어도 다행히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겠어.”
테오가 찾은 것은 마종이었다.
샌드웜의 목에 매달려 있던 남색 마종.
심판관은 단순히 이것을 ‘회수’하기만 하면 점수를 준다고 했지만,
‘여기에도 토템처럼 다른 히든 피스가 숨어 있었지.’
곳곳에 숨겨진 히든 피스를 찾아내는 눈썰미 또한 개화식의 평가 항목 중 하나.
테오는 마종을 뒤집었다.
종의 안쪽 표면을 따라 의미를 알 수 없는 점과 선이 새겨져 있었다.
언뜻 봐서는 평범한 무늬로 보이는 것들.
하지만 정보부 출신인 테오의 눈에는 전혀 다르게 보였다.
파자(破字, 글자를 깨뜨려 만드는 암어의 일종)였다.
‘이 점과 선들을 따로 조합하면…… 고대 용종들이 사용했다는 룬 문자가 되지.’
그리고 그 문자들을 일렬로 나열하면 한 글귀의 문장이 될지니.
-벼락은 하늘과 땅 사이에 가장 빠르면서도 파괴적인 성질일지니, 이를 잘못 다뤄서는 육체가 망가질 우려가 클…….
‘<뇌광(雷光) 속호법>. 찾았다.’
테오의 한쪽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라그나르는 천 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만큼, 수많은 종류 속호법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최상위에 놓인 호흡법은 정작 따로 있었다.
-속성 호흡법.
통칭, ‘속호법(屬呼法).’
고대 용종이 다양한 색에 따라 각각 특유의 속성을 지녔듯이.
속호법은 마력에 특정 속성을 부여하는 식이었다.
우레.
서리.
불꽃.
물길.
나무.
독.
총 6가지 속성이었다.
하지만 속호법은 그 중요도 때문에 직계 중에서도 계승 서열이 높거나, 뛰어난 공적을 세운 공신에게만 간간히 하사되곤 했으니.
그런데 이런 속호법을 유일하게 얻을 수 있는 창구가 있었다.
바로 2차 개화식이었다.
‘6개 속호법이 모두 파편화되어서 여러 마종 안에 새겨져 있지. 이걸 해독할 수 있으면 얻게 되는 식인 거고.’
물론, 그 과정이 절대 순탄치 않도록 되어 있었다.
‘각 속호법의 구결이 9개씩 분절되어 있으니, 이것만 해도 54개. 하지만 이것들이 전부 뿔뿔이 흩어져 있는데다가, 각 구결마다 개수도 제각각이니 사실상 하나로 조합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
하나의 구결을 얻는다고 해도, 그다음 마종에서 얻는 구결들이 다른 속호법의 구결이거나 중복되면 전부 다 쓸모가 없어지는 셈이었다.
‘더구나 히든 피스가 숨어있는 마종도 토템으로 소환한 개체에만 숨어 있으니까.’
히든 피스의 히든 피스인 셈이었다.
‘지금 얻은 건 네 번째 구절인가? 총 아홉 개의 구절로 나뉘어 있을 테니, 아직 여덟 개를 더 찾아야겠어.’
분명히 2차 개화식에서 완전한 속호법을 얻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까울’ 뿐이지,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실제로 이를 해내는 인물들도 종종 있었으니까.
‘진짜 계승권에 가장 가깝다고 알려진 괴물들.’
대표적으로 흑색철기대의 토르켈 라그나르가 이에 해당했다.
다행히 테오는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파자를 어떤 식으로 조합하면 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고,
심지어 속호법 중에서 얻겠다고 특정해둔 게 있었다.
우레.
뇌광 속호법.
벼락은 아주 강렬하면서도 빠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니.
용의 세 발톱을 완성하고자 하는 테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가장 잘 어울리는 호흡법이라 할 수 있었다.
테오는 영성을 발휘해 그 구절들을 모두 외운 뒤, 마력으로 파자를 모두 말끔하게 지워버리고 레이를 바라봤다.
“……?”
레이는 무슨 일인가 싶어 멀뚱한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미 빙백무류라는 속성 있는 검술을 익히고 있는 레이에게는 이건 오히려 독밖에 안 돼.’
테오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고는 오리엔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녀석은 여전히 얼이 빠진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리엔.”
“으, 으으……! 오, 오지 마!”
샌드웜의 등장으로 살아남은 응시생은 모두 여덟.
하지만 그들 모두가 다시 싸우기엔 힘든 상태이니 사실상 리타이어 되었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미안한 마음 따윈 없었다.
이들은 레이뿐만 아니라, 자신도 노리려 했으니까.
‘교룡회, 이참에 완전히 정리해야겠어.’
두 번 다시는 날뛰지 못하도록.
뿌리를 뽑아버릴 생각이었다.
“악시온, 어디 있어?”
* * *
쿠쿠쿵……!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던 마수, 자이언트 베어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긴장한 기색으로 거친 단내를 토해내던 응시생들은 그제야 안도에 찬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크으! 그래, 이거지!”
“드디어 잡았다.”
“역시 악시온이야. 7급이나 되는 놈을 정면에서 부딪쳐서 잡다니.”
“당연하지. 암표의 명성이 어디 가겠어?”
교룡회의 응시생들이 모두 입을 모아 악시온을 치켜세우는 동안.
악시온은 무표정한 얼굴로 마수의 목에 걸려 있던 마종을 뜯었다.
초록색 마종.
이쯤 되면 꽤 괜찮은 점수가 쌓였을 것이다.
‘여기에 또 무늬가 있는데, 대체 뭐지?’
악시온은 마종의 안쪽에 새겨진 무늬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곧 아무것도 아니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지금은 이런 쓸데없는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 개새끼들아! 너희들이 이러고도 사람이냐! 사람이냐고!”
그때, 한쪽 구석에 결박되어 있던 포로들 중 한 명이 악다구니를 질렀다.
그는 휴식을 취하던 중에 마물을 소환해 기습한 교룡회 때문에 상당수의 동료들을 잃거나 다친 상태.
거기다 악시온이 토템을 부수면서 근거지까지 잃어버린 상황이었다.
당연히 적의를 잔뜩 드러낼 수밖에 없었지만.
빠악!
악시온은 그런 녀석의 복부를 발로 걷어차 버렸다.
“컥……!”
“라그나르의 검사라는 놈이, 지가 못나서 당해놓고서는 어디서 원망질이야? 약육강식, 강자존. 모르나?”
악시온은 지면에 고개를 처박은 녀석의 뒤통수를 발로 지그시 밟았다.
“너 같이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악밖에 없는 놈들은 싹 쓸어버려야 하는데 말이야.”
악시온의 눈에 광기가 맺혔다.
여차하면 죽이기라도 할 태세였다.
그의 눈에 이 녀석은 다른 사람으로 비쳐지고 있었다.
테오 라그나르.
주제도 모르고 감히 1차 개화식의 수석을 차지했던 놈.
곧 이렇게 머리를 처박게 만들어야 할 놈이기도 했다.
악시온은 한참 뒤에야 녀석의 뒤통수에서 발길을 거둬들였다.
녀석은 이미 의식이 끊어진 채 숨통만 간당간당하게 붙어 있었다.
“이 새끼들 전부 끌고 가. 말 들으면 밥 주고, 안 들으면 계속 매질하고.”
“지금까지 한 것처럼 하라는 거지? 흐흐! 그거야 우리 전문이지.”
수하들이 음침하게 웃으면서 기절하거나 떨고만 있는 포로들을 밖으로 질질 끌고 갔다.
이로써 교룡회가 포로로 잡은 숫자만 삼십여 명.
2차 개화식의 참가자 중 절반 이상이 악시온의 손에 떨어진 셈이었다.
-아직까지 그나마 제대로 저항하고 있는 건 랑케 남매와 웰링턴, 레이가 고작인가? 이거 쉬워도 너무 쉬운데.
-그러니까, 내 말이. 그놈들도 곧 다 잡힐 테니 사실상 2차 개화식은 우리 교룡회의 무대인 거지.
-매화궁 놈들도 알아서 기고 있고. 크으!
-그럼 다음으로 누구를 두들겨 팬다? 이거 게임이 안 되니까 심심해 죽겠네, 으흐흐!
악시온이 토템에 마물을 소환할 수 있는 마도구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이후.
교룡회는 그동안 마물들을 찾아다니기 보다는 안전 구역을 물색하는 데 더 집중했다.
대부분의 안전 구역에선 응시생들이 휴식을 취한답시고 마음을 놓고 있어 기습하기가 쉬운 데다가,
토템을 부수는 것으로 마물들을 손쉽게 부를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마물 사냥은 물론, 포로 확보에 물자 보급까지.
단 한 번에 귀찮은 작업들을 모두 해치울 수 있는 셈.
그러니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덕분에.
악시온은 빠르게 점수를 쌓아 올리면서 어느덧 500점을 넘어 600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이제 슬슬 순위 발표할 때가 되지 않았나?”
누군가가 던진 말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야, 그걸 꼭 봐야 아냐?”
“누가 1위가 궁금하댔냐? 그거야 당연히 대장일 거고. 우리 중에 순위가 어떻게 되냐가 관건이지.”
“하긴 그것도 그래? 좋아. 그럼 등수 낮은 놈이 높은 놈을 형님으로 모시기, 콜?”
“콜이다, 이 새끼야!”
“으흐흐! 간만에 못 생긴 동생 하나 생기겠네.”
“미친 소리하고 자빠졌네.”
수하들이 되지도 않는 주제로 시시덕거리는 동안.
악시온은 아무 말 없이 곧 나타날 시험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도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테오 라그나르. 대체 어디 있는 거냐?’
이제 슬슬 나타날 때도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탁!
악시온과 교룡회가 있던 자리로, 시험관이 툭 하고 떨어졌다.
2차 개화식은 매일 저녁 6시가 되면 중간 성적 발표가 이뤄진다.
응시생들의 분발을 재촉하기 위한 과정.
당연히 응시생들은 이 시간만을 간절히 기대한다.
올랐을지, 낮아졌을지.
올랐다면 얼마나 더 올라야 원하는 순위에 들어설 수 있을지를 가늠한다.
교룡회의 모든 시선이 시험관 쪽으로 향했다.
“지금부터 중간 성적을 공개하겠다. 모두 참고하도록.”
시험관은 무표정한 얼굴로 엉망이 된 주변 일대를 훑어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두루마리를 확 펼쳤다.
촤르르륵-
그리고.
“이, 이게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교룡회의 응시생들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결과에 모두 당황한 얼굴이 되고 말았다.
악시온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은 상태.
중간 성적표가 그들이 예상했던 것과 너무 달랐던 것이다.
<중간 순위>
1위. 레이 라그나르(572점)
2위. 악시온 라그나르(561점)
3위. 웰링턴 나르시오(479점)
.
.
“……!”
“……!”
“시험관 님, 아무래도 성적표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악시온이 2위로 떨어지고, 레이가 1위로 올라서 있었다.
심지어 그동안 조용했던 테오의 순위도 있었으니.
36위. 테오 라그나르(82점)
하루 사이에 벌써 중간까지 치고 올라온 것이다.
몇몇은 이에 성적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수련검사 주제에 본관을 의심한단 뜻이냐?”
시험관이 차갑게 눈을 번뜩이자,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들고 말았다.
“그, 그게 아니라……!”
“겨울 산맥 곳곳에 흩어진 시험관들이 매번 성적을 기록하고, 이에 따라 중앙기구에서 점수가 매겨져 다시 우리에게 배포된다. 이의를 제기하고 싶거든 실력으로 증명해라.”
“…….”
“…….”
응시생들 모두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대체 오리엔 일당들은 뭘 하고 있는 건지.
분명히 레이를 잡으러 갔으면 무슨 소식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 설사 실패를 했다고 해도 단 하루 사이에 이렇게 높은 점수를 쌓을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대체 저 점수 뭐야?
-설빙검과 병신 새끼가 점수 오른 폭이 비슷해.
-둘이서 팀 먹고 같이 움직이는 건가?
-하지만 대체 뭘 잡아야 저런 상승폭이 생길 수 있는 거지……?
교룡회 응시생들은 수군거리면서도 하나 같이 악시온의 눈치를 살폈다.
까드득-
악시온은 붉게 충혈된 얼굴로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었다.
하지만.
악시온과 교룡회가 받게 된 충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잠시 후, 이 자리에 없던 다른 교룡회 응시생이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 큰일이야! 큰일! 테오 라그나르와 레이 라그나르가……!”
그동안 교룡회가 차지했던 안전 구역을 지키고 있으라며 심어뒀던 녀석.
“지, 지금 우, 우리 본거지를 털고 있어!”
“……!”
“……!”
“……!”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