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43)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43화(43/224)
토템의 비밀 (3)
“그게 무슨 소리지?”
악시온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녀석에게 사실관계를 물었고,
“그, 그게……!”
곧 이어지는 대답에 이가 으스러져라 갈아야만 했다.
까드드득!
* * *
테오와 레이는 악시온이 다른 파벌들의 근거지를 파괴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듣고 난 뒤, 작전을 바꿨다.
“문득 든 생각인데.”
“……?”
“우리가 역으로 돌려주는 건 어떨까?”
“역…… 으로?”
“어. 자기네 본거지가 계속 털리고 있다는 걸 알면 상당히 열 받지 않을까 싶어서. 덤으로 우리 점수도 빠르게 올릴 수 있을 테고.”
레이는 좋은 생각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악시온과 교룡회의 견제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오면서 적개심이 극에 달한 상황.
거기다 악시온은 교룡회의 응시생들이 받아야 할 점수들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었으니.
2위에 항상 머물고 있던 레이로서는 어떻게든 악시온을 아래로 끄집어 내리고 싶었다.
“게다가 우리를 노리고 있는 게 악시온만 있는 게 아니잖아? 어디서 뭐가 더 튀어나올지 모르는 판국인데, 이왕에 청소할 거면 한꺼번에 쓸어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좋은 생각이 있는 거구나.”
“일단은.”
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바라는 것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었다.
-압도적인 승리.
모두가 그를 두려워하고, 무릎을 꿇으며,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확실한 승리를 바랐다.
교룡회, 매화궁, 중앙기무국, 원로원……. 그를 탐탁지 않아 하는 이들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승리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희생양이 바로 악시온이었다.
이번 계획만 잘 풀린다면, 더 이상 테오 라그나르라는 이름은 단순히 장미궁의 서자가 아닌 ‘동백궁의 계승권자’로 사람들의 뇌리에 단단히 각인될 수 있을 테니.
“좋아. 뭘 하든지 도와줄게.”
레이는 차갑게 웃는 테오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그녀는 테오에게 진 또 다른 빚을 갚겠노라고 속으로 다짐한 상태였다.
그렇게 테오와 레이의 동맹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이게 뭐야!”
“테, 테오 라그나르다! 레이 라그나르도 있어!”
“제기랄……! 대체 왜 하필 여기를 와서는……!”
그때부터 교룡회가 점거하고 있던 안전 구역들을 빠른 속도로 털기 시작했다.
최소한의 인력만이 남았던 안전 구역들이 테오와 레이를 당해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토템이 부서지고, 항상 마수가 소환되었다.
그들을 사냥하고 나면 비축되었던 보급 물자들도 모두 박살이 났다.
테오와 레이가 빠른 속도로 점수를 쌓아 올릴 수 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덕분에.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두 사람의 중간 순위도 빠르게 올라갈 수 있었다.
<중간 순위>
1위. 레이 라그나르(611점)
2위. 악시온 라그나르(590점)
3위. 웰링턴 나르시오(526점)
4위. 테오 라그나르(500점)
.
.
중위권이었던 테오가 어느새 4위까지 치고 올라오더니,
<중간 순위>
1위. 레이 라그나르(654점)
2위. 악시온 라그나르(600점)
3위. 테오 라그나르(573점)
4위. 웰링턴 나르시오(531점)
.
.
3위가 되고,
<중간 순위>
1위. 레이 라그나르(674점)
2위. 테오 라그나르(612점)
3위. 악시온 라그나르(610점)
.
.
2위가 되면서 악시온을 넘어가게 되었다.
“찾아! 이 새끼 어떻게든 찾아내라고!”
그때부터 악시온은 테오와 레이를 어떻게든 찾아내기 위해서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워낙에 소수인 데다가 신출귀몰하게 움직이는 까닭에 도저히 찾기가 쉽지 않았으니.
어떻게 찾아낸다고 해도 악시온이 도착할 때쯤엔 이미 자리를 떠난 지 한참 뒤였다.
<왔다 감>
<너무 늦어서 발 닦고 감>
<좀 더 분발 못 하냐? 굼벵이도 너희들보단 빠르겠다.>
거기다 테오와 레이는 그들이 머물던 자리에 악시온과 교룡회를 놀리는 듯한 문구를 남겨서 뒷목을 잡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교룡회가 그동안 어렵게 만들어뒀던 본거지는 7할 가까이가 무너지고 말았고,
전력도 각개 격파되면서 상당수가 리타이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테오와 레이를 쫓느라 악시온이 상당한 시간을 허투루 날려버리느라 제대로 점수를 쌓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결국,
<중간 순위>
1위. 테오 라그나르(721점)
2위. 레이 라그나르(718점)
3위. 악시온 라그나르(622점)
.
.
어느새 테오가 1위가 되고 말았다.
“아아아악!”
챙그랑!
악시온은 약이 너무 오른 나머지 손에 잡히는 대로 모든 물건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테오 라그나르, 테오 라그나르, 테오 라그나르……!”
씩씩대는 그의 눈가는 붉게 충혈되었다.
원로원장의 사냥개로부터 테오를 어떻게든 구해내라던 에드의 말은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진 상태.
어떻게든 테오를 잡아 죽여버려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저, 악시온……!”
그러던 그때, 수하 녀석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악시온을 불렀다.
악시온의 짜증 섞인 시선이 향하자, 녀석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겨우 입을 뗐다.
“매화궁에서…… 사람이 왔어…….”
“매화궁에서?”
악시온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인상을 좁혔다.
“으, 응……. 그리고 원로원에서도…….”
매화궁에 이어 원로원까지?
전혀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테오 라그나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악시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러와.”
* * *
“요즘 테오 라그나르 때문에 얼굴이 말이 아니라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진짜로 얼굴이 썩어 있구만?”
펠릭스는 매화궁 소속의 수련검사로, 상당히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어 만약 매화궁주가 제자를 받아들인다면 첫 번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후보였다.
하지만 그런 추측은 테오의 등장과 함께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으니.
그 때문에 펠릭스는 테오에 대한 적개심이 엄청났다.
-원로원장이나 중앙기무국장의 마수가 테오에게 뻗칠 가능성이 크니, 뒤에서 그를 도와주도록 하세요.
시험관을 통해 전달된 매화궁주의 전언까지도 무시할 정도로.
악시온을 찾아온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처처척!
펠릭스의 목덜미 좌우로 검날이 바짝 붙었다.
검을 겨눈 교룡회 응시생들의 눈빛이 매서웠다.
“야, 살살하자, 살살. 이거, 장난 두 번 쳤다간 목숨이 남아나지 않겠는데?”
하지만 펠릭스는 그런 위협을 별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북부 4준의 천재성에 가려져서 그렇지, 그 역시 손에 꼽히는 인재라 불릴 만큼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맞은편.
“잡설은 그만하고,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테오 라그나르를 제지하는 게 목표 아녔어?”
원로원장 측 파벌의 모르간이 던진 말에 악시온과 펠릭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하이드 놈들이 모두 뒈진 게 확실해진 이상, 우리는 반드시 테오 라그나르를 잡아야 하는 입장이야. 저 더러운 천출 따위가 고귀한 직계를 해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모르간이 차갑게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 같이 손을 잡을 의향이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싶은데. 물론, 그 응징의 대상에는 테오 라그나르뿐 아니라, 그를 돕고 있는 레이 라그나 웰링턴 나르시오도 포함되어 있다.”
모르간은 당장에라도 테오를 잡기 위해 뛰쳐나갈 태세였다.
‘미친 광신도 새끼들.’
악시온은 그런 녀석을 보면서 대놓고 콧방귀를 꼈다.
그는 평상시 스스로를 ‘라그나르의 질서 경찰’이라고 부르는 순혈주의자들에게 깊은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 역시 자신이 위대한 라그나르의 직계라는 사실에 깊은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직계로서 어울리는 실력과 재능을 지녔기 때문이지, 단순히 타고난 혈통 때문만이 아니었다.
만약 혈통은 뛰어난데 실력과 재능이 부족했다?
그렇다면 그가 먼저 나서서 처치했을 것이다.
그만한 수치도 또 없을 테니까.
하지만 순혈주의자들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놈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출신과 신분, 그리고 혈통뿐.
내세울 게 고작 그딴 것밖에 없는 천치.
그게 바로 악시온이 녀석들에게 가지고 있는 인상이었다.
그래서 악시온은 같은 연장선상으로 펠릭스에게도 깊은 경멸감을 갖고 있었다.
자기 주제도 모르고, 단순히 시기심에 눈이 멀어 테오에게 적개심을 갖고 있는 셈이니.
사냥개는 사냥개다워야지, 주인이 되려고 하면 안 된다.
진짜 그 자리에 서고 싶다면 ‘생각’이라는 걸 하고 살아야 할 텐데…… 펠릭스에게는 그런 ‘생각’이란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상황.
악시온은 두 놈이 당분간 주제도 모르고 날뛰더라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기로 마음먹었다.
일이 모두 끝난 뒤에는?
‘잡아버려야겠지. 주제 파악이라는 걸 하게 해줘야 할 테니.’
악시온의 두 눈이 순간 스산하게 빛났다.
하지만 그건 잠시일 뿐.
곧 그의 한쪽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결국 서로 간에 목적이 뭐가 되었든 간에 당장에는 손을 잡을 수가 있다는 거지. 그래. 이렇게 다 같이 모이자고 한 건 뭔가 따로 생각해둔 뭔가가 있다는 것 같은데. 이야기 좀 들어볼 수 있을까?”
펠릭스는 아주 잠깐 동안 마른침을 삼켰다.
악시온의 악의가 확 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녀석의 눈 밖에 난 사람들이 어떤 꼴이 되었는지 잘 알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토템에 숨겨진 히든 피스가 뭔지는 이미 다 알고 있지?”
악시온과 모르간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계속 이야기해보라는 듯.
“그중에 보라색 마종을 단 마물을 소환할 수 있는 토템이 너에게 있다고 들었어. 거기다 함정을 설치하자.”
펠릭스가 같이 따라왔던 동료를 불렀다.
털썩!
그가 여태 들고 있던 보따리를 푼 순간, 모르간이 가볍게 감탄사를 터뜨렸다.
십여 개의 토템이 가득 들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린 대가로 이걸 내놓겠어.”
악시온도 펠릭스의 생각을 읽고 비웃음을 지었다.
“먼저 보라색 마물을 소환할 수 있는 토템으로 병신 새끼를 유도하고, 이 토템들로 마물을 다량 소환해서 다굴 놓는다?”
“맞아.”
펠릭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자, 악시온이 박수를 치면서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이야! 우리 펠릭스, 이렇게 간댕이가 컸었어? 전혀 몰랐는데?”
테오와 레이가 그동안 점수를 빠르게 쌓아 올릴 수 있었던 데에는 교룡회의 토템을 강탈한 것뿐만 아니라, 상급 마물만을 골라서 사냥했기 때문이었다.
즉, 보라색 마물을 소환할 수 있는 토템을 가져다 놓는다면 테오도 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펠릭스는 바로 이곳에다 폭탄을 심어두겠다는 의미였다.
제아무리 날고 긴다고 할지라도, 마물들의 틈바구니에서는 어떻게 손을 쓰지 못할 테니.
“테오 라그나르를 어떻게든 잡는 게 우리 목표니까. 그럼 대답은?”
“좋아. 우리도 남은 토템 좀 내놓도록 하지. 마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테니.”
악시온이 기분 좋게 웃다가 모르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얘네들이 이렇게까지 하는데 너희도 뭘 좀 해야지 않을까, 모르간?”
그러면서 슬쩍 칼자루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겼다.
만약 빠지겠다고 말하면 당장 손을 쓰겠다는 의미.
이런 작당 모의가 새어나가서야 모두가 큰일 날 수 있으니, 같이 공모에 참여하라는 의미였다.
모르간은 탐탁지 않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지만, 곧 한쪽 입꼬리를 비틀면서 대답했다.
“우리도 똑같이 열두 개의 토템을 내놓도록 하지. 그럼 마물이 서른 마리도 넘게 될 것 같은데.”
“오, 큰손이네?”
“그리고.”
“또 있어?”
“이 작전에 두 명을 더 데려올까 싶어.”
“누구? 어중이떠중이 데려올 생각이면 집어치워라. 괜히 쓸데없이 머릿수만 많아지면 골치 아파지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악시온, 너도 마음에 들어 할 놈들이니까.”
“누군데?”
악시온은 전혀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 고개를 갸웃거렸고,
“홀……!”
모르간이 차갑게 웃으면서 뭔가를 말하려던 바로 그때였다.
흠칫!
갑작스럽게 등골을 타고 흐르는 섬뜩함.
세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위쪽으로 향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 * *
“너무 예측한 대로만 움직여도 재미없는데 어쩌지?”
악시온과 펠릭스, 모르간 등이 모두 모여 작동 모의를 하는 숲자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테오는 그 끄트머리에 서서 헛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저들끼리는 조심한답시고 주변 경계를 철저히 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한평생 정보작전을 주로 수행했던 테오의 눈에는 너무 어설퍼 보이기만 했다.
무엇보다.
영성으로 강화된 시력은 웬만한 망원경보다도 훨씬 뛰어났다.
이만한 장거리에서도 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이제 제발 나 좀 풀어줘……! 이, 이, 이만 하면 돼, 됐잖아……!”
그때, 뒤쪽에 포승줄로 꽁꽁 묶인 채로 있던 오리엔이 애원했다.
그동안 교룡회의 숨겨진 안전 구역까지 발견할 수 있었던 건 전부 그의 발설 덕분이었다.
테오에 대한 공포가 악시온에 대한 의리를 꺾어버린 셈이었다.
그런데 이제 악시온의 위치까지 발각되고 말았다.
그로서는 당장에라도 여기서 도망치고 싶은 심정뿐.
문제는 저 인간 같지 않은 테오 가 과연 자신을 풀어주겠냐는 것인데……!
“좋아. 약속은 약속이니 풀어주지.”
예상과 달리, 테오는 너무 순순하게 오리엔을 묶고 있던 줄을 드레이크의 날붙이로 잘라 주었다.
오리엔은 잠시간 어안이 벙벙한 채로 서 있다가, 재빨리 반대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혹시 당장에라도 테오의 생각이 바뀔까봐.
“저대로 풀어줘도 돼?”
레이가 그런 녀석의 뒤를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테오는 염려 말라고 하면서 피식 웃을 뿐이었다.
“어차피 저놈은 어디도 못 가. 악시온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앙기무국장이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까.”
레이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녀가 아는 에드는 배신자를 용서할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럼 이제 그거 쓰겠네?”
테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발 언저리에 두었던 자루를 활짝 열었다.
“보여주자고. 함정은 저쪽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그 안에는 서른 개도 넘는 일회용 아티팩트들이 잔뜩 담겨 있었다.
원래는 소환된 마물들을 사냥하라고 배치된 물건들이었지만,
테오가 갖고 있는 것들은 단 한 번도 쓰지 않은 새것이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폭죽놀이로 불벼락이 쏟아지면 아주 기뻐 죽겠지?
테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루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