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45)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45화(45/224)
토템의 비밀 (5)
쿠르르-
하늘 높이 치솟은 먼지구름.
테오는 피투성이 몰골이 되어 쓰러진 악시온 앞에 다가섰다.
기식이 엄엄하다.
흰자위가 뒤집힌 녀석은 툭 건드리기만 해도 바로 숨이 넘어갈 것처럼 보였다.
우웅, 우우웅-
월백검이 울음을 토해냈다.
어서 녀석을 베라는 듯이.
배가 고프다고 칭얼대면서.
테오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테오는 녀석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정말 어머니를 해친 게 네가 맞는 건지.
전생에 나를 습격한 놈들과 관련이 있는 건지.
하지만 여기서 던지기엔 전부 필요 없는 질문들이라, 조용히 월백검을 들었다.
그대로 내려치려는 순간,
“그 손속을 멈추도록-!”
갑자기 하늘에서부터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네 개의 그림자가 떨어졌다.
처처척!
두 명은 검을 뽑아 테오의 앞을 가로막고, 다른 두 명은 악시온의 상태를 살폈다.
‘중앙기무국 쪽 파벌의 시험관들이군.’
그들의 면면을 살핀 테오의 눈에 순간 이채가 어렸다.
그 순간,
띠링!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튜토리얼 퀘스트 #16]당신의 앞을 가로막은 적들로부터 ‘악시온 라그나르’를 처치하십시오.
· 난이도: B
· 보상: 1코인
· 실패시: ■■
+
‘또 코인 보상 퀘스트인가? 거기다 내용은 악시온 라그나르의 처치…….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는 뜻이군.’
난이도가 무려 B등급이나 되었지만.
테오는 차라리 잘되었다 싶었다.
애당초 그도 악시온을 그냥 보낼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으니.
“응시생 악시온 라그나르의 상태는?”
“위중한 상태입니다. 마력 역류 현상까지 감지되고 있어 긴급히 의실로 이송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악시온의 맥을 짚어본 시험관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그만큼 악시온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몇 분만 지나도 죽어버릴 게 분명했다.
오랫동안 북부 4준 중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던 악시온 라그나르의 중상.
외부에 알려진다면 분명히 큰 파란이 벌어질 게 분명한 불상사였다.
“계속 제 앞을 막으실 생각이십니까? 아직 시험은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만.”
테오는 여전히 길을 터주지 않는 두 시험관들을 보면서 무심한 어조로 물었고,
그를 막고 있던 시험관들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본 시험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마물들을 사냥하는데 있어 응시생들이 얼마나 협력을 잘하고 작전과 계획을 잘 수립하는지를 확인하려는 데에 있다. 동료를 서로 죽고 죽이라는 내용은 없었었을 텐데?”
피식-
테오는 실웃음을 흘렸다.
이들의 노림수가 너무 훤히 보였던 것이다.
“다투지 말라는 내용도 없었을 텐데요.”
“뭐……?”
“그리고 본 시험의 평가 항목 중에는 팀원들 간의 팀워크뿐만 아니라, 팀 간 경쟁에서 어떻게 우위를 점하는지 그 과정을 살피기 위함도 있습니다만.”
“……그래서 악시온 응시생을 해치려 했다?”
“팀 간 경쟁에서 벌어진 다툼일 뿐입니다.”
“그것이 살상 행위에 정당성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저는 굳이 언젠가 제 발목을 붙잡을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두지 않는 주의입니다. 그것을 위한 확인 작업일 뿐입니다.”
“하지만 다툼은 너와 레이 응시생의 승리로 끝이 났고, 남은 시험 기간 중에 악시온 응시생이 너에게 해코지를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만.”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시험관 님이 아닌 제 몫인 듯합니다만?”
“뭣이?”
시험관이 눈살을 찌푸렸다.
한낱 서자에 불과한 응시생이 지지 않고 말대꾸를 하는 것도 모자라, 권위까지 무시하려 드니 짜증이 났던 것이다.
「대장님!」
그러다 악시온을 품에 안은 수하의 전음에 정신을 퍼뜩 차렸다.
일단은 주군의 조카를 먼저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응시생 악시온 라그나르를 서둘러 응급실로 이송하도록!”
“복……!”
수하가 악시온을 데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바로 그때였다.
촤아아악!
걸음을 옮기려다 말고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을 쳐야만 했다.
어느새 월백검에서 쏘아진 용의 발톱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앞을 할퀴고 지나간 탓이었다.
“아직 이 사건에 대한 정확한 판정이 내려지지 않았습니다만.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는 아무도 떠나지 마십시오.”
휘휘휘……!
테오가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월백검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 사납게 눈빛을 빛냈다.
시험관의 얼굴이 분노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시험 중에 발생한 불상사 대한 판정을 내리는 것은 시험관의 정당한 권리이다. 이의를 제기하려거든 모든 시험이 끝난 뒤에 절차를 밟아 진행하도록. 그래도 끝까지 방해하려 든다면 공무집행 방해혐의로 실격 처리를 하고, 율법청으로 이관하겠다.”
이제 더 이상 까불지 못하겠지. 실격 처리만큼 개화식 응시생에게 뼈아픈 타격도 없을 테니.
시험관이 수하에게 눈치를 주며 보내려는데.
화아아악!
[‘스킬: 레서 드레이크 피어’가 적의를 띠는 이들에게 맞섭니다.]“네놈이 기어코!”
살갗이 쩌릿하게 만드는 테오의 살의가 그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차차차창!
결국 테오를 무시하고 나가기 위해 네 명의 시험관이 모두 검을 뽑았다.
“외부의 개입이 최소화되어야 할 성스러운 개화식에서 사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공무’라고? 너희들이야말로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하지만 테오는 지지 않겠다며 더욱더 살의를 피워 올렸으니.
지금 이 순간, 그는 응시생 신분이 아닌 계승권자 신분으로 그들을 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이 아주 옳다.”
그것이 신호탄이 되어 또 다른 그림자들이 테오의 뒤쪽에 떨어졌다.
그림자의 수는 모두 셋.
하지만 중앙기무국 파벌의 시험관들보다 훨씬 기세가 거세면 거셌지, 절대 작지 않았다.
‘백갑용기대의 사람들……!’
테오는 직감적으로 그들의 소속을 깨달을 수 있었다.
율리우스와 풍기는 기질이 상당히 비슷했던 것이다.
여유로우면서도 드높은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그러면서도 날카롭고 뾰족한 용을 떠올리게 하는 기세.
“셀퍼드! 설마 우리와 검을 겨루겠다는 것이냐!”
하얀 머리가 잘 어울리는 남자, 백갑용기대 소속의 시험관 셀퍼드는 냉소를 흘렸다.
“못할 건 또 뭐지? 조금 전에 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불상사에 대한 판정은 시험관의 정당한 권리라고.”
“……!”
“나는 이번 일에 대한 시험관의 개입이 허용된 수준을 넘어선 권리 남용이라 판단한다. 그러니 그놈 내려놓고 물러나. 이의가 있거든 모든 시험이 끝나고 정식 절차를 밟아 진행하고.”
중앙기무국 측 시험관, 타이론의 얼굴이 더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자신이 했던 말을 고스란히 돌려받았으니 화가 날 수밖에.
문제는 그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저희도 셀퍼드 시험관의 말에 동의합니다.”
마치 꽃잎이 아래로 떨어지듯이, 조용한 걸음으로 떨어지는 이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매화궁 소속의 시험관들이었다.
그들의 숫자는 모두 넷.
“시험관들의 판정에 이견이 있을 때에는 인근 지역에 있는 시험관들의 거수투표로 상황을 판단하라는 규율이 있었지요.”
매화궁 소속의 시험관, 나타샤는 서늘한 눈빛으로 타이론과 일당들을 훑어보았다.
“아무래도 셀퍼드 시험관 측의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는 듯하니, 타이론 시험관은 악시온 응시생을 내려놓고 물러나시는 것을 권고 드려요.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으시다면 말이죠.”
말이 권고이지, 만약 따르지 않을 시에 무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제대로 지키는 사람의 거의 없다고 해도, 시험관들에게는 중립의 의무가 있었으므로.
으드득!
타이론은 이를 바짝 갈면서도 한순간 고민했다.
셀퍼드와 나타샤의 말에 따라 악시온을 두고 떠날 수는 없다.
그랬다간 정말 악시온이 죽고 말 테니, 아마 그 책임은 자신들이 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저들 일곱과 부딪치는 것도 무리였다.
모두 죽여 입을 막을 수 있다면 모를까.
전력상 그러기가 힘들었다.
그렇다면?
‘제길! 이 자리에서 죽는 수밖에 없나.’
타이론은 자신들 세 사람이 희생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어떻게든 악시온과 그를 안은 수하만 이 자리를 빠져나가게 만들자.
그런다면 자신들은 여기서 죽을지언정, 주군께서 어떻게든 남은 가족들을 지켜줄 것이다.
언젠가 원수도 갚아주실 터.
그들은 그만큼 에드 트로이반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었다.
결국 그들 사이에 시선이 빠르게 오고 가고,
“지금!”
파아앗-
타이론과 다른 두 사람이 전력을 다해 셀퍼드와 나타샤에게 달려들고, 악시온을 업은 수하가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이것들이 대체 우리를 뭘로 보고!”
셀퍼드가 냉소 섞인 얼굴로 튀어나가다 말고 인상을 굳혔다.
어쩐지 타이론 등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셀퍼드 시험관! 오러 실드를 펼치세요, 어서!”
나타샤가 타이론의 의도를 읽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창백해진 안색을 따라 실핏줄이 굵게 튀어 올라왔다.
<역류폭혈공>의 전조 증상이 분명했다.
마력을 억지로 역행시켜 경지를 몇 단계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자폭기(自爆技).
“트로이반이여, 영원하라-!”
셀퍼드는 이를 악물면서 오러를 전방에 뿌려 검막을 넓게 펼치고, 나타샤와 매화궁의 시험관들이 일제히 검기를 타이론 등에게 뿌렸다.
어떻게든 녀석들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이미 목숨을 도외시한 타이론 등은 부상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과의 간격을 좁혔고,
타다다당-
날카로운 칼바람이 소용돌이를 치면서 사방을 할퀴기 시작했다.
눈발이 마구잡이로 흩날렸다.
콰콰콰콰!
그런데,
쐐애애액-
갑자기 타이론이 셀퍼드와 충돌하려다 말고, 도중에 방향을 바꾸어 측면으로 빠졌다.
셀퍼드는 그제야 타이론의 노림수를 깨닫고 비명을 질렀다.
-타이론이 테오에게 빠른 속도로 날아들고 있었다.
“아뿔싸! 테오! 테오 라그나르를 지켜!”
나타샤 등의 시선도 다급히 그쪽으로 쏠렸다.
검기를 그쪽으로 날렸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황.
‘무슨 일이 있어도 저놈만큼은 반드시 데려가야 한다! 살려두면 두고두고 트로이반의 대업에 방해가 될 놈이 분명해……!’
타이론의 두 눈이 충혈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죽어랏, 테오 라그나르!”
타이론의 날카로운 검이 순식간에 테오에게 다다랐다.
셀퍼드와 나타샤 등이 다급하게 날린 검기에 크고 작은 부상을 한꺼번에 입었지만 그를 멈추게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테오는 이상하게 죽음의 위기를 눈앞에 두고서도 놀라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것처럼.
오히려 아무것도 없던 손을 앞쪽으로 뻗을 뿐.
뭐지?
테오의 목을 날리기 직전, 타이론은 그런 생각을 가졌고.
바로 뒤늦게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테오는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
테오가 아무것도 없는 빈 허공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마치 그 손에 보이지 않는 갈고리라도 있는 것처럼.
[‘스킬: 해츨링 싱크로’가 염동력으로 점지한 대상을 거세게 잡아당깁니다!]바로 지금,
테오는 염동력을 보이지 않는 거인의 손으로 상상하고 있었다.
저 멀리 달아나는 악시온과 중앙기무국 시험관의 뒷덜미를 거인의 손으로 붙잡아 세게 잡아당기는 시늉을 하는 순간,
엄청난 인력(引力)과 함께 두 사람이 거칠게 뒤로 튕겨나 차가운 설원 위를 나뒹굴었고,
파아앗-
테오는 그 반동으로 하늘 높이 날아 순식간에 타이론 등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갈 수 있었다.
촤아악!
타이론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테오가 있던 자리를 휩쓸었다.
그야말로 두 눈으로 보고도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묘기.
적아를 막론하고, 타이론을 비롯한 시험관들의 시선이 모두 위쪽으로 쏠렸다.
“안 돼애애앳!”
타이론의 절규가 퍼지는 가운데,
테오는 포물선을 그리면서 정확하게 악시온과 수하 녀석이 있는 쪽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월백검이 다시 한 번 더 빛살에 잠기면서 작렬했다.
촤아아악!
* * *
‘대장님……! 당신의 희생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악시온을 등에 업은 채 달리는 수하는 흐르는 눈물을 억지로 삭였다.
이 수모는 언젠가 갚아 주리라.
그렇게 다짐하던 그때,
“어, 어어……?”
갑자기 보이지 않는 힘이 몸을 거세게 뒤로 잡아당기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어떻게 그 힘을 뿌리칠 새도 없이, 그는 아차 하는 순간 악시온과 함께 차가운 눈밭을 구르고 있었다.
‘어떻게 된……!’
녀석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기도 전에 이미 하늘이 새하얀 빛살로 잠기고 있었으니까.
콰르르릉-
용의 발톱은 악시온과 수하의 머리를 날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하얀 눈밭까지 거칠게 휩쓸고 지나갔다.
엄청난 마찰열로 수증기가 풀풀 휘날리는 가운데,
탁!
테오가 어느새 핏물로 붉게 물든 지면에 착지했다.
“……!”
“……!”
“아, 안 돼! 안 돼애애애애! 악시온 니이이이임!”
하얗고 붉은 대지 위에 선 그 모습이,
너무나 차갑고도 이질적이어서,
또한, 그러면서도 아름다워서,
사람들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테오를 바라봐야만 했다.
셀퍼드와 나타샤가 얼이 빠진 채로 테오를 바라보는 동안, 타이론은 충격에 빠져 절규했다.
그리고 그사이에 역류폭혈공의 유지 시간도 끝나 급속도로 늙어가기 시작했다.
“이렇게는…… 안…… 될……!”
그동안,
테오는 새로운 보상을 확인하고 있었다.
띠링!
띠링!
[축하합니다!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여 튜토리얼 퀘스트 #16을 무사히 성공하였습니다.] [평가: A+] [레벨이 올랐습니다.] [20레벨을 돌파했습니다.] [보상으로 1코인을 얻었습니다.] [평가에 따른 추가 보상으로 <상점> 이용 권한을 획득했습니다.]‘상점?’
코인과 상점.
어쩐지 둘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테오는 상점창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