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49)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49화(49/224)
압도적 격차 (4)
등룡(登龍).
그는 라그나르를 상징하는 아홉 용 중에서도 가장 덜 알려져 있다.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윈터러에서도 일 년 중 대다수를 은거해서 지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9룡들은 알고 있었다.
등룡이 바깥세상으로 나오게 된다면 큰 파란이 일어난다는 것을.
음험한 흑룡을 포함하여,
다른 9룡들이 가장 존경하면서도 경계하는 자.
그것이 바로 등룡이었다.
“이제 오실 때가 되었는데 말입니다.”
율리우스와 매화궁주는 그런 등룡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그들은 등룡이 이번 개화식의 심판관을 맡게 되었다고 발표되었을 때 크게 놀라고 말았다.
그동안 가주의 계속된 부탁에도 불구하고, 은거를 계속 풀지 않고 있었으니까.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등룡의 실력과 안목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바.
심지어 정치적으로 중립이기도 하기에 객관적으로 응시생들을 평가할 거란 믿음도 있었다.
“그깟 애들 시험하는데 9룡이란 이들이 이렇게 엉덩이를 가볍게 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그때, 원로원장 울프강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팔짱을 낀 채로 혀를 찼다.
에드가 죽은 조카의 시체를 끌어안고 말없이 퇴청한 이후,
울프강은 번번이 이런 식으로 이번 기수에 대한 평가 절하를 시도했다.
물론, 그것이 그가 밀던 원로원의 응시생들까지 대부분 리타이어 한 것에 대한 분풀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오시는군요.”
그때, 매화궁주의 말에 간부들의 시선이 모두 문 쪽으로 향했다.
끼이익!
저벅-
활짝 열린 문틈 사이로, 등룡이 뒷짐을 쥔 채로 천천히 걸어왔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무심한 얼굴 그대로였다.
율리우스와 매화궁주 등, 울프강을 제외한 모든 간부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위대한 선배에 대한 존경의 인사였다.
등룡은 그걸 보면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어떻게 되었습니까?”
율리우스가 슬쩍 질문을 던졌다.
그 순간, 등룡의 엄한 얼굴에 엷은 미소가 걸렸다.
‘등룡께서…… 웃으신다고?’
율리우스는 아주 잠깐 정신이 멍했다.
등룡을 직접 알게 된 지 이십 년도 넘었지만, 저런 모습은 처음이었으니.
‘잠깐.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인데?’
순간, 율리우스의 머릿속에 경고등이 켜졌다.
“아주 마음에 드는 아이에게 제자 제안을 했었는데 말이야.”
“……!”
“등룡 님! 그건……!”
율리우스는 불안감이 현실이 되자 입을 쩍 벌렸고, 매화궁주는 소스라치게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두 사람으로서는 갑자기 등룡이 새로운 라이벌(?)이 될 거라고 상상도 못 한 탓이었다.
특히 매화궁주로서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녀는 나타샤에게 펠릭스가 저지른 짓에 대해 보고를 들은 상태.
아직 테오에게 이에 대한 변명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초조해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반면에 울프강과 다른 간부들은 다른 이유로 놀라고 말았다.
-한평생 제자도 들이지 않던 등룡이 욕심을 가지는 인재가 생겼다!
그 사실만으로도, 윈터러를 들썩이게 만들기 충분했으니.
“차였단 말이지. 이 내가.”
그런데 이어지는 말에 간부들은 모두 헛바람을 들이키고 말았다.
등룡의 검을 옆에서 단 한 번이라도 견식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은 곳이 윈터러일 텐데.
그런 이들이 들으면 뭐라고 할까?
그리고.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른 인재가 누군지는 불에 보듯 뻔했다.
“너무 그동안 조용히 지냈던 모양이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인재가 생기니, 원.”
“……그것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자네는 씰룩대는 그 입꼬리나 좀 숨기고 말하지, 그러나?”
율리우스는 슬쩍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손바닥 위로 드러난 그의 눈꼬리가 크게 휘었다.
“이런, 제 실수. 보셨습니까?”
“하여간……. 그렇게 예의 바르던 친구는 어디 가고 능구렁이만 남은 겐지.”
등룡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역시 테오를 두고 율리우스와 매화궁주 간의 신경전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여간 일이 그렇게 되었다네. 최종 결과는 곧 알게 될 테지만, 이번 수석의 점수는 3,021점이라네. 다들 참고하게.”
“……!”
“……!”
“……그, 그 점수라면?”
간부들이 다시 한 번 더 강한 충격에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3천점이 넘는 점수.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적잖았으니.
등룡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지난 천 년 동안 단 한 번밖에 없었던 기록이 또다시 깨지고 만 것이지. 단 14년 만에.”
“……!”
“……!”
“……!”
꼴깍-
누군가가 긴장했던지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토르켈, 그 아이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참 궁금하긴 하구만.”
등룡의 한쪽 입꼬리가 더 크게 말려 올라갔다.
* * *
-마(魔)의 3천을 돌파한 자가 또다시 나타났다!
심판관, 등룡의 입을 빌려 퍼져나가기 시작한 소문은 윈터러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마의 3천.
이 단어는 사실 아주 오랫동안 윈터러에서 회자되던 단어였다.
그동안 매년 있었던 2차 개화식에서 3천 점을 능가하는 응시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보라색 마종의 회수,
숨겨진 구결의 습득,
속성에 대한 높은 깨달음 등.
3천 점을 달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선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워낙에 많았기에 벌어진 결과였다.
그 때문에 응시생들은 보통 1천 점만 넘어도 수석을 차지하는 편이었고,
그것만으로도 ‘수재’라는 수식어를 가진 채로 원하는 부대를 골라서 들어갈 수 있었다.
만약 2천 점이 넘는다면?
‘준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미래의 라그나르를 책임질 동량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니 사실상 3천 점이라는 벽은 아무도 깰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만 불리게 되었다.
그러던 14년 전, 마의 3천이 처음으로 깨지고 말았다.
진짜 ‘천재’가 나타났던 것이다.
-토르켈 라그나르.
현재 차기 가주 위에 가깝다고 평가받는 5대 후보 중에서 가장 젊은 후보.
흑색철기대의 대장으로, 수많은 전장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 젊은 검사들로부터 제일 큰 지지를 받는 이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했다.
토르켈 이후로, 그 누구도 이 마의 벽을 깨뜨리지 못할 것이라고.
다른 응시생들은 택도 없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였다.
그런데,
그런 평가가 또 무참하게 깨지고 만 것이다.
그리고.
-수석이 또 테오 라그나르라더라.
장미궁의 병신이 그 소문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추가로 더해졌을 때는 모두가 침묵하고 말았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서.
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하지만 그런 침묵은 또 얼마가지 않아 깨지고 말았으니.
그때쯤 흑색철기대에서 토르켈을 대신한 성명 발표가 있었다.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친구.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3차! 마지막 3차 시험이 어떻게 될지 알아봐야 해!”
“가주님은? 가주님은 그 친구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지?”
“동백궁! 테오 라그나르의 어미가 동백궁에 있다고 했지? 사람 빨리 보내, 어서!”
“테오 라그나르가 츠바이핸더를 들고 다닌다던데, 그거 만든 곳이 바스크 공방이라며? 그 만한 검을 또 만들 수 있는지 문의 넣어봐, 어서!”
모두가 바쁘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귀추를 주목했다.
마지막 3차 시험으로.
* * *
3차 개화식은 짧은 휴식 뒤에 곧바로 진행되었다.
“3차 시험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응시생들은 모두 심판관의 직분으로 돌아온 등룡의 등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들은 현재 다음 시험 장소로 이동 중이었다.
꼴깍!
누군가가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렸다.
“몇몇은 이미 알고 있는 눈치로군.”
심판관이 피식 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가주와의 일검대련이다.”
“……!”
“……!”
“……가, 가주님을 직접 배알할 수 있단 말씀이십니까?”
라그나르의 수련검사에게 있어 ‘가주’라는 존재는 너무나 까마득하게 멀고도 높은 별 같은 존재였다.
그런 이를 직접 볼 수 있다?
당연히 떨릴 수밖에.
실제로 몇몇은 선망에 젖은 눈빛을 가지기도 했다.
“그래. 일단은.”
다만, 대답하는 심판관의 말투는 어딘지 모르게 묘했다.
긍정적이면서도, 어쩐지 씁쓸해하는 것 같은…….
다만, 그런 미묘한 변화를 눈치 챈 사람은 테오밖에 없었다.
‘등룡과 가주의 갈등…… 아주 유명했었지. 다들 쉬쉬하고 있지만.’
테오가 쓴웃음을 짓는 동안, 등룡의 설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너희들 중 대다수는 가주의 발끝도 보지 못할 것이다. 가주가 풍기는 살기를 뚫고 직접 그 앞에 서야 하니까.”
웰링턴이나 에리카는 잔뜩 긴장한 듯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다른 대다수 응시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주가 풍기는 살기가 두렵다고 해도, 공격이 아닌 단순한 기세일 뿐일 텐데 그걸 뚫지 못할까 싶었으니까.
“거기까지 성공한다면, 가주가 직접 일검을 하사할 것이다. 거기서 무엇을 깨달을 지는 온당한 자신의 몫. 그 깨달음의 격차에 따라 점수가 차등적으로 매겨질 테니 참고하도록.”
응시생들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일검대련 이후에 전후 변화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면, 이번에는 충분히 자신들도 수석을 차지할 만한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아버지와 또 만날 수 있단 말이지?’
테오는 몇 달 전에 가주 카일과 마주했을 때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때 느꼈던 희열, 흥분, 긴장감.
그리고,
-빛살을 처음 마주했을 때에 느꼈던 환희.
그 순간을 다시 만끽하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카일이다.
수호룡 로드브로크에게 드래곤 하트를 강탈한 게 누구냐고 물었을 때 들었던 답변.
-그런데도 그런 모든 굴레를 부수고 찢어버려 가주직에 오른 몇 안 되는 입지적인 능력을 지닌 존재이지. 날 이렇게 만든 못된 놈이나, 그 능력과 의지만큼은 높이 살 만하다.
-그러니 인간으로서 너는 네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겨도 된다. 네 아버지는…… 그래. 인간의 몸을 하고 있되, 인간이 아닌. 그러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존재로 신의 경지를 바라보는 괴물 같은 인간이니.
로드브로크는 카일에 대해 고평가를 하기도 했다.
반편이의 몸으로, 인간의 한계를 부순 진정한 괴물이라고.
‘다시 한 번 더 선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아직 수호룡의 계약자라는 사실은 숨겨야 하니 이를 드러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카일쯤 되는 존재라면 상대방이 먹은 마음가짐 정도는 충분히 꿰뚫어 볼 수 있는 법이었다.
-가주는 적인가, 아군인가?
카일에 대한 숨겨진 비밀을 알 수 없기에.
테오는 아직 마음가짐을 완전히 이렇다 할 만하게 확립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던 그때였다.
“자, 그럼 3차 시험 시작이다.”
갑자기 심판관이 앞으로 쭉쭉 내달리다 말고 툭 하고 말을 던졌다.
응시생들은 저기 다가오는 건물에 집중하고 있다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지도 못했다.
쿠웅……!
테오와 모든 응시생들의 머리 위로 강한 압박이 내려앉았다.
어깨를 부수고, 폐부를 쥐어짜는 듯한 압박.
“컥!”
“쿠르륵……!”
대다수 응시생이 입에 게거품을 문 채로 기절해 쓰러졌다.
그나마 서 있는 이가 다섯.
테오, 웰링턴, 레이, 에리카, 홀커스였다.
“제기라아아아알! 이게 대체 뭐야아아아!”
홀커스는 힘으로 어떻게든 압박을 떨쳐보려 애쓰는 듯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압박은 더욱더 거세지면서 그의 어깨를 짓눌렀으니.
쿵!
결국 그의 한쪽 무릎이 버티지 못하고 지면을 찍고 말았다.
‘드래곤 피어와…… 닮았어.’
테오는 사위를 짓누르는 이 압박감이 던전에서 느꼈던 것과 사뭇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그것과는 도저히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파괴력을 갖고 있지만.
그 원리를 안 것만으로도 카일이 어째서 이런 성질의 힘을 보일 수 있는지를 알 것 같았다.
‘로드브로크의 드래곤 하트를 아버지가 드신 거였어!’
카일이 있을 산등성이 꼭대기 산장이,
지금 테오의 눈에는 용이 똬리를 튼 채로 앉아있는 둥지처럼 보였다.
바로 그때.
띠링!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