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5)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5화(5/224)
테오 라그나르 (5)
‘아……!’
테오는 자기도 모르게 탄식을 흘리고 말았다.
조금 전까지 자신이 겪고 있었던 ‘삼매경’이 검사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 순간이었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때에 따라서는 경지를 몇 단계나 뛰어넘을 수 있는 중요한 상황.
실제로 테오는 그동안 대충 감만 잡고 있던 비전 검술의 실마리를 잡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진입하려던 찰나에 방해를 받게 된 셈이니.
당연히 테오의 얼굴에는 짜증이 단단히 어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건 렌던 쪽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에게 한 소리를 들은 모양이군.’
항의라도 하러 왔나?
테오는 한순간 녀석과 드잡이질을 하는 게 전부 부질없게 느껴졌다.
자신이 삼매경에 젖어 있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머저리가 아닌가.
말을 섞고 있는 게 시간 낭비였다.
그 시간에 다시 비전 검술에 집중하는 게 백 배 더 낫지.
테오는 랜던 쪽으로 시선도 주지 않고 다시 기수식을 갖추면서 말했다.
“아직 남아계셨습니까?”
“무슨……!”
“어머니께 들으신 것 아니십니까? 분명히 오늘 아침까지 방을 비워달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그건!”
“보시다시피 제가 좀 바쁩니다. 다른 용건이 없으시다면 이만 떠나주십시오.”
렌던의 얼굴이 분노로 더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여태 속으로 반병신 취급하던 테오에게 무시를 당하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을 수밖에.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테오는 다시 걸음을 천천히 옮기면서 츠바이핸더를 휘두르고 있었다.
<용의 세 발톱>.
실패했던 검술에 다시 도전하려는 것이다.
* * *
테오의 모습은 렌던의 화를 더 부채질하게 만들었다.
‘이 병신 새끼가 감히 내 앞에서……!’
라그나르 직계 혈족의 스승이라는 타이틀은 항상 어딜 가더라도 ‘먹어주는’ 타이틀이었다.
렌던은 그걸 절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안 된다면 협박이라도 할 참이었는데, 때마침 테오가 되도 않게 검술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와 자신의 격차를 몸소 깨닫게 해주면 되지 않을까?
파앗!
렌던은 즉각 허리춤에 매달고 있던 검을 빠르게 뽑아 휘둘렀다.
목표는 테오의 목.
‘피부에 상처라도 조금 내주면 알아서 겁에 질려 자지러질……!’
하지만 렌던의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갑자기 테오의 츠바이핸더가 지면 위를 가른다 싶더니 불쑥 렌던 앞으로 튀어나와 공격을 튕겨냈으니까.
차아아앙!
“……!”
무지막지한 힘이었다.
렌던은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통증에 화들짝 놀라 뒤로 주춤 물러섰다.
그 순간, 테오의 날카로운 시선이 렌던에게로 향했다.
움찔!
렌던은 아주 잠깐이지만 테오의 기백에 가슴이 철렁이는 것 같았다.
“더.”
“무슨……?”
“더 덤벼보라고.”
테오의 눈동자가 다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첫 번째 검술을 터득하는데 성공했습니다. (1/10)] [근력이 2만큼 올랐습니다.] [체력이 1만큼 올랐습니다.]망막 한가운데에 떠오르는 메시지들.
단순히 공격을 막는 것만으로도 검술을 터득했다고 판단한다?
거기다 신체 능력까지 올라?
실제로 몸에 힘이 부쩍 실리는 게 느껴졌다.
이미 테오는 메시지들이 가진 신비한 능력에 한껏 매료된 상태.
그럼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이참에 아예 뽕을 뽑아야지.
지글지글.
테오의 눈에 처음으로 렌던이 황금 고블린으로 보였다.
‘그깟 공격 한 번 막았다고, 나를 무시해? 병신 새끼가 진짜 죽으려고!’
파앗-
렌던이 이를 악물며 빠르게 움직였다. 테오가 자신을 놀린다고 여긴 것이다.
반면에 테오는 침착했다.
그는 모든 감각을 렌던에게 집중시켰다.
녀석의 호흡. 동공의 움직임. 사용되는 근육. 발자국의 방향. 검의 각도…….
그 방대한 양의 정보들이 빠르게 테오의 눈에 잡혔다.
‘오러 하트 속의 마력량이 이전보다 훨씬 늘었어. 덕분에 동체 시력도 빨라졌고.’
전반적인 육체의 기능이 모두 상승해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쉽게 판단할 수 있었다.
어떻게 대응할지.
‘<어릿광대의 유희>의 세 번째 초식을 뒤집어서 막는다.’
츠바이핸더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맹렬한 기세를 뿌리던 앞선 검술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검술.
채애애앵-
렌던의 공격은 역시나 이번에도 막혔다.
‘확실해. 검에 실리는 힘이 강해졌어. 호흡도 한결 편해졌고.’
절대 착각이 아니었다.
렌던이 크게 휘청거리면서 밀려나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이걸로 확신할 수 있었다.
싸우면 싸울수록.
검술을 터득하면 터득할수록.
자신은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띠링!
[두 번째 검술을 터득하는데 성공했습니다. (2/10)] [민첩이 1만큼 올랐습니다.] [지능이 1만큼 올랐습니다.]이번에도 역시나 메시지 창과 함께 육체에 변화가 일어났다.
근육이 단단하게 조이고,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
‘그럼 속도도 빨라지나?’
테오는 여태 방어만 하던 것에서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공격을 시도해보았다.
탁!
지면을 박차는 각력에 실리는 힘이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당연히 렌던 앞에 도착하는 시간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고.
“……흡!”
렌던 역시 깜짝 놀란 나머지 두 눈을 부릅뜨며 황급히 검을 안쪽으로 거두려했지만.
그보다 먼저 냉정을 되찾은 테오가 녀석의 안쪽으로 젖혀 들어가고 있었다.
츠바이핸더가 녀석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역발산기개세>.
오로지 힘에만 충실한 비전 검술이었다.
콰아앙!
“아아악!”
렌던은 아슬아슬하게 그 공격을 겨우 막고, 서너 발자국이나 밀려나고 말았다.
그러다 뭐라도 잘못 밟은 건지 뒤로 벌러덩 나자빠지고 말았으니.
[세 번째 검술을 터득하는데 성공했습니다. (3/10)] [근력이 1만큼 올랐습니다.] [민첩이 1만큼 올랐습니다.] [운이 2만큼 올랐습니다.]‘운까지?’
파핫.
테오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시시각각 강해지는 것을 몸소 실감할 수 있었다.
‘이것이…… 메시지의 힘. 그리고 라그나르의 재능.’
이건 단순히 메세지가 능력치를 변화시켜주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라그나르의 육체가 가진 재능이 기민한 판단력과 대처 능력, 그리고 반사 신경을 강화시키면서 메시지와 같이 어울려 상승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거기다 오러 하트가 주는 힘도 있고.’
메시지.
라그나르의 재능.
용의 심장.
이 세 가지가 있는 한.
테오는 무한대로 강해질 수 있었다.
‘이길 수…… 있을지도.’
덕분에 테오는 단순히 렌던과 대련만 하려던 것에서 이제 ‘승리’까지 욕심을 내고 있었다.
“죽여버린다, 죽여버린다, 죽여버린다아아아!”
한편,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였던 렌던은 이제 두 눈이 헤까닥 뒤집혀버린 상태였다.
쐐애애액!
녀석의 눈빛에 어린 것은 명백한 살의였다.
하지만.
테오는 여전히 흔들리는 기색 하나 없이 무심하게 츠바이핸더를 든 채로 몸을 움직였다.
촤아아악!
* * *
‘또 빨라졌다.’
율리우스는 테오와 렌던의 대련 아닌 대련을 보면서 눈을 반짝였다.
처음 렌던이 테오의 깨달음을 방해하고 시비를 걸 때까지만 해도 제지를 하려 했었다.
렌던이 아무리 사기꾼이라고 해도, 그 역시 2성 초입의 검사. 갓 검을 쥐기 시작한 초보자가 감당할 만한 수준은 절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율리우스는 그런 생각을 오래 가지 않아 도로 접었다.
‘싸우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감각이 날카로워지고 있어. 자세는 안정화되고.’
분명히 겉보기에 승부는 렌던이 우위로 보였다.
렌던이 테오를 정신없이 몰아붙이고, 테오는 이를 방어하는 게 고작이었으니까.
하지만 눈빛이 달랐다.
렌던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면서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는 데 반해, 테오는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면서도 간간히 반격을 가할 때마다 렌던이 화들짝 놀라 주춤 물러서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삼매경에서 상승 검술에 대한 단서를 얻은 거다! 저 어린 나이에 벌써 저런……!’
율리우스는 그걸 보고 깨달았다.
테오는 렌던과 대련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교보재. 자신이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 개 같은 새끼가아아아!”
렌던도 그걸 눈치챘는지 악에 바친 얼굴이었다.
‘이게 가능한 일이라고?’
초보자가 2성 검사를 상대로 ‘검술 연습’을 하다니.
아무리 라그나르의 재능이 대단하다고 해도, 이건 상식 이상이지 않은가?
‘천재. 천재다.’
메시지의 존재를 모르는 율리우스의 오해는 이제 커질 대로 커져 테오에 대한 갈망으로 변했다.
저런 친구라면 어떻게든 손에 넣어야 하는데.
츄릅.
율리우스는 자기도 모르게 군침을 다셨다.
“…….”
그걸 옆에서 보고 있던 이블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양반 또 병이 도지셨네.
소싯적 율리우스의 별명이 떠올랐다.
-인재 욕망가…… 아니, 수집가.
그는 인재를 보면 절대 사족을 못쓰는 양반이었다.
* * *
“마, 말도 안 돼……!”
렌던은 봉두난발이 되어 지쳐 쓰러지는 동안에도 도무지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투였다.
[열 번째 검술을 터득하는데 성공했습니다. (10/10)] [근력이 2만큼 올랐습니다.] [운이 1만큼 올랐습니다.]테오는 승리가 주는 여운에 한껏 취해 있었다.
손끝 하나하나, 발끝 하나하나가 넘치는 아드레날린으로 찌릿찌릿하게 울렸다.
라그나르의 검사들은 항상 이런 기분에 도취되어 사는 걸까? 그런다면 그동안 그들이 싸움에 미쳐있던 것이 이해가 되었다.
처음 이 기분을 만끽하는 자신도 이럴진대,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하지만 테오에게 가장 짙은 여운을 남기는 건 따로 있었다.
승리감.
고양심.
성취욕.
첫 번째 인생이 이어 전생, 그리고 현생에 이르기까지. 난생처음으로 이 손으로 뭔가를 해냈다는 사실이 그를 고무케 했다.
렌던을 처음 상대할 때까지만 해도 뒤졌던 실력은 이제 렌던을 압도할 정도가 되었다.
말도 안 되는 가파른 성장이었다.
‘드디어 내가 해낸 거야. 난…… 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테오가 이번 인생에서 얻은 가장 큰 결실이 아닐까.
[축하합니다! 튜토리얼 퀘스■ #7을 무사히 성공하였습니다.] [평가: A+] [보상으로 ‘■■■의 팔■’를 얻었습니다.] [평가에 따른 추가 보상으로 <관찰> 권한을 획득했습니다.]관찰?
그러다 떠오른 새로운 메시지에 테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력 보상은 이제 끝났나? 아쉬운데.’
하지만 왠지 이번 추가 보상도 그에 못지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건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관…… 찰?’
테오가 쓰러진 렌던을 보면서 작게 중얼거린 순간.
[‘렌던 하비’를 관찰합니다.]+
렌던 하비 (32세/남)
· 칭호: 사기꾼 용병
· 재능: 협잡질
· 상태: 예상하지 못한 패배로 인한 실의, 혹은 분노
+
‘……이건 사람에 대한 신상 정보잖아?’
아무래도 <관찰>한 대상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능력인 것 같았다.
대상이 지닌 재능은 물론, 현재 상태까지 출력할 줄이야.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아주 큰 무기가 될 것 같았다.
‘그럼 내 것도 볼 수가 있나?’
하지만 테오는 정작 자신에 대한 정보는 열 수가 없었다.
애당초 <관찰>이라는 행위가 제3 자가 되어야 가능한 일인데, 본인을 그렇게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번에는 글자가 깨진 부분도 전혀 없고. 이전과 뭐가 달라진 거지?’
테오는 순간 드는 의문을 꾹 누르면서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렌던의 ‘상태’에 나와 있는 내용이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패배로 인한 실의, 혹은 분노.
‘예나 지금이나. 끝까지 마음에 안 들어.’
“이만하면 된 것 같으니 오늘까지 방 빼도록 해. 이 이상 들러붙는다면 율법검사들을 부를 테니.”
율법검사는 가문의 내부 규율과 치안을 담당하는 이들이었다.
가주를 제외하면 원로들에 대해서도 처벌권을 갖고 있어 가솔들에게는 저승사자로 통할 정도였다.
렌던도 그들에 대한 악명은 들었던지 고개가 아래로 툭 떨어졌다.
휙-
테오는 더 이상 녀석에 대한 관심을 거두고 몸을 돌렸다.
원래대로라면 검술 훈련을 지속해야겠지만, 지금은 터득한 검술들에 대한 복기가 더 중요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 개 같은 새끼가! 죽어!”
갑자기 렌던이 고개를 번뜩 들더니 뭔가를 테오의 등 쪽으로 던졌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암습이었다.
‘……!’
실의에 빠져있는 척했던 게 암기를 꺼내려는 수작이었나.
테오가 황급히 몸을 돌리려 했지만, 이미 비수는 얼굴 쪽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쿵쿵쿵쿵!
용의 심장이 그만큼 빨라지면서 주변의 시야가 한껏 느려진다 싶던 바로 그때.
번쩍-
하늘에서부터 섬광이 떨어진다 싶더니,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튕겨냈다.
차아아앙!
그러면서 드러나는 모습.
눈빛이 호랑이처럼 사나운 중년인이 테오 앞에 서 있었다.
“백갑…… 용기대장?”
율리우스 라그나르.
가문에서도 손꼽히는 서열을 가진 그가 여긴 왜?
테오가 의문을 드러내기도 전에.
“승부란 말이오. 마지막까지 조심해야 하는 것이오. 검사에게 있어 가장 위험한 순간은 전투 중이 아니라, 이겼다고 생각해서 방심하고 있을 때이니. 그리고-.”
율리우스는 덤덤한 목소리로 테오에게 가르침을 주면서도, 목소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나운 기세로 검을 휘둘렀다.
“한 번 독하게 손속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마지막까지 독하게 먹으시오.”
율리우스의 검에서부터 섬광이 번뜩인다 싶더니, 발출된 오러가 단숨에 렌던의 목을 가르고 지나갔다.
스걱-
푸우우우!
시뻘건 피 분수가 연무장 바닥을 더럽혔다.
독기에 가득 찬 렌던의 얼굴은 여전히 자신이 죽은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 같았다.
“아아악! 연무장이 더러워졌어! 대장님! 갑자기 그렇게 손을 쓰시면 어떻게 해요! 그거 제가 청소해야 한단 말입니다!”
뒤에서 울리는 제4 연무장 관리자, 이블린의 비명을 무시하고서.
율리우스가 테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친 곳은 없으시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