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58)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58화(58/224)
지명식 (3)
율리우스는 별다른 기세를 풍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걸음걸이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이 작지 않았다.
“우와…… 마룡, 마룡이야! 마룡이 오고 있다고……! 테오난 전투와 카자흐 섬멸전의 영웅이……! 이거 실화냐, 레알 참 트루냐고……!”
“제발 가만히 있어, 좀! 쪽팔려 죽겠으니까!”
에리카는 안절부절못하는 홀커스를 어떻게든 뜯어말렸지만, 그래도 호들갑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9룡을 선망했던 그로서는 지금 이 자리가 너무나 꿈같았던 것이다.
기수와 대원들은 그런 홀커스가 귀엽다는 듯이 피식피식 웃었다.
‘이것이…… 마룡.’
하지만 내색하지 않아서 그렇지, 놀라기는 테오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자신에게 옆집 삼촌 같은 푸근한 모습만을 보여주던 율리우스의 진면목이 너무나 커 보였으니까.
-닮고 싶다.
그런 생각에 테오의 눈동자가 형형히 빛났다.
“모두 같은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한다.”
율리우스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아주 작은 목소리였지만, 좌중을 휘어잡는 무게가 담겨 있었다.
이곳은 백갑용기대.
외부와 다르게 지금은 대장으로서 자연스럽게 하대를 하고 있었다.
“다른 부대와 다르게, 우리 백갑용기대는 항상 스스로를 ‘가족’ 혹은 ‘형제’라고 말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목숨을 맡길 수 있는 존재라고 여기면서 산다는 뜻이지.”
가족.
혹은 형제.
테오는 그 단어가 유달리 강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당장 감이 잘 잡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같이 생활을 하다 보면 금방 알게 될 테니 걱정 말고 다른 형제들을 잘 따라주었으면 좋겠다.”
“예, 알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테오와 랑케 남매가 우렁차게 대답했다.
율리우스가 웃으면서 슬쩍 옆에 있던 기수를 돌아보며 물었다.
“내 딴에는 짧게 말한다고 한 건데. 이 정도면 괜찮나?”
“조금 지루할 뻔했습니다만, 이만하면 아슬아슬하게 세이브입니다.”
“후우, 다행이군.”
가벼운 만담 같은 모습.
군기가 잡혀있어도 때때로 자유분방한 백갑용기대의 평상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율리우스는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세 신입들을 차례대로 훑어보았다.
먼저 홀커스.
“그럼 꼰대의 훈화 말씀은 여기까지 하고. 여기를 지명하게 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
홀커스는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키면서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율리우스는 덩치가 산만한 녀석이 잘게 떠는 모습이 귀여워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머, 멋있어서 왔습니다!”
“멋있다?”
“예! 백갑, 백검, 백룡…… 저, 전부 어린 시절부터 제 서,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홀커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테오를 훔쳐봤다.
테오가 백갑용기대를 지명한 것은 사실 그에게도, 에리카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모두 충격적이었다.
다른 모든 좋은 제안을 거절하고 말단부터 시작하겠단 뜻이었으니까.
하지만 한편으로 홀커스는 천만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테오와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데다가, 애당초 테오의 검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기 전에 가졌던 1지망이 바로 백갑용기대였으니까.
“선망의 대상과 함께 나란히 한다. 확실히 그것도 즐거운 일이지.”
율리우스는 턱을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다를 수 있다. 훨씬 살벌하고 각박하지. 특히 항상 최전선을 뛰어다니느라 죽음이 친구처럼 따라다닌다. ‘멋’과는 거리가 멀어. 그런 환상이 깨질 수도 있는데,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
율리우스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게다가 우리 부대는 다른 곳과 다르게 먼저 ‘적성 테스트’도 필요로 한다. <파트너>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지. 만약 여기서 적합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지명이 철회될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가?”
율리우스의 날카로운 시선이 홀커스를 꿰뚫는 것 같았다.
꼴깍!
홀커스는 다시 한 번 더 마른침을 삼키면서 겨우 입을 뗐다.
“그…… 정도쯤은 각오하고 있습니다.”
“각오하고 있다?”
뜻밖이라는 듯, 율리우스의 한쪽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예……! 용기사는 따지자면 공군(空軍)입니다. 그러니 평상시 파트너인 비룡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이때 기수(騎手)는 반드시 비룡이 부담을 가지지 않을 정도로 체중이 가벼울 필요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 하지만 자네는 보다시피…….”
“예. 저는 랑케입니다.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적합 판정이 안 날 수도 있다는 것도 잘 알겠군.”
“거기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해둔 바가 있습니다.”
“호오? 그게 뭔지 물어봐도 되나?”
“저, 그건…….”
홀커스의 눈동자가 데구르르 옆으로 돌아갔다.
뭔가를 숨기는 듯한 눈빛.
“그때 가서 보여주겠다?”
“예! 그렇습니다.”
“좋아. 기대하지. 그럼 그대가 갖고 있던 환상이 깨졌을 때의 각오는?”
“이건 대장님께서 잘못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백갑용기대에 대한 선망은…… 강함이니까요.”
“강함, 이라.”
“예! 백갑용기대가 지닌 진짜 ‘멋’이란 바로 불굴의 투지와 의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율리우스는 그제야 흡족하게 웃으면서 홀커스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주었다.
“좋은 대답이다. 부디 입만 번지르르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홀커스는 다행히 좋은 첫인상을 심어준 것 같다는 생각에 안도에 찬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뿌듯함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다음은 에리카 랑케.”
테오의 시선도 똑같이 에리카에게 향했다.
그 역시 랑케 가문의 소가주인 그녀가 왜 굳이 여기에 왔는지 궁금했던 탓이었다.
에리카는 대답하기 난감하다는 듯이 검지로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그럴 듯한 대답과 진짜 대답,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어떤 걸 들으시겠어요?”
“하하! 두 개나 있나? 진짜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대답은 벼락같이 돌아왔다.
“이건 또 이것대로 예상치 못한 대답이군.”
“이놈들 둘과 같이 있는 곳이면 그게 어디든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최전선에서 싸우면 금방 강해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에리카의 눈빛이 호승심으로 번뜩이자, 율리우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애도 아주 중요한 요소이지. 좋다. 그대의 지명도 우선 받아두겠다. 그대와 그대 동생, 둘 모두 부디 테스트에서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군.”
“감사합니다.”
율리우스는 뒷짐을 쥔 채로 테오 쪽을 돌아봤다.
눈빛이 어느 때보다 예리해졌다.
“이제 남은 건…… 테오 라그나르, 그대뿐이군. 사실 그대가 본 부대를 지명한 이유가 가장 궁금했었다.”
기수를 비롯해 이 자리에 있던 백갑용기대의 대원들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까?’
테오는 아주 잠깐 고민에 잠겼지만, 결국 결론을 내렸다.
진심을 다해서 말하기로.
“이곳이 제가 바라는 목적지까지 다다르는데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목적지…… 라.”
율리우스의 눈동자가 빛났다.
그는 알고 있었다.
테오가 바라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권좌.
“예. 그렇기에 저는.”
테오의 가슴 속에 담긴 무언가가 머리를 치켜들고 있었다.
“백갑용기대장이 되려고 합니다. 5년 안에.”
* * *
5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하지만 라그나르를 지탱한다는 네 개의 기둥 중 하나인 백갑용기대의 대장이 되기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테오가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다.
당장 그 자리에 앉아있는 율리우스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당연히 기수를 비롯한 대원들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번뜩였고,
랑케 남매도 이제는 미친놈을 보듯이 테오를 바라봤다.
‘쟤 왜 저래……?’
‘파하하! 진짜 미친놈이었어!’
이 자리에서 웃고 있는 사람은 율리우스뿐이었다.
“5년이라……. 아주 구체적이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나?”
이유?
이유야 확실했다.
5년 뒤에 이 세계에 무슨 일이 닥칠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므로.
‘대전란(大戰亂).’
그때가 오면 당장 자신을 비롯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모든 질서와 체계가 붕괴되고 만다.
그때부터는 정말 약육강식의 시대가 시작될지니.
그 혼란을 딛고 권좌를 틀어쥐려면, 그도 어떻게든 그 안에 기반을 모두 마련해둬야 했다.
“백갑용기대는 라그나르의 뿌리니까요.”
“뿌리……. 하긴 시조이신 시구르드께서 마해의 마물로 인해 척박했던 북방을 처음 개척하시면서 세우신 기사단이 바로 백갑용기대의 시초니까. 맞는 말이긴 맞는 말이지.”
용기사단.
로드브로크의 계약자였던 시구르드가 대장벽을 세우고, 이를 지키기 위해 세운 기사단.
용기사단은 나중에 계속 규모가 커지고 커져 끝끝내 라그나르라는 대가문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용기사단의 기존 임무는 오늘날 백갑용기대로 이어지게 되었으니.
윈터러의 많은 주민들이 백갑용기대를 응원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정통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또한, 백갑용기대의 대원들이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절대 잃지 않는 자긍심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라그나르의 검사들은 이러한 백갑용기대의 자부심을 어떻게든 깎아내리려는 추세였다.
자신들의 위세를 높이기 위해서.
테오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당신들이야말로 ‘진짜’ 라그나르의 기둥이자 뿌리라고.
“험험! 나이도 어린 사람이 보는 눈이 있으시구만.”
“흠흠흠! 맞는 말이긴 하지만, 이렇게 직접 듣게 되니 괜히 부끄러워지는 걸.”
그 덕분에 테오를 노려보던 대원들의 시선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율리우스는 그런 대원들의 반응이 귀여웠던지 가볍게 웃었다.
“그럼 그런 뿌리를 손에 넣어 너만의 입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목표인가?”
“등룡관이나 중앙기무국, 매화궁 모두 제게 과분할 정도로 너무 높은 직급과 혜택을 약속하셨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장기적으로 제게 있어 독이 될 뿐입니다.”
율리우스는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갓 수련검사가 된 열다섯 초짜가 과분한 직위를 받게 되면 당연히 주변의 시기만 살 뿐이니.
‘역시 생각이 깊은 아이야.’
율리우스는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백갑용기대는 제가 이루는 실적과 성취에 따라 얼마든지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곳. 또한, 라그나르의 뿌리이기도 하니, 그래서 지명을 하게 되었습니다.”
백갑용기대는 다른 어느 부대보다 최전선에서 활약하다 보니 연륜보다 실력을 최우선 하는 편이었다.
설사 막내 후임이라도 실력에 따라 얼마든지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모든 것이 극도로 혼란스러운 대전란 속에서.
정통성 있는 ‘뿌리’의 수장이라는 자리는 분명히 큰 입지가 되어 줄 것이다.
“그러니 이 자리까지 올라 서 보이겠다? 하하하하.”
율리우스는 테오의 자신감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들으면 허세라 할 수도 있지만, 테오가 말하니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긴장 바짝 해야겠는걸?’
마음에 드는 인재를 영입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알고 보니 호랑이 새끼를 데려온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게 5년이라는 시간을 콕 집은 것에 대한 이유는 되지 못하는데?”
테오는 이번엔 대답 없이 웃었다.
“아무 말이 없군. 어떤 계획이 있나 보지? 하긴 라그나르의 권좌를 노린다면 당장 시작해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많이 늦는 편이니 성인이 되기 전에 어떻게든 자리를 잡는 게 좋겠지.”
율리우스는 그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난 야망 있는 사람을 아주 좋아하지.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향상심을 품고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도 계속 자극을 받기 마련이거든. 하지만.”
순간, 율리우스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
“반대로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 때때로 주변 동료들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만약 네게서 그런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나는 즉결처분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한순간 살기의 해일이 테오를 뒤덮었다.
만약 허튼 수작을 부린다면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는 경고.
살갗이 따끔거릴 정도로 아팠지만…… 테오는 가볍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역시 재미없는 친구군. 쩝.”
율리우스는 거짓말처럼 살기를 거둬들이고 입맛을 다셨다.
테오가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장난을 쳐본 건데 무반응이니 김이 팍 샜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애늙은이가 따로 없었다.
“그래도 앞으로 이 친구들 덕분에 5년 동안 심심할 일은 없을 것 같아 좋군. 셀퍼드! 아린!”
백발의 사내와 체구 작은 여인이 나섰다.
셀퍼드와 아린이었다.
테오도 만난 적이 있던 개화식 시험관들.
“신입들을 모두 ‘둥지’로 인도하도록. 부대에 필요한 사항들 점검해서 안내해주고, 곧바로 테스트를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해.”
“명!”
“명!”
“버, 벌써 테스트를 치르는 겁니까?”
홀커스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너무 늦어지면 너희도 다음 지망으로 생각하는 부대를 지명하기 힘들어지니까. 서로서로 빨리 끝내는 게 낫지. 그럼 다들 건승을 비마.”
율리우스는 세 신입에게 인사를 하고는 가볍게 땅을 박차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부터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와이번이 나타나더니 율리우스를 등에 태우고 저 하늘 너머로 사라졌다.
“오?”
“저게 바로 말로만 듣던 비룡이구나……!”
감탄을 터뜨리는 랑케 남매를 보면서 셀퍼드가 피식 웃었다.
“대장님의 파트너, ‘굴라’다. 식탐과 성욕이 아주 대단한 놈이지. 그만큼 활동력도 왕성하고. 너희도 앞으로 저런 파트너를 만나게 될 거다.”
“저, 정말입니까?”
순간, 홀커스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뭐, 그것도 적성 테스트까지 모두 통과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아, 그렇군요…….”
이번엔 홀커스의 어깨가 축 처졌다.
셀퍼드는 시시각각 변하는 홀커스의 반응이 귀여워 쿡쿡 웃어댔다.
아린이 괜히 겁주지 말라며 셀퍼드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찔렀지만,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신입들에게 말했다.
“자, 그럼 이제 둥지로 넘어가야 하니까 비룡 위에 올라탈 수 있게 준비해.”
휘이익!
그때, 아린이 가볍게 아랫입술을 모아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하늘에서부터 와이번 두 마리가 내려왔다.
굴라보다 체구는 작지만, 역시나 백색 갑옷으로 무장한 녀석들.
백룡(白龍)이라는 단어가 너무 잘 어울렸다.
“적성 테스트는 아주 간단해. 지금부터 우리는 너희 세 사람을 와이번들이 사는 둥지에 던져둘 거야. 그럼 너희는 거기서 파트너로 삼을 와이번의 간택을 받기만 하면 돼. 어때? 참 쉽지?”
역시나 말투와 다르게 셀퍼드의 입가엔 장난기가 가득했다.
와이번은 하위 용종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성질이 포악하고 힘도 세기로 유명하다.
아무리 평상시 훈련이 되어 있다고 해도, 다루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 이제 준비해.”
랑케 남매가 각자 무장을 확인하는 사이, 와이번들이 조용히 지상으로 착지했다.
그런데 와이번의 수가 어느새 두 마리에서 총 세 마리로 불어나있었다.
그중 한 마리에는 이미 사람이 올라타 있었다.
테오에겐 너무나 익숙한 얼굴.
“이블린?”
“오랜만입니다, 도련님.”
백갑으로 무장한 이블린이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블린이 왜 여기에…… 아니, 그보다 팔이……!”
“아, 이거 말씀이십니까?”
이블린은 와이번의 목줄과 연결된 고삐를 꽉 쥐고 있던 왼쪽 의수를 오른손으로 쓰다듬었다.
“도련님의 어머님께서 선물로 주셨습니다.”
“……!”
그 순간, 테오의 머릿속으로 지명식 전에 키르손이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네 어머니가 오늘 호들갑이 심해도 이해해라. 지난 보름 동안 얼마나 가슴앓이를 했는지 알면 아무 말도 못 할 거다. 거기다 널 위해 준비한 ‘선물’도……!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