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59)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59화(59/224)
지명식 (4)
이블린은 제4 연무장의 멤버들이 테오의 성적을 화제로 떠들 때도 굳이 그 자리에 끼지 않았다.
율리우스가 슬쩍 찾아와도 모른 척했다.
‘개화식이 끝나면 전부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
테오가 좋은 성적을 기록할 거란 믿음이 있었기에 오히려 관심을 멀리 뒀다.
괜히 다쳤다는 소식에 마음 졸일 수 있으니.
그런데 3차 개화식이 있던 어느 날.
자신을 테오의 친모라고 정체를 밝힌 여인이 불쑥 제4 연무장을 찾아왔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테오 도련님에 대한 일은 굳이 이렇게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실 제가 아니었어도 얼마든지 재능을 꽃피우셨을 분이라 생각합니다.
이블린의 생각은 진심이었다.
자신이 테오의 검술을 교정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간을 조금 앞당긴 것에 불과할 뿐.
결국 테오는 지금처럼 찬란하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래서였나 보군요.
세실리아는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드님께서 일어나실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이제야 알게 된 것 같아요.
-외람된 질문이지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드님께서 지금처럼 빛나실 수 있었던 데에는 아무래도 검술이나 재능보다 이블린 님의 이러한 마음가짐 덕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전에 들었답니다.
세실리아는 쓰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소문으로 들어서 알고 계실 테지만, 저는 어미이면서도 그동안 어미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 죄인이랍니다. 아드님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주지 못한, 그런 못난 어미였지요.
-…….
-하지만 언제부턴가 아드님과의 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했어요. 마법과 같은 시간이었지요.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가 딱 아드님이 이블린 님을 만났을 무렵이 아니었나 싶어요.
이블린은 어쩐지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마음을 꽉 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구원(救援).
세실리아는 당신이 테오를 그렇게 구했노라고 말했다.
사실상 구원을 받은 건 자신인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이렇게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아닙니다. 저는 일개 외팔이 검사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이블린이 공손히 고개를 숙이는 세실리아를 만류하려는데,
터억!
갑자기 세실리아가 뭔가 못마땅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면서 이블린의 왼쪽 소맷자락을 붙잡았다.
-아니요. 그렇게 말씀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에요.
-무슨……?
이블린은 영문을 몰라 두 눈을 끔뻑거렸다.
-아드님은 앞으로 더욱 찬란하게 빛나며 드높은 자리에 오르실 분. 그런 분의 스승께서 이리 자신을 굽혀서는 아니 되는 것이에요.
-……!
-그리고…… 이블린 님 역시 이토록 아름답게 빛나는 분이신데 왜 굳이 스스로를 감추려 드시는 건지 이해 못 하겠어요.
두근!
이블린은 처음으로 심장이 크게 뛰는 것 같았다.
너도 아름답다.
그 말이 정신을 홀리게 만들었다.
-안 되겠어요. 시간 괜찮으신가요? 저와 어딜 같이 가주셨으면 하는데.
-어디로……?
-어디긴 어디겠어요. 당연히.
세실리아가 화사하게 웃었다.
-당신이 더 화려하게 빛날 수 있게 해줄 곳이지요. 이 세실리아가 톡톡히 가르쳐드리겠어요. 당신이 얼마나 아름답고 화려한지를.
* * *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블린은 항상 스스로를 감추는데 급급했다.
겸손이야말로 검사의 미덕이라고 배웠으므로.
그리고,
그런 마음은 한쪽 팔이 잘린 이후로 더 심해졌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도망이었는데…….
‘내 스스로가 얼마나 아름답고 화려하게 빛나는지를 깨닫기를 바란다…… 고 하셨었지.’
그러면서 세실리아가 선물해준 것이 바로 이 새로운 왼팔이었다.
휘이이-
이블린의 파트너, ‘랑구스’가 화려하게 날갯짓하며 푸른 하늘을 한껏 유영했다.
오랜만에 자신의 기수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운 모양이었다.
덕분에 이블린도 지난날 동안 알게 모르게 가슴 속에 쌓여있던 짜증과 울분을 모두 던질 수 있었다.
“……그렇게 되어서 이렇게 다시 고삐를 쥘 수 있게 되었습니다.”
테오는 이블린의 뒷자리에 탑승한 채 멍하니 그녀의 철제 의수를 바라봤다.
쓴웃음이 나왔다.
‘내가 먼저 챙겨줬어야 했던 건데. 이건 내 실수야.’
이블린에게 도움을 받을 생각만 했지, 도움을 줄 생각 따윈 전혀 못 했으니 제자로서 실격이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도와준 세실리아가 너무나 감사했다.
“그럼 감각은 모두 돌아온 거야?”
이블린은 고삐를 쥐고 있는 왼쪽 의수에 집중했다.
손가락이 조금씩 꼼지락거렸다.
“아뇨, 아직은 많은 게 서투릅니다. 하지만 신경계를 잇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원래 팔 기능의 80%까지는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블린의 목소리에는 살짝 웃음기가 묻어났다.
희망이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전부 세실리아 님과 키르손 님 덕분입니다. 특히 키르손 님의 실력은 듣던 대로 명불허전이시더군요.”
분명히 의수 제작은 처음이라고 했는데도, 바스크 공방의 마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테오 모녀 때문에 꽁돈을 너무 많이 날리게 됐다고 투덜대긴 하셨지만.
그건 모른 척하고 넘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보다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시고…… 테스트는 어떤 와이번으로 진행할 생각이십니까?”
이블린은 계속 자신의 이야기만 늘여 놓는 게 부끄러워 화제를 돌렸다.
현재 홀커스는 셀퍼드를, 에리카는 아린을 따라 각자 적성 테스트를 진행하러 간 상태였다.
“글쎄.”
테오는 지상을 굽어다 봤다.
거대한 검을 거꾸로 꽂아 넣은 것처럼 뾰족하고 높은 바위산 봉우리를 따라 수십 마리의 와이번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게 보였다.
‘저게 바로, 백룡의 둥지.’
라그나르에서는 백갑용기대에 의해 훈련된 와이번들을 ‘비룡’, 혹은 ‘백룡’이라고 부른다.
즉, 저기 있는 와이번들은 모두 라그나르의 소유라는 뜻.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부 ‘훈련’이 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대부분이 야생이었다.
“어떤 게 좋을까?”
“글쎄요. 다들 종에 따라 특성이 다 달라서……. 결국 도련님의 취향이 가장 중요합니다. 목에 붉은색 띠를 두른 개체들 보이십니까?”
“응. 붉은색뿐만 아니라, 푸른색이나 검정색도 있는데?”
“맞습니다. 와이번은 원래 크게 네 개의 종으로 나눠집니다.”
이블린의 설명에 따르면 각 4개종의 이름과 특징은 아래와 같았다.
-괴룡종(怪龍種) 옵티렉스.
와이번의 여러 종 중에서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여 하늘의 폭군으로도 불린다.
최대 15미터까지 자라며, 단단한 치악력과 발톱을 갖고 있어서 한 번 붙잡은 대상은 단번에 으스러뜨리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특히 갈빛깔의 비늘과 가죽은 너무 단단해서 웬만한 날붙이 따윈 쉽게 튕겨낸다고 했다.
-독룡종(毒龍種) 아비알라이.
덩치는 왜소한 대신에 뱀처럼 길쭉한 체구와 꼬리를 자랑한다. 사나운 성질을 갖고 있어 다루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긴 꼬리에 달린 독침은 황소도 쓰러뜨릴 정도로 강한 독성을 갖고 있으며, 때때로 채찍처럼 사용하기도 한다던가?
위기 시에는 가죽 바깥으로 보라색 독 안개를 뿌릴 수도 있었다.
-인룡종(刃龍種) 시기아.
와이번 중에서 유일하게 순한 성질을 자랑하는 종으로, 육식보다는 초식을 즐기는 편이었다. 토굴을 파는 습성이 있어 땅속에 둥지를 특징이 있었다.
평상시 날개는 앞다리처럼 사용하지만, 피막을 날카롭게 벼려 칼날처럼 사용하기도 해서 때때로 암살자처럼 땅속에 있다가 먹이를 베는 특징을 보이기도 했다.
-속룡종(速龍宗) 벨로시랩터.
4개종 중에서 가장 작은 체구를 자랑하여 아무리 커져도 3미터를 넘지 못했다. 때문에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습성이 있으며 지능이 뛰어난 편이었다.
날랜 속도와 불을 뿜어낸다는 특징이 있어서 타고난 사냥꾼이라 불렸다. 가장 많은 개체수를 자랑하기도 했다.
“각 용종별로 구분을 위해서 목에 들고 있는 띠의 색도 다르게 하고 있습니다. 괴룡종은 붉은색, 독룡종은 검은색, 인룡종은 푸른색, 속룡종은 노란색이라 보시면 됩니다.”
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백갑용기대가 와이번의 특성과 종류에 따라 조를 구성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도련님의 취향이 가장 중요합니다. 보통 취향은 상성과도 직결되어서 적성이 맞을 확률도 높아지니까요.”
“내 취향이라.”
테오는 다시 지상에 있는 와이번들을 살펴보다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여전히 보이진 않는데.’
사실 테오는 백룡의 둥지 구역으로 온 뒤부터 따로 찾고 있는 개체가 있었다.
‘영사룡(影邪龍). 그 녀석이 아마 이때쯤에 이 근방에 있었을 텐데……. 생김새가 특이하니 알아보기도 쉬울 테고.’
본격적인 대전란이 발생하고 6년 정도 흘렀을 무렵, 윈터러에 커다란 재해가 갑자기 발생하게 된다.
돌연변이 와이번이 백룡의 둥지를 급습, 백갑용기대가 오랫동안 정성스레 키운 백여 마리의 와이번들을 몰살시킨 것이다.
윈터러의 많은 검사들이 돌연변이를 사냥하기 위해 나섰지만 실패하고 말았으니.
돌연변이에게 그림자에 숨어드는 특성이 있어 물리적인 타격에 한계가 있었던 데다가,
포악한 흉성만큼이나 지능도 무척 높아 도리어 라그나르에 큰 피해만 끼치고 말았다.
결국 그날, 여덟 개의 마을이 불타고, 수십 명의 검사들이 전사했다.
이에 라그나르는 돌연변이를 2급 재해의 마물로 분류하고, 척살령을 발동했다.
이때 붙은 별명이 바로 <영사룡>.
그림자에 숨어드는 사악한 용이란 뜻이었다.
‘그리고 백갑용기대장과 매화궁주께서 직접 나선 뒤에야 겨우 잡을 수 있었지.’
9룡 중 두 명이나 동원해야 할 정도로 강했던 것이다.
그리고,
흑설은 그 뒤로 같은 피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영사룡의 근원지를 찾으려 뒷추적을 개시했다.
덕분에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중 첫 번째가 바로 영사룡이 사실 오래전 백룡의 둥지를 탈출한 와이번이었다는 것.
‘짙은 회백색의 가죽과 비늘, 그리고 웬만한 괴룡종보다 큰 체구가…… 없어. 안 보여. 대체 어떻게 된 거지?’
테오가 영사룡을 찾는 것은 이왕에 뽑을 파트너가 강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사실 한 번쯤 녀석을 실물로 직접 보고 싶었던 마음이 가장 컸기 때문이었다.
영사룡에 알아냈던 두 번째 사실.
바로 백룡의 둥지 시절에 녀석이 무리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었다는 것.
‘내가 뭔가를 잘못 기억하고 있나? 아냐. 그럴 리가 없어.’
당시에 추적 보고서를 작성했던 사람이 바로 테오였기에 영사룡의 습성에 대해서 그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었다.
‘영사룡이 둥지를 탈출했던 데에는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무리에 섞이지 못했던 탓이 가장 컸었으니까……!’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이블린, 혹시 외곽 지역 쪽도 살필 수 있을까?”
“가능하긴 합니다만…… 너무 바깥쪽으로 나가게 되면 마해가 가까워지기 때문에 얼마 가지 못합니다.”
“그래도 부탁할게.”
이블린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테오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알겠다면서 고삐를 꽉 쥐었다.
보통 파트너란 직감적으로 꽂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결국 랑구스는 더 높이 날아올라 백룡의 둥지 영역 외곽으로 빠르게 향했고,
여러 개의 바위산 둥지가 발아래로 스쳐 지났을 무렵이 되어서야 테오의 눈이 빛났다.
‘찾았다.’
저 멀리.
십여 마리의 와이번에 둘러싸인 채로 하악질을 해대는 회백색의 와이번이 보였다.
카아아악!
“저것들이 또……!”
그 순간, 이블린의 인상이 살짝 구겨졌다.
아무래도 녀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
“저 회백색 와이번에 대해서 알아?”
테오가 슬쩍 던진 질문에 이블린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백갑용기대에서 나오기 전부터 따돌림을 받던 녀석입니다. 그래서 부대 차원에서 몇 번씩 격리를 시도해보기도 하고, 무리를 바꿔보기도 했지만…….”
“계속 쭉 저 상태였던 거구나.”
이블린은 깊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이었다.
“안타까운 아이예요. 너무 어렸을 때 자기를 보호해줄 어미를 잃어버린 데다가,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무리에서도 늘 배척을 받았었구요. 죽을 뻔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만약 타고난 덩치나 능력이 아니었다면…… 하아!”
뒷말은 듣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알 것 같았다.
다만, 테오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어미를 잃었었다고?”
“예. 난산 때문이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태어나는 게 불가능한 아이였거든요.”
“그게 무슨 말이야?”
“저 아이의 아버지, 같은 와이번이 아닙니다. 비퍼에요.”
순간, 테오의 눈이 커졌다.
“비퍼라면 마해에서도 심처에 사는 1급 마물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와이번과……? 아니, 애당초 종도 다르지 않아?”
1급 마물은 태풍이나 폭우 같은 자연재해와 같이 취급된다.
단 한 마리라도 대장벽을 넘게 된다면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는 자연재해.
비퍼는 그중에서도 숲 지대의 그림자 속에 사는 유령종으로, 일정한 형체 없이 돌아다니면서 산 생명들의 목숨을 빼앗는다.
“저 역시 자세한 건 모릅니다. 다만, 저 아이가 태어났을 때 백갑용기대에서도 아주 큰 이슈였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테오는 가만히 영사룡을 바라봤다.
녀석은 다른 와이번에 비해 머리가 두어 개쯤은 더 컸지만, 무리 앞에 장사 없다고 여기저기에 상처가 가득했다.
개중에는 아물어가는 상처도 더러 보였다.
무리에서 학대를 아주 오랫동안 받았다는 뜻이었다.
‘역시 여전하구나.’
그 모습이 테오의 가슴에 유독 깊게 와 닿았다.
마치 전생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어디에도 섞이지 못하고 주변부만 뱅글뱅글 맴돌던, 자신의 모습.
‘……한창 뒷조사할 때 나도 모르게 계속 끌렸었던 게 바로 저런 것 때문이었지.’
테오는 이를 악물면서 천천히 염동력을 발동했다.
‘그러니.’
스스스-
네 자루의 데스비트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다른 삶을 살게 해주마.’
-내가 그러고 있는 것처럼.
“저 아이 이름, 뭐야?”
이블린은 영사룡을 구하기 위해 랑구스를 재촉하려다 말고, 황급히 뒤쪽을 바라봤다.
테오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교룡회와 전쟁을 치를 때처럼.
“……‘움브라’. 움브라입니다.”
그림자라는 뜻의 고어(古語)였다.
“그림자라…… 좋은 이름이네.”
“도련님, 설마?”
“어. 저 녀석으로 하려고. 먼저 간다.”
어떻게 간다는 건지 물을 새도 없었다.
테오는 이미 옆으로 몸을 기울여 지상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그리고,
파바바박!
테오가 하늘 위를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데스비트를 징검다리 삼아서.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