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6)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6화(6/224)
잠룡은 이제 기지개를 켠다 (1)
테오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한순간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멋있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렌던을 상대할 때에는 그토록 많이 보였던 빈틈이 율리우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손동작 하나하나, 검의 움직임 하나하나, 오러를 뽑는 순간 하나하나, 모두가 눈에 선명하게 남는 것 같았다.
-저렇게 되고 싶다.
불쑥 드는 그런 생각을 뒤로 한 채, 테오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황급히 예를 갖췄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다치지 않았습니다.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은혜는 무슨. 다 같은 라그나르의 가족이 아니오? 가족이 위험에 빠졌는데 돕는 건 당연하지.”
가족.
그 단어가 테오의 가슴에 확 꽂혔다.
“흠흠! 뭐, 그래도 정 은혜를 갚고 싶다면…… 흠흠흠! 개화식 뒤에 백갑용기대로 가입하면 될…… 흠흠!”
율리우스가 가볍게 헛기침을 하면서 말하는데, 어쩐지 말투와 다르게 눈빛이 아주 강렬했다.
흠칫!
테오가 자기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을 칠 정도로.
‘왜 저런 눈빛을……?’
자신에게 도와준 걸 봐서는 해코지를 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그러다 문득 관찰에 생각이 미쳤다.
또한, 이만큼 커다란 거인은 과연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을까 싶은 궁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관찰.’
[‘율리우스 라그나르’를 관찰합니다.]+
율리우스 라그나르 (41세/남)
· 칭호: 마룡(魔龍)
· 재능: 리더십. 검술 천재. 인재 수집욕. 지고지순한 사랑.
· 상태: ‘테오 라그나르’를 수집…… 아니, 영입하고 싶어 한다.
+
‘나를?’
언제나 무시 받는 삶만 살았기 때문에 이만한 사람의 관심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왜?’였다.
율리우스가 봤을 때는 아직 초보 딱지도 못 뗀 입문자에 불과할 텐데.
“대장님이 갑자기 나타나셔서 놀라신 것 같은데, 우리 대장님 무서운 분 아니시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테오는 여전히 얼떨떨한 기분으로 있다가 뒤에서 어깨를 두들기는 손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블린.”
“조금 전의 대련, 멋있었습니다. 다만, 여기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좀 그럴 것 같은데…… 우선 자리부터 옮기시겠습니까? 대장님도 도련님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고요.”
[‘율리우스 라그나르’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운이 2만큼 올랐습니다.] [‘이블린 네레빌’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운이 1만큼 올랐습니다.]그러면서 이블린이 슬쩍 한쪽 눈을 찡긋거리는데, 정말 율리우스의 관심이 농담이거나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테오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어떻게 백갑용기대장이 자신의 대련을 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위로 올라가고 싶어 하는 그의 바람이 생각보다 일찍 이뤄질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 * *
테오와 렌던의 승부에 관한 소식은 단숨에 가문 전체로 퍼졌다.
-장미궁에 있는 병신 새끼가 제 스승의 목을 쳤다더라!
장미궁은 가주의 하렘이 설치된 궁전으로, ‘장미궁의 병신’은 보통 암암리에 검사들 사이에서 테오를 비하할 때에 쓰는 멸칭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 병신이 자신의 검술 스승과 대련에서 떳떳하게 이겼단다.
당연히 관심이 생길 수밖에.
물론, 그 사실에 대해 의심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지만.
-그거 혹시 거짓말 아냐?
-왜?
-개화식이 몇 달 안 남았으니까, 장미궁의 병신이 개수작 부린 걸 수도 있잖아?
-아, 근데 그건 또 아닌가 봐.
-응? 왜?
-그 자리에 백갑용기대장이 있었다던데?
-뭐? 진짜?
율리우스가 참관했다는 소식이 더해지자 신빙성을 얻게 되었다.
혹자는 자신의 검술 스승을 어떻게 해칠 수 있냐고 혀를 차기도 했지만, 얼마나 스승이 못났으면 제자한테 지겠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관심과 소문은 딱 거기서 끝났다.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어차피 사람들에게 테오에게 기대하는 수준은 거의 없었으니.
렌던의 인지도도 딱히 높지 않았기에 소문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최근 들어 아주 조금씩이지만 테오에 대한 소문이 알게 모르게 자주 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 * *
그날 저녁.
“어떻게 생각하나?”
“뭘 말씀이십니까?”
“오늘 나눈 이야기.”
율리우스는 이블린을 따라 제4 연무장 관리실로 들어오면서 테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블린은 자신의 허락도 없이 와인 선반에서 가장 비싼 와인병만 골라 꺼내는 율리우스를 살짝 도끼눈으로 노려보면서 대답했다.
“생각이 깊으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손에 드신 거…… 진짜 드시려는 건 아니죠?”
“그렇지? 역시 세간에 퍼진 소문이라는 건 믿을 게 못 되더군.”
뽕!
율리우스는 힘으로 가볍게 코르크를 뽑으면서 피식 웃었다.
아아악!
옆에서 이블린이 비명을 질렀지만, 그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재미난 만남이었어.’
콸콸콸.
유리잔에 채워지는 붉은 와인 위로 당시의 만남이 떠오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과분한 제안을 주신 건 감사합니다만, 아직은 어딘가에 얽매이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영입을 위한 별도의 자리를 가졌을 때, 테오는 자신의 대답부터 내놓았다.
율리우스와 이블린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백갑용기대라면 라그나르 가에 몸을 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기를 바라는 선망의 대상이었으니까.
백갑용기대는 절대 단순한 기마대가 아니었다.
용기사(Dragoon).
화려한 백색 갑옷을 입고, 특수하게 훈련된 와이번에 올라탄 채로 북방의 하늘을 지킨다는 존재들이었다.
그들이 하늘에 뜨면, 마해(魔海)의 괴물들도 숨을 죽일지니.
오로지 라그나르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 병단이기에 외부에서도 그들을 높이 평가한다.
그래서 내심 테오도 어렵지 않게 포섭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는데.
설마 별다른 제안 조건도 듣지 않고 다짜고짜 거절할 줄이야.
“인성에 재능, 게다가 겸양까지. 확실히 그런 인재는 어디서도 못 구하는데 말이지. 대체 어떻게 하면 낚아챌 수 있을까?”
“아, 아아…… 내 술이……!”
“딴 놈들이 눈독 들이기 전에 가져와야 할 텐데. 여태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직접 처음으로 차여보니, 머릿속이 멍하단 말이지.”
“저, 저기 대장님? 자, 잔이 너, 넘치려는 것 같습니다만……?”
“자랑으로 보일 수 있겠네만, 그래도 남자든 여자든, 내 일생에서 차여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단 말일세. 그래서 그런가, 이렇게 되니까 더 가지고 싶은 욕망이 마구마구 샘솟는단 말이지. 흠!”
“……제발 제 말은 좀 들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아, 혹시 그건가? 혹시 다른 사람들의 경계를 아직 사고 싶지 않아서?”
와인은 잔을 넘치기 딱 직전에 멈췄다.
이블린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버티지 못하고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큰맘 먹고 반년 치 월급을 모아 사뒀던 비싼 와인이 전 직장 상사에 의해 무참히 버려지고 있었다.
맹추격 중이던 8성급 검사를 혼자서 마주쳤을 때에 받았던 긴장감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율리우스는 여전히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
“그렇다면 이해는 되는군. 이번에 기지개를 펼치기로 마음먹은 잠룡이라 하여도, 아직 세간의 집중은 부담스러울 테니까. 게다가 자신을 믿어준 백갑용기대가 사람들의 불신을 사는 걸 보기도 싫었을 테고.”
율리우스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크게 눈을 떴다.
“아, 따지자면 이 이유가 가장 크겠군. 우리 부대에 대한 걱정까지 하다니. 배려심까지 갖췄구만!”
이제 율리우스의 머릿속에서 테오에 대한 이미지는 성인군자 급까지 격상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그 배려에 발맞춰서 우리 쪽에서도 도움을 줄 만한 게 있어야 할 텐데……. 음?”
율리우스의 시선이 여전히 흔들리는 시선으로 와인잔을 보고 있던 이블린에게로 향했다.
이블린은 자기도 모르게 뒤로 움찔거렸다.
어쩐지 율리우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변했던 것이다.
그녀는 저런 눈을 할 때면 꼭 이상한 일에 휘말리고 만다는 걸 지난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듣기도 전에 거절부터 하려했지만.
“이블린, 혹시 검술 스승이 되어볼 생각은 없나?”
흠칫.
이블린은 자기도 모르게 텅 비어 있던 왼쪽 소매를 오른손으로 붙잡았다.
“전……!”
“아, 팔이 한 짝 없어서 힘들 거란 말은 하지 말게. 자네는 팔 병신이 된 거지, 검술 병신이 된 건 아니잖나.”
“…….”
팔 병신.
율리우스가 이렇게 극단적인 단어를 쓴 건, 이블린이 은퇴 후 자기 비하를 할 때에 저런 단어를 스스로에게 쓰기 때문이었다.
“내가 자네의 은퇴 신청을 받아준 건 더 이상 고삐를 쥐지 못해서이지, 검을 못 쥐어서가 아니었어. 그러니 이참에 다시 검을 쥐는 걸 고민해봐. 이제 다시 일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
와인이 가득 채워진 잔에 비친 이블린의 눈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 * *
“내 사랑하는 아드님, 테오! 이 어미는 아드님이 언젠가 큰일을 해내실 거라 믿고 있었답니다!”
테오는 궁에 돌아오자마자 양팔을 벌려 환영하는 세실리아를 보면서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게다가 그 자리에 백갑용기대 대장님도 계셨었다지요? 혹 그분께서 아드님을 마음에 들어 하시는……!”
“어머니,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제가 많이 피곤해서요.”
세실리아는 테오를 안으려다 말고 어색하게 웃어야만 했다.
“그, 그러십니까? 하긴 그런 흉한 꼴을 보셨으니. 그럼 쉬십시오. 이 어미는 내일 찾아올 터이니.”
테오는 떠나는 세실리아를 보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 감정이 뒤섞인 한숨.
그러다 자신을 힐끔힐끔 훔쳐보고 있던 시녀와 집사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눈이 마주치자마자 황급히 놀라 고개를 푹 숙였다.
“다들 긴장할 필요 없어. 그리고 앞으로 이런 비슷한 일들이 자주 있을 테니 다들 경거망동하지 말고.”
테오는 그들의 대답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어렵네, 어려워. 내가 정말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모르겠단 말이야.”
율리우스 제안의 거절.
사실 남들이 보면 주제도 모른다며 욕 듣기 딱 좋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혼잣말과 다르게, 테오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보다 더 높은 곳까지 다다를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아니, 오히려 제안을 듣고 난 뒤에 더욱더 확신할 수 있었다.
‘정말 백갑용기대에 들어간다고 해도, 다른 곳에서도 모두 제안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몸값을 최대한 올려둘 필요가 있어.’
그래야만 자신만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밑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테니.
‘그걸 위한 무대가 바로 개화식.’
하지만 이번 개화식은 ‘역대급’이라는 기대가 있을 만큼 수많은 천재와 유망주들이 모일 예정이다.
그 치열한 현장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려면 절대 안주해서는 안 되었다.
‘그러려면 남은 기간 동안 바짝 남들과의 간격을 좁혀야 한다.’
테오는 침대에 누운 채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벽 쪽에 전신 거울이 놓여 있었다.
거울 속의 자신이 똑같이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관찰.’
[‘테오 라그나르’를 관찰합니다.]+
테오 라그나르 (15세/남)
· 칭호: 라그나르의 피가 아까운 병신 새끼. 장미궁의 병신.
· 재능: 라그나르, 플레이어, 관찰, [열람 불가], [열람 불가], [열람 불가], [열람 불가].
· 상태: 개화식에 대한 갈망이 아주 강하다.
+
테오의 눈이 빛났다.
<관찰>이라는 권한이 시야에 보이는 대상을 상대로 적용되는 것이라면,
당연히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통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들어맞았던 것이다.
‘권한이 모두 [재능] 카테고리에 들어갔어. 그럼 앞으로 미션을 계속 좋은 성적으로 완수하면 이만한 걸 네 개나 더 얻을 수 있다는 걸까?’
거기에 또 뭐가 들어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동안 보상으로 받았다던 물건들을 찾을 수 있는 ‘권한’도 저기에 섞여 있을지도.
‘그런데 내 능력 수치는 어떻게 보는 거지?’
능력치가 증가했다는 메시지가 있었으니, 분명히 자신의 능력을 수치로 표현한 정보창도 있을 터였다.
테오는 메시지를 손으로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뒤집어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기대감이 들었다.
과연 자신의 현재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추가 정보를 출력합니다.]+
테오 라그나르 (15세/남)
· 레벨: 1
· 능력치(▼)
근력: 13 민첩: 14
체력: 12 마력: 190
지능: 11 운: -50
· [열람 불가]
· [열람 불가]
+
“……마이너스는 또 뭐지?”
하지만 테오의 기대는 순식간에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분명히 전생에서 가져온 [마력]의 계수는 아주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운] 스탯의 상황이 머릿속을 어질어질하게 만들었다.
절댓값만 두고 본다면 추가 보상으로 얻었던 오러 하트의 [마력] 수치보다도 훨씬 높았다.
분명히 렌던을 상대하면서 [운]도 4정도 올랐을 텐데?
‘그나마 올라서 이 정도라는 건가? 하…… 어쩐지 전생이나 그 전생이나 계속 재수가 없더라니.’
테오는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이마를 짚고 말았다.
‘이 정도면 무슨 저주라도 쓰였었던 거 아냐?’
[운]이 정확하게 어떤 기능을 갖고 있는 지는 아직 모른다.하지만 그동안 보았던 것들을 두고 유추해본다면.
단기적으로는 돌발 상황에서의 우연적 요소를,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입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다.
물론, 사람이 처할 수 있는 여러 불우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딱 잘라 수치로 표현할 수 있겠냐만은.
그래도 테오로서는 불행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문제는 [운]을 어떻게 0으로 만드냐는 건데.’
렌던을 상대할 동안에 [운]이 오른 경우는 조건이 다 달랐기 때문에 좀 더 표본이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테오의 생각이 깊어질 무렵.
띠링!
[퀘스■가 도착했습니다.]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