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62)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62화(62/224)
옛 선택자 (2)
노인은 아주 오랫동안 굶어 사망했던 건지 앙상하게 말라서 보기 끔찍할 정도였다.
‘녹이 슨 사슬의 상태로 봐서는 죽은 지 최소 십여 년은 된 것 같은데…… 시체가 거의 썩지 않았어. 살아생전 갖고 있던 마력이 엄청났단 뜻이야.’
저만한 고수가 어째서 이런 곳에 갇혀 있었던 걸까?
끼이?
움브라가 왜 그러냐고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테오는 조심히 노인의 시체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선이 공동의 구석구석을 살폈다.
그러다 의아한 점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었다.
‘쇠사슬…… 벽에 연결 되어 있는 게 너무 들쭉날쭉해. 재질도 통일되지 못하고.’
이 동굴이 만약 이 노인을 구속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다면, 연결이 이렇게 어설프지는 않았을 것이다.
벽에 단단히 고정 되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어설프게 되어 있는 구석이 많았다.
이런 경우는 단 두 가지.
급하게 노인을 구속할 필요가 있어서 만들었거나.
‘혹은 스스로 이렇게 양손을 결박했거나.’
테오의 두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살아있던 동안에는 이걸 주 끼니로 삼았던 건가?”
안쪽 벽면에는 투명한 수정들 사이로 갖가지 버섯들이 울긋불긋하게 피어 있었다.
테오는 그중 하나를 뽑아 가볍게 향을 맡아봤다.
역시나 익숙한 냄새였다.
마기.
“……귀령초가 왜 여기에 핀 거지?”
귀령초는 마해에서도 아주 깊숙한 심처, 그것도 햇볕이 거의 들지 않는 음지에서만 아주 조금씩 자라는 식물이었다.
달빛의 기운이 녹은 순수한 마기만 먹고 자라기 때문에 마물과 마인에게는 둘도 없을 영약이었는데.
문제는 그런 귀령초가 여기서 군락지를 이루고 있단 점이었다.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마해에서 증발된 마기가 골짜기를 타고 이쪽으로 모여들었다가, 수정 동굴에서 응결되면서 귀령초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된 것 같은데…….’
이론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이란 건 알겠지만, 그래도 실제로 가능한 것을 보니 신기했다.
“네가 영사룡이 되었던 것도 전부 여기 때문이었나 보구나.”
끼이?
테오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움브라의 턱을 쓰다듬자, 녀석이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테오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움브라가 귀령초를 먹지 못하게 막으면 되는 거니까.
‘일단 여기 있는 걸 전부 불태워야겠어.’
사용하기에 따라서 좋은 약재로 쓰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직접 섭취할까 하는 생각도 마찬가지.
라그나르의 육체가 면역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애당초 그들의 본질은 용(龍).
마(魔)와는 천적 관계였으니 오히려 맹독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파직, 파지지직!
테오가 검지만 편 채로 뇌룡 속호법을 운기했다.
손끝에서 스파크가 튀면서 곧 샛노란 뇌기를 크게 일으켰다.
케에엑?
움브라가 화들짝 놀라 날개를 크게 활짝 펼쳤고,
“되도록 네가 좋아하는 수정은 다치지 않도록 이쪽만 폭파할 거니 걱정하지 마.”
테오가 달래면서 곧 화마를 일으키려던 바로 그때였다.
케에에엑!
움브라가 갑자기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테오는 여전히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녀석을 설득하려다가, 뒤늦게 뒤쪽에서 암습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여태 죽은 줄로만 알았던 백발노인의 시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카이이이이일!”
노인은 시체 썩는 악취를 풀풀 날리면서 테오를 향해 입을 쩌억 벌렸다.
물어뜯기라도 하려는 모양새.
움브라가 그 사이로 도중에 끼어들었다.
퍼걱!
노인의 앙상한 손톱은 단단한 움브라의 비늘을 뚫지 못하고 부러지고 말았고,
콰르르릉-
테오는 재빨리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면서 뇌전을 터뜨렸다.
동굴 천장에서부터 샛노란 벼락이 떨어졌다.
썬더 콜링.
2차 개화식에서 발동시켰던 마법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위력이었지만.
그래도 원리만큼은 엇비슷하게 모방한 기술이었다.
벼락은 노인의 머리통을 거칠게 후려쳤다.
비록 부수지는 못했지만, 뇌진탕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했던지 노인이 잠시 멈칫거렸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남아있던 노인의 날카로운 이빨이 움브라의 목덜미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사이에 새로운 우군이 나타났다.
“도련님!”
뒤늦게 테오가 있는 곳을 찾은 이블린은 갑작스러운 전투 상황에 상당히 놀란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베테랑 상급검사라는 사실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침착하게 검을 뽑아 괴인을 상대했다.
<백갑용기대 공통 비전 – 검격 다발>
번쩍! 번쩍!
마력이 잔뜩 담긴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주변 수정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검광이 번뜩였다.
검기였다.
‘제가 바로…… 오러 블레이드.’
무쇠도 갈라버린다는 검기는 단숨에 노인의 양팔을 가르고 지나갔다.
“카일! 카일, 카이이일! 로베르! 로베르으으! 너희들을……! 너희들을 증오한다아아아!”
철그렁, 철그렁, 철그렁!
노인이 거세게 저항할 때마다 양팔에 연결된 쇠사슬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하지만,
스걱-
푸우우우!
이블린의 검은 노인을 한껏 몰아붙이다가 아주 말끔하게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아무리 한쪽 팔을 잃었다고 해도, 한때 마룡의 오른팔이라 불리던 그녀의 검술 실력은 라그나르에서도 수위(首位)권에 꼽힐 정도였다.
‘그래도 위험했어. 이 괴인이 조금만 더 제대로 사고 판단을 할 수 있었어도 고전을 면치 못했을 거야.’
후우-
이블린은 힘없이 쓰러지는 노인의 시체를 보면서 겨우 숨을 골랐다.
검이 아직도 거칠게 떨리고 있었다.
노인의 손길에 담긴 마력이 그만큼 대단했단 뜻.
더군다나 썩은 시체에서나 날 법한 시독(屍毒)도 엄청나 자칫 상처라도 났었다간 큰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마기가 잔뜩 섞인 시독이라니.
마해에서도 반드시 피해야 할 최악의 극독이었다.
“도련님, 괜찮으십니……?”
이블린은 검에 묻은 시독을 털어면서 테오를 돌아보다 말고 두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케엑! 케에에엑!
움브라가 양날개를 마구 퍼덕이면서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테오가 바닥에 주저앉은 채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도, 도련님!”
“괜찮아. 그렇게 호들갑 떨 것 없어.”
테오는 최대한 덤덤하게 말했지만,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왼쪽 팔뚝의 상당한 부위가 물어 뜯겨 벌써 부패가 시작되었고, 안색도 엄청 창백해진 상태였다.
우레 속성의 마력이 아니었으면 진즉에 졸도했을지도 몰랐다.
“대체 어쩌시다가……!”
이블린은 다급히 테오에게 달려와 응급 키트부터 열었다.
문제는 오늘 임무에 마해 탐색은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해독제를 구비하지 못했단 점이었다.
“내…… 실수…… 야.”
실은 이블린이 나타나기 직전에 노인이 움브라의 목덜미를 노리려던 것을 억지로 막으려다가 이렇게 된 거지만.
굳이 거기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우선 본부로 옮기겠습니다. 힘드시더라도 조금만 참으십시오.”
이블린은 응급처치를 빠르게 마무리하고 그를 등에 업으려고 했다.
그런데,
케에엑!
갑자기 움브라가 머리통을 갖다 대면서 이블린을 밖으로 밀어냈다.
“난 지금 네 파트너를 해치려는 게 아냐! 도와드리려는 거라고! 그러니까 어서 모셔가야 해!”
케엑! 케에엑!
“움브라!”
케에에엑!
이블린이 뭐라고 소리칠 때마다 움브라는 그보다 더 크게 몸을 들썩이면서 괴성을 질렀다.
역시 미물이라서 어쩔 수 없나?
상황이 워낙에 다급했기 때문에 이블린은 더 이상 설득하지 않고 검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러던 그때,
“이블린……! 잠시만! 잠시만 멈춰……!”
테오가 갑자기 이블린을 제재했다.
이블린의 시선이 다시 그쪽으로 돌아갔다.
“움브라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아. 잠시만 기다…… 려 줘.”
이블린은 이럴 시간에 어떻게든 테오를 데려가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테오가 너무 진지했기에 안 된다고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어느새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어…… 떻게 하겠다는 거야, 움브라……?”
케엑! 케에에엑! 케에엑!
“정말…… 그게 가능…… 해?”
케에엑!
테오는 움브라와 이해 못 할 대화를 몇 번 주고받다가, 곧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 어. 내 목숨…… 너한테 맡긴다…….”
케에에엑!
움브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안쪽 공동으로 들어가 귀령초를 한가득 입에 베어 물었다.
쿵! 쿵! 쿵!
“대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어차피…… 지금 이 상태로…… 본부로 돌아가 봤자…… 더 위험해질 뿐이야. 그러니까…… 일단은 움브라를…… 믿어보자. 무슨…… 생각이 있는 것 같으니까……!”
이블린은 순간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마해의 심처에서 활동하는 백갑용기대도 항상 마기 섞인 독은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만약 중독될 경우에는 반드시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안전지역부터 확보하고, 멸균과 위생에 신경 쓰면서 치료제를 사용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도 사망률이 70%에 달할 만큼 아주 위험한데…… 테오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방법에 의존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니.
그러나 테오는 테오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움브라는 귀령초를 바탕으로 2급 마물로까지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노인과 다툼이 없었을까?
아닐 것이다.
‘분명히 시독에 대한 대책이 귀령초에 있는 거야.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대책이.’
그러니 움브라를 믿어보자.
그런 생각과 함께,
털썩-
테오는 천천히 정신을 잃었다.
* * *
움브라의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테오를 살리겠다는 생각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외롭던 자신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열어주고, 위험할 뻔했던 자신을 구해준 친구.
그런 인간 친구를 잃을 수는 없는 것이다.
케에에엑!
움브라는 먼저 한입에 베어 문 귀령초를 바닥에 깔아놓고, 그다음에는 천장에 매달린 얼음 수정을 으깨어 그 위에 뿌려 뒤섞었다.
이 동굴에 있는 수정들은 전부 순수한 원기만 응집된 결정체.
이 두 가지를 섞는 것으로 귀령초의 독기는 희석되고, 원기는 훨씬 많아지는 효과를 낳았다.
움브라가 그동안 먹이를 제대로 먹지 않아도 이만큼 덩치를 키울 수 있었던 비법이기도 했다.
“이걸 도련님께 먹이라고?”
케에엑!
이블린은 움브라가 내민 레시피를 보고 의구심이 들었지만, 이미 테오를 본부로 데려가기엔 많이 늦었기에 어쩔 수 없이 약초를 마력으로 녹여 테오의 입가에 흘려 넣었다.
‘도련님, 부디……!’
자신에게 팔을 되찾게 해준 세실리아에게 부고를 전달할 수는 없었다.
바로 그때,
쿵……! 쿵……! 쿵……!
시독 때문에 한없이 악해졌던 테오의 심장이 거칠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블린도 언뜻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느리지만, 힘찬 맥동.
꼭 고동 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쿵쿵쿵쿵쿵!
그러다 심장 박동이 다시 한결 빨라지면서 피가 전신을 힘차게 누비고 다녔다.
독기를 몰아낸 자리엔 귀령초와 수정의 원기가 가득 찼다.
테오의 얼굴에는 혈색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블린은 현재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회복이 되고 있다는 건 알겠지만, 그 원리가 도무지 짐작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치료는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었고,
파직, 파지직! 파지지직!
갑자기 육체 위로 샛노란 뇌기가 거칠게 튀어 오르기 시작하더니,
쩌거걱-
곧 피부 곳곳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지면서 시커먼 노폐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전생에서 영사룡을 탄생케 했던 영마독(影魔毒)이 테오의 육체에 자리 잡는 순간.
벌모세수의 시작이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