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65)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65화(65/224)
옛 선택자 (5)
제4 연무장 멤버들과의 술자리가 모두 끝났을 때, 시간은 어느새 새벽이 되어 있었다.
다들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했지만, 내일 아침 일찍 자대 배치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마지막까지 자리에 남아있던 건 레이였다.
“테오.”
“응?”
“나…… 또 와도 돼?”
레이는 어째선지 그런 질문을 하면서 테오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쭈뼛거렸다.
혹시 오지 말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테오는 레이가 이 질문을 던지기까지 아주 많이 고민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마음대로 해.”
“정…… 말?”
“어. 우리는 이제 친구니까. 친구는 언제든 대환영이야.”
“친구…….”
레이는 그 말을 몇 번이고 중얼거리더니 곧 환한 얼굴이 되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고마워!”
그녀의 웃음은 다른 어느 때보다 환했다.
* * *
테오는 조심스럽게 동백궁 안으로 들어왔다.
너무 늦은 시각이라 다들 자고 있을 테니 조심히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식당 쪽이 환하게 밝혀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누가 조명을 안 끄고 갔나?’
테오는 조명을 끄고 갈 생각으로 식당으로 갔다가 살짝 놀라고 말았다.
“어머, 아드님. 이제야 들어오시는 건가요? 내일 아침 일찍부터 움직여야 하실 분이 이렇게 늦게 들어오셔서 내일 하루 컨디션을 어떻게 관리하시려고 그러시나요?”
“술은 전혀 마시지 않아서 괜찮습니다. 그보다 아직 안 주무시고 계셨습니까?”
세실리아는 하녀나 집사도 없이 홀로 식탁 앞에 앉아있었다.
살짝 붉어진 얼굴이 독작이라도 즐긴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식탁 한쪽에는 아이스 버킷에 푹 담가둔 와인이 있었다.
그녀는 와인병을 집어 테오 앞에 흔들어 보였다.
“오늘따라 너무 기분이 좋아 한잔하고 있었답니다. 왜요? 이 어미가 이상합니까?”
“아뇨. 이러시는 모습은 처음 봬서…….”
“호호호! 하긴 아드님 앞에서는 한 번도 취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지요. 단 한시도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었으니까.”
작게 중얼거린 뒷말이 유독 테오의 심장을 찌릿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세실리아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어떻습니까? 이 어미의 술친구가 되어 주지 않겠어요?”
스무 살이 될 때까지는 알코올에 입 한 잔 대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지.’
테오는 어쩐지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었다.
그동안 모자간에 나누지 못했던 대화들, 오해들, 속마음들을 이 기회에 모두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이블린에 대한 감사 인사도 해야 했고.
“네. 어머니께서 주시는 술이라면.”
“아드님과 이렇게 나란히 앉아서 술 한 잔 기울이는 게 이 어미의 소원이었는데 드디어 이뤄지게 되었군요! 여기 앉으시겠어요?”
테오는 세실리아의 맞은편에 앉았고,
덜그럭!
밤늦게까지 모자의 술자리가 길게 이어졌다.
* * *
이튿날, 오전 6시 11분.
웰링턴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늘어지라 하품하면서 제4 연무장에 들어섰다.
새벽 훈련을 빠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몸에 밴 버릇이 이렇게 무섭단 말이지. 오늘은 좀 쉴까 했었는데, 오히려 그게 더 힘드니, 원.’
뒤풀이는 사실 테오와 헤어진 뒤에도 삼삼오오 모여 3차, 4차씩 쭉 이어졌다.
특히 테오 때문에 술잔에 입도 대지 못했던 웰링턴과 에리카의 폭주가 가장 심했다.
그동안 마시지 못한 걸 한 번에 때려 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허겁지겁 마시다가 폭음이 되었던 것.
다른 멤버들이 개화식의 영웅이라며 분위기를 한껏 띄웠던 것도 한 몫 단단히 했고.
덕분에 그는 지금 숙취로 한창 골이 왱왱 울리는 중이었다.
‘아니, 애당초 북방은 원래 열다섯부터 한 명의 독립된 어른이자 어엿한 전사로 취급했던 게 전통이었고, 그 성인식의 유산이 개화식이었던 …… 으윽! 머리 아파.’
일단 습관 때문에 연무장으로 나오긴 했는데…… 이거 검이나 제대로 쥘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시 숙소로 들어가서 쉴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때.
휭, 휭, 휭……!
어디선가 거친 바람 소리가 들렸다.
너무나 익숙한 소리.
‘설마?’
웰링턴은 그쪽을 돌아봤다가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저 지독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테오가 가장 일찍 나타나서는 제 몸집보다 더 큰 츠바이핸더를 천천히 휘두르며 몸을 풀고 있었다.
느릿느릿하지만, 일검 하나하나에 엄청난 깊이의 묘리가 담긴 동작들.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모방하고, 또 대련하는 듯하다.
웰링턴은 테오가 지난번 개화식에서 얻었던 깨달음들을 복기 중이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신기록도 갱신했으면서 뭐가 그렇게 더 단련할 게 있다고……. 하하, 그것참.”
사실 웰링턴이 가장 헛웃음이 나오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저 인간은 쉬고 싶지도 않나?
‘분명히 4차였나, 5차였나…… 그때 시빌이 테오 공자를 부르러 갔다가 동백궁에서 세실리아 부인과 술잔을 나누고 있는 걸 봤다고 했었는데……?’
그 말은 곧 밤새 술을 마시고도 꼭두새벽부터 연무장에서 훈련하고 있단 의미.
사람이 어떻게 독해도 저렇게 독할 수 있을까 싶었다.
아니, 오히려 그러니 저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걸까.
웰링턴은 조금 전까지 약해졌었던 마음을 다잡으면서 똑같이 훈련에 동참했다.
그러는 동안.
쉬쉬쉬쉭-
테오의 검술이 더욱더 빨라지고 있었다.
그는 웰링턴이 나타났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검술에 집중해 있는 상태였다.
무아지경이었다.
-아드님. 아드님은 어디를 보고 싶으신가요?
어젯밤. 어머니가 그에게 처음으로 던졌던 질문이 머릿속을 스치고 있었다.
-시녀들에게 전해 들었답니다. 아드님께서 본격적으로 권좌 경쟁에 뛰어들겠노라고 선언하셨었다고 말이죠. 그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었습니다. 생각이 깊은 아드님이시니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된 경위가 있을 것 같아서요.
테오는 자신의 속내에 담긴 것들을 하나둘씩 풀어놓았고,
세실리아는 한참 동안 그것을 가만히 듣다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그게 아드님의 생각이시라면…… 알겠어요. 그런 것이라면.
그때 짓던 세실리아의 웃음은 알 듯 모를 듯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마치 테오가 가려는 길에는 절대 방해가 되지 않을 거라는 듯.
그녀의 눈가는 다른 어느 때보다 생기로 반짝이고 있었다…….
‘때가 되면 따로 말씀해주시겠지.’
테오는 이제 세실리아에 대한 굳은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당장 그가 신경 써야 할 사안은 단 하나.
새롭게 시작하려는 행보.
-그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그만한 성장과 검술이었다.
파앗-
다행히 그를 위한 기반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비검행의 검술은 빠르고 날카로운 일격, 그리고 정해진 투로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움직임에 기반을 둔다. 데스비트를 활용할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비전이야.’
테오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것은 비검행과 풍뢰신.
바로 풍존의 비전이었다.
물론, 풍존의 진전은 이블린에게 잇게 한 상태이니, 테오가 집중하고 있는 건 그것과 결이 살짝 달랐다.
구결 속에 담긴 사념.
풍존이 쌓아온 개인의 역사였다.
‘풍뢰신도 비검행과 크게 다르지 않아. 수정 동굴에 남은 흔적들은 전부 바람을 몰고 다니고 있었어.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폭발적이게, 때로는 부드럽게……. 풍존은 이성을 잃기 전에 이것을 어떻게든 강화하고자 했다.’
테오는 해츨링 싱크로를 사용해 풍존의 움직임을 낱낱이 분석하고, 이를 크게 다섯 단계로 구분했다.
미풍(微風).
질풍(疾風).
돌풍(突風).
폭풍(暴風).
그리고…… 태풍(颱風).
세기와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바람의 힘찬 움직임은 우레 속성의 마력과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으니.
특히 무거운 대검과 빠른 일격이라는 모순된 방향을 가지고 있는 테오의 검술을 보완해줄 특효약이 될 것 같았다.
‘분명해. 이 두 가지 비전과 풍존의 깨달음만 온전히 수습할 수 있어도 난 더 크게 도약할 수 있어.’
현재 테오가 수련하는 것은 바로 1단계인 ‘미풍’.
대기 중에 흐르는 바람을 끌어와 몸에 휘감는 단계였다.
잘만 활용하면 큰 부담 없이 몸의 움직임이 더욱더 빨라지게 된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검에도 바람을 두를 수 있게 되니.
당연히 공격 속도도 빨라지게 될 터.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테오는 본격적으로 자대 배치를 받아 임무를 받기 전에 미풍을 완성하고 싶었다.
타다닥!
쉬쉬쉭-
휘이이이-
바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 * *
“으으, 머리야…….”
“그러니까 그렇게 누가 술 처마시래? 하여간.”
“조용히 안 할……! 우욱!”
에리카는 파리해진 안색으로 홀커스에게 더 따지지도 못하고 헛구역질을 억지로 틀어막아야만 했다.
마력을 계속 운기해서 숙취를 덜어내려고 해도 도저히 떨어지지 않으니 죽을 맛이었다.
홀커스는 쯧쯧 혀를 차면서 에리카의 등을 두들겨주던 그때,
테오가 갑자기 에리카에게 불쑥 뭔가를 내밀었다.
“이게…… 뭐야?”
“약.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될 거야. 맛은 더럽게 없지만.”
“으윽, 고마워.”
에리카는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받아 마셨다가, 곧바로 마신 걸 그대로 토해내고 말았다.
우웨에엑!
“에이씨, 이게 뭐하는 짓이야! 더럽게!”
홀커스가 깜짝 놀라 펄쩍 뛰거나 말거나.
에리카는 도끼눈으로 테오를 노려봤다.
“너, 너, 지, 지금 나 아, 암살하려는 거지?”
“말했잖아. 맛없다고.”
“그래도 사람이 이런 걸 어떻게 마셔……!”
에리카가 마신 건 ‘특제 샐러리 주스’였다.
테오가 항상 만들어 마시던 미래 혈검제의 연단술.
하지만 남들에게는 괴팍한 취향의 음식에 불과했다.
“계속 먹다 보면 그럭저럭 먹을 만 해지기는 한다만.”
“으으, 그래도 싫어.”
“뭐, 싫으면 어쩔 수 없고.”
테오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정말 숙취에 효과가 있어서 준 것이지만, 본인이 싫다는데 굳이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그보다 빨리 자대 배치나 끝났으면 좋겠는데…….”
에리카는 대기실 입구 쪽을 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현재 그들 세 사람은 배치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백갑용기대는 총 5개의 ‘조’로 구성되고, 각 조는 70인에서 150인 안팎의 인원으로 저마다 다른 임무와 목표를 수행하게 된다.
2번조는 마해 탐색 임무를,
3번조는 대장벽 감시 임무를 주로 하는 등, 조별로 가지고 있는 특기와 특징도 모두 다 달랐다.
이 때문에 신입들의 자대 배치도 심사숙고 끝에 이뤄지는 편이었다.
에리카와 홀커스는 이왕에 받을 배치라면 다 같은 조에 배속되기를 바랐지만,
그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너무 뿔뿔이 흩어지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이왕이면 1번조에 배속되고 싶긴 한데.’
두 남매와 다르게, 테오는 백갑용기대의 꽃이라 불리는 1번조를 희망했다.
1번조는 ‘마룡의 친위대’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가장 많이 율리우스와 임무를 수행하는 중심조(中心組).
당연히 빠른 직위 상승을 원하는 그로서는 가장 가고 싶은 조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그곳에는 이블린이 있기도 했고.
‘어떻게 되려나?’
어느 조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받게 될 ‘신입 연수’의 성격도 달라지기 때문에 궁금증이 커지던 그때.
끼이익!
그때, 대기실의 문이 활짝 열리면서 이블린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 뒤로 셀퍼드와 아린 등 익숙한 얼굴들도 같이 뒤따라왔다.
‘……?’
테오는 순간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블린은 1번조, 셀퍼드와 아린은 5번조로 각자 소속된 조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들어온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가장 큰 의문은 그들의 표정이 모두 심각하게 굳어있다는 점이었다.
“반갑다. 나는 이번에 새롭게 5번조 조장을 맡게 된 이블린 네레빌이라고 한다. 앞으로 그대들 세 사람을 맡게 된 상사이기도 하다.”
순간, 에리카와 홀커스의 안색이 환해졌다.
바라던 대로 다 같이 한 조에 배속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테오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고 말았다.
‘조장이 바뀌었다고? 갑자기? 이때 5번조장은 분명히 트라이너 이스벤이었을 텐데?’
트라이너 이스벤은 백갑용기대에서 가장 오랜 ‘짬밥’을 먹은 노기사였다.
심지어 율리우스보다도 경력이 많아서 이따금 부대 내에 문제가 발생할 때면 율리우스가 직접 조언을 구하고, 다른 조장들이며 용기사들까지 그를 깍듯하게 예우할 정도였는데.
심지어 은퇴식을 치르기엔 아직 5년도 넘게 남은 상황.
그런데도 그의 자리가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었다면?
분명히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의미였다.
-테오도 알지 못하는 어떤 일이.
“원래대로라면 앞으로 석 달간 용기사로서 갖춰야 할 소양을 익히기 위해 기초 교육과 연수가 있어야 했겠지만…… 급히 일이 생겨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하게 되었다.”
순간, 에리카와 홀커스가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테오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이블린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앞으로 사흘 뒤, 그대들은 모두 실전에 투입될 것이다.”
“……!”
“……!”
“……!”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