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71)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71화(71/224)
일지매(一枝梅) (1)
“이, 이거 뭐 어떻게 해야 해, 누나?”
“몰라! 나라고 알겠냐, 젠장!”
붕괴 되는 요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에리카는 이를 악물었다.
테오가 지시한 대로 인질들은 모두 무사히 안전지대로 피신시킨 상태.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적의 포격이 개시되었다.
무슨 일인지 요새까지 붕괴 되었고.
5번조의 큰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
당연히 대원들을 도우러 가야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막막했다.
섣불리 도왔다간 피해만 더 커질 수 있었으므로.
애당초 3일밖에 되지 않은 신출내기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내가 생각했던 전장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실전에 투입되면 처음부터 맹활약을 펼칠 줄로만 알았는데.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우리는!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요!”
“다른 대원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테러리스트들이 다시 역습을 하는 것 같은데 서둘러서 빠져나가야 할 것 아닙니까!”
“어서 안 가고 뭐하는 겁니까!”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해! 구출을 하러 왔으면 제대로 하라고!”
문제는 인질들도 동요한 나머지 난리를 피운다는 것이다.
까득!
스트레스로 에리카의 눈가에 핏발이 잔뜩 서는데.
콰아앙!
홀커스가 검을 바닥에 세게 내리쳤다.
“닥쳐! 이 씨발 새끼들아!”
“……!”
“……!”
“……!”
“지금 이 피해가 누구 때문에 생긴 건데 지랄들이야! 안 그럼 처음부터 멍청하게 인질로 잡히지나 말던가!”
홀커스의 부리부리한 눈매가 인질들을 훑었다.
인질들은 순간 자라목이 되어 시선을 회피하기 바빴다.
“한 번만 더 지랄해. 그때는 아주 여기다 버려두고 갈 테니까, 어?”
인질들은 대부분 호신용으로 검술을 배운 게 전부인 상인들.
반발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스윽.
홀커스가 에리카를 바라봤다.
씩 웃는 꼴이 ‘잘했지?’하고 묻는 것 같았다.
에리카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오다가도, 덕분에 꽉 막혔던 머리가 좀 풀리는 기분이었다.
‘만약 테오라면. 테오라면 여기서 어떻게 했을까?’
같은 신입인데도 불구하고 당황하는 기색 하나 없이 자신이 할 일을 알아서 잘 찾아 해내던 친구.
그 시점을 떠올리려 하다 보니 어느 정도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
“가자.”
“어쩌려고? 저기선 구조도 힘들 것 같은데.”
“구조는 필요 없어. 저들은 북방제일의 백갑용기대야. 그렇게 쉽게 안 당해.”
“그럼? 적진이라도 치게?”
“아니. 이런 함정을 판 놈들이니 비룡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뒀겠지.”
“답답해죽겠네. 제대로 말해줘. 어떻게 할 건데?”
“놈들이 다 끝났다고 마음을 놨을 때를 노려야지.”
“……?”
홀커스는 누이의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에리카는 이미 자신의 비룡에 올라타고 있었다.
그러면서 인질들에게 말했다.
“이곳은 외부에서 잘 관측되지 않는 장소이니 잠시 기다리고 계십시오. 절대 밖으로 나오시면 안 됩니다.”
인질들이 놀라서 그녀를 잡을 새도 없이,
푸드득!
에리카는 이미 비룡과 함께 하늘 위로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었다.
* * *
백갑용기대 5번조는 쉘터 안에서 뜻하지 않은 조우를 하고 있었다.
“조장님?”
“자네는…… 이블린?”
쉘터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죽었다고 알려진 원래 5번조장 트라이너 이스벤과 네 명의 조원들.
그 외 인질 구출에서 찾을 수 없었던 다른 인질들까지.
쉘터를 그동안 사람들을 따로 구류해두는 용도로 썼던 모양이었다.
“조장님이다!”
“조장님이 계신다아!”
일행들도 당연히 트라이너의 생존에 화색이 돌 수밖에 없었고.
파아앗-
바로 그 순간, 일행의 동태를 몰래 살피던 블랙 스컬이 움직였다.
방심한 틈을 노리려던 것이다.
하지만.
“대장도 없는 것들이 어디서 까불어!”
촤악! 촤아악!
놈들의 기습 따윈 5번조에 별다른 위협도 되지 못했다.
셀퍼드는 검에 묻은 피를 가볍게 털어내면서 트라이너 앞에 다가갔다.
“대체 이게 무슨 꼴이십니까, 정말?”
셀퍼드는 툴툴대는 말투와 다르게 떨리는 입술을 꽉 다물었다.
트라이너와 생존자들의 상태는 그리 좋지 못했다.
팔다리 중 하나 이상 잃지 않은 사람이 없었고, 몇몇은 고열에 시달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그러게……. 이게 무슨 꼴인지 모르겠군. 하하. 그래도 이렇게 살아남으니 자네들도 다시 보고 좋지 않나. 멀쩡하게 돌아온 이블린도 보고 말이야.”
트라이너는 잘린 왼쪽 다리를 만지다가 이블린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팔, 의수인가?”
“예. 그렇습니다.”
이블린은 장갑을 벗어 쇠로 만든 왼팔을 보여주었다.
“허어, 감쪽같군.”
“마장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마장이……? 숨겨둔 비술이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것도 할 줄 알았다고?”
잘린 신체 부위를 복구하는 술수는 외과 의술이나 치료 마법, 혹은 신성술에도 있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잘린 부위를 접합하여 세포조직을 재생시키는 방식.
이렇게 진짜 손발처럼 움직이는 의수를 만드는 방식은 없었다.
만약 도입할 수만 있다면, 그동안 잃어버려야 했던 전력을 다시 크게 키울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법이 될 터였다.
그리고.
그들과 같은 중상자들도 재기를 꿈꿀 수 있게 된다.
“나중에 따로 마장께 부탁드려보겠습니다.”
“말만으로도 고맙구만 그래. 허허허!”
트라이너가 가볍게 웃다가, 곧 인상을 굳혔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탈출부터 해야 할 텐데……. 할 수 있겠나? 보아하니 바깥이 난리가 난 것 같은데.”
이블린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블랙 스컬은 미끼였을 뿐, 진짜 적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진짜 적……?”
“혹시 짚이는 게 있으십니까?”
“그렇게 말하니 언뜻 짚이는 바가 있긴 하네만.”
“말씀해주십시오.”
“확실한 건 아니라네. 제대로 본 건 아니라서. 사실 우리도 ‘기습’을 당한 것이라서.”
이블린의 눈이 순간 예리하게 빛났다.
“트라이너 님도 역함정에 걸렸단 말씀이시군요.”
“맞네. 문제는 기습을 했던 놈들이 우리들의 출현 시각과 강하 지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는 것이지.”
“……정보가 어디서 샜다고 보시는 겁니까?”
“그게 아니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이블린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트라이너의 말뜻은 단 하나였다.
-가문 내에 세작이 있다!
그것도 상당히 깊숙한 곳에 똬리를 틀었을 가능성이 컸다.
평상시 백갑용기대의 작전 내용은 기밀을 위해 그 전날까지 대원들에게도 공유되지 않으므로.
“무엇보다 놈들은 우리를 너무 아주 잘 알고 있었어. 마치 어떻게 상대하면 제압하기 쉬운 지를 잘 아는 듯이. 무장 상태도 훤히 알고 있었단 말일세.”
“…….”
이보다 확실한 증거도 없으리라.
‘처음부터 호랑이 아가리 속인지도 모르고 뛰어든 거였나.’
이블린은 이를 꽉 깨물었다.
짐승만도 못한 놈들 때문에 수하들이 다칠 뻔했다는 사실에 울화가 치밀었다.
“블랙 스컬은 절대 아니네. 여기 있는 동안 우리가 겪었던 놈들은 분명히 신생 조직치고 조직력은 괜찮았지만, 라그나르에 대해 그렇게 잘 알고 있지는 못했어.”
“다른 제3의 세력이 조장님과 5번조를 제압하고, 블랙 스컬에 넘겨줬다는 말씀이시군요.”
“그것도 확실치는 않지만, 일단은.”
“음…….”
“하지만 자네의 말을 들어보니 그 제3세력이 이제 쓸모가 다한 블랙 스컬은 팽하고, 우리와 같이 파묻으려 하나 보구만.”
트라이너가 피식 웃으면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우르르-
요새가 붕괴 되고도 포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던지, 천장이 잘게 떨리면서 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이런 쉘터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던 모양이지만.”
하지만 이곳도 금방 들킬 것이다.
분명히 확인 사살을 하러 올 것이므로.
“한데, 이곳은 어떻게 찾아낸 겐가? 지하에 있어서 혼란 중에 찾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트라이너가 살짝 화제를 돌렸다.
반격을 하더라도 일단 이블린 일행은 휴식이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복잡할 머릿속을 환기시켜 줄 생각으로 말을 걸었는데.
“저희 신입 덕분입니다.”
“응? 신입?”
트라이너는 이블린의 입가에 맺힌 미소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만이 아니었다.
셀퍼드나 아린, 심지어 다른 조원들까지 웃고 있었으니까.
트라이너는 이블린의 시선이 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제야 갓 수련검사의 타이틀을 달았을까 싶은 앳된 얼굴의 소년이 서 있었다.
이런 아이가 뭘 했다는 거지?
트라이너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뒤늦게 테오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뭐라고 말하려는데,
털썩!
테오가 갑자기 비틀거리더니 옆으로 쓰러졌다.
“테오!”
“야! 신입! 정신 차려!”
이블린과 조원들이 다급하게 테오에게 달라붙었다.
* * *
“하아…… 하아……!”
테오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조원들은 테오가 편히 누울 수 있도록 자리를 확보하는 한편, 호흡하는데 갑갑할 수 있을 갑옷과 옷도 모조리 풀어주었다.
“……이 아이가 대머리 망치를 잡고, 적습을 눈치 채서 쉘터로 데려왔다? 그 혼란한 와중에?”
“예. 그렇습니다.”
“이번 개화식에서는 토르켈의 기록을 깨버렸고?”
“예.”
“그게 가능한 일인가……?”
“가능하더군요.”
“괴물이군.”
“예. 괴물이죠.”
트라이너는 테오와 관련된 이야기를 모두 듣고 혀를 내둘렀다.
개화식이 진행되는 동안 그는 외부에 있어 그동안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던 것이다.
괴물.
그 단어가 이보다 잘 어울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생긴 건 꽃도 꺾지 못할 것 같은 꽃미남인데.
“하지만 그런 괴물이니 살려서 데려가야겠군. 백갑용기대의 축복이 아닌가 말이야.”
트라이너는 소맷자락을 걷어 올렸다.
“내가 잠깐 상태를 확인 좀 해보겠네.”
“부탁드리겠습니다.”
트라이너는 따로 아카데미에서 의예과를 수료했을 정도로 백갑용기대에서 가장 의술 실력이 뛰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으음…….”
“혹시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조장님! 이 친구, 어떻게든 살려야 합니다. 저와 아린을 구해준 친구란 말입니다.”
이블린과 셀퍼드가 바라보자, 트라이너는 덤덤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냥 기력이 소진된 것뿐이니까. 휴식만 취하면 멀쩡해지겠군.”
조원들은 그제야 안도에 찬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확실히 슬로우를 상대하고 쉘터를 찾기까지, 긴장의 연속이었으니 진이 빠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자신들도 종종 그랬으니까.
“다만…….”
“……?”
“아닐세. 이건 본인이 깨고 난 뒤에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겠군.”
이블린은 트라이너가 뭔가를 숨기는 것 같아 마음에 걸렸지만.
다행히 테오는 곧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괜찮나, 테오?”
“예. 괜찮습니다. 폐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테오는 이블린의 질문에 고개를 푹 숙였다.
사실 쉘터에 들어왔을 때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었는데, 결국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던 것이다.
지금도 몸 전체가 욱신거렸다.
영마독이 발작하면서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지만, 덕분에 마지막 활력까지 송두리째 뜯긴 기분이었다.
특히 두통이 가장 심각했다.
‘영마독이 갑자기 대뇌를 침투하면서 사고 영역이 확장되긴 했지만…… 후유증이 너무 커.’
테오는 자신이 이전보다 훨씬 ‘똑똑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르긴 몰라도, 뇌와 직접 연결된 해츨링 싱크로가 발전하면서 생긴 결과일 것이다.
문제는 그로 인해 외부 세계에서 받아들이는 정보량이 너무 비대해져 두통이 극심하다는 것.
이대로 있다간 두통이 가시기는커녕 더 심해질 게 뻔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안 그러면 곧 다시 엄습해올 에드의 마수에서 탈출하기 힘들 테니.
“자네.”
그러던 그때.
트라이너가 불쑥 얼굴을 들이밀면서 진지한 어투로 물었다.
“대체 초고수들이나 열 수 있다는 뇌문(腦門)을 어떻게 연 겐가?”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