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72)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72화(72/224)
일지매(一枝梅) (2)
테오의 눈이 번뜩 뜨였다.
‘해츨링 싱크로를 눈치 챘나?’
아니, 눈치를 보니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이 겪고 있는 극심한 두통의 원인은 안 것 같으니 짐짓 모른 척 잡아뗐다.
“뇌문이 무엇입니까?”
“으응? 뇌문이 뭔지도 모르는데 열었다고?”
“예. 모릅니다.”
“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
“‘천재’라 불리는 존재들 중 상당수가 뇌문이 열려 있는 채로 태어난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 때문인가? 하지만 그러기엔 이것은 열린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는 거지?”
“알아듣게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트라이너는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머릿속을 정리하다가 말했다.
“음. 쉽게 말하면 뇌의 영역이 크게 확장, 혹은 대뇌의 기능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보면 될 걸세.”
“……!”
“역시 짐작 가는 바가 있나 보군.”
“조장님, 혹시 테오가 ‘벽’을 넘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때, 이블린이 도중에 끼어들어 물었다.
‘벽’이란 범인(凡人)과 초인(超人)의 경계를 가르는 선을 의미한다.
검을 쥔 사람이라면 누구나 넘기를 바라는 경지.
하지만 대게 실패하기 때문에 이상향으로 끝나고 만다.
라그나르에서도 이 ‘벽’을 넘은 사람은 9룡을 포함해 몇 명이 되질 않았다.
마찬가지로 이블린도 뛰어넘지 못한 상태.
그러나 이블린은 ‘벽’을 마주하고 있었기에 그 너머가 어떤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그곳은 일반인의 영역이 아니었다.
전혀 다른 시점(視點, 사람의 관점)으로 세계를 관측할 수 있고,
또 다른 시점(時點, 시간의 관점)으로 스스로를 체감할 수 있었다.
덧붙여,
여기에는 인체의 <신비>라고 불리는 뇌가 깊이 연관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트라이너가 말한 ‘뇌문’이란 그러한 뇌의 영역으로 가는 문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흑색철기대장도 나이 스물은 되어서야 벽을 넘는 기적을 보이긴 했으나, 열다섯은 너무 이르지. 하물며 갓 개화식을 거친 수련검사일진대.”
트라이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그냥 순서가 바뀐 것일세.”
이블린은 그제야 뭔가 짚이는 게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벽을 넘은 뒤에야 뇌문이 열리지만, 테오는 이미 뇌문이 열린 채로 태어났다는 말씀이시군요.”
“비슷하다네. 보통 그런 사람들은 천재라 불릴 만큼 뛰어난 자질을 태어나기 마련이고. 대표적으로 흑색철기대장을 말할 수 있겠군. 그 친구도 어렸을 때 그랬다고 들었으니.”
“그럼 그런 사람들은 훨씬 벽을 넘기 쉽겠네요.”
“꼭 그렇게 편하게만 말할 수는 없다네.”
“……?”
“보통 태생적으로 뇌문이 열린 사람들은 그만한 반작용을 갖고 있기 마련이거든.”
뇌문이 어설프게 열려 있어서 사고 체계가 일반인과 다르다거나, 신체의 균형이 틀어져 몸이 비정상적으로 약하다거나.
오히려 당사자에게는 저주가 되기 쉽다는 게 트라이너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흠, 태생부터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열린 것 같단 말이지. 아주 조금씩이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열기기 시작한 것 같고.”
그 순간, 테오는 문득 머릿속으로 스치는 것이 있었다.
‘역시 해츨링 싱크로의 등급 상승 때문이었어.’
그리고,
스킬의 등급 상승은 초인의 반열에 가까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 같았다.
-아몬은 원래 ‘감추어진 존재’라는 뜻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을 상징하고, 아몬의 또 다른 이름인 ‘옴(oṃ)’은 태초에 울렸다는 소리이자 우주의 모든 진동을 응축한 신성한 음으로서 단순히 외는 것만으로도 영혼을 정화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지.
태초에 울린 소리를 감지하게 되면 영혼을 정화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곧 뇌문의 확장을.
-아몬은 곧 ‘영혼의 소리’이자 ‘진리의 진동’이다. 영적 파장을 확장해 사물의 본질을 깨우고, 그 속에 잠재된 사념의 목소리를 듣게 하지.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게 되면 내 목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영적 파장의 확장은 곧 격의 상승을 이끌어 낸다는 뜻.
어쩐지 로드브로크가 했던 말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기분이었다.
두근두근두근!
심장이 가쁘게 뛰었다.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은 그만큼 가슴 뛰는 일이었다.
“자네는 지금 그릇이 엄청나게 넓어진 상태일세. 현재 갖고 있는 내용물에 비해서 터무니없을 정도로. 그럼 어떻게 되겠나?”
“너무 많은 부분이 텅 비겠군요.”
트라이너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이었다.
“바로 그걸세. 그러다 보니 내용물이 제대로 담기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되는 거지. 머릿속 혼란은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을 테고.”
“그럼……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어떡하긴 뭘 어떡해. 그냥 잠자코 기다려야지.”
“……!”
“내용물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밖엔 없다네. 내용물이 갑자기 넓어진 그릇에 익숙해질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는 것. 시간이 해결해줄 걸세. 두통이 심해도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후자는 무엇입니까?”
“이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네만.”
“그래도 가르쳐주셨으면 합니다.”
“그릇에 어울릴 만큼 더 많은 내용물을 쏟아붓는 것일세.”
“……!”
“그만한 깨달음을 얻거나 지식을 수용해야 한다는 건데, 당장은 불가능하지.”
테오가 이를 꽉 깨물었다.
“하지만…… 두통이 계속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곧 있을 적습에 제가 대항하지 못합니다.”
“굳이 자네가 나설 필요가 있나?”
“……?”
이건 또 무슨 소릴까?
“들어보니 이미 자네는 신입으로서 할 일, 그 이상을 해낸 것으로 보이네만. 이 뒤는 자네의 동료들에게, 선배들에게 맡기게.”
대원들이 모두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트라이너 조장님의 말씀이 맞아.”
“맞아. 너는 좀 쉬어.”
“고생 많았다, 막내야. 그러니까 한숨 푹 자. 일어나면 윈터러에 있을 테니까.”
“우리가 활약할 틈은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으잉?”
셀퍼드는 우스꽝스럽게 주먹으로 가슴팍을 두드려 보이기도 했다.
“부사수가 뭘 그렇게 하겠다고 나서긴 나서냐? 이럴 때는 다 사수한테 맡겨, 인마.”
“…….”
테오는 한순간 정신이 멍했다.
‘……동료.’
어쩐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
그동안 자신이 모든 걸 나서고 해결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야 조금씩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은 이미 백갑용기대였고,
백갑용기대는 하나 된 울타리이자 가족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더욱더 내가 움직여야 해.’
이번 전투는 이미 에드와의 싸움이 되어버렸다.
단언컨대, 지금 위에서 폭격을 가하고 있는 것도 에드의 끄나풀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이후에도 계획되어 있을 에드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서는 여기서 꺾을 필요가 있었다.
-발뭉의 탈취.
이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들에게 아직 에드에 대해서 말할 수는 없어. 입증할 방법도 없고, 정보 창구를 말할 수도 없으니.’
다행히 라그나르 내에 세작이 있다는 의심은 심어뒀으니, 여기서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꽈악!
테오는 혀 뒤쪽을 세게 깨물었다.
비릿한 피 냄새가 나자 정신이 억지로 깨는 느낌이었다.
눈에 다시 힘이 생겼다.
“불굴(不屈)과 무퇴(無退). 백갑용기대의 정신이라 배웠습니다. 그러니 저도 싸우겠습니다.”
“음……!”
불굴, 굴복하지 않는다.
무퇴, 물러서지 않는다.
백갑용기대의 표어를 언급하자 트라이너가 침음을 흘리고, 셀퍼드와 대원들이 모두 테오의 의지에 놀랐다.
바로 그때,
“조장님, 혹시 그 내용물이라는 건 초고수들의 가르침도 해당 되는지요?”
이블린이 갑자기 던진 생뚱맞은 질문에 트라이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커진 그릇을 채우기에 그만한 것은 없겠지. 하지만 당장 그런 걸 구하기는 힘들……!”
“아뇨. 있긴 합니다.”
“……!?”
트라이너는 이게 무슨 말인지 물을 새도 없었다.
갑자기 이블린이 품에서 책자 하나를 꺼냈다.
“원래는 주기에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들어서 갖고 있던 건데, 차라리 잘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테오는 이블린이 건네는 책자를 받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지매(一枝梅).
하나의 나뭇가지 끝에 걸린 매화꽃?
이게 대체 뭘까 싶어 책자를 활짝 연 순간.
“……!”
테오는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그것은 논담집이었다.
검룡 매화궁주가 마룡 율리우스와 나눈 무론(武論)에 대한 논담집.
서로가 평생을 추구하여 탄생시킨 검에 대한 이치를 두고 살벌하게 논의를 주고받으며 필요할 때는 직접 검을 겨루어 그 과정까지 담아내고 있었다.
율리우스: 검룡께서는 검을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오사: 저는 검을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율리우스: 꽃이요?
오사: 예. 꽃이 화려하게 피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난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땅에 떨어진 씨앗에서 새순이 피어야 하고, 줄기가 자라 잎사귀가 무럭무럭 자라야 하며, 그 안에서 꽃봉오리가 맺히길 기다려야 하는데, 그동안 절대 가지가 꺾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니까요…….
검룡과 마룡의 검술을 서로 비교 분석할 수 있기도 하기에 자칫 잘못 쓰였다간 약점이 노출될 수도 있을 만큼 위험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런 걸 전혀 개의치 않고 심도 높은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오로지 테오만을 위해서.
쿵! 쿵! 쿵! 쿵!
심장이 가쁘게 뛰었다.
-선택을 내리는데 부담은 갖지 말려무나. 네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나는 언제나 네 편이 될 터이니.
지명식에서 매화궁주가 했던 말이 언뜻 테오의 머릿속을 스쳤다.
어떻게든 네 뒤에 서 있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내가 해드린 건 아무것도 없는데…… 이분들은 내게 도움만 주시는구나.’
율리우스는 테오에게 검의 재미를 가르쳐준 사람이었고,
매화궁주는 검술의 기초를 알려준 사람이었다.
언제나 아낌없이 주기만 하는 분들.
그 감사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스킬: 해츨링 싱크로’가 해당 물품에 맺힌 사념을 읽습니다.]화아아악!
그 순간, 어둡던 시야가 반전되었다.
고즈넉한 달밤.
매화궁주와 율리우스,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본 채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 책이 테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보십니까?
-단순히 대화를 주고받은 걸 기술하기만 했는데 아마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훨씬 더 많지 않을까 싶어요.
-으음? 그럼 이 책을 만들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없지는 않지요.
매화궁주는 율리우스의 질문에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길라잡이는 될 수 있을 테니까요.
-길라잡이라…….
-백갑용기대장도 알고 계시겠지만, 테오는 너무 빠른 아이예요. 그리고 너무 빠르면 놓치는 게 많죠.
-하긴. 때로는 천천히 봐야 알 수 있는 것들도 많으니.
-맞아요. 그런 세부적인 것들을 놓치다 보면 결국 무너지기 쉬운 모래성이 되기 십상이죠.
-흑색철기대장도 그런 위험을 몇 번이나 넘어야 했었으니.
-그러니 이 논담이 그런 부족한 세부적인 사항을 채울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줄 거라고 믿어요.
매화궁주의 미소는 다른 어느 때보다 화사했다.
테오에 대한 걱정과 염려는 다른 누구보다 진실이었다.
율리우스는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도 그렇군. 좋습니다. 저도 더 열심히 돕도록 하죠.
-말이 나온 김에, 사실 백갑용기대장이야말로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되지 않나요? 테오는 이미 백갑용기대장의 품에 들어갔잖아요?
-매화궁주답지 않게 이상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율리우스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제 품에 들어왔으니 더 아끼는 겁니다. 가족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그리고,
파아아아-
테오의 머릿속으로 일지매의 모든 내용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
두 사람의 대화를 기록한 것이다 보니 사념이 그것을 고스란히 옮기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덕분에,
테오는 일지매의 주요 중점을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나뭇가지는 검을 의미한다.
그 끝에 걸린 매화꽃은 검술을 상징한다.
매화궁주는 말한다.
화려한 꽃을 틔우기 위해서는 그만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검술도 마찬가지다.
오랜 수련과 연구가 따르지 않으면 절대 발전할 수가 없다.
율리우스가 동의하면서 묻는다.
그럼 그 꽃이란 건 피우기만 하면 끝이냐고.
.
.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대화 대부분은 사실 깊이 들어갈수록 아직 테오가 이해하지 못하는 게 태반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길라잡이 덕분에 그동안 막막했던 것들이 술술 풀렸고,
자신이 최근에 발전시킨 <용의 네 발톱>에 대해서도 제3의 시선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동시에,
쏴아아아-
테오는 여태 욱신거리던 두통이 빠르게 가라앉는 느낌을 받았다.
두통만이 아니었다.
몸살기도 싹 사라졌다.
찬물에 몸을 담근 것처럼 머릿속이 고요해졌다.
“…….”
그 깊은 침묵 속에서,
쿵쿵쿵쿵쿵!
유일하게 뱃고동 소리처럼 힘차게 울리는 심장 소리가 들렸다.
피의 흐름이 느껴졌다.
신체 곳곳에 스며드는 혈액 덕분에 신체 전체를 세밀하게 관조할 수 있었다.
그 순간, 테오는 깨달았다.
사실 벌모세수가 끝이 아니었다는 것을.
달라진 육체를 쫓아 뇌문이 확장되고, 이에 따라 커진 그릇에 맞춰 내용물이 꽉 채워진 지금에야 균형이 겨우 맞춰졌다는 것을.
심·기·체.
그 균형이 가장 중요했던 것이다.
[검술에 대한 새로운 힌트를 얻었습니다. 막대한 경험치가 쌓여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테오는 다시 정신을 차리며 몸을 일으켰다.
물로 씻은 듯 정신이 개운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