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73)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73화(73/224)
일지매(一枝梅) (3)
“정신이 드나?”
“괜찮아, 테오?”
트라이너와 이블린이 가장 먼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개운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다행이군. 잘 먹힌 모양이야!”
두 사람은 그제야 안도에 찬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테오의 말은 절대 거짓말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말한 것보다 훨씬 컨디션이 좋았다.
‘일지매 덕분에 뇌의 정보처리기능 속도도 훨씬 빨라진 것 같아. 예민해진 감각도 이젠 낯설지 않아.’
특히 가장 걸리는 건 검에 대한 이해였다.
다섯 번째 발톱.
뭔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빨리 실전에 뛰어들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럼 이제…… 휴식도 이만하면 된 것 같으니 우리도 슬슬 일어날 준비를 해볼까?”
이블린은 그런 테오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대원들을 쓱 훑으면서 말했다.
대원들은 이전보다 편해진 숨소리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일어났다.
조금 전부터 폭격 소리가 그쳤다.
적들이 상황 확인을 위해 근처까지 접근하고 있다는 뜻.
반격하려면 지금부터였다.
순간, 이블린의 눈빛이 바뀌었다.
“백갑용기대 5번조! 우리가 누군가! 답하라!”
“불굴! 무퇴! 백갑용기대입니다!”
“우리가 누군가! 말하라!”
“무적! 무패! 5번조입니다!”
“그렇다. 우리는 백갑용기대 5번조다. 그러니 지금부터.”
절도 있는 대답과 함께.
다른 대원들의 눈빛도 이블린의 눈빛처럼 빛났다.
“적에게 우리가 누군지를 똑똑히 보여주도록 하라!”
“존명!”
“존명!”
“존명!”
“그럼 가자.”
저벅-
백갑용기대가 다시 검을 들었다.
* * *
“놈들이 죽었는지 확실하게 점검하라. 생존자가 남아있으면 절대 안 된다.”
시드라의 명령에 따라 중앙기무국의 요원들이 수색을 개시했다.
조금 전까지 블랑키 요새가 있던 지역은 폐허가 되어 있었다.
먼지가 풀풀 날리며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겨우 버틴 구조물의 잔해가 전부.
여기서 사람이 살아남기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지독하게도 변했군.”
“오히려 여기서 살아남으면 진짜 생존력 인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
“후후, 공감이야.”
잔해 더미 사이로 보이는 인간의 사체는 멀쩡한 것이 없었다.
하나 같이 어딘가가 터져나가거나 부서진 것들뿐.
검으로 일일이 찌르면서 확인 사살을 하는 중이지만 더 살펴볼 것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러던 바로 그때,
“그러니까 이따가 복귀하거든 맥주라도 한잔……!”
요원 중 한 명이 실실 웃으면서 친구와 잡담을 나누다 말고 피를 토했다.
갑자기 땅 밑에서 불어 닥친 섬광.
스걱-
푸화악!
“무……!”
옆에 있던 동료는 하늘 위로 치솟은 피분수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뒤늦게 상황을 깨닫고 품속에서 신호탄을 꺼내기 전에 머리가 떨어졌다.
탁!
쓰러진 두 사체 위로 이블린이 조용히 착지했다.
황량한 먼지바람을 갑주처럼 휘감은 그녀의 안광은 다른 어느 때보다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척살하라.”
그 말이 바로 신호탄이었다.
먼지바람이 사방에 불어 닥쳤다.
퍼어엉!
쐐애애액-
쉬쉬쉬쉭!
잔해 더미 곳곳이 폭발하면서 튀어나온 백갑용기대.
당연히 예상치 못한 사태에 중앙기무국 요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으니.
-이, 이게 뭐야!
-대체 어떻게 살아남……!
-컥!
-놈들이 아직 살아있다! 전원 전투태세를 갖춰라!
때마침 가장 늦게 현장에 진입하던 시드라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계획이 틀어졌다! 대체 저런 폭격 속에서 어떻게 살 수 있었던 거지?’
문제는 집단전에서는 무수한 훈련을 거쳤을 백갑용기대를 이기기가 어렵다는 것.
자칫 이쪽의 정체가 들켜서는 정치적 역풍이 불 수도 있었다.
퇴각해야 한다는 생각에 휘슬을 불려 했지만,
“그쪽이 대가리인가 보군?”
갑자기 하늘에서부터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먼지구름이 확 하고 내려왔다.
흠칫!
시드라는 황급히 검을 위쪽으로 거칠게 뿌렸다.
차아아앙!
검기와 검기가 부딪치면서 부서진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동시에 시드라의 시선을 가렸던 먼지구름이 와류를 그리기 시작했다.
녀석의 발을 묶기 위한 술수.
바람결 사이로 십여 개의 검기가 튀어나왔다.
풍뢰신의 돌풍.
그리고 비검행의 자검(刺劍).
풍존의 비전이 40여 년 만에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
채채채챙-
그것을 겨우겨우 막아내는 시드라의 손속이 바빠졌다.
‘빠르다……! 대체!’
이블린은 순식간에 시드라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원래 ‘벽’을 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검술이 뛰어났던 그녀는 풍존의 비급을 만나면서 경지가 몇 단계나 급상승한 상황.
심지어 왼팔을 잃었을 때보다도 전력이 상승한 상태였다.
당연히 옛 전력밖에 모르는 시드라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역시 에드에게서 직접 검술을 사사한 고수.
금세 침착함을 되찾으면서 이블린에 맞섰다.
콰아앙!
검과 검이 다시 충돌하면서 돌풍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역시.”
“……?”
“검술이며 보법까지 전부 나를 너무 잘 알고 있어. 너, 라그나르의 사람이로군?”
“……!”
“다른 놈은 몰라도 역시 너는 생포해야겠어.”
‘제기랄!’
시드라는 이를 악물었다.
자신이 1급 요원이 된 이후로 저지른 최악의 실수였다.
그는 어떻게든 우선순위를 판단하고자 했다.
‘대체 무슨 술수로 살아남았는지 몰라도 놈들이 살아있다면…… 발뭉부터 빼돌려야……!’
하지만 그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황량한 바람이 눈가를 스치는 것이 보였다.
쐐애애액-
‘설마!’
시드라는 불안한 마음에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가 경악하고 말았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후방에 빼두었던 발뭉 보관자의 머리가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푸우우우!
피 분수 아래에 거대한 츠바이핸더를 들고 있는 소년.
개화식에서도 본 적이 있던 테오 라그나르였다.
에드가 반드시 시체를 확인하라고 말하기도 했던 자.
‘저걸 어떻게 알고!’
발뭉의 존재는 중앙기무국에서도 아는 사람이 다섯이 넘지 못한다.
그것도 전부 에드의 최측근에 해당하는 자들이었다.
그런데도 테오가 그것만을 정확하게 ‘알고’ 노렸다는 뜻은 단 하나.
‘기무국 내에 끄나풀이 있다!’
까드득!
대체 누가 국장님을 배신한단 말인가!
그러나 시드라의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배짱 하나는 두둑하군. 전투 중에 한눈팔 여유도 다 있고 말이야.”
쉬쉬쉬쉭-
이블린의 검이 돌풍을 휘감으면서 목을 노려왔다.
마치 바람의 화신이라도 된 것처럼 날카로운 움직임이었다.
테오 역시 쓰러진 시체에서 발뭉을 줍고 있었다.
“전원-!”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시드라는 결국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물건’을 사수하라아-!”
사수(死守).
목숨을 걸고 지켜라.
요원들은 일제히 잠력을 격발하면서 테오에게 달려들었다.
-<역류폭혈공>.
생명력을 소진하기 때문에 자칫 목숨을 잃을 위험이 컸지만, 그만큼 단시간에 무력이 급상승하기 때문에 마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금단의 비술.
하지만 요원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명령이 떨어지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수행한다는 것이 백갑용기대와는 다른 중앙기무국의 철칙이었다.
쐐애애액-
스무여 개의 궤적이 테오 쪽으로 쏠렸다.
“역류폭혈공을 쓴다고? 이것들 대체 정체가……! 백갑용기대는 테오를 보호하라!”
이블린은 마인이나 다름없는 그들의 술수에 치를 떨면서 다급하게 명령을 내렸다.
팟! 팟! 팟! 팟!
순식간에 테오 앞으로 셀퍼드와 아린을 비롯해 대원 여럿이 섰다.
선두에 있던 셀퍼드가 소리쳤다.
“신입한테 쪽팔리는 모습만 보여줄 수는 없지! 선배들이 얼마나 대단한 줄 보여주자고! 가즈아아아!”
“아즈아아아!”
차차차창!
어떻게든 접근하려는 기무국 요원들과 녀석들을 막아서는 대원들의 충돌은 아주 거셌다.
검기와 검기가 난무하고, 곳곳에서 피바람이 불어 닥쳤다.
그 속에는 테오도 있었다.
[인벤토리에 물품을 보관하였습니다.]난전 중에 떨어뜨리지 않도록 발뭉을 인벤토리에 던진 다음,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높이 들고서 길게 숨을 골랐다.
‘움직임은 다른 어느 때보다 가벼워. 감각도 훨씬 날카로워졌고.’
테오는 일지매에서 봤던 매화궁주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나뭇가지는 검. 꽃은 검술.
하지만 <매화만발>에서 보인 꽃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꽃을 많이 피워내면 낼수록 깨달음의 깊이도 높아진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율리우스의 검도 담겨 있었다.
다른 누구보다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을 그의 검.
테오는 두 가지를 하나로 뒤섞어보고자 노력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매화궁주와 율리우스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 검의 끝을 보았으므로.
‘그래도 가능할 거야.’
하지만 테오는 그렇게 생각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카일의 검을 좇아서 지금의 경지에 닿았으므로.
그러니 두 무론 사이에 연결고리만 만들면 된다.
‘연결고리.’
화아아아!
테오의 머리가 짜릿한 통증과 함께 다시 활발하게 돌아갔다.
백열.
과열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전처럼 두통이 따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개운했다.
몰입도가 좋아 집중력이 훨씬 커진 느낌.
덕분에 머지않아 찾던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바람.’
풍존의 비급이면 가능했다.
벼락도, 꽃잎도. 결국 바람을 타고 흐르므로.
‘그걸 드러내는 건…… 용의 발톱.’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속도가 필요했다.
[추가 스탯 10을 민첩에 투입합니다.] [민첩: 62 → 72] [움직임이 원활해집니다.] [공격 속도가 빨라집니다.]쐐애애액-
그 순간,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드레이크의 날붙이가 번쩍였다.
첫 번째 발톱. 대원들의 틈바구니를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온 요원의 머리통이 쪼개졌다.
두 번째 발톱. 아린의 사각지대를 노리고 들던 적습을 튕겨내고,
세 번째 발톱. 테오가 오히려 앞으로 튀어 나가면서 적진을 노도처럼 휩쓸었다.
콰콰콰콰-
“크……! 우리 신입, 쉬지를 않는구만. 뭐하냐! 우리도 어서 가야지!”
셀퍼드를 위시한 대원들이 테오의 뒤를 쫓아 오히려 요원들을 압박했다.
요원들의 손발이 어지러워지면서 전세가 순식간에 역전되었고,
차차창!
네 번째 발톱. 테오의 빛살이 사선으로 번쩍여 세 명이나 되는 요원들의 피를 뿌렸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발톱.
다른 어느 때보다 칼날을 새카맣게 물들였던 흑뢰가 지상에 작렬했다.
콰르르릉-
번쩍! 번쩍! 번쩍!
엄청난 깊이의 크레이터를 만들어낸 흑뢰는 지면을 타고 사방으로 뻗쳐나갔다.
거기에 휩쓸린 적들은 충격파에 튕겨나거나, 감전 때문에 마비 증상을 일으키면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으니.
거기다 하늘에서는 검은 벼락이 잇달아 떨어졌다.
-썬더 콜링.
테오가 다섯 번째 발톱의 탄생과 함께 검술에도 녹여내기 시작한 속성 마법이었다.
쿠르르릉-
덕분에 백갑용기대는 완전한 승세를 거머쥘 수 있었다.
중앙기무국의 진형이 삽시간에 붕괴 되었다.
“퇴가아악! 퇴각하라아아아!”
시드라는 이대로는 정말 위험하겠다 싶어 악다구니를 질렀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요원들의 머리 위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조장님! 저희가 왔습니다!”
“으하하하! 이 새끼들, 다 뒈졌어어어!”
에리카와 홀커스가 비룡에 탄 채로 나타난 것이다.
마력탄이 도주를 시도하던 요원들에게로 떨어졌다.
콰콰쾅! 콰쾅!
“크아악!”
“아악!”
바깥쪽에서는 마력탄 세례가,
내부에서는 백갑용기대의 역습이.
안팎으로 둘러싸인 중앙기무국이 빠져나갈 곳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시드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어떻게 해야……!’
스걱-
푸우우우!
“크아아악!”
시드라의 머릿속이 하얗게 질릴 때쯤, 이블린의 검이 오른쪽 팔뚝을 가르고 지나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목덜미에 달라붙는 칼날.
이블린이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꿇어.”
저항한다면 가차 없이 베겠다는 시선에 시드라는 이를 꽉 깨물었다.
자결이라도 해야 하나 싶었지만, 이블린이 그 눈빛을 먼저 읽고 단숨에 녀석의 오러홀에 검을 꽂아 넣었다.
퍼어억!
“크윽……!”
마력이 걷잡을 수 없이 새어 나왔다.
“꿇어! 남은 수하들도 전부 죽이고 싶지 않으면!”
“……!”
시드라는 결국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챙그랑!
그의 검이 볼썽사납게 땅바닥을 뒹굴었다.
백갑용기대의 승리였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