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77)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77화(77/224)
공동 전인 (2)
“무척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모든 훈련이 끝난 뒤.
테오가 조금 지친 발걸음으로 매화궁의 연무장을 나서자, 밖에서 랑 프렌체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타샤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 그렇게 보입니까? 사실 연달아 훈련받아 그런지 많이 피곤합니다만…….”
“피곤하시다는 분 치고는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으십니다만. 후후.”
테오는 계면쩍은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사실 랑의 말이 맞았으니까.
체력은 지쳐도, 기분은 다른 어느 때보다 훨씬 상쾌했다.
그동안 이해하지 못하고 머릿속에 담아두기만 했던 여러 비전들, 무론들, 깨달음 등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오늘 배운 내용만 제대로 복습해도 새로운 길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테오 님께 감사드립니다.”
랑은 그런 테오를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갑자기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왜 이러는 걸까. 테오가 깜짝 놀라는데 랑이 말을 이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궁주님께서는 처음 테오 님을 중앙청에서 뵙고, 또 매화만발을 지도하시고 난 뒤부터 항상 웃고 계실 때가 많습니다.”
테오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예, 저야말로…….”
테오는 얼결에 고개를 숙이면서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내가 당연히 궁주님의 제자가 되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뭐라고 말하지?’
매화궁주에 대한 랑의 충성심이 무척 뛰어난 것 같아 섣불리 입을 떼기가 어렵던 그때였다.
“백갑용기대의 신입 대원, 테오 라그나르. 맞나?”
저벅-
갑자기 테오 앞으로 열댓 명의 무리가 나타났다.
순간, 테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무리에는 익숙한 얼굴도 있었다.
펠릭스.
“그런데?”
하지만 펠릭스는 잔뜩 자라목이 된 채로 무리에 섞여 있을 뿐, 실질적인 리더는 따로 있었다.
테오는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발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차가운 눈빛을 지닌 여인.
헤이젤 코플.
6설가 중 하나인 코플 가문의 직계로, 매화궁주의 검을 쫓아 매화궁에 입궁한 실전검사.
‘원 역사에서는 펠릭스를 제치고 매화궁주의 진짜 ‘첫 번째’ 제자가 되었던 인물.’
실력이나 재능도 뛰어나 꽤 시간이 흐른 뒤에는 어느 5대 후보의 오른팔이 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이 왜 나타났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자기 자리를 빼앗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겠지. 펠릭스처럼. 시비라도 걸려는 건가?’
수석집사 랑은 구도가 흥미진진했던지 슬쩍 뒤로 빠지면서 상황을 지 켜봤다. 말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말이 짧군. 상급자에 대한 예의가 전혀 보이지 않아.”
헤이젤은 테오의 딱딱한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찡그리면서 시선을 위아래로 훑었다.
피식-
테오는 어이없다는 듯 냉소를 흘렸다.
“상급자는 무슨.”
“뭐?”
“직속 상관도 아닌데 굳이 그런 걸 따지나?”
헤이젤의 얼굴이 순간 굳어지고,
“이 시건방진 새끼가 자꾸 보자보자 하니까!”
차차창!
헤이젤의 옆에 있던 검사들이 분기탱천하며 일제히 검을 뽑았다.
반면에 이미 테오에게 당한 전적이 있던 펠릭스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테오의 눈가에 스산한 살기가 감돌았다.
“검을 뽑았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이러는 거겠지?”
“무슨 헛소……!”
처음 소리쳤던 이가 뭐라고 말하려던 그때였다.
쐐애애액!
어느새 뽑혀 나온 드레이크의 날붙이가 빛살을 그려내고 있었다.
스걱-
촤아악!
“아악! 내 팔! 내 파아아알!”
“헨리!”
“이 미친 새끼가 진짜 칼질을 하……!”
소리쳤던 이는 잘린 왼팔을 부여잡으면서 괴성을 질러대고, 테오가 다짜고짜 칼을 날릴지 몰랐던 이들은 정색하며 테오에게 덤비려 했다.
하지만,
고오오오-
[‘스킬: 레서 드레이크 피어’가 전장을 지배합니다.]한순간 테오에게서 휘몰아친 살기가 그들의 발목을 묶었다.
“멈추지? 뒈지고 싶지 않으면.”
“……!”
“……!”
“……!”
“매화궁주 님의 체면을 생각해서 너희들이 계속 시건방진 행동을 보여도 봐줬을 뿐이다. 그래도 계속 덤비겠다면 덤벼. 단, 그다음에는 팔로 끝나진 않을 거야.”
녀석들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헤이젤이 칼자루에 손을 얹으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벌써 자신이 매화궁의 후계자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행동하는군. 궁주 님의 제자가 되었다고 해서 우리가 호락호락하게 너의 말에 따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그래서 수련검사 하나 상대하기 껄끄러워서 단체로 핍박하러 왔다는 건가?”
“……좋게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군.”
“그래서? 싸울 텐가?”
테오와 헤이젤 사이에 한참 동안 눈싸움이 이어졌다.
팽팽한 살기.
그러다가 헤이젤이 도로 검을 검집에 수납했다.
철컥!
“헤, 헤이젤 님?”
“갑자기 왜……?”
헤이젤의 명령이 떨어지면 당장 튀어 나갈 준비를 하던 검사들이 모두 당황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헤이젤은 조금 전 살벌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나타샤 언니에게 듣던 것보다 배짱이 더 두둑하군. 확실히 궁주 님께서 눈여겨보실 만해.”
갑작스러운 훈훈한 분위기.
그러자 매화궁 검사들의 당혹스러움은 더 커졌다.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는 게 느껴졌다.
‘어쩐지.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날카롭게 보인다 싶더니.’
헤이젤은 매화궁주만큼 먼 미래에는 많은 검사들의 인망을 샀던 사람이었다.
당연히 이런 도발이 그녀답지 않다고 생각해서 적당히 맞장구를 쳤는데, 예상이 맞았던 모양이었다.
다만, 테오는 경계를 완전히 거두지 않았다.
어디서 또 펠릭스 같은 놈이 튀어나올지 몰랐으니까.
“괜히 떠봐서 미안하다. 이 멍청이들의 엉망인 규율도 나중에 따로 잡도록 하지. 하지만.”
“하지만?”
“내가 아직 너를 궁주 님의 제자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말은 거짓이 아냐. 나는, 그리고 우리 매화궁의 검사들은 테오 라그나르라는 사람을 몰라. 기풍도 성격도 다 다르니 덥석 받을 수는 없는 노릇.”
순간, 헤이젤의 눈빛이 사납게 빛났다.
“이번에 최연소로 승급 시험 명단에 이름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지? 그렇지 않더라도 머지않아 오를 테고. 그때 내가 시험관으로 나서도록 하지. 거기서 나를 꺾어. 그런다면 우리 모두 군말 없이 너를 궁주 님의 후계자로 인정하겠어.”
승급 시험?
테오는 자신은 처음 듣는 일정이 의아했지만, 우선 헤이젤의 오해부터 바로잡을 필요성을 느꼈다.
“마음대로 해.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는데.”
“뭐지?”
“난 매화궁의 후계자가 될 생각이 없어. 될 수도 없고.”
“……?”
헤이젤은 순간 테오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 이맛살을 찌푸렸다가, 곧 경악에 찬 얼굴로 소리 질렀다.
“너, 설마……!”
피식!
테오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너희들이 왜 내가 당연히 궁주 님의 제안을 승낙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그 자리는 거절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나오는 길이다.”
“……!”
“……!”
“……!”
헤이젤을 비롯한 매화궁 검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심지어 옆에 있던 랑까지도.
* * *
“테오와의 만남은 어떠셨습니까?”
나타샤는 매화궁주만 남은 연무장을 찾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곳곳에 남은 훈련 흔적들이 제법 거칠었다.
‘역시 24수 매화검……. 벌써 전반부 8초식을 전부 전수하셨나? 너무 빠른데.’
그녀도 전반부의 형태를 익히는데 한 달이 넘게 걸렸던 것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성장 속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매화나무를 만지고 있던 매화궁주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즐거웠지. 즐거웠다마다.”
“드디어 ‘천룡검주’의 업을 이으실 후계자가 나타나셨군요. 감축드립니다.”
나타샤는 고개를 푹 숙였다.
천룡검주.
매화궁주의 숨겨진 또 다른 신분이었다.
원래 그녀는 라그나르 출신이 아니었다.
고대부터 일인전승으로 내려온 비밀 유파의 전승자였으니.
하지만 매화궁주는 오랫동안 제자도 자식도 없어 마땅히 이 업을 이을 만한 후계자를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니 나타샤는 당연히 테오의 출연을 후계자와 연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원래는 나도 그럴 생각이었다만…… 후후! 아무래도 그 자리는 다른 사람을 찾아봐야겠구나.”
매화궁주의 말에 나타샤가 두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하면 테오 라그나르가……!”
“또 제안을 거절했단다. 그러고 보니 벌써 횟수만 세 번째지? 고얀 아이인 게 틀림없어. 우후후!”
하지만 매화궁주는 거절을 당한 사람치고 기분이 아주 즐거워 보였다.
나타샤는 황망할 뿐이었지만.
“이번에는 대체 어째서……! 안 되겠습니다. 제가 가서 따져 묻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단다.”
“하지만!”
“제자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 나와의 인연이 끝난 건 아니니. 아니, 오히려 더 짙어졌다고나 할까?”
“……?”
나타샤는 여전히 매화궁주의 말뜻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두 눈을 끔뻑거렸다.
후후후!
하지만 매화궁주의 웃음소리는 더 커져만 갔다.
-매번 저를 배려하시는 궁주님의 마음은 항상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제자가 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저는 이미 마음속에 스승님으로 모시는 분이 계십니다.
-이런…….
-다만.
당시 테오가 보이던 눈빛은 아직도 눈가에 선명했다.
-제가 궁주님을 또 다른 어머니로 모셔도 될는지요?
또 다른 어머니라.
매화궁주는 여전히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딱딱한 사제 관계보다 모자 관계가 훨씬 더 마음에 드는 건 당연한 일.
하늘이 허락지 않아 내 손으로 내가 낳은 아이를 직접 받는 기쁨은 볼 수 없었지만,
마음으로 낳은 아이를 마음으로 맞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이토록 기쁠 수가 없었다.
-나에게 자식이 생겼다.
그러한 사실이, 그동안 텅 비어 있던 매화궁주의 가슴을 꽉 차게 만들어주었다.
‘한데, 마음속에 스승으로 모셨다는 그 위인은 대체 누굴까?’
매화궁주는 나중에 따로 한번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나타샤를 돌아봤다.
“나타샤, 나 대신에 가주께 서찰을 한 통 보내드릴 수 있을까?”
“예. 말씀하십시오.”
나타샤는 눈치껏 두 사람 사이에 사제 관계보다 더 친밀한 내적 관계가 맺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테오의 승급 시험을 추천할 예정이란다.”
“……!”
나타샤가 깜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참에 테오가 맘껏 뛸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자꾸나.”
* * *
<‘테오 라그나르’의 승급 시험 추천 – 백갑용기대장 율리우스 라그나르>
<‘테오 라그나르’의 승급 인사 추천 – 매화궁주 오사 라그나르 프루너스>
카일은 조금 전 올라온 두 개의 보고서를 보고 피식 웃었다.
“9룡 중 두 명의 승급 추천이라? 개화식이 끝난 지 아직 한 달도 안 되었는데 다들 무리하는군. 어린 새끼를 억지로 날게 만들어봤자 사냥꾼 눈에만 쉽게 띄어서 오히려 당하기만 쉬운 법이거늘.”
라그나르의 검사는 크게 여섯 등급으로 구분되었다.
검을 갓 쥐기 시작한 ‘입문검사’.
개화식을 치르며 오러홀을 개방한 ‘수련검사’.
부대에 배속되어 적절한 공을 세우거나 연차가 쌓여 한 사람의 검사 몫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인정받는 ‘실전검사’.
뛰어난 실력을 갖추어 라그나르의 ‘발톱’과 ‘이빨’이라 불리게 되는 ‘상급검사’.
한 개의 무리를 이끌며 라그나르의 ‘손’과 ‘발’이라고 할 수 있을 ‘용문검사’.
그리고,
라그나르를 대표하는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월계검사’.
테오는 두 번째 등급인 수련검사였다.
이제 막 임무에 투입되어 사수가 옆에서 이것저것을 가르쳐줘야만 하는 초보적인 수준.
용으로 치면 ‘비늘’이었다.
그것도 당장은 별 쓸모가 없는 꼬리 쪽 비늘.
그런데 이 비늘이 꼬리가 아니라 등껍질 쪽은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보고서에서,
율리우스는 첫 임무에서 테오가 보인 용기와 판단 능력, 공적을 언급하고 있었고,
매화궁주는 테오의 뛰어난 실력에 대해서 거론하고 있었다.
만약 이 두 개의 추천서가 승인된다면?
테오는 유례없는 승진 속도를 거머쥐게 된다.
개화식의 열기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더 크게 이슈가 될 테지.
그때부턴 당연히 5대 후보들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호르르……!
그때, 카일의 어깨에 올라타 있던 종달새가 가볍게 지저귀었다.
“너도 추천한다?”
카일이 뜻밖이라는 듯이 종달새를 바라봤다.
종달새가 고개를 끄덕이며 호르르, 호르르, 울어댔다.
“하긴. 그것도 좋은 생각이긴 하구나. 좋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카일은 두 개의 서류 위에 승인 도장을 크게 찍었다.
쾅!
-승인.
“그래. 네 입으로 권좌에 도전하겠다고 했으니 알아서 해보아라. 무사히 날아오르던, 거기서 꺾이던, 네가 알아서 입증해 보일 일이지.”
카일의 벌어진 입가 사이로 하얀 송곳니가 훤히 드러났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