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8)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8화(8/224)
잠룡은 이제 기지개를 켠다 (3)
테오는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원래 노렸던 건 이런 게 아닌데 말이야.’
테오가 소문을 퍼뜨려서 사람들을 모았던 건, 열등감에 잔뜩 찌든 이들을 모조리 꺾어 자신에 대한 소문을 바꾸려는 것에 있었다.
그런데 미처 그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들 역시 라그나르의 자긍심을 가슴에 품고 사는 검사들이라는 것.
도발을 하면 당연히 한꺼번에 덤빌 줄 알았건만.
그들은 의외로 린치에 대해 깊은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라그나르의 검사로서 해서는 안 될 수치스러운 행동이라 여긴 것일까?
게다가 테오가 진짜 실력을 보인 순간, 잘못을 깨닫고 고개를 숙이기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런 모습은 비단 시빌만 보이는 게 아니었다.
감시꾼들 대부분이 이쪽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거나, 오히려 콧잔등이 붉어진 채로 드문드문 테오를 훔쳐보기 바빴으니까.
‘뭐, 이것도 나쁘지 않지만.’
상대방이 진심으로 사죄를 건넨다면, 여기에 제대로 응대하는 것 또한 검사로서 갖춰야 할 자세.
처척!
테오는 자신도 똑같이 기수식을 풀고 검례를 취했다.
“테오 라그나르. 장미궁 소속의 입문검사이며 곧 개화식을 앞에 두고 있어 아직 별도의 스승은 모시지 않았다.”
시빌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테오가 하는 의식이 정식 대련에 들어가기 앞서, 검사들끼리 나누는 ‘정식 통성명’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를 응징의 대상이 아닌 대등한 대련 상대로 여긴다는 뜻.
코끝이 살짝 찡하고 울렸지만.
시빌은 꾹 참으면서 똑같이 우렁찬 목소리로 답했다.
“시빌 드레이. 남문검문소 소속의 검문검사입니다. 쿠레이 가의 검술을 사사하였으며 쾌검에 능합니다. 좋은 승부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테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츠바이핸더를 내렸다.
차앙!
두 개의 검이 허공에서 가볍게 부딪치고.
서로 간격을 벌린 채 저마다 다른 기수식을 갖췄다.
고오오오-
테오를 중심으로 전의가 다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꼴깍!
시빌은 긴장감에 마른 침을 삼키면서 검을 꽉 쥐었다.
이렇게 정식 대련에 서는 것도 오랜만이지만, 테오의 존재감이 조금 전보다도 더 커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근! 두근!
반면에 심장은 왜 이렇게 뛰는 건지.
이건 긴장감 때문일까?
아니면…….
‘테오 공자님의 열기에 내가 감화되어서……?’
시빌의 생각은 거기서 끝났다.
테오가 걸음을 옮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쿵!
쐐애애액-
‘역시 빠르시다!’
정말 츠바이핸더를 들고 움직이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날렵한 몸놀림.
하지만 시빌은 이번만큼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검을 중단으로 들어 올려 공격을 막았다.
채애애앵!
“큭!”
마치 해머로 가슴팍을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시빌은 몇 발자국이나 물러섰다가 다시 각력에 힘을 주면서 맞대응을 해나갔다.
차차차차창-
[‘시빌 드레이’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운이 1만큼 올랐습니다.] [경험치를 일부 획득했습니다.]‘쾌검이 장기라더니.’
테오는 츠바이핸더의 무게가 가지는 둔한 움직임을, 용의 심장을 억지로 쥐어짜 근력으로 메우면서 시빌의 쾌검을 일일이 막아냈다.
발목을 그어오던 공세는 검면으로 튕겨내고, 목덜미를 노리던 공격은 오히려 거리를 벌려 아슬아슬하게 피했다가 단숨에 좁혔다.
<천로역정>에서 <파라다이스 로스트>로 이어지는 연환계.
쿠쿠쿠쿵!
시빌은 비전 검술들을 차례로 시험 해보기에 아주 좋은 대련 대상이 되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차아아앙!
테오가 츠바이핸더를 있는 힘껏 위로 쳐올렸다.
휘리리릭.
시빌의 검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가 연무장 바닥에 푹 하고 박혔다.
시빌은 찢어진 손아귀를 왼손으로 붙잡으면서도, 어쩐지 패배한 사람치고 밝은 표정이었다.
“졌습니다.”
“좋은 싸움이었다.”
몸을 돌리는 시빌의 입가에 번진 미소가 어느 때보다 환했다.
테오가 주변을 훑어보았다.
“다음?”
* * *
꼴깍-
꼴깍!
곳곳에서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소문이…….’
‘사실이었어.’
‘만약 내가 시빌이었다면, 제대로 검을 부딪칠 수 있었을까?’
지금 이 순간, 감시꾼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생각은 딱 하나였다.
-우리도 어울리고 싶다!
테오와 시빌이 보였던 모든 것들이 그들의 눈에 단단히 새겨져 아직도 환상처럼 아른거리고 있었다.
대련에 앞선 예의,
서로 간에 대한 존경,
승리에 대한 갈망,
자신을 모두 쏟아내는 전의,
승부에 승복할 줄 아는 인정,
그리고…….
-열기(熱氣).
저 열기에 같이 휩쓸리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쿵쿵쿵쿵!
모두의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피가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면서 입술이 바싹 말랐다.
이런 건 절대 머릿속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오로지 가슴 대 가슴, 심장 대 심장으로만 향유할 수 있는,
검사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원초적인 감정.
“제가…… 나서도 되겠습니까?”
그때, 누군가가 긴장한 듯 마른 침을 삼키면서 앞으로 나섰다.
테오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얼굴을 환하게 밝히면서 검례를 취했다.
“에오드 나란. 나란 자작가의 3자로 <두 번의 승천>이라는 검술을 익혔습니다.”
“장미궁의 라그나르. 좋은 승부를 벌이면 좋겠군.”
차아앙!
테오와 에오드는 가볍게 검을 부딪치면서 대련을 시작했다.
파아아앗-
[‘에오드 나란’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운이 1만큼 올랐습니다.] [경험치를 일부 획득했습니다.]그렇게 두 번째 대련도,
[‘베냐트 레미로’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운이 1만큼 올랐습니다.]세 번째 대련도,
[‘에릭 모란’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운이 1만큼 올랐습니다.].
.
네 번째, 다섯 번째…….
그렇게 아홉 번째 대련이 끝날 때까지.
연무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열기는 오히려 더 더워지면 더워졌지, 절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럴수록 검사들의 얼굴도 점점 붉은빛으로 고조되어 갔다.
“하아……. 하아…….”
테오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단내를 풀풀 날렸다.
렌던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결한 정신과 실력을 지닌 이들과의 연속 대련은 확실히 그로서도 상당한 체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툭 건드려도 당장 쓰러질 것처럼 위태롭게 보이는 모습.
하지만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번뜩이는 두 눈은 정말 열다섯 살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용.
마치 용의 눈을 보는 것 같았다.
평소 아무리 병신이니 모질이니 하는 소리를 들었어도, 결국 테오 역시 라그나르의 피를 타고난 용의 후예인 것을.
그런 용이 기지개를 펴려는 순간에 자신들이 있다는 것을, 감시꾼들은 너무나 감사하게 여기고 있었다.
“다음.”
날카롭게 벼려진 용의 눈이 다시 감시꾼들은 훑었다.
“다음은 누구지?”
감시꾼들의 발걸음이 머뭇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들도 검을 섞을 기회를 달라고 부탁하고 싶은데, 테오가 너무 지쳐 보여서 그래도 되나 싶었던 것이다.
“보아하니 많이 지치신 것 같은데, 다음 기회로 미루는 건 어떻겠소? 이미 여기서 테오 님의 실력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하오만.”
“쉴 때는 내가 알아서 쉬도록 하지. 아직은 아냐.”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그럼 이번에는 본인이 부탁드리겠소.”
여태 뒤에서 테오와 감시꾼들의 대련을 지켜보기만 하던 청년이 팔짱을 풀고 앞으로 나섰다.
포마드로 올린 짧은 은발.
앳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큰 키.
정갈한 눈빛이 그가 명문가 출신의 예의 바른 자제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순간, 테오의 눈이 반짝였다.
‘이제야 나서는군.’
사실 테오가 지금까지 계속 대련을 고집한 건 이 사람 때문이었다.
[‘웰링턴 나르시오’를 관찰합니다.]+
웰링턴 나르시오 (15세/남)
· 칭호: 나르시오의 소가주
· 재능: 검술 천재. 예민한 감각. 노오오력 벌레.
· 상태: 생각지 못한 라이벌의 등장에 놀라워하고 있다.
+
라그나르를 떠받치는 여러 봉신 및 기수 가문 중에서도 유독 가장 큰 세력을 자랑하는 여섯 가문을 ‘6설가(雪家)’라고 부른다.
나르시오 가문은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였다.
웰링턴은 바로 그런 나르시오 가의 유일한 후계자로, 먼 훗날 가문을 라그나르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일궈낸 인재였다.
당시 라그나르에서 나르시오를 얼마나 견제했던지, 결국엔 나르시오가 6설가에서 탈퇴하면서 큰 전투가 벌어지기까지 했다.
이때 웰링턴이 받게 된 칭호가 바로 ‘설원의 사자’.
용인 라그나르의 목줄을 물어뜯으려는 맹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테오는 그를 다른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었다.
-뛰어넘고 싶었던 천재.
열다섯.
웰링턴은 테오와 동갑이었다.
똑같은 시기에 개화식을 치렀고, 똑같은 시기에 실전에 투입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
웰링턴은 항상 빛났고, 테오는 언제나 그늘 속에 있었다.
테오는 그런 웰링턴이 항상 부러웠다.
개화식에서 반드시 만나고 싶었던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마주치게 될 줄이야.’
더군다나 테오는 웰링턴의 눈빛에 담긴 감정도 읽을 수 있었다.
호승심.
혹은 승부욕.
‘저런 사람이…… 나와 겨뤄 보고 싶어 할 정도로 내가 발전했단 말이지?’
쿵쿵쿵!
왠지 가슴이 뛰었다.
전생에서는 자신이 동경하기만 했던 동갑내기와 대등하게 검을 겨룰 수 있단 사실이.
‘지금 내 상태로 가능할까?’
테오는 냉정하게 자신에게 남은 체력을 체크했다.
분명히 장기전은 어렵다.
웰링턴은 이미 다섯 살 때부터 북방을 들썩이게 만든 천재 중의 천재.
체력이 온전했어도 승부를 장담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그래도 부딪친다면!’
하지만 과거의 우상과 겨뤄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그의 의지를 바짝 세우고 있었다.
‘역시 단기전밖에는 답이 없겠어.’
푹!
테오는 말없이 츠바이핸더를 연무장 바닥에다 꽂았다.
난데없는 행동.
웰링턴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항복하는 거요?”
“그럴 리가.”
“그럼 되었소.”
웰링턴이 천천히 기수식을 취하고.
“본인의 이름은 웰링턴 나르시오. 나르시오 가의 하급기사요. 이번에 개화식을 치르기에 앞서 군주인 라그나르의 검술을 견식하기 위해 일찍 찾아오게 되었소. 그리고 바로 여기서 뜻하던 바를 이루었고, 그 검과 직접 손을 섞어볼 기회를 얻게 되었음에 감사드리오.”
“테오 라그나르. 위대한 북방의 수호룡이시자 겨울산맥의 주인이신 ‘카일 라그나르’의 31번째 아들이자, 이번에 개화식을 준비 중인 입문검사이다. 명성이 자자한 나르시오의 소가주와 검을 겨룰 수 있게 된 것에 감사드린다.”
테오도 숨을 고르면서 예의 있게 대답했다.
그런데 순간 웰링턴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정확하게는 ‘카일의 아들’이라는 부분에서 보인 변화.
‘이미 이때부터 본가와의 신분 격차를 신경 쓰고 있었나?’
테오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과 동시에.
팟!
파앗-
두 사람이 동시에 움직였다.
웰링턴은 나르시오에서 자랑하는 쾌검에 집중해서 테오의 이마를 노렸고.
테오는 용의 심장을 한껏 쥐어짜 힘을 순간적으로 폭발시키면서 압도적인 힘으로 츠바이핸더를 뽑아 위로 올렸다.
오로지 힘에만 의존한 일격필살의 발검식.
차아아앙!
귀가 떨어져 나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금속음과 함께 허공으로 무언가가 튀어 올랐다.
“빠, 빨라!”
“대체 어떻게 움직인 거지? 속도를 제대로 못봤는데?”
“어어?”
“저건……!”
감시꾼들은 모두 감탄을 터뜨리면서도, 저 반 동강 난 검이 츠바이핸더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웰링턴이 이겼구나.
감시꾼들은 동시에 그런 생각을 떠올렸지만 입에 올리지 못했다.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테오가 여태껏 보여주었던 투지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테오의 승부를 그만 봐야 한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나르시오를 꺾지 못했다는 사실에 라그나르의 검사로서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런데.
“……본인이 패배하였소. 좋은 승부를 치르게 해주시어 감사드리오.”
돌연 웰링턴이 예를 갖추면서 테오에게 고개를 숙였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