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80)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80화(80/224)
공동 전인 (5)
역시 맛있단 말이야?
힐다는 포도주가 마음에 든 듯 가볍게 웃었다.
“회귀자가 태고룡의 유물이란 말씀이십니까?”
테오는 조급한 마음에 물었다.
로드브로크는 말했다.
테오가 가지고 있는 유물은 총 4개라고.
하지만 그가 기억하는 유물은 세 개밖에 없었다.
던전, 월백검, 아몬.
그렇기에 회귀를 일으킨 무언가가 남은 하나가 아닐까 하고 예상했었는데,
“아니. 회귀가 아니다.”
힐다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테오의 눈이 저절로 커졌다.
“그럼……?”
“대대로 라그나르에게만 내려오는 축복받은 육체. 그게 유물이지.”
“……!”
“전설과 다르게 우리 라그나르는 진짜 로드브로크의 핏줄도 아니다. 계약으로 ‘용의 피’를 공유하고 있다만, 그래도 천 년 넘게 대를 이어오면서 피가 희석될 수밖에 없지. 회귀자이자 선택자라면 이 정도는 알고 있겠지?”
“……예.”
“그런데도 왜 이러한 형질이 계속 전해지는 걸까? 단순히 2대조이신 시구르드 님이 형질 개량을 잘해서? 그렇다고 해도 말이 안 되겠지? 방계나 다른 가문으로 흘러간 형질은 발현되는 일이 없었으니까. 지난 역사 동안에 이뤄진 혼인 동맹도 꽤 많았었는데 말이야.”
“그게 유물 때문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거야. <라그나르>라는 가문에만 내려진 축복. 그것도 직계에만 발현되는 독특한 혈통 인자(血統因子). 그게 바로 유물인 거지.”
“……!”
태고룡의 유물은 일종의 <신비>.
말이 유물일 뿐이지, 그 형태는 단순한 물건일 수도 있고 또 어떤 특정한 현상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아직 더 있는 걸까?
테오는 힐다의 말에 완전히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혈통 인자의 특성이 유독 더 두드러지게 발현되는 경우가 있어. 그게 바로.”
“선택자……. 회귀 능력.”
“빙고.”
또르르-
힐다는 텅 빈 와인잔에 다시 포도주를 채우면서 말했다.
“우리 유전자에 잠재된 선택자, 혹은 회귀자의 능력이 각성하게 되는 조건은 나도 몰라. 회귀가 가능한 횟수도 마찬가지. 그런 것들을 알았다면 진즉에 우리 라그나르가 세계를 제패하고도 남았겠지.”
테오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제야 머릿속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선택자로 각성한 사람은 회귀 능력을 갖추고 로드브로크와 접촉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그렇게 보면 되는 거구나. 하지만 그보다 자세한 조건이나 내용은 아직 모르는 거고.’
그렇다면 여기서 생기는 의문.
-나는 몇 번이나 회귀할 수 있을까?
그리고 드는 또 다른 의문.
-왜 힐다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까?
‘혈통 인자의 능력이 단순히 축복받은 육체와 회귀에만 국한되어 있다고 알고 있는 것처럼…….’
테오는 한번 떠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귀가 가능한 횟수가 한 번일 수도 있겠군요.”
“그럴지도 모르지.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었다고 하고. 왜? 네 횟수를 알고 싶나 보지?”
힐다는 와인잔을 뱅글뱅글 돌리면서 짓궂게 웃었다.
테오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라고는 못 하겠습니다.”
“후후. 그래. 그야 횟수 한 번 한 번이 네게는 기회일 테니 중요할 수밖에 없겠지.”
“혹시 알 방법이 있겠습니까?”
힐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모른다. 하지만 ‘느낌’이라는 게 따로 있어. 아직 횟수가 조금 더 있겠구나, 얼마 안 남았구나 하는 그런 느낌.”
“느낌……. 구체적이지는 않단 말씀이시군요.”
“그래. 하지만 그것만 해도 대단하지 않나?”
테오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메시지는 나만 갖고 있는 능력이야. 확실해.’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최소한 힐다는 아니었다.
‘구체적이진 않다’는 말이 바로 그 증거였다.
테오에겐 최소한 그와 관련된 정보가 떠오를 테니까.
실제로 첫 번째 회귀를 했을 때에 그런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았던가?
‘메시지만이 아니야. 상태창, 정보창, 인벤토리, 상점……. <권한>과 관련된 건 전부 없어.’
쿵쿵쿵!
테오는 크게 뛰려는 심장을 억지로 숨겨야만 했다.
여러 선택자 중에서도 그만이 가진 능력이 있다는 건 분명히 큰 장점이자 무기였다.
힐다에게도 숨길 필요가 있었다.
띠링!
[축하합니다! 가문의 숨겨진 비밀과 이를 둘러싼 사건들을 알아내는데 성공하여 튜토리얼 퀘스트 #18을 무사히 성공하였습니다.] [평가: A+] [보상으로 1코인을 얻었습니다.] [평가에 따른 추가 보상으로 전체 능력치가 5만큼 상승합니다.] [모든 튜토리얼이 종료되었습니다.] [비기너 상태가 종료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비기너의 모든 특전이 사라집니다.]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테오는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보면서 쾌재를 외쳤다.
이로써 전체 능력치가 또 30만큼 오른 셈이니.
벌모세수를 이뤘을 때와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 셈이었다.
‘그런데 시나리오? 이건 뭐지? 튜토리얼의 새로운 단계인 것 같은데.’
테오가 질문을 던지던 그때였다.
[시나리오는 굳게 닫힌 이 세계에 숨겨진 여러 비밀을 파헤치고, ■■을 향하는 스토리입니다.] [해결 시에 보상과 소정의 인과율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건승을 기원합니다.]‘인과율?’
역시나 이번에도 메시지는 그렇게 친절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이 아직 알아내지 못한 가문의 다른 비밀이나 태고룡의 유물, 그리고 메시지와 깊은 연관이 있을 거라는 것쯤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특히 새롭게 나타난 ‘■■’가 이 시나리오를 관통하는 중심 주제일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메인 시나리오가 시작됩니다.]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시나리오 퀘스트 #1]당신의 재능을 탐내는 여러 사람들의 유혹과 협박으로부터 중심을 잡으십시오.
· 난이도: A
· 보상: 2코인
· 실패시: 사망
*이 퀘스트의 결과에 따라 중요한 분기점이 생성됩니다.
+
테오는 퀘스트 창의 내용을 읽다 말고 허리를 빳빳하게 세웠다.
여러 사람의 유혹과 협박에서 중심을 잘 잡아라?
그런 내용이 갑자기 여기서 나타났다는 뜻은 단 하나.
‘이런.’
테오는 와인잔을 뱅글뱅글 돌리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힐다의 눈빛이 범상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냥감을 바라보는 용의 눈.
여태 드러나지 않던 일말의 광기마저 번뜩이고 있었다.
“네 질문에는 모두 답변하였으니, 이제 내 질문에 답변할 차례구나.”
“……예. 어떤 것이 궁금하십니까? 제가 건너온 삶이 그렇게 길지는 않습니다만, 성심성의껏 말씀드리겠.”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힐다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드러난 송곳니가 유독 날카로웠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으니까.”
“좋은 방법이라니요?”
“내 제자가 되어라.”
“……!”
“수백 년의 업이 쌓인 내 검을 내어주지. 네 아비가 감히 나를 축출하지 못하게 만든 검이니 구미가 당길 테지.”
“…….”
“그리고.”
쿵! 쿵! 쿵!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경지만 따진다면 카일보다도 더 높은 곳에 닿았다는 힐다가 탄생시킨 검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힐다는 테오의 그런 속내를 잘 안다는 듯 입꼬리를 더 크게 올리면서 무언가를 식탁에 올려놓았다.
쾅!
목함이었다.
“선물로 이것도 내어주마.”
“그게 무엇입니까?”
“열어봐.”
힐다는 목함을 앞으로 밀었다.
목함이 식탁 위를 쭉 미끄러지다가 테오 앞에 정지했다.
딸칵!
뚜껑을 연 순간, 테오의 눈이 저절로 커지고 말았다.
사람 머리만 한 크기의 붉은 심장이 뛰고 있었다.
두근두근두근!
쿵쿵쿵쿵!
거기에 반응하듯이 테오의 심장도 같이 뛰었다.
“역시 아는 얼굴이로군. 미래 지식으로 알고 있나 보지?”
테오는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가루다의 심장이…… 아닙니까?”
“맞아.”
테오는 마른침을 삼켰다.
테오가 개화식에서 처음 힐다를 봤을 때 갖고 싶다고 생각하긴 했었지만, 정말 이게 눈앞에 있으니 손이 떨렸다.
가루다는 용의 심장만 골라 파먹는다는 전설을 가진 신조(神鳥).
용살검과 함께 용종의 천적으로 불리는 몇 안 되는 존재 중 하나였다.
당연히 그 힘과 영성이 깃든 심장은 앞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사실상 천적이 없어지게 되는 셈이니까.’
그런데 제자가 되면 검술과 함께 이 영약까지 주겠다니.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이것이 지니는 가치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니 이야기하기 훨씬 편하겠어. 나는 카일과 다르다. 후계자들을 서로 경쟁 붙이는 헛짓거리는 하지 않아. 제대로 된 딱 한 명의 전인만을 두어 전폭적으로 지원해줄 거야.”
“…….”
“내게 와라, 테오. 그 어떤 회귀자도 손에 넣지 못한 힘을 네 손에 쥐여 주마.”
테오는 말없이 가루다의 심장을 바라봤다.
두근두근두근!
심장은 마치 아직도 살아있는 것처럼 크게 뛰고 있었다.
생사를 넘나드는 존재이기도 하다더니. 그 생명력이 여기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쿵!
테오는 굳게 마음을 먹고 목함의 뚜껑을 닫으며 고개를 숙였다.
자신만만하던 힐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죄송합니다.”
“왜 그러는 거지? 혹시 내 제안이 부족하다는 거냐?”
“아닙니다. 제게는 너무나 과분한 것들뿐입니다.”
“그럼, 왜?”
테오는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깊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그 안에 힐다의 얼굴을 담았다.
“두 분의 정치 싸움에 장기말로 엮이기 싫습니다.”
힐다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치 싸움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걸. 너도 알다시피 나는 가주직을 던지고 나온 지 수십 년도 훨씬 지났다. 이미 카일의 시대인데 내가 거기에 무슨 수로 끼어든다는 거지?”
“예. 힐다 님이 다시 정체를 드러낸다고 한들, 라그나르의 권좌에 앉긴 힘드실 겁니다.”
“그럼 왜……!”
“하지만 배후에 앉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시지 않겠습니까?”
테오는 이제 얼굴에서 점점 감정이 사라지는 힐다를 놓치지 않았다.
대신에 그 아래에 있던 다른 감정이 완전히 위로 떠올랐다.
광기.
“제자로 맞은 저를 권좌에 앉힌다면, 라그나르 전체가 힐다 님의 손아귀에 떨어지는 셈이나 마찬가지니까요.”
-힐다는 아직 권력에 강한 미련이 남아있다.
그것이 테오가 성 밖 환영과 지난 대화들, 그리고 힐다의 여러 행적을 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그녀가 과거에 어째서 가주직을 그만두고, 왜 이제 와서 다시 권력을 쥐려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거기엔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탐욕.
광룡제가 사적 이익을 위해 회귀 능력을 사용하고 라그나르를 이용하려 했듯이.
힐다도 그런 이유로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곤 했다.
-이것이야말로 카일이 본 회귀자가 가진 한계가 아닐까?
그러니 힐다와 카일은 머지않아 정쟁을 벌일 것이다.
전생에서 비슷한 일을 본 적은 없었지만, 두 사람쯤 되면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여러 번의 충돌이 벌였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카일은 회귀자를 절대 살려두지 않아. 지금이야 변덕으로 너를 내버려두고 있지만, 그 칼이 언제고 네 목을 노릴지 모른다. 하지만 내 우산 아래에서는 괜찮을 거다.”
힐다는 더 이상 카일과의 정쟁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노골적으로 나섰다.
테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권좌를 손에 쥐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아버지의 배려도, 힐다 님의 보호도 없이 제 발로 오롯이 설 겁니다.”
“……그렇단 말이지. 이러니 정말 카일이 왜 너를 더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잘 알겠어.”
힐다는 테오의 눈빛에서 강한 의지를 읽고 쓰게 웃었다.
저런 건 어떻게 말로 꺾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지.”
순간, 힐다의 눈빛이 광기로 완연하게 물들었다.
테오는 본능적으로 식탁에서 떨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힐다의 손이 식탁을 두들겼다.
탁!
화아아악!
테오를 둘러싼 세계가 반전되었다.
온통 칠흑같이 새카만 어둠.
그 속에는 식탁도, 가루다의 심장도, 힐다도 없었다.
심지어 테오조차도.
모든 감각조차 어둠 속에 파묻히면서 존재감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힐다의 유리 공간이었다.
「나는 여태 내가 손에 넣고자 한 것을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단다. 몇 번씩 도전해서라도, 상대를 부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기어코 손에 넣고 말았지.」
힐다의 전음이 사방에서 메아리처럼 울렸다.
「그러니 너라고 얻지 못할까?」
네 마음이 바뀔 때까지 이곳에 가둬버릴 것이다.
힐다는 그렇게 선언하고 있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