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81)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81화(81/224)
힐다 라그나르 (1)
백갑용기대의 지하 감옥.
간수들이 바쁘게 들락날락하는 복도 위로 이블린이 은신술을 펼치고 있었다.
‘분명히 꼬리를 자르기 위해서 놈들이 움직일 거라는 말…… 정말일까?’
이블린은 네 시간째 이곳에서 기약 없는 대기 중이었다.
테오의 지시 때문에 있는 것이긴 했지만, 사실 그녀도 이게 정말 맞나 긴가민가한 상태였다.
다른 곳도 아니고, 명색이 백갑용기대의 지하 감옥이었다.
아무리 첩자들의 간이 배 밖에 나왔어도 이곳을 무리해서 급습하려고 할까?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라고, 함정을 파둔다고 해서 손해 볼 건 없었기 때문에 일단 기다리고 있었다.
‘덕분에 풍뢰신의 새로운 사용법을 알아내기도 했고.’
풍뢰신은 모든 종류의 신법을 전부 포괄하는 비전이었다.
바람에 기척과 체취를 사라지게 만들면…… 존재감을 세상에서 완전히 지우는 것도 가능했다.
모두 테오가 가르쳐 준 운용 방식.
‘비전의 핵심을 꿰뚫어 보는 주군의 안목은 이미 의심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나는 부단히 노력해서 더 높은 곳에 올라서면 돼. 그분이 제대로 일어서셨을 때 쥘 수 있는 검이 될 수 있도록.’
이블린이 그렇게 생각하던 바로 그때였다.
화아아-
아주 미약하지만, 외부에서 불어온 듯 시원한 바람 한 줄기.
절대 지하 감옥에서 느낄 수 없는 바람이었다.
‘온다.’
어둠 속에서,
이블린의 눈동자가 차갑게 번뜩였다.
* * *
‘<삼초 나락>……. 분명히 그런 이름이었지.’
테오는 자신을 둘러싼 어둠을 보면서 마른침을 삼켰다.
아니, 삼킨 것 같았다.
유리 공간은 시전자의 심상과 의념이 외부 세계에 구현된 공간.
힐다의 유리 공간은 한때 그녀에게 ‘악귀나락’이라는 별호까지 붙여줄 정도로 악명이 자자한 트레이드마크였다.
단 3초 만에 상대를 ‘나락(지옥)’에 가둬버리는 술수로, 이 안에 갇힌 사람은 모든 감각이 지워진 채 영겁의 굴레에 갇힌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감각이 없다는 것은 인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뜻.
외부 자극이 없어지게 된다면 의식은 오로지 상상만 되풀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상상은 공포와 두려움을 부르며 망상이 되고, 망상은 곧 사람의 의식을 잡아먹게 되니…….
힐다는 말하고 있었다.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거든 자신의 제자가 되라고.
그런다면 자신의 검도, 가루다의 심장도 내어주겠다고.
물론, 테오는 순순히 힐다의 수작에 놀아날 생각이 없었다.
[‘스킬: 해츨링 싱크로’가 발동되어 정신 방벽이 당신의 의식을 보호합니다.] [단절되었던 감각이 돌아와 신체 기능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역시 된다.’
테오는 어둠이 물러나면서 자신의 손이 확실하게 보이기 시작하자 쾌재를 외쳤다.
그는 이미 3차 개화식에서 카일의 심검을 극복하면서 웬만한 정신 공격은 쉽게 튕겨낼 수 있는 단단한 정신 방벽을 얻었던바.
덕분에 힐다가 유리 공간을 발동하려는 뉘앙스를 풍겨도 크게 저항하지 않았다.
‘애당초 유령성에 직접 찾아왔을 때부터 힐다의 호의만 기대하진 않았으니까.’
전전대의 라그나르를 반석 위에 올렸던 그녀라면 심중 온갖 흉계를 품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니 혹시나 하는 생각에 몇 개의 보험을 준비해둔 거였는데…… 정확하게 들어맞은 셈이었다.
첫 번째 보험은 해츨링 싱크로.
그리고 두 번째는,
“<인벤토리>, 소환 발뭉.”
용살검이었다.
번쩍!
테오의 손끝이 빛나면서 곧 발뭉이 모습을 드러냈다.
용살의 신화 때문에 그런지 손끝이 바늘로 찌른 것처럼 따끔거렸다.
‘<삼초 나락>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결국 라그나르의 비전에서 비롯된 공간. 그 법칙은 용의 마력으로 구성되어 있어. 그렇다면.’
테오는 용의 심장과 단전에 있던 모든 마력을 있는 힘껏 쥐어짜 발뭉에 쏟아부었다.
동시에 해츨링 싱크로를 발동, 발뭉에 잠재된 사념 중 일부를 깨우고자 했다.
‘용살검인 발뭉의 칼날에는 약할 수밖에 없어.’
[‘용살검: 발뭉’의 사념을 자극합니다. 자격이 부족하여 사념을 깨울 수 없습니다.] [사념을 깨울 수 없습니다.] [사념을 깨우기 위해서는 특정 조건을 완수하여 자격을 획득해야 합니다.].
[엄청난 양의 마력이 스킬 효과를 상승시킵니다.] [잠재된 사념 중 일부가 강제로 깨어나 잠시간 모습을 드러냅니다.] [효과: 용살참(龍殺斬)]지이이이잉!
발뭉이 미친 듯이 떨리면서 칼날 위로 빛살이 떠올랐다.
쏟아부은 마력량 치고 풍기는 위력은 너무 약했지만.
테오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용의 다섯 발톱 – 참마(斬魔)>
촤아아악!
테오는 발뭉을 있는 힘껏 아래로 내려쳤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는 어둠 사이사이로 무언가가 걸렸다가 줄줄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사슬이 끊어지는 듯한 소리.
타다다다당-
콰직!
그러다 사슬이 끊어진 어딘가에 균열이 생겨나고,
테오는 그 틈으로 자신의 남은 사념을 모두 방출했다.
* * *
“……무슨 짓을 한 거지?”
힐다는 칠흑의 구체에 갇힌 테오를 보다 말고 눈살을 좁혔다.
여기에 하루 정도 꼬박 가둬두면 조금 고분고분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갇힌 지 얼마 되었다고, 벌써 이상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칠흑의 구체를 꽁꽁 동여매고 있던 나락의 사슬 중 일부가 부서지더니, 구체 위쪽에 균열이 생겼던 것이다.
비록 삼초 나락이 지닌 진짜 힘에 비하면 작은 흠집에 불과했지만,
문제는 그런 흠집이 생겼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바로 그 순간,
화아아아!
“설마……!?”
힐다는 흠집 위쪽으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두 눈을 부릅떴다.
저게 무엇인지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
‘의념? 일개 수련검사가 벌써 의념을 다룰 줄 안다고? 뇌문을 어떻게 연 거지?’
테오의 비밀을 모르는 힐다로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실수였다.
그리고 저 사념, 혹은 의념의 목적은 아주 간단했다.
SOS.
누군가에게 구조 요청을 보내고 있었다.
힐다가 그것을 제지하기도 전에 갑자기 천장이 무너지면서 칠흑의 구체도 같이 폭발했다.
퍼어어엉-
콰르르릉, 우르르!
파스스…….
온갖 산해진미가 놓여 있던 식탁이 통째로 박살 나고, 파문을 타고 온갖 먼지가 풀풀 날렸다.
그리고 그사이 나타나는 흑의와 백발의 가면인.
저벅!
“로베르!”
“오랜만에 뵙겠소, 태상가주.”
흑룡은 짜증 섞인 힐다의 면전에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슬쩍 뒤쪽을 보았다.
테오가 지친 얼굴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삼초 나락에 상처를 내면서 마력과 체력을 일거에 쏟아내면서 많이 피로해졌던 것이다.
“하아…… 하아……! 다행히…… 구조 요청이 제대로…… 하아…… 닿았나…… 봅니다…….”
“내가 밖에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가면 너머로 흑룡의 두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사실 그는 그동안 비밀리에 테오의 뒤를 밟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카일조차 제대로 속일 수 있는 변신술과 은신술을 부렸기 때문에 절대 들킬 수가 없었다.
만약 어디선가 정보가 새어난 것이라면?
반드시 그 루트를 쳐내야만 했다.
“검은 종달새…… 가 흑룡 님이시지 않습…… 니까?”
“묻는 말에 답하라. 내가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물었다.”
흑룡의 살기가 당장에라도 테오의 목덜미를 스칠 듯했다.
후우-
테오는 길게 숨을 고르면서 허리를 빳빳하게 세웠다.
두 눈이 정기로 빛났다.
“힌트는 애당초 흑룡 님이 주시지 않았는지요?”
“내가 힌트를 주었다?”
“예. 저는 애당초 흑룡 님이나 흑설과 이렇다 할 접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흑룡 님은 지명식에서 저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주셨습니다. 흑설에 어울릴 인재라고도 하셨구요. 이는 오래전부터 저를 관찰하셨단 뜻이 아니겠습니까?”
“고작 그런 이유로 내가 네 뒤꽁무니를 밟았다고 확신한 건 아닐 텐데?”
“가주 님의 반응도 있었습니다.”
“으음?”
“가주 님은 마치 제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다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이셨습니다. 단순히 윈터러에 퍼진 눈과 귀로 저를 관찰하신 게 아니라, 직접 바로 옆에다 눈을 두신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허!”
“게다가 애당초 제가 선택자라는 것도 아셨을 테니…… 정보의 중요성을 생각해본다면 흑룡 님께서 직접 저를 살피지 않으셨을까 하고 여겼습니다. 무엇보다.”
테오의 눈가가 호선을 그렸다.
“제 승급 시험의 추천서에 이름도 직접 올려주지 않으셨습니까? 이러고도 모른다면 천치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허! 수를 완전히 다 읽히고 있었군.”
흑룡은 허탈하다는 듯이 중얼거렸지만, 어쩐지 가면 너머의 두 눈은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검술에 대한 재능도 재능이지만, 단편적인 정보들을 연결 지어 전체 맥락을 짚어내는 통찰력이나 판단력은 역시 흑설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인재로다. 역시나 너는 우리 흑설이 품어야겠어.”
“과찬이십니다.”
“정도를 넘어선 겸손은 기만일 뿐이지.”
흑룡은 테오에게 기분 좋은 평가를 하면서 몸을 반대로 돌렸다.
오늘로써 확실해졌다.
테오는 단순히 백갑용기대나 매화궁이 품을 만한 그릇이 아니었다.
회귀자라는 점이 걸리긴 하지만,
‘그거야 좀 더 옆에서 살펴보면 될 터. 가주 형님께서 왜 이 아이를 그토록 더 살펴보고자 하셨는지를 이제야 확실하게 알겠어.’
그런 것이야 다른 장점이 모두 단점을 지우고도 남았다.
“자력으로 떠날 수 있겠느냐?”
흑룡은 힐다를 견제하면서 물었다.
테오가 웃었다.
“이렇게 도와주신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인데, 그런 것도 못 해서야 어떻게 라그나르의 권좌에 앉겠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말 하나는 번지르르하군. 좋다. 한 번 보여봐라.”
그 순간, 힐다가 마력을 크게 개방했다.
“이것들이 나를 앞에 두고서 못하는 말이 없구나-!”
콰르르릉!
격이 주는 엄청난 위압감이 사방을 휩쓸었다.
[‘스킬: 레서 드레이크 피어’를 발동하여 패기를 일부 해소합니다.]테오는 3차 개화식에서 했던 것처럼 용살기로 행동의 자유를 확보했다.
‘아버지에게 배운 것들이 전부 요긴하게 쓰이는구나.’
카일의 통찰력에 속으로 적잖게 감탄하면서 소리쳤다.
“움브라!”
순간, 그림자가 꿈틀거리면서 움브라가 나타나 테오를 태우고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케에에엑!
“어딜……!”
힐다는 탈출을 시도하는 테오에게 제재를 가하려다가, 흑룡의 개입을 튕겨내야만 했다.
차아아앙!
콰르릉-
검기와 검기가 충돌하면서 부서진 조각들이 바닥을 두들기며 남은 식당마저 무너뜨렸다.
“태상가주께서는 이참에 손속을 거둬주지 않으시겠소? 어린아이 하나 잡자고 나섰다가 실패해서야 얼굴에 먹칠밖에 더 되겠소?”
가면 너머의 두 눈은 정중하면서도 날카롭게 번뜩이고 있었다.
여차하면 바로 살수를 가하겠다는 듯이.
그것이 힐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냈다.
까득!
바짝 갈린 어금니 사이로 광기가 잔뜩 드러났다.
“감히!”
“감히? 감히라 하시었소?”
차아앙!
흑룡은 힐다를 뒤로 크게 밀어내면서 가면 쪽으로 왼손을 가져갔다.
“이상하군. 가주 형님께서도 차마 내게는 그런 말씀을 하지 못하시는데 말이오.”
딸칵-
흑룡은 싸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살짝 비뚤어진 가면을 바로 고쳐 썼다.
그 순간,
고오오오오!
흑룡을 둘러싼 기세가 완전히 달라졌다.
흑기가 하나의 형상을 갖췄다.
마치 가면 쓴 괴물이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다.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한 번 봅시다. 라그나르의 옛 망령이시여.”
콰르르릉!
번쩍, 번쩍-
두 절대자가 풍겨내는 패기가 서로 반발하면서 갖가지 자연재해가 일어나…… 유령성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