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86)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86화(86/224)
꼬리잡기 (1)
[새로운 적이 출현했습니다.] [해당 퀘스트의 난이도가 A+에서 S+로 상향 조정됩니다.]‘뭐? S+ 난이도……?’
마지막 튜토리얼 퀘스트의 난이도가 S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난이도.
그만큼 위험한 존재라는 뜻이었다.
『대답하라. 너는 무엇이냐.』
머리가 왱왱 울리는 느낌이었다.
한없이 위축되는 기분.
테오는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녀석이야말로 성마교가 모시는 ‘신’이라는 존재라는 것을.
대전란을 일으켰던 주범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혈광 조화…… 접신이라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던 거야. 마력으로 뇌문을 강제로 열어서 신력(神力)을 받아들이고 있었던 거면 그만한 체력과 마력도 이해가 가.’
『익숙한 기질인데, 이건……. 흠, 그렇군. 라그나르였던가? 거짓된 선택자의 후예가 감히 내 신도의 머릿속을 헤집어서 나를 엿보게 된 것이로구나.』
공포와 원념 등 악의를 똘똘 뭉쳐 만든 듯한 악신은 테오의 이모저모를 살피면서 정체까지 파악해냈다.
쿵쿵쿵쿵쿵!
테오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혈사제의 비밀을 알아낸 것은 뜻밖의 소득이었지만, 당장은 여기서 빠져나가야만 했다.
하지만 어디로?
어떻게 빠져나가지?
힐다의 마수에서 벗어났을 때와는 달랐다.
그때는 용살검도 있었고 흑룡도 주변에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었으니.
한편으로, 테오는 악신에게서 ‘익숙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마해에서 본 것 같은……!’
『라그나르 주제에 이렇게 날 영접하게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으니. 그 보답으로 내 신실한 종이 될 은총을 내려주마.』
녀석에게서 이쪽으로 뭔가가 다가왔다.
거대한 손.
그것이 테오를 덮치려는데, 심장이 더 가쁘게 뛰었다.
쿵쿵쿵쿵……!
심장을 바짝 조이게 만드는 공포를 어떻게든 누르면서 월백검으로 손을 가져가려던 바로 그때였다.
위이이잉!
갑자기 머리가 타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백열.
그리고 순간 뇌문이 더 크게 활짝 열렸다.
접신을 하는 혈사제의 뇌문처럼.
번쩍!
『아직은 때가 아니긴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어쩔 수 없지.』
테오는 자신의 뒤편으로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익숙한 목소리.
황급히 몸을 그쪽으로 돌렸다.
거대한 체구를 가진 용이 나타나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었다.
왼쪽 가슴이 텅 빈 용.
‘로드브로크!’
『반려여. ‘저것’은 아직 그대가 마주할 존재가 아니다. 그대가 시구르드의 위치에 올라야만 겨우 맞설 수 있을까 말까 한 존재. ■■을 부르는 존재이니라.』
로드브로크의 입가에 불덩이가 맺혔다.
활활 타오르는 그 열기는 마치 태양이라도 품고 있는 것처럼 너무나 뜨거웠다.
『그러니 돌아가라. 그리고 더 힘을 기르고 나서 나를 불러라.』
이윽고 태양이 쏟아졌다.
동시에 테오의 사념이 끊어졌다.
* * *
테오는 몸이 튕겨 나는 느낌과 함께 혈사제에게서 강제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
“너 어떻게……!”
이쪽을 보고 있는 혈사제의 얼굴에는 온갖 감정이 스치고 있었다.
충격, 경악, 불신, 갈망, 미련.
한평생 신을 모시고 살았던 그도 어렴풋이 신의 존재를 느끼는 것이 고작이었건만.
한낱 불신자가 직접 신의 말씀까지 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을 더 길게 뵙고 싶다는 미련이 남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있으면 신의 존체를 직접 배알할 수 있……!
스걱-
하지만 혈사제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테오가 그사이에 월백검을 뽑아 녀석의 머리통을 날려버린 것이다.
무의식 세계로 다시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는 조치였다.
‘성마교가 모시는 악신이…… 로드브로크가 말한 <이름 없는 군주>였었어.’
테오의 머릿속으로 로드브로크가 둥지에서 했던 말이 스쳤다.
-당신이 여기에 계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름 없는 군주> 때문이다.
-이름 없는 군주……?
-마해 저 너머, 세계의 끄트머리 중에서도 가장 끄트머리에 존재하는 ‘괴물’이다. 나는 지난 천 년 동안 녀석으로부터 세계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을 갖고서 이곳에 머무르는 중이었다. 겨울산맥은 그것을 위한 전초 기지일 뿐.
로드브로크를 지난 천 년 동안 겨울산맥에 묶었던 존재.
그 이름은 테오로서도 난생처음 들어본 것이었으나, 머릿속에는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그 존재를 일부나마 맞닥뜨린 것이다.
로드브로크가 갑자기 나타나 물리칠 존재는 그밖에 없으므로.
녀석에게서 풍겼던 마해의 기운도 그가 <이름 없는 군주>라는 증거였다.
또한, 동시에 떠오른 생각.
‘로드브로크는 이대로 2, 3년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했었지. 대전란이 벌어지는 건 앞으로 5년 뒤.’
대륙을 전화에 휩싸이게 했던 대전란의 배후가 <이름 없는 군주>라고 한다면, 녀석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건 로드브로크의 사후가 된다는 뜻이었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그럴 리가 있나.
테오는 세상에 우연이란 절대 없다고 믿는 주의였다.
‘에드와 트로이반의 음모, 성마교의 난동, 대전란의 발생…… 애당초 따로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굵직한 사건들이 사실은 전부 하나로 엮여 있던 거였어!’
시나리오 퀘스트가 존재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라그나르의 의무는 <이름 없는 군주>를 막는 것이므로, 이 혈통 인자에 각인된 유물의 잠재력이 이에 발맞춰 깨어났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계속 퀘스트를 따라가 보자. 그럼 더 확실해질 테니.’
다행히 퀘스트의 목적과 테오의 목적은 같은 선상에 놓여 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테오가 생각을 정리하면서 몸을 반대로 돌렸다.
파앗-
바로 그 틈을 타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번쩍였다.
여태 테오를 노리기 위해 대기 중이던 암살자의 비수였다.
하지만 비수는 테오에게 닿지 못했다.
갑자기 그림자가 위로 불쑥 치솟더니, 움브라가 나타나 암살자를 통째로 집어삼켜 버렸기 때문이었다.
와그작, 와그작!
단말마조차 내뱉지 못한 죽음.
“잘했어.”
케엑!
테오의 칭찬에 움브라는 기분 좋다며 울어댔다.
* * *
“이건……!”
클레베와 헤이젤은 다급하게 지하로 내려오다 말고 충격에 빠졌다.
곳곳에 남아있는 격전의 흔적이 너무 대단했으니까.
테오는 지친 얼굴로 복도 한쪽에 앉아 있었다.
무언가를 손에 든 채로.
“오셨습니까?”
“혈사제…… 잡았나?”
두 사람을 가장 큰 충격에 빠뜨린 건 테오의 발끝에 뒹굴고 있던 혈사제의 머리통이었다.
위층에서도 혈사제 두 명이 나타나 최대한 빨리 제압하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급하게 뛰어온 건데.
이미 상대하다 못해 처치까지 했을 줄이야.
“예. 어쩌다 보니.”
“허……. 혈사제를 상대하는 게 ‘어쩌다 보니’라는 표현으로 가능한 건지 모르겠군.”
클레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혈사제를 단독으로 처치했을 정도면 실전검사로서의 역량은 이미 증명한 것 같은데, 매화궁 측의 생각은 어떤가?”
“……흑설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헤이젤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정작 맞닥뜨렸던 혈사제와 동수를 이룬 것이 고작이라, 이블린의 도움을 빌려야 했으므로.
“백갑용기대는 이미 인정한다고 발표했었고…… 3인의 시험관 전원 만장일치로군. 축하하네. 자네는 이제부터 실전검사일세. 역대 최단기 승급이로군.”
“감사합니다.”
테오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뻤지만 감격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워낙에 큰일을 겪어서 그런 걸까?
테오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마쳤을 뿐이라는 느낌.
하지만 그 모습이 클레베에게는 또 흥미롭게 다가왔다.
‘저 나이쯤 되면 자신이 세운 공적에 으스댈 법도 한데, 침착하단 말이지. 냉정을 잃지 않아. 역시나 흑설과 잘 어울릴 만한 인재다.’
테오가 물었다.
“위쪽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진압 완료했다. 이블린 조장이 남아 뒷정리를 하는 중이고. 이대로 돌아가면 보고할 것이 많겠더군.”
클레베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성마교와 트로이반의 결탁은 흑설에서도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일.
이번 일이 보고된다면 대(對) 트로이반 전략에 대대적인 수정이 가해질 게 틀림없었다.
“한데, 자네의 손에 들린 건 뭐지?”
“아, 금고를 찾았는데 재미난 걸 몇 가지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새 금고까지 열었다고?
대체 혈사제를 얼마나 빨리 진압한 거지?
클레베는 헛웃음을 흘리면서 테오가 건네는 서류를 받았다.
하나는 성마교와 관련된 서류.
뱀의 계절은 성마교가 원래 세상의 이목으로부터 자신들을 숨기기 위해 만든 위장 집단인 것 같았다.
이것이라면 트로이반과 성마교를 묶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
순간, 클레베의 한쪽 눈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전혀 생각지 못한 이름이 쓰여 있었다.
“세레스 상단?”
세레스 상단은 이번 임무의 시초가 되었던 인질들이기도 했지만, 에드 트로이반과 트로이반 가문을 연결하는 고리이기도 했다.
그 이름이 나타났다는 건…….
아니나 다를까, 서류 내용을 훑어볼수록 클레베의 표정은 더욱더 싸늘하게 식었다.
“중앙기무국장의 꼬리가 여기 있었군.”
서류는 세레스 상단에서 뱀의 계절 쪽으로 보내는 의뢰서였다.
하지만 말이 의뢰서일 뿐이지, 내용의 어조는 명령서에 가까웠다.
누군가가 세레스 상단의 이름을 빌려 뱀의 계절에 명령을 내렸단 뜻.
“세레스 상단의 본부를 바로 쳐야 합니다.”
테오가 꺼낸 말에 클레베가 그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우리만으로?”
“상대는 중앙기무국장입니다. 세레스 상단 역시 정보를 많이 다루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원군을 기다렸다간 이쪽의 움직임만 읽힐 뿐입니다.”
“그래도 무리한 작전이라는 건 틀림없지. 봉신 가문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하나, 세레스 상단이 가진 무력도 무시할 게 못 된다.”
“그렇다고 해도 무리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레베는 가만히 테오를 응시했다.
테오 역시 아무 말 없이 클레베의 눈을 마주쳤다.
잠시간 침묵이 오고 가고,
피식!
클레베는 결국 웃고 말았다.
어떻게 보면 테오의 간언이 젊은 검사의 혈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테오의 눈빛은 다른 어느 때보다 냉정했다.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란 뜻.
“수련검사면 모를까, 임무 중 실전검사의 의견은 검토할 가치가 있지. 헤이젤 코플, 그대의 의견은?”
“테오 라그나르 실전검사의 의견에 적극 동의합니다. 이번 일이 사실이라면 세레스 상단은 이미 반란을 획책하고 있었다는 의미가 됩니다.”
반란 획책.
대가문에서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중대 사안이었다.
하물며 세레스 상단은 오랫동안 라그나르가 배경이 되어줬던 봉신 세력.
그 은혜를 모르고 뒤에서 칼로 찌르려 했다면 당연히 징벌이 따라야 했다.
‘인정하자. 궁주께서 테오 라그나르를 아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어. 지금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는 건 테오 라그나르다.’
헤이젤은 이제 테오를 인정하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실력이면 실력, 판단력이면 판단력. 자신이 어떻게 딴죽을 걸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여기에다 테오가 추가 의견을 덧붙였다.
“그리고 흑설에서도 ‘보험’으로 들어둔 게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런 건 또 어떻게 알았지?”
“사낭개를 다루는데 목줄을 채우지 않았을 리 없으니까요.”
“역시 그대는……. 하하! 늘 놀라게 만드는군. 좋다. 두 실전검사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판단, 이번 임무의 연장으로 다음 작전을 개시하겠다.”
클레베는 서류를 접어 안주머니에 밀어 넣으며 테오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세레스 상단이면 불과 며칠 전에 자네가 구한 이들일 텐데, 이번엔 죽음으로 몰아넣는다니. 자네도 참 악취미로군.”
테오가 웃었다.
먹잇감을 앞에 둔 맹수를 닮은 웃음.
“사냥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치울 뿐입니다.”
“하긴 그도 그렇군.”
클레베도 따라 웃으면서 몸을 반대로 돌렸다.
그리고 그날.
지방 도시 칼헬름의 어느 여관이 원인 모를 화재에 휩싸여 사라졌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