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87)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87화(87/224)
꼬리잡기 (2)
“이걸로 확실해졌군.”
흑룡이 보고 있던 보고서를 아래로 내리면서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양반은 귀찮게 대체 왜 자꾸 여기에 나타나는 거야?’
율리우스는 가만히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 임무에 대해 논의 나누겠답시고 찾아온 이후로, 흑룡은 하루가 멀다 하고 율리우스의 집무실을 찾아오는 중이었다.
문제는 에드나 트로이반에 대한 이야기보다 테오에 관한 이야기가 훨씬 많다는 점이었다.
그 때문에 율리우스는 한창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었다.
흑룡이 테오에 대한 욕심을 이제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어서.
지금도 마찬가지.
어쩌면 흑룡의 손에 들린 저 보고서가 임무 보고서보다는 테오에 관한 관찰 일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테오는 역시 우리 흑설에 어울리는 인재다.”
“미쳤습니까, 휴먼?”
“이 보고서를 보면 너도 할 말이 없을 거다.”
흑룡은 율리우스의 짜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클레베가 긴급으로 올린 보고서를 율리우스 앞에 내밀었다.
……예정에 없던 성마교의 혈사제와 갑작스러운 대치에서도 일말의 동요 없이 단신의 무력만으로 제압하는 냉철한 면모를 보였고…… 단편적인 단서들을 바탕으로 의견을 개진하여 현재 세레스 상단으로 북상 중…… 흑설의 운용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갖추고 있으며…… 이에 대한 추가적인 결재가 필요합니다.
……이로써 수습검사 테오 라그나르를 실전검사로 승급시키기로 세 명의 시험관이 만장일치로 동의하였으며……
“보고서가 너무 장황한데? 하여간 허례허식하고는. 축약이나 해보시오.”
“혈사제가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순간, 율리우스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제국과 대륙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이들 사교 집단은 오래전부터 라그나르의 골치를 썩여왔다.
율리우스와도 깊은 악연이 있었고.
“설마 중앙기무국장이 뒤로 성마교와도 손을 잡았다는 거요?”
흑룡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율리우스의 미간에 팬 골이 더 깊어졌다.
“이미 알고 계셨구만?”
“…….”
“그런데도 그걸 내버려 뒀다는 건 아예 제대로 하나만 걸리라는 거였고. 하여간 진짜 능구렁이가 누군지 모르겠다니까.”
“아니. 모르고 있었다.”
흑룡은 고개를 간단하게 저으면서 말을 이었다.
“다만, 암중에 다른 뭔가가 있다는 것만 예측했을 뿐. 성마교는 그 후보군 중 하나였을 뿐이고.”
이러한 내용은 무설에도 알리지 않던, 그만이 알고 있던 기밀 정보였다.
모든 것이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으니 섣불리 확정을 지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아니었지만.
“뭐, 하여간. 이게 테오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거요?”
“총 세 명의 혈사제가 나타났고, 그중 한 명을 테오가 단신으로 잡았다더군.”
율리우스의 굳은 인상이 거짓말처럼 확 하고 풀렸다.
헤벌쭉.
“역시 우리 막내. 입단하자마자 사고를 치는구만. 그게 왜 가능한지 아시오? 바로 내가 검술을 지도해줬기 때문이오. 역.시. 우리 백.갑.용.기.대.에 너무 잘 어울리는 아이란 말이지.”
의도적으로 ‘백갑용기대’라는 단어에 또박또박 힘을 주어 말했다.
흑룡은 못 들은 척 무시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 뱀의 계절에 의뢰서를 넣은 곳이 세레스 상단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곧바로 습격하자고 의견까지 냈다. 판단력, 결단력, 임무 수행도…… 전부 완벽해. 이 정도면 양심상 우리 흑설로 넘겨야 하지 않나?”
“양심은 개뿔.”
율리우스는 코웃음을 치면서 자신도 조금 전에 이블린에게서 올라온 보고서를 탁상에 올렸다.
“헛소리 말고 이거나 보시오. 정보부장이야말로 이걸 보면 더 이상 그 되지도 않는 말은 그만두실 테니.”
보조 운용법 <열결의 식>을 응용하여 검술에 녹이게 되었고…… 곧 머지않아 오러가 개화할…… 비룡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여…….
“허를 찌르기 위해서 다급히 세레스 상단의 본부로 이동 중이라고 했지? 그런데 그거 어떻게 하는지 아시오? 우리 사육장에 움브라라는 놈이 있었는데, 일반 괴룡종보다 두세 배는 컸던 놈이오. 그걸 테오가 길들여서는 잘나신 무설도 태우고 매화궁 검사도 태우고, 다 사이좋게 가고 있다, 이 말이오!”
“그래서?”
“전격전에 대한 이해력! 공군의 활용도! 비룡의 파트너로서 가질 역량까지! 이것이야말로 백갑용기대와는 아주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가 없는 재능과 인연을 가졌다는 거지!”
쾅!
율리우스가 손바닥으로 탁상을 거세게 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무엇보다 본인이 다른 자질구레한 제안을 모두 걷어차고 자의로 백갑용기대로 들어왔구만! 왜 자꾸 주변부에서 어슬렁거리기만 하는 거요!”
“뭐? 자질구레?”
가면 너머 한쪽 눈동자가 꿈틀대는 게 보였다.
“그럼 자질구레지! 아니면 뭐요!”
“죽고 싶나?”
“거 뭐, 죽일 테면 죽여 보던가!”
율리우스가 우악스럽게 상의의 목덜미 부분을 찢으면서 앞으로 내밀었다.
해보라면 해보라는 식.
정말 들이받기라도 할 태세라, 흑룡은 짜증난다는 듯이 고개를 옆으로 홱 하고 돌렸다.
“시끄러워 죽겠는데 그냥 가주전에서 흑설로 발령 내는 걸로 명령서를 내려버릴까…….”
혼잣말이랍시고 중얼거렸지만, 대놓고 율리우스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다.
“이 양반이 진짜! 이 말까지 안하려고 했는데. 형! 이건 진짜 좀 도의가 아니지?”
“이곳은 사석이 아니다. 표현에 주의하도록, 백갑용기대장.”
“얼씨구? 그럼 우리 잘나신 정보부장께서도 존댓말 쓰셔야 하는 거 아니오? 위계 서열로는 우리 둘 다 동등할 텐데?”
“…….”
“얼씨구? 대답도 없으시고?”
“원래 정보부와 흑설은 다른 기관들과는 별도로 성립된 독립 기관이므로 해당 내용은 적용되지 않는다.”
“뻔뻔하기까지 하시네.”
하아!
율리우스는 표정 하나 읽기 어려운 하얀 가면을 보면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형, 우리 이러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나 좀 해보자. 이유가 뭐야? 왜 자꾸 우리 테오한테 침 바르려는 건데? 가뜩이나 오사, 그 녀석도 테오를 아들 삼았다고 놀리면서 내 속을 박박 긁어대는데!”
나이를 먹고 이름 앞에 무거운 직함이 놓이고 난 뒤부터는 호형호제를 거의 하지 않았지만.
사실 율리우스는 9룡을 포함한 라그나르의 모든 식솔을 합쳐서 흑룡과 가장 사이가 좋았다.
한때는 의형제의 예를 맺었을 정도로.
흑룡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기도 했다.
카일, 흑룡, 율리우스, 매화궁주.
이들 네 사람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너무나도.
하지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아우야.”
흑룡도 그냥 편하게 율리우스를 의형제로 대하기로 마음먹었는지 팔짱을 끼면서 코웃음을 쳤다.
“내가 뭘 몰라?”
“원래 동생이 가진 물건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그걸 뺏고 보는 게 형이란다.”
“개 썅……!”
“그 말은 못 들은 걸로 하마.”
흑룡은 구겨지는 율리우스의 면전에다 웃음을 터뜨리면서 집무실에서 훌쩍 사라졌다.
휙!
이번에도 속만 박박 긁어놓고 튀어버린 것이다.
“아아악! 진짜 인간들이 얄미워 죽겠네!!”
율리우스는 관자놀이를 쥐어뜯으면서 몸을 이리저리 꼬아댔다.
* * *
테오와 일행은 움브라와 랑구스(이블린의 파트너)에 올라탄 채 빠른 속도로 세레스 상단의 본부 쪽으로 이동했다.
이번 작전은 속도와 시간이 생명이기 때문에 한 치의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이동 중에 가벼운 복기는 가능했다.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테오에게서 풀풀 날리던 열기가 어느새 갈무리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거냐?”
클레베는 테오의 뒤편에서 황당한 얼굴이 되고 말았다.
열결의 식을 익혔다고 곧바로 열기를 내뿜질 않나, 우레 속성에다 성질 변화를 주질 않나, 이제는 열기를 마력 안으로 감추는 법까지 터득하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열기를 마력 안으로 가두는 방법이었다.
열기는 그 자체로 소모 중인 에너지이므로, 이를 가두는 것만으로도 비효율적인 에너지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체온 조절을 통해 열기로 고생하는 것도 없어지고.
아무리 축복받은 육체를 자랑하는 라그나르라지만.
이 정도면 거의 반칙 아닌가?
“글쎄요.”
하지만 테오는 웃음으로 대답을 무마할 수밖에 없었다.
차마 혈사제의 마력 운용법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으니.
‘역시 마력의 밀도를 최대로 높이는 게 정답이었어.’
혈광 조화가 바로 이런 식이었다.
뇌문을 통해 쏟아지는 막대한 양의 신력을 마력에 녹이고, 이를 엄청난 압력으로 압축해서 체내에서 계속 회전시킨다.
물론, 이것은 성마교 특유의 신력이 가진 특성을 활용한 것이라 무조건 따라 할 수는 없었지만,
테오도 그와 비슷한 특성인 [영성]이 있었기 때문에 마력의 점성(粘性)을 올리는 방식으로 밀도를 높일 수 있었다.
덕분에,
발산되는 열기는 마력 안에 갇히고, 유동성은 훨씬 빨라져 효율이 강화되는 효과를 낳았다.
‘이걸 좀 더 잘 활용하면 괜찮은 호흡법과 운용법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테오는 당분간 이 주제를 가지고 계속 연구를 해볼 참이었다.
물론, 옆에서 보고 있는 이들로서는 황당할 노릇이었지만.
‘가주님의 젊은 시절이 이랬을까? 부장님은 이걸 보신 거고.’
‘궁주님의 선택이 옳았어. 테오 라그나르는 매화궁의 새 역사를 쓸 거야.’
클레베와 헤이젤은 이제 테오를 완전히 자신들의 소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에 확신을 가졌고,
‘흑룡 님이나 검룡 님의 등쌀이 심하실 것 같은데. 그걸 못 본 게 너무 아쉽다…….’
이블린은 지금쯤 관자놀이를 뜯으면서 한창 괴로워하고 있을 율리우스를 못 본 것에 아쉬움을 느끼며 입맛을 다셨다.
쩝!
그러던 그때.
푸드득-
테오 일행의 머리 위로 검은 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흑설에서 비상시에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 사육한 영물 전서구.
클레베는 다급히 손을 뻗어 전서구가 전달한 서찰을 확인하고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왜 그러십니까?”
테오의 질문에 클레베가 서찰을 마력으로 태우면서 말했다.
“때마침 세레스 상단에서 재미난 일을 벌이고 있다는 첩보다.”
“재미난 일이요?”
테오와 일행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 * *
세레스 상단.
라그나르의 비호 아래 지난 백 년 동안 북방을 대표하는 거대 상단으로 자라난 이곳의 주인에게는 한 가지 소망이 있었다.
상단이 단순히 장사치 집단의 한계를 벗어나 어엿한 기수 가문으로 거듭나는 것.
그리고 6설가에 못지않은 명문가로 자리 잡는 것!
중앙기무국과 손을 잡게 된 것은.
아니, 에드 트로이반의 사냥개가 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걸로도 아직 부족하지. 기수 가문이 되기에는……. 역사가 부족해. 무력도 부족하고.”
상단주, 쿼드락 세레스는 오른손에 든 두 개의 호두알을 비비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일개 테러리스트 따위에게도 털리는 게 작금에 우리 상단이 놓이게 된 현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더 무력을 쌓아 올려야 한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인질극 사건은 그에게도 너무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무력 집단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그의 갈망에 더욱더 부채질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니 이번 혼사는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툭!
쿼드락의 예리한 시선이 탁상 위에 놓인 서류로 향했다.
그곳엔 여러 사람과 세력들의 관계도가 그려져 있었다.
항룡 에드 트로이반을 중심으로, 위쪽으로는 ‘카일’과 ‘라그나르’가 놓여 대척점을 이루고,
에드 뒤쪽으로는 두 개의 가지가 뻗어 나와 각각 ‘트로이반’과 ‘성마교’로 연결되어 있었다.
둘 모두 라그나르의 심장을 겨누는 비수, 에드 트로이반을 지원하는 가장 큰 배후 세력들.
‘세레스 상단’은 에드 트로이반에서 우측 가지로 뻗어 나와 ‘교룡회’라는 카테고리로 묶여 있었다.
그리고,
세레스 상단에는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특징이 있었다.
바로 라그나르 쪽에 묶여 있는 ‘6설가’ 카테고리 중 한 곳과 가지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바커스 가문.
황소를 휘장으로 내세우며 6설가 중에서도 가장 저돌적이고 호쾌한 이미지를 가진 곳이었다.
다만, 세레스 상단과 연결된 가지 위에는 물음표가 붙어 있었다.
툭.
툭…….
쿼드락은 바로 그 물음표 위를 검지로 두들기면서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혼사를 성공시켜야만. 그래서 나아가 이놈들을 먹어 치워야만. 우리 상단이 6설가로 거듭날 뿐만 아니라, 라그나르까지도 대체할 수 있을 텐데.”
쿼드락은 이미 라그나르에 등을 지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배반자를 절대 용서치 않는 라그나르의 기조를 생각해본다면 너무나 위험한 짓거리였지만.
쿼드락은 뛰어난 상인답게 이미 그에 대한 계산을 모두 마쳤다.
‘트로이반만 해도 이미 라그나르에 못지않은 대가문. 거기다 성마교가 뒤를 받치고, 다른 여러 세력이 북방을 갈라 먹기 위해 손을 잡았다. 격변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야. 그 위에 본 상단이 올라타지 말라는 법도 없지. 더군다나.’
쿼드락의 두 눈이 차갑게 번뜩였다.
‘이 뒤에는 ‘그분’이 계시지 않은가. ‘그분’이야말로 북방의 진정한 절대자. 절대 우리가 질 수 없는 게임이다.’
쿼드락은 처음 ‘그분’을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당시에 받았던 정신적 충격은 아직도 그에게 강렬히 남아있었다.
그것을 보고도 어찌 그분을 거스를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던 바로 그때였다.
“상단주 님, 바커스 가문의 자제분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벌써 그럴 시간이 되었나? 알겠다. 금방 나가지.”
문밖에서 들린 총관의 목소리에 쿼드락은 관계도를 도로 뒤집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세레스 상단이 세레스 가문으로 거듭날 거사가……!’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