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89)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89화(89/224)
꼬리잡기 (4)
그 시각.
나반은 자신의 미래 장인과 아내가 될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나반 바커스입니다.”
“쿼드락 세레스라고 한다네. 이쪽은 내 여식인 릴리 세레스. 인사 나누게.”
“반갑습니다.”
나반은 릴리를 향해 고개를 까닥거렸다.
누가 봐도 인사라기보다는 시건방진 태도에 가까웠다.
순간, 뒤쪽에 있던 수호기사의 얼굴이 분노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쿼드락이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면 당장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흐흠.”
릴리는 화를 내기보단 뭔가 품평하는 듯한 태도로 나반을 위아래로 살폈다.
“……?”
나반은 그녀가 왜 그러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반응은 또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생아치고는 반반하게 생겼네요. 아니, 사생아니까 더 그러나? 저보다 아홉 살은 많아서 얼마나 변태일까 싶었는데, 이만하면 일단 합격이라고 해두죠.”
수호기사는 주먹을 꽉 쥐었다.
‘천박한 일개 장사치 따위가……!’
나반의 태생을 차별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같은 바커스 뿐이다.
다른 곳이 그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 따윈 없는 것이다.
하물며 이것은 이번 혼사에 대한 가치 절하라고 여겨졌기에 릴리의 무례한 태도에 대해서 항의하려 했지만.
“파하핫!”
갑작스러운 나반의 경박스러운 웃음소리에 수호기사가 미처 뭐라고 말할 새가 없었다.
수호기사와 쿼드락의 시선이 나반에게 향했다.
릴리가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웃으시는 거죠?”
“예비 신부에게 변태 취급받을 걱정은 덜었으니까.”
“……화가 나는 건 아니구요?”
“화? 내가 왜 화를 내야 한다는 거요?”
“사생아라는 소리를 들었는데도요?”
“그야 사실인데 무슨.”
나반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릴리는 그런 나반이 더 신기하게 다가왔다.
“당신은 자존심 따위는 없는 건가요?”
“팔려가는 몸이 아니요? 괜한 오기를 부렸다가 파토라도 나는 날에는 가문이 발칵 뒤집힐 텐데 무슨. 아무렇게나 생각하시오.”
“제 주제를 안단 말이로군요.”
“제 주제를 알아야 하루라도 더 살 수 있는 법이거든.”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릴리의 입가에는 어느새 웃음꽃이 번졌고, 반면에 바커스의 수호기사는 이제 분노로 몸을 파들파들 떨기까지 했다.
‘이 연놈들이 쌍으로!’
장사치의 병신 딸이나, 가문의 사생아나 둘이서 북치고 장구 치고 하는 꼴이 그렇게 볼썽사나울 수가 없었다.
아예 둘이서 작정하고 자신에게 엿 먹이려 드는 건가 싶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수호기사는 자신과 가문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이 혼사가 어긋나면 바커스라는 이름은 정말 결딴나고 만다.
그러니 어떻게든 참아야 했다.
‘이 수모는 언젠가……!’
가문만 다시 정상화된다면, 그때는 세레스를 짓밟아버려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지 못할 것이다.
짜악!
쿼드락이 크게 박수치면서 분위기를 환기했다.
“다행히 부부가 될 두 사람의 첫인상이 서로 괜찮은 것 같으니 다행이지 않소? 평생을 두고 희로애락을 해야 할 텐데 인상이 나쁜 것만큼 슬픈 일도 없으니 말이오. 하하하.”
쿼드락이 던진 의미심장한 말에 수호기사는 등골이 싸늘해지는 것 같았다.
‘설마 나반이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하지만 섣불리 입은 떼어지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쿼드락이 자신의 딸을 돌아보며 말했다.
“릴리, 밖에는 너의 이번 약혼식을 축하해주기 위해 북부 각지에서 찾아온 손님들이 많다. 아주 고마운 분들이지.”
“예. 너무나 고마운 분들이시죠.”
“그런 분들 모시고 본격적인 행사를 치르기에 앞서 혹시 예비 신랑이 될 나반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이보게, 사위라고 불러도 되겠지?”
“네. 편하게 부르시죠.”
“자네도 내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게나.”
“저는 딱히 없습니다. 천천히 생각해보죠. 어차피 혼인은 5년 뒤에나 치를 것 아닙니까?”
5년.
나반에게 남은 시간이기도 한 햇수.
그 또한 어떤 의미가 있겠지.
릴리가 염세에 가득 찌든 나반을 보며 물었다.
“당신은 저를 사랑하실 건가요?”
나반은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이제야 고작 열다섯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진하게 화장해서 치명적인 척 연기를 하는 모습이 퍽이나 우스웠으니.
“뭐, 노력해보겠소. 하지만 당장은 힘들 것 같소. 어린 사람에게 연심을 품기가 쉽지는 않은지라.”
“앞으로는 가능할 거란 말이로군요.”
“일단은?”
“그럼 그 마음에 대한 증명을 받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증명이라? 어떤 식으로?”
나반은 열다섯이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냉소적이고 계산적인 예비 신부가 흥미로웠다.
자신보다 더한 시니컬한 모습을 가진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으니.
순간, 릴리가 왼손으로 잘 움직이지 않는 오른팔을 꽉 쥐면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내 팔을…… 오른팔을 이딴 꼴로 만든 놈의 모가지를 잘라서 가지고 와주세요.”
“모가지라.”
나반은 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그도 들은 적은 있었다.
몇 달 전, 교룡회에서 있었던 대사건.
그 때문에 북방이 꽤 많이 시끄러워졌었지, 아마?
그리고 그 주범이 이번 개화식에서 큰 활약상을 펼쳤다는 사실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토르켈, 그 친구도 관심 가졌었다고 하지 않았었나?’
나반은 자신과 같은 개화식 기수의 천재를 떠올리고 웃고 말았다.
“딸아.”
“……쉽게 넘길 수가 없는 말이로군.”
이번 말은 쿼드락도 짐작하지 못했던지 놀란 눈이 되었고, 수호기사의 얼굴은 이제 노골적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하지만 릴리의 독기 섞인 눈동자를 거둬들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 친구, 지금 라그나르에서 가장 촉망받는 천재라고 들었는데. 9룡 중 상당수도 관심을 받고 있고. 가뜩이나 짧은 목숨, 나더러 더 짧아지라는 거요?”
“그럴 리가요.”
“아니면 본가의 목을 날리기 위한 고육지책? 뭐, 그런 건가?”
“진짜 결혼을 하기도 전에 시댁이 사라지게 놔둘 수는 없죠. 제가 약속하죠. 그럴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로군.”
릴리는 대답 없이 웃었다.
나반은 잠깐 고민하는 척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증명해 보이도록 하지. 미래의 아내님이 바라시는데, 지참금으로 챙겨가도록 하겠소.”
“좋아요.”
릴리의 입가에 비틀린 미소가 번지던 그때였다.
“상단주 님! 큰일입니다!”
쾅!
갑자기 그들이 있던 방문이 활짝 열리면서 집사장이 다급하게 뛰어왔다.
“손님이 계신데 이게 무슨 경거망동한 짓이냐!”
“그, 그것이……!”
집사장이 다급하게 바깥 상황을 전달하자, 순간 쿼드락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반대로 릴리의 미소는 더 크게 번졌다.
“이런! 뜻하지 않게 미래 남편님의 사랑을 볼 일이 생겼군요?”
* * *
쿼드락과 릴리, 나반 등은 빠른 걸음으로 건물 밖으로 나섰다.
쿼드락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용의 깃발……!’
북부인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을 라그나르의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그 아래 서 있는 테오 일행은 오만한 눈빛을 하고 있었으니.
마치 점령군이라도 된 것 같은 오만불손한 태도.
상단의 본단을 지키는 병사들이며 용병들, 그리고 바커스 가문의 검사들이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지만, 너무 조심스러워하는 태도가 보였다.
100명도 넘는 인원이 4명에 불과한 이들에게 기세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다.
나반은 흥미가 돋은 얼굴로 대치를 지켜보았고, 릴리는 4명의 불청객 중에 절대 잊을 수 없는 얼굴을 발견하고는 인상을 굳혔다.
쿼드락은 속이 뒤틀리는 느낌을 억지로 참으면서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가문에서…… 이런 누추하신 곳까지 어떤 일로 오셨는지요? 아, 혹여 저희 상단과 바커스 가문의 경사를 축하하러 와주신 거라면 더 좋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누추한 곳이라? 하긴 우리가 누추한 곳까지 올 이유는 딱히 없지.”
클레베의 조소에 쿼드락과 상단 가솔들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클레베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길게 말하지 않겠다. 불경하게도 본가에서 암살을 저지르려던 집단에게서 너희 세레스 상단과 관련된 증거물이 발견되었다. 이에 역모죄에 대한 혐의를 수사할 예정이니 적극 협조하도록.”
“……!”
“……!”
“……!”
가솔들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심지어 바커스 가문의 검사들까지도.
역모죄라니!
라그나르는 북방의 왕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거스르고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당연히 위험하다는 생각에 모든 사람이 쿼드락과 릴리 쪽을 돌아봤고,
‘설마……!’
쿼드락은 뱀의 계절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라그나르의 손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꽉 깨물었다.
릴리의 동공도 크게 흔들렸다.
‘테오 라그나르의 목을 쳐도 라그나르에서 별다른 일이 없을 거라고 큰소리를 치더니, 이 때문이었나? 재미난 곳이었군. 내 미래의 처가는.’
두 부녀는 금세 표정 관리에 들어갔지만, 나반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앞뒤 정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세레스 상단과 에드 트로이반이 뒤로 몰래 호박씨를 까고 있다가 라그나르에 된통 걸린 모양이었다.
“알았으면 길을 열도록.”
클레베가 날카로운 눈빛을 드러내면서 한 발을 내딛자, 상단의 병사들이 주춤 두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물러서지 마라.”
쿼드락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뒷걸음질이 멈췄다.
클레베가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건가?”
“이번 일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이오. 하지만 아무리 대가문이라고 하나, 제대로 된 증거 하나 없이 봉신을 이리 몰아세우는 것은 폭거요. 증거부터 제대로 가져오시오.”
“여기에 너희들이 개입한 정황 증거가 있는데도?”
“그깟 종이 쪼가리 따위야 얼마든지 조작되기 쉬운 것 아니오? 아마 우리를 모함하기 위한 어떤 음모가 있었던 것 같소.”
“그러니 세레스 상단은 죄가 없다?”
“없다마다. 우리만큼 충실한 심복이 어디 있단 말이오? 이와 관련된 것들은 본 상단이 철저하게 조사한 뒤에 대가문에 보고를 올리겠소.”
쿼드락이 뒷짐을 쥐면서 차갑게 웃었다.
“그래도 먼 길을 찾아오셨으니 헛걸음을 하신 게 아니게 제대로 모시겠소. 뭣들 하느냐? 어서 모시지 않고.”
병사 몇 명이 앞으로 나서면서 절도 있게 고개를 숙였다.
어리숙하기만 한 다른 병사들과 다르게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듯한 모습.
하지만 테오는 그들의 눈가에 감도는 불그스름한 광채를 놓치지 않았다.
‘혈기.’
혈사제에게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종류의 혈광(血光).
테오도 <이름 없는 군주>와 직접 대면하지 않았더라면 감지할 수 없을 만큼 그들의 기질은 잘 갈무리되어 있었다.
「클레베, 이것들 혈사제입니다.」
순간, 클레베의 두 눈이 깊게 착 가라앉았다.
「증거는?」
「뱀의 계절에서 부딪쳤던 녀석과 비슷한 기질이 느껴집니다.」
「틀렸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단호한 대답.
사실 성마교의 사제와 신도들은 기질을 숨기는데 탁월해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걸 어떻게 테오가 알아냈나 싶었지만.
클레베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테오라면 어떻게 해낼 방법을 찾아내지 않았을까 하는 믿음이 있었다.
「그럼 바로 친다.」
어차피 깃발을 든 집행관의 앞길을 막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세레스 상단은 징계를 막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안에 혈사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면 이야기는 모두 끝난다.
클레베는 그런 자신의 의사를 다른 세 사람에게 전음으로 전달했고,
철컥!
쐐애액-
순간 그녀의 검집에서 검이 분리되면서 섬광이 눈앞에 있는 혈사제의 머리를 날려버리려 했다.
상급검사에 오른 이들만이 보일 수 있는 속도의 검기(劍技).
오러마저 맺혀 있어 흉악한 용의 이빨을 보는 것만 같았다.
“……!”
혈사제도 다급히 마력을 뽑아 이에 대응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하늘에서부터 검 한 자루가 클레베 앞으로 뚝 떨어졌다.
채애애앵!
검기가 실린 클레베의 검의 궤적이 크게 빗겨 나고 말았다.
클레베는 튕겨나려는 몸의 균형을 바로잡으며 난입객을 노려봤다.
“무슨 짓이지?”
“무슨 짓이긴.”
반면에 난입객은 흥미진진한 미소를 입가에 달고 있었다.
“처가 구하기지.”
나반이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