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90)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90화(90/224)
꼬리잡기 (5)
「나반! 미치기라도 한 거냐! 거기가 어디라고 끼어들어, 끼어들긴!」
나반의 귓가로 수호기사의 전음이 다급하게 꽂혔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라그나르의 행사였다.
그것도 역모 혐의가 걸린.
아무리 세레스 상단이 북부에서 손에 꼽히는 대상단이라지만, 라그나르가 작정한다면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된다는 의미.
그러니 바커스 가문으로서는 끼어들지 않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하나만 알고 다른 건 왜 그렇게 모르십니까? 멍청하긴.」
나반은 목을 노리고 달려드는 클레베의 검을 거칠게 튕겨내면서 조소를 흘렸다.
「무슨 헛소리를……!」
「돈이 안 마렵나 봅니다?」
「그건 네놈 따위가 고민할 바가 아니다. 역모에 휘말려서는 가문 보존은커녕 목숨도 남아나지 않는단 말이다.」
「세레스 상단이 역모로 몰리면요? 본가라고 무사할 것 같습니까? 세레스와 어떻게 엮여 있을지 모른다면서 다른 세력들이 엮이는 것도 싫어할 텐데 말입니다. 빚쟁이들은 더 빨리 돈 갚으라고 닦달을 할 거고요. 아, 어쩌면 라그나르에서도 수상하다고 탈탈 털려고 들지 모르는데, 떳떳할 자신 있으십니까?」
「……!」
「말씀이 없는 걸 보니 딱 견적 보이는구만, 무슨.」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수호기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바커스 가문이 세레스 상단과 혼인 동맹을 추진한다는 건 이미 북방에 널리 알려진 사실.
당연히 바커스 가문이라고 의심을 피할 수는 없었다.
문제는 바커스 가문이라고 그리 떳떳하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수백 년의 역사 동안 라그나르 몰래 켕기는 짓도 많이 했으니.
문제 삼을 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미 세레스 상단과 본가는 운명 공동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역모에 휩쓸리는 것보단.」
이렇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는데도, 여전히 라그나르라는 이름이 두려운 모양이었다.
나반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번 한 번만 막으면 됩니다.」
「뭐?」
「모르시겠습니까? 라그나르도 이번 혐의에 확신 따윈 없습니다. 정말 확실한 증거가 있었으면 더 많은 머릿수를 채워서 왔겠죠.」
「아.」
「급해서 그런 것이든, 그냥 찔러본 것이든, 이번만 막으면 됩니다. 그럼 그 뒤에는 세레스 상단이 알아서 찝찝한 증거물들을 다 치워놓겠죠.」
「그, 그렇군……!」
「게다가 세레스 상단의 뒤에 누가 있는지 잊었습니까? 자기 사람은 지독하게 아낀다는 중앙기무국장이 어련히 알아서 교통정리 해주지 않을까요?」
수호기사는 어느새 나반의 말에 홀린 얼굴이 되어 있었다.
「저쪽은 흑설인 걸 보니, 항룡과 흑룡 사이에 정치 싸움이라도 벌어진 모양인데 우리가 굳이 그 등쌀에 등 터진 새우 꼴이 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흠흠! 맞는 말이군. 애당초 나도 비슷하게 생각했었다만,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 보니 경거망동할 뻔했군.」
「네네, 어련히 알아서 잘 생각하셨겠습니까? 일 더 그르치기 전에 가솔들이나 움직이시죠?」
수호기사는 사생아 주제에 자꾸 선을 넘는 나반의 말투가 못마땅했지만, 이번만 넘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이번 위기를 잘 해결한다면 이를 빌미로 더 많은 이권을 뜯어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바커스의 검사들은 쿼드락 상단주와 가솔들을 보호하라!”
“존명!”
“존명!”
차차차창!
바커스의 검사들이 망설이던 기색을 멈추고, 테오 일행에게 일제히 살기를 드러내며 검을 겨누었다.
‘멍청하긴.’
나반은 그런 가솔들을 보면서 속으로 웃고 말았다.
“……이것이 바커스 가문의 뜻이라고 여기면 되는 것인가?”
클레베는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좌중을 훑었다.
헤이젤이나 이블린도 마찬가지.
라그나르의 검사로서 이런 하극상은 절대 용납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바커스의 검사들은 동공이 흔들릴지언정 요지부동이었다.
“물러서지 마라! 세레스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피해자일 뿐이니! 대가문께서도 우선 더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신 뒤에 방문하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표현만 정중할 뿐, 사실상 축객령이나 마찬가지였다.
“바커스의 요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말은 들었다만, 책임자라는 사람이 미쳐버릴 정도일 줄은 몰랐군.”
클레베는 인상을 딱딱하게 굳히면서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바커스 가문도 세레스 상단과 똑같은 혐의를 적용하여, 지금부터 집행을 방해하는 자들은 누구를 불문하고 모두 처단한다.”
“존명.”
“존명.”
이블린과 헤이젤이 각각 좌우로 흩어지면서 검기를 뽑아 날렸다.
수적으로는 그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그들도 절대 물러설 수 없었다.
-피해가 생기더라도 반역자에겐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
북부인이라면 절대 물러설 수 없는 기질이 있었다.
따다다당-
순식간에 마당에서 칼부림이 시작되고,
“저들을 모두 제압해라!”
쿼드락은 뒤로 발을 뺄 거로 생각했던 바커스 가문이 도와준 것에 의문을 가졌지만, 곧 상단주답게 침착하게 가병들을 움직였다.
릴리에게 사랑 운운을 하더니 정말 반해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
‘저들 중 상당수가 성마교 9사도의 축복을 받은 혈사제들이다! 일개 평검사들 따윈 모조리 짓밟아버릴 수 있을 것이야!’
채채채챙!
테오 일행과 상단의 가병으로 위장한 혈사제, 바커스의 검사들이 복잡하게 뒤엉켰다.
그 속에서,
나반은 웃었다.
“파하하핫.”
그럴싸하게 혓바닥 좀 놀렸다고 단체로 손잡고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꼴이라니.
이로써 바커스 가문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 되었으니.
‘내가 예정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바커스의 몰락을 볼 수 있겠어.’
어떻게 하면 저 불길에다 더 크게 부채질을 할 수 있을까 싶던 그때,
「그렇게 해서 제대로 타기나 타겠어? 이왕에 집행관 한두 명의 목도 같이 날려야 더 확실하지 않을까?」
갑자기 귓가로 날카롭게 파고드는 전음.
‘누가……!’
나반은 등골이 절로 오싹해졌다.
누군가가 여태 잘 숨기고 있던 자신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보는 느낌이었으니.
차아아앙!
그러다 면전으로 날아드는 빛살이 있어 다급히 튕겨냈다.
상대는 어린 소년이었다.
약혼녀 릴리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하지만 깊게 가라앉은 두 눈 때문에 진짜 나이를 짐작하기 힘들게 만드는 소년.
‘테오 라그나르!’
상대가 누군지는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
나반이 떨리려는 입술을 최대한 숨긴 채로 말했다.
“무…… 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당신 지금 긴장하고 있지?”
“뭐?”
하지만 테오는 이미 나반의 생각 따윈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냉소를 흘렸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전음.
「좋은 추억 따윈 없다지만 그래도 당신을 낳고 길러준 친모를 죽인 가문이었지.」
「……!」
나반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태생적으로 병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때 치료해주지 않아 자식을 시한부 인생으로 만들어버린 인간 같지 않은 아버지도 있었고.」
“무슨 말을 하려는……!”
「나반 바커스. 바커스의 당대 가주가 외지에서 낳은 사생아. 흑색철기대장 토르켈에게 가려졌지만, 바커스 가문 출신으로 개화식에서 역대 최대 점수를 기록한 비운의 천재.」
“……!!”
「하지만 가문의 제약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십 년이란 세월을 허송세월로 보내야 했지. 그래서 당신은 가문을 살려둘 생각이 없는 거야. 당신에게 남은 5년이란 시간 안에 어떻게든 무너뜨릴 생각을 하고 있었고, 차곡차곡 수를 놓았겠지. 체스를 두는 것처럼.」
“…….”
「가문을 파산 직전으로 몰아넣고, 위험분자인 항룡을 끌어들이고…… 거기다 지금 내린 선택까지. 완벽해. 축하해. 드디어 바커스 가문이 이제 완전한 반역자 가문이 되었으니.」
순간, 나반의 얼굴에서 감정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무표정.
아무 감정도 남아있지 않은 인형이라도 된 것 같았다.
“……넌 뭐냐. 어떻게 날 알고 있는 거지?”
“그게 뭐가 중요하지?”
테오의 비틀린 입술이 더 커졌다.
“현재 중요한 건 눈앞에 있는 상대가 당신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가 아닐까 싶은데.”
“……!”
“당신의 불치병, 치료할 방법을 가르쳐주지. 바커스의 몰락도 책임지고 맡아주고. 대신에.”
테오의 눈이 강렬하게 빛났다.
“내 두 번째 검이 되어라.”
나반은 대체 테오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좀처럼 감도 잡히지 않았다.
갑자기 나타나서는 자신의 과거를 모두 꿰뚫어 보고, 필요한 것까지 내어주겠다고 한다.
자신을 오랫동안 관찰한 흑설이 장난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마치,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한 듯한 기분.
하지만 흑설이 그럴 이유는 없었고, 눈앞에 있는 테오 역시 누군가를 담을 그릇이지 누군가에게 담길 그릇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한평생 아웃사이더로만 살아왔기에 그는 누구보다 사람 보는 눈이 좋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테오는 진심이었다.
“최대한 빨리 정하는 게 좋을 거야. 보다시피 시간을 길게 주기 힘든 상황이거든.”
테오가 웃었다.
* * *
-열 자루의 검.
테오가 처음 회귀 직후에 눈을 떴을 때, 그는 권좌에 앉는 데 필요한 열 명의 인재를 꼽았다.
그중 첫 번째가 이블린이었고, 두 번째가 바로 나반이었다.
둘 다 뛰어난 재능과 실력을 갖추고 있으나, 시대를 잘못 타고나 제대로 꽃피우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마치 테오, 그 자신처럼.
“날 치료할 수 있다고? 그 말을 어떻게 믿지?”
동요는 잠시.
나반은 침착한 어투로 질문을 던졌다.
조금 전까지 시니컬하던 태도가 모두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역시 경계부터 하는군. 뭐, 충분히 예상했던 거긴 하지만.’
한평생 타인을 의심만 하고 살았던 데다가, 비밀리에 가문을 몰락의 길로 빠뜨릴 정도로 모사가 뛰어난 사람이었다.
당연히 호락호락할 리가 없었다.
테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날 따라다녀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일 아닌가? 그러고 나서 결정해. 내 검이 되든지, 말든지.”
하지만 당신은 절대 내 제안을 거절할 수 없을 거라는 자신만만한 태도가 나반의 마음을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그리고,
-‘나’를 처음으로 알아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자신이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나반은 한참 동안 미간을 찌푸리다가 결국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아. 일단 믿어주지. 하지만 나에 대해서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말해줘야겠어.”
“그러지.”
“그리고.”
“……?”
“내가 그쪽보다 한참 형인 것 같은데 존댓말 쓰지? 내가 이래 봬도 흑색철기대장이랑 개화식 동기거든?”
“당신 하는 거 봐서.”
“내가 잘 드는 검인지 확인해보겠다는 거로군.”
순간, 나반이 눈을 차갑게 번뜩이더니 몸을 반대로 돌렸다.
그리고,
쐐애액-
촤아아악!
빠르게 쏘아진 검기가 때마침 이블린과 다투고 있던 수호기사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너…… 이게 무슨……!”
수호기사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멍하니 나반을 바라봤다.
자신들더러 세레스 상단을 거들어야한다고 설득해놓고서 정작 자신은 뒤통수를 친다고?
나반의 입가에 다시 그를 상징하는 조소가 잔뜩 어렸다.
“반역자의 모가지 정도는 들고 가야 나라도 살지 않겠어?”
“……!”
“그러니까 줄은 잘 보고 서야지.”
수호기사는 뭐라고 따지고 싶은 눈치였지만, 입술 사이로 바람 새는 소리만 들릴 뿐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퍼걱!
그러다 마지막 남은 힘을 잃었을 때, 목덜미 사이로 혈선이 그어지면서 머리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푸우우우-
타악-
나반이 바닥을 거세게 박차 바커스의 검사들에게 달려들었다.
“고, 공자님!”
“어째서 저희까지……!”
“너희들도 똑같은 놈들이니까.”
어차피 이놈들 모두가 나반의 친모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주범이었다.
용서 따윈 없었다.
쉬쉬쉬쉭-
나반에게서 치솟은 검기가 삽시간에 ‘옛’ 검사들을 빠른 속도로 쓸어내기 시작했다.
학살이었다.
「나더러 두 번째 검이 되라고 했었지?」
나반의 전음이 테오의 귓가에 날카롭게 꽂혔다.
「그 말은 이미 첫 번째 검이 있단 뜻인 것 같은데…… 이참에 그 생각부터 바꿔주지.」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