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93)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93화(93/224)
찾았다, 드디어 (3)
-아드님.
이제는 잘 떠오르지도 않는 전생의 기억 저편.
포승줄에 손발이 묶인 채 슬픈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드님만큼은 이 못난 어미의 길을 따르지 마십시오. 아드님의 행복을 찾으세요.
쿵쿵쿵쿵쿵!
-이 말부터…… 이 말부터 했었어야 했는데. 늦어져서 미안합니다.
항상 머나먼 평행선만 걸었던 어머니가 처음으로 꺼내셨던 사과.
그 속에는 따스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그러니 부디.
그 마지막 당부가,
-이곳을 떠나세요.
테오의 가슴에 깊게 닿아있었다.
* * *
테오가 도망치듯 가문을 빠져나왔던 것도 바로 그 무렵이었을 것이다.
행복을 찾아 부디 가문을 떠나라던 어머니의 당부.
그것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너무 잘 알았기 때문에 따르고자 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잊었다.
삶의 풍파 속에서, 세월의 흐름 속에서, 그때의 말씀을 잊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 다시 떠올랐다.
전생에서나, 현생에서나.
어머니의 모든 생각은 결국 나에 대한 걱정뿐이었단 것을.
이 못난 불효자는 그것을 한평생 모르고 살았던 셈이었다…….
테오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머니에게 누명을 씌워 죽였던 이유가…… 고작 장미궁에 있을지 모르는 유물 때문이었단 말이지?’
전생과 관련된 마지막 남은 의문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도 유물의 흔적은 찾지 못했던 거고, 나중에는 아예 가문까지 빠져나와 살던 나를 죽였다는 뜻이고.’
까드득-
그 때문에 소중한 가솔들이 모두 억울하게 죽어야 했다는 사실이 원통했다.
그들이 지르던 비명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그러다 드는 의문.
‘하지만 에드는 분명히 악시온과 함께 일으킨 반란에서 죽었었어. 내 죽음은 그 한참 뒤에 있었고. 그렇다는 건?’
테오는 어쩐지 짚이는 바가 몇 가지 있었다.
조금 더 차분한 시선으로 장부의 뒷내용을 깊게 살피기 시작했다.
덕분에 몇 가지 사실을 추가로 더 알 수 있었다.
“역시. 에드의 사후에도 트로이반의 마수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나?”
트로이반은 모든 음모의 종착점이었다.
그들이 태고룡의 유물을 얻기 위해 만든 음모에 세실리아와 테오가 죽고 말았다.
또한 라그나르는 크고 작은 여러 번의 풍파를 겪어야만 했다.
‘굳이 놈들이 태고룡의 유물을 수집할 만한 이유가 대체 뭐지?’
태고룡의 유물은 분명히 누구나 바라마지 않을 <신비>의 일종이었다.
하지만 테오는 알고 있었다.
잠재된 태고룡의 유물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라그나르의 혈통을 타고 날 필요가 있다는 것.
트로이반이 수집한다고 한들, 딱히 쓸모가 없다는 점이었다.
‘혼혈인 악시온을 이용할 생각이었다고 해도, 녀석이 죽은 시점에서는 무의미해졌을 텐데?’
전생에도 현생에도. 여전히 음모는 멈추지 않고 현재진행형이다.
‘미리 결탁한 다른 핏줄이 있나? 오래전에 라그나르에서 쫓겨난 방계 같은? 아니면 가문 내에 심어둔?’
그런 세작을 제어할 방법으로 발뭉 같은 용살의 신화를 품은 물건들도 수집 중이고?
이런저런 추측을 하던 중이었다.
장부의 막바지가 되었을 때쯤. 새로운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이에 라그나르에 마지막 남은 유물로 판단되는 것을 조만간 회수할 방침임.
마지막 남은 유물?
테오의 두 눈이 커지던 그때였다.
화아아악!
[‘스킬: 해츨링 싱크로’가 해당 물품에 잠재된 사념을 불러들입니다.]테오의 시야가 비틀리면서 다른 광경이 나타났다.
까만 어둠 속에서.
에드가 작은 호롱불에 의지한 채 무언가를 빠르게 끄적이고 있었다.
그러고는 완성된 편지를 고이 접어 대기 중이던 매의 다리에다 묶었다.
-아버지께 전달해 드리고 오너라.
푸드득!
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힘차게 날아올랐다.
그리고 아주 먼 거리를 지나 동부의 어느 성에 도착했다.
황궁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거대 성채.
그 꼭대기 층에는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그라나다 트로이반!’
테오도 아주 잘 아는 얼굴이었다.
트로이반의 당대 가주.
실력 면에서는 카일보다 조금 뒤처질지 모르지만, 가문만큼은 라그나르에 못지않게 키워냈다는 동부 지역의 맹주.
에드와 에밀 트로이반의 친부이기도 했다.
그가 매의 편지지를 풀어 내용을 읽고는 피식 웃었다.
-재미난 정보를 발견하였군. 달의 정기를 받아 제 주인마저 잡아먹는다는 ‘월백의 요검’만 해도 존재가 신기할 지경인데, 주인에게 제멋대로 들러붙어서 실력을 멋대로 시험한다는 ‘용활(龍活)의 귀검’까지 실제로 존재한단 말이지? 태고룡, 태고룡, 말만 들었지, 정말 대단한 존재로고. 곧 손에 들어올 거라던 ‘용살의 마검’과 함께 붙인다면…… 정말 재미난 그림이 그려질 것 같군.
노인은 턱수염을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새로운 편지를 써서 다시 매의 다리에 묶었다.
-용살의 마검과 용활의 귀검……. 이 두 가지는 서로 자웅을 겨룰 만한 쌍둥이 검일지니.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리 전하도록.
푸드득!
매가 다시 힘차게 날아오르면서 이번에는 북쪽으로 이동했다.
동북부 지역. 지금 테오가 있는 세레스 상단의 본부였다.
쿼드락이 아주 조심스러운 태도로 매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념은 바로 거기서 끝났다.
‘가문에 숨겨진 유물이 하나 더 있었구나. 에드와 트로이반은 그걸 가져가려는 거고.’
용활의 귀검이라는 게 대체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에드와 그라나다의 혼잣말을 봤을 때, 그것이 발뭉과 세트를 이루는 쌍둥이 검이라는 사실은 잘 알 수 있었다.
‘발뭉은 이미 내 손에 들어왔고…… 위치도 확인했으니 저것도 도중에 가로채야겠어. 에드가 움직이기 전에.’
테오의 두 눈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라그나르도 아닌 녀석들에게 태고룡의 유물을 함부로 넘길 수 없는 노릇이니까.
테오는 창고에 한참을 더 뒤지다가 더 찾을 만한 단서가 없다 싶은 뒤에야 조용히 빠져나왔다.
* * *
바깥은 이미 성마교 진압이 모두 마무리되고, 쿼드락을 비롯한 죄인들을 체포하는 중이었다.
“상단 본단 내에 있는 자들은 단 한 명도 남기지 말고 모두 체포하도록. 저항하는 자는 즉각 사살해도 좋다.”
이블린의 단호한 명령에 5번조 조원들은 두 눈을 시퍼렇게 뜬 채로 본단을 샅샅이 뒤졌다.
그 때문에 날벼락을 맞게 된 것은 북부상인조합의 조합원들이었다.
-저, 저, 저는 이번 일과 무관합니다! 믿어주십시오!
-저희는 세레스 상단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전혀 알지도 못했습니다! 정말입니다!
-저희 상단은 그저…… 그저 세레스 상단과 바커스 가문에 약혼식이 있을 예정이니 참석해서 축하해달라는 명령만 받고 왔을 뿐이란 말입니다……!
-아아아! 이번 반란과 저희 조합은 무관합니다!
애당초 그들은 쿼드락이 성마교의 세뇌를 걸기 위해 소집한 자들. 피해자라면 피해자였다.
그런데 졸지에 반란 혐의를 뒤집어쓰게 생겼으니.
자신들의 목숨뿐만 아니라, 소속 상단까지 피바람이 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블린은 그들을 함부로 풀어줄 수가 없었다.
그중에 성마교나 트로이반의 끄나풀이 심겨 있을 수도 있었으니.
“여러분들의 억울한 사정은 잘 알고 있으니, 간단한 확인 절차 뒤에 풀어드리겠습니다. 기다려주십시오.”
이 약속 역시 당장 지켜지기가 어려울 것이다.
지금 세레스 상단에서 벌어진 사건은 아직 외부로 새어 나가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이번 작전의 중요성은 바로 속도에 있었다.
에드와 트로이반이 사실을 깨닫기 전에 해치워야만 하는 속도전.
“클레베 님, 바커스 가문 쪽은.”
“걱정하지 마. 이미 그쪽엔 흑색철기대가 들이치고 있을 테니. 아마 지금쯤 정신없겠지.”
6설가 중 한 곳을 겁박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별일 아니라는 듯한 태도.
클레베는 최근에 조금씩 발생하고 있는 북부의 균열이 모두 ‘라그나르가 너무 너그럽게 행동하기 때문이다’는 주의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이런 식으로 봉신들을 직접적으로 압박해서 정신을 차리게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그러다 클레베의 시선이 나반에게로 향했다.
“일단 묶이라고 해서 묶이긴 했는데. 나는 이번에 당신들 편들었다고. 그건 정상 참작해줘야 하는 거 아냐?”
나반은 양손을 묶고 있던 포승줄을 슬쩍 들어 보이면서 억울하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정상 참작했으니 그 정도로 그친 거다. 하지만 나반 바커스, 당신 역시 혐의가 완전히 씻긴 건 아니니 그때까지 대기하고 있도록.”
“에효. 내 팔자가 그렇지 뭐.”
한숨을 푹 내쉬면서 툴툴거리지만, 클레베는 나반의 목소리에 묘한 웃음기가 섞여 있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가문이 멸문에 처할 위기인데도 오히려 즐거워한다? 바커스의 2남이 사생아 출신으로 가문에 원한이 깊을 거라던 예측이 있더니 정말이었나 보군.’
클레베의 눈빛이 묘하게 빛났다.
‘어차피 6설가의 체제를 완전히 붕괴시킬 수는 없어. 그렇다면 기존 수뇌부를 치워버린 자리에다가, 저런 반골을 가주직에 앉히는 게 앞으로 편할……!’
클레베는 이번 기회에 바커스 가문을 장악할 만한 방법을 모색하다 말고, 잠깐 생각이 멈췄다.
나반은 라그나르에 대항하던 중에 갑자기 테오와 대화를 나누고 즉각 이쪽으로 전향했다.
그리고 지금은 테오와 상당히 친밀해진 것 같은 상태.
그렇다는 건?
‘설마 이걸 내다 본……?’
클레베는 둔탁한 뭔가로 뒤통수를 세게 후려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테오가 개화식에서 계승권에 도전하겠다고 외쳤던 선언이 떠올랐다.
별다른 배경이 없는 그에게 가주가 바뀐 바커스 가문은 꽤 괜찮은 거래 상대가 될 수 있을 터.
누군가가 그녀의 추측을 듣는다면 그냥 우연이 아닐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지금껏 클레베가 봐 왔던 테오라면 충분히 미칠 수 있는 생각이었다.
“……!”
순간, 등골이 섬뜩해졌다.
클레베는 황급히 테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때마침 테오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내 딸…… 릴리는…… 릴리는 어떻게 되었느냐……!”
하루아침에 모든 꿈과 야망이 풍비박산 나고만 쿼드락은 한참 넋을 놓고 있다가, 테오가 근처를 지나가자 뒤늦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테오는 그런 녀석을 보면서 말없이 냉소를 흘렸고,
“네놈이…… 내 딸을 또……!!”
쿼드락은 릴리의 운명을 직감적으로 깨닫고 울부짖었다.
테오에게 달려들던 것도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엎어지고 말았다.
어느새 홀커스가 뒤에서 우악스럽게 녀석의 머리통을 눌러버렸다.
“가만히 좀 있지? 시끄러워 죽겠네!”
그러고는 테오를 보며 괜찮냐고 씩 웃는 모습이…… 조금 징그럽게 다가왔다.
‘……뭐지? 뭔 일이라도 있나?’
테오는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 * *
“절 처음 보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 다시 한번 더 인사드리겠습니다. 이번에 실전검사에 임명된 신입 테오 라그나르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강의 정리가 끝난 뒤.
테오는 5번조가 모두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공손하게 인사했다.
그를 알고 있던 사람도, 소식만 듣고 있던 사람도 모두 얼떨떨한 얼굴이 되고 말았다.
-엥?
-뭐야?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시, 실전검사?
셀퍼드가 동그랗게 뜬 눈으로 다급하게 물었다.
“수련검사가 아니라 벌써 실전검사가 되었다고? 정말이냐?”
“예. 이전 임무에서 승급 시험을 통과하게 되었습니다.”
“헐……!”
-무, 뭐야? 그럼 두 번째 임무 만에 바로 승급이 됐단 얘기잖아?
-토르켈 라그나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미쳤네, 진짜.
-역대 최고다, 최고다, 말만 들었지, 이건 뭐…….
-하긴 근데 이해도 가긴 간다. 쟤 혼자서 혈사제 모가지 치는 거 못 봤냐? 저 정도면 인정해야지.
-하긴.
다행인 건 조원들이 놀라긴 해도, 다들 인정하면서 질투나 시샘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 속내까지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테오는 아마 대부분이 진심일 거라고 생각했다.
율리우스가 만든 분위기가 그러했으니까.
“와…….”
“결국 승급했구나. 조금 따라잡나 싶었는데 또 멀어지네.”
홀커스는 침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턱이 빠지라 입을 벌렸고, 에리카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같은 동기라지만, 이제 테오라는 존재가 계속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특히 홀커스는 조급함마저 느꼈다.
‘이거 빨리 줄 서지 않으면 안 되겠는데……!’
문제는 자신의 의향을 밝힐 시간이 따로 없다는 거였다.
둘이서만 대화를 나눌 시간이라도 있어야 언질이라도 꺼낼 텐데, 요 몇 달간 테오는 바빠도 너무 바빠 보였다.
이번 임무의 성공으로 또 한동안 더 바쁠 테고.
짜악!
그때, 이블린은 크게 손뼉을 치면서 분위기를 환기했다.
“정리가 끝났으면 이만 가문으로 복귀하겠다. 다만, 이번에는 보고가 시급하고, 죄인들도 많은 관계로 두 개 분조로 나누어 따로 이동할 것이다. 테오, 셀퍼드, 아린, 에리카, 홀커스, 너희 다섯은 나와 같이 먼저 윈터러로 이동한다. 이상.”
“존명.”
“존명.”
“존명.”
테오가 복명하면서 그림자에서 움브라를 꺼냈다.
그렇게,
두 번째 임무가 모두 끝났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