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95)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95화(95/224)
찾았다, 드디어 (5)
‘3부인과 중앙기무국장을 끌어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서자 테오 라그나르……. 아주 그럴듯한 화젯거리지. 율리우스, 그놈이 머리를 아주 잘 썼어.’
힘차게 날갯짓하며 하늘을 가로지르는 검은 종달새가 있었다.
‘백갑용기대의 다른 대원들과 형평성 문제가 있으니 별다른 지원은 해주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모든 화제의 중심에 테오를 놓겠다…… 그렇게 해서 백갑용기대 대장 자리를 노리는 테오를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하겠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겠지.’
그러니 자기 새끼에게 군침 좀 그만 바르라고 으르렁대는 것이다.
그의 의형제라 할 수 있는 흑룡과 매화궁주 모두 테오에게 지극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므로.
‘이번 일이 끝나면 큰형님이 따로 부를 거라는 걸 알고 나면 더 자지러지겠군.’
네 명의 의형제가 가문의 주도권을 잡고 난 뒤.
그들은 각자가 맡은 의무에 최선을 다하느라 관계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마음이 멀어진 건 아니었다.
서로를 위한 마음만큼은 여전했으므로.
하지만 친밀하지 못했다.
서먹해졌다.
이전처럼 아무 걱정 없이 서로 웃으면서 술잔을 기울이기가 어려웠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만으로도 윈터러가, 북방이, 제국이, 세계가 흔들렸으니까.
그런데,
‘그놈이 알게 모르게 우리를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단 말이지.’
율리우스와 매화궁주가 다시 가까워지고, 여기에 흑룡이 발을 담갔다.
카일은 카일대로 테오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접점이 생긴 것이다.
회귀자에 대한 불신과 원한은 여전히 마음 한편에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미 이것만으로도 크나큰 발전이었다.
‘그러니 테오. 아니, 조카야.’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 검은 종달새가 빛무리에 휩싸였다.
‘부디 잘못된 선택을 내려 내 손으로 너를 베어야 하는 불상사를 만들지는 말아다오.’
번쩍!
검은 종달새가 사라진 자리로 어느새 가면을 쓴 흑룡이 나타나 바닥에 착지했다.
파라락-
옷깃이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와 함께,
처척!
이미 대기 중이던 클레베와 흑설의 요원들이 모두 고개를 숙였다.
흑룡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받으면서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허름하게 보이는 오두막집 하나.
중앙기무국이 사용하는 안가였다.
“중앙기무국장이 저곳에 있다고?”
“예. 우선 랑케의 협조를 받아 마해에 대한 비밀 작전을 펼쳐야 한다는 명분으로 불러내는 데 성공한 상태입니다. 중앙기무국장은 현재 랑케 가주가 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같이 데리고 온 병력은?”
“1급 요원 스물입니다.”
“켕기는 게 많긴 많나 보군. 바리바리 싸들고 나왔어.”
피식-
흑룡은 냉소를 흘렸다.
중앙기무국의 1급 요원이라고 한다면 모두 상급검사로 구성된 최정예들이었다.
다른 타격 부대에서는 모두 조장 급 이상에 해당하는 존재들.
그러니 에드 트로이반이 얼마나 자신의 신변 보호에 관심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면서도,
이번 진압이 절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했다.
하지만 흑룡으로서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스르릉-
결국 그 앞에서는 모조리 베어버려야 할 기생충 따위에 불과했으니.
“간다.”
흑룡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파아앗!
요원들이 일제히 절벽 아래로 몸을 날렸다.
* * *
타닥-
테오와 에리카 남매, 이블린과 헤이젤이 빠르게 윈터러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들의 뒤에는 백갑용기대에서 붙인 병력 스물과 매화궁에서 지원한 병력 서른 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모두 오십이 넘는 인원들.
더군다나 그들의 머리 위로는 라그나르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가주의 명령을 수행하는 집행관이라는 뜻.
당연히 윈터러 주민들이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 뭐야? 대체 무슨 일이야?
-그, 그러게. 저렇게 다급하게 뛰어가는 걸 봐서는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백갑용기대에 매화궁…… 진짜 무슨 일이지?
-바, 반란이라도 생겼나?
-예끼! 이 사람아! 어디 그런 재수 없는 말을 하나!
-아, 미, 미안하네. 내가 생각이 짧았어.
반란이라는 단어는 윈터러에 있어 금기어나 다름없었다.
반란이 있을 때면 항상 북방에 피바람이 불어 닥쳤으니까.
그게 성공했든, 실패했든 간에.
하지만 테오 일행의 기세가 너무 살벌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길을 열기 바빴다.
그들을 목격한 검사들도 각자 소속 부대로 돌아가 이번 일에 대해 보고하기 바빴다.
‘음, 어…… 언제 말하지……? 이거 도저히 말할 분위기가 아닌 것 같은데…….’
한편, 홀커스는 깃발을 높이든 테오의 뒷모습을 슬쩍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테오의 명성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은 그의 눈에도 보일 정도였다.
이제 슬슬 자신을 받아달라고 밑밥을 깔아야 하는데, 도무지 그럴 타이밍이 보이지 않았다.
저렇게 진지한 얼굴을 하는 사람에게 섣불리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이번에는 글렀어. 다음으로 미뤄, 미련 곰탱아. 오히려 오늘은 이상한 말 꺼내면 분위기만 망가질걸?」
에리카가 그런 홀커스의 생각을 읽고 혀를 차면서 전음을 보냈다.
「분위기가 왜?」
「너 아직 테오와 악시온, 그 새끼 사이가 어땠는지 모르지?」
「그냥 안 좋았다…… 그런 거 아냐? 테오가 악시온을 죽인 것 때문에 3부인이 빡쳐 있는 거고.」
「어휴, 역시 아무것도 모르네. 저러고 어떻게 검이 되겠다는 건지. 쯧쯧.」
「아, 씨. 뜸 들이지 말고 제대로 말해줘 봐.」
「귀 씻고 잘 들어. 3부인이, 아니, 그년이 테오 모자에게 무슨 짓을 했냐면…….」
에리카는 악시온 모자가 과거에 테오 모자에게 했던 짓들에 대해서 모두 말해주었다.
순간, 홀커스의 얼굴이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 새끼들 미친 거 아냐? 사람 얼굴을 하고 그딴 짓을 하고 다닌다고?」
「그래. 테오가 아무리 서자라고 해도 그동안 가문이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고. 세실리아 부인은 여우 취급이나 받고 있었고.」
「악시온, 이 개같은 새끼가! 살아있을 때 그 대갈통을 내가 걷어차 버렸어야 했는데!」
홀커스는 한참 씩씩대다가 의문이 생겨 에리카에게 물었다.
「그런데 누나는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여태 폐관 수련만 했던 사람이?」
「동생아, 멍청한 동생아, 머리에 왕관을 쓰려는 사람은 그만한 무게를 버텨야 하는 법이란다.」
「뭐라는 거야. 그거 무게 뭐 얼마나 한다고. 모가지라도 부러져?」
「……하여간 멍청한 새끼랑은 대화가 안 돼요. 대화가. 어휴」
에리카는 머릿속까지 근육으로 가득한 멍청한 동생과 대화하기를 포기했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단순히 랑케의 가주 자리가 아니었다.
-랑케를 북방제일, 아니, 세계제일의 가문을 세우는 것.
그게 안 된다면, 그 과정을 옆에서 보좌하는 것이 에리카가 품고 있는 야망일지니.
당연히 당분간 한배를 타게 된 테오에 대해서 상세히 알아보는 것도 그 계획의 일환이었다.
처음에는 테오의 그릇을 가늠하기 위해서였지만.
그의 모든 과거사를 알고 난 뒤에는 생각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 테오는 평생 함께 가야 할 동반자야.’
이성으로서의 개념이 아니었다.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등을 맡길 만한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테오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3부인과 중앙기무국장을 끄집어 내린 자리에는 이제 테오의 이름이 크게 박힐 거야. 그러니 그 옆에는 당연히 내가 있어야지.’
홀커스에게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여간 지금은 우리가 그냥 옆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어설프게 위로해 준답시고 산통 다 깨지 말고.」
「내가 뭐 바보냐! 그 정도는 다 알고 있거든?」
「바보라서 더 걱정하는 거란다, 동생아.」
「아오, 씨!」
홀커스는 에리카에게 억울한 마음이 생겼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녀의 말마따나 테오의 옆자리를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그러다 어느새 일행은 3부인의 거처, 장미궁을 목전에 뒀다.
테오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전생을 통틀어 수십 년을 머물러 그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기만 한 곳.
그곳을 다시 손에 넣으러 왔다.
“집행관들은 모두.”
테오가 깃발을 높이 들었다.
율리우스의 명령대로 현재 명령권자는 바로 그였다.
“반란자들을 추포하라.”
그 순간, 백갑용기대와 매화궁의 정예들이 모두 움직였다.
파앗!
쐐애액-
빛살이 되어 담장을 넘고자 하고, 에리카 남매는 선두에서 마력을 터뜨리며 정문을 일거에 날려버렸다.
콰아아앙!
정문이 박살 나면서 오십 명의 정예들이 단숨에 안으로 쏟아졌다.
-이, 이게 무슨……?
-라, 라그나르! 라그나르의 깃발이다!
-왜 여기에……!
-꺄아아악!
궁에 머물고 있던 집사들이며 시녀들이 사색이 되어 소스라치게 놀라는 가운데,
“반란자 에밀 트로이반을 찾아라! 저항하거나 비협조적인 자들은 모두 사살하여도 좋다!”
이블린의 사자후가 궁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바, 반란자……?
-3부인께서 무슨……!
1층부터 3층까지 뿔뿔이 흩어지려는 진압군 앞을 일련의 무리가 가로막았다.
에드가 에밀을 감시하라고 붙여둔 제2 부국장 모건과 수하들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요! 이곳은 3부인께서 머무는 거처이며 가주의 하렘이 있는 궁! 예의를 지켜……!”
모건은 길게 말을 잇지 못했다.
갑자기 목젖으로 날카로운 칼바람이 불어닥쳤으니까.
까아아앙!
모건이 다급하게 그것을 튕겨내며 두어 발자국 뒷걸음질 쳤다.
이블린이 사나운 눈으로 으르렁거렸다.
“3부인을 두둔하는 자는 모두 반란자로 취급한다고 말했을 텐데? 아, 중앙기무국도 반란에 참여했으니 별 차이는 없나?”
“무슨……!”
순간, 모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뭐지……? 어디서 우리 정보가 샜나?’
에드와 중앙기무국이 오랫동안 트로이반의 숨겨진 칼로써 대업을 꿈꿨던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사코 그것을 ‘반란’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릇된 것을 바로잡는다고만 여겼을 뿐.
모든 것을 올바른 자리로 되돌린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모든 걸 천천히 준비했었는데…….
대체 어디서 흘러들었을까?
‘설마…… 흑룡, 그 작자가 우리의 뒤를 밟았나?’
짚이는 것이 있다면 그뿐이었다.
에드와 흑룡은 아주 오랫동안 정쟁을 벌여왔으므로.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당장 떠오르는 생각은 단 하나.
‘국장님! 국장님이 위험하시다!’
랑케 가문의 요청을 받아 자리를 비운 에드에 대한 안전뿐.
“변명 따윈 듣지 않겠다. 변호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너희들에게 쓰인 혐의는 모두 참작 따윈 없을 것이니.”
쐐애애액-
이블린은 모건의 생각 따윈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시 칼바람이 되어 모건을 몰아붙였다.
차차차차창!
모건의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기무국의 요원들은 3부인을! 3부인을 목숨으로 보호하라-!”
쾅! 콰콰쾅!
곳곳에서 폭발 소리가 들렸다.
화약 따위가 아니었다.
잠력을 격발하는 소리.
역류폭혈공이었다.
모두 생명을 불사르며 진압군을 가로막으려는 것이다.
“트로이반을 위하여-!”
“진실을 위하여-!”
콰릉, 콰릉, 콰르릉-
검기와 검기가 난무했다.
진압하려는 자와 저항하려는 자의 난립이 거세지는 가운데,
저벅, 저벅!
테오는 깃발을 높이 치켜든 채로, 무뚝뚝한 발걸음으로 전장을 가로질렀다.
에리카와 홀커스가 그의 양옆을 지키면서 덤비는 요원들을 모두 밀어내거나 튕겨냈다.
그들 모두 일개 수련검사 따위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이들은 없었지만, 그래도 깃발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과 테오의 복수를 도와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그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있었다.
‘에밀이 숨어봤자 숨을 수 있는 곳은 얼마 되지 않아.’
테오는 장미궁의 구조에 대해서 세상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에밀이 이용할 만한 곳은 훤히 꿰고 있었다.
쾅!
첫 번째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곳도 아니고.’
쾅!
‘여기도 아냐.’
콰아앙-
‘여기도 없군.’
3층까지 오르는 내내 테오가 지나는 자리에는 어느새 핏물이 가득했다.
‘그럼 남은 곳은 단 하나뿐인데.’
테오는 마지막 방문 앞에 섰다.
꼭대기 층.
원래 세실리아가 머물던 방이었다.
콰아앙!
테오가 거세게 발로 걷어차자 문짝이 박살나면서 내부의 모습이 드러났다.
거기엔 오들오들 떨고 있는 시녀들과 집사들 사이로,
악시온이 찍힌 사진을 끌어안은 채 방실방실 웃고 있는 에밀의 모습이 있었다.
“아가, 내 아가…… 배고프지? 그래, 그래. 조금만 참으려무나. 이 어미가 곧 맛있는 음식을 차려줄 테니. 양송이 수프 좋아했었지? 때마침 네 외가에서 아주 좋은 양송이를 보내왔단다.”
‘미쳤군.’
현실에서 도피라도 하고 싶은 걸까.
에밀은 이미 제정신이 아닌 듯 보였다.
그토록 증오하던 테오를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이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고 있었다.
고작.
고작 이것밖엔 안 되는 사람에게 어머니가 그동안 그 수모를 당했던 걸까…….
테오는 검을 휘둘렀다.
스걱-
잘린 에밀의 머리가 힘없이 바닥을 뒹굴었다.
데구르르…….
그 모습을 보면서,
테오는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여러 감정이 가슴 속에서 회오리쳤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