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96)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96화(96/224)
섬야차 (1)
동백궁은 최근 들어 계속 불어나는 인파로 몸살을 앓는 중이었다.
세실리아가 최근에 시작한 사업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이 부분은 이런 식으로 디자인을 수정해서…….
-재단사! 재단사 어디 갔어!
-핏이 맞지 않지 않잖아! 핀 좀 가져 와.
-C31 선반에 있는 물건들 있지? 그거…… 뭐? 다른 팀에서 먼저 가져갔어? 이 멍청한 놈아! 내가 미리 선점해두고 있으라 했지!
-모델은? 이 시간까지 오기로 한 모델은 대체 언제 오는 거야! 빨리 사람 보내서 알아봐! 지금 한시가 급하다고!
수많은 사람이 궁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통에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집사와 시녀들도 반쯤 달관한 얼굴로 손님들이 허기지지 않도록 간식과 음료수를 보충하는 정도로만 움직였다.
“……여긴 어째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정신이 없구만.”
키르손은 주문한 물건을 잔뜩 짊어진 공방 사람들과 같이 동백궁으로 들어서다 말고 헛웃음을 흘렸다.
어디 새로운 손님이 와도 접객하는 사용인 한 명 없을 정도라니.
아직 본격적으로 사업은 시작도 안 했는데 이렇게 바빠도 되는 건가?
‘곧 있을 수선궁의 사교 파티에 내보낼 드레스와 예복을 마무리 작업하느라 더 정신없다고 했었지, 아마?’
확실히 지나가듯이 보았던 세실리아의 옷들은 모두 디자인이나 재질이 뛰어난 편이었다.
안목 높은 키르손도 적잖게 감탄할 정도로.
문제는 판매 방식이었다.
제품의 품질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제대로 홍보되지 않으면 큰일 나는 법.
하물며 세실리아가 손댄 오트쿠튀르는 입소문이 가장 중요했다.
첫 번째 고객 확보가 중요한 것이다.
‘최근 테오의 명성을 보면 걱정이 없긴 하지만…… 그만큼 위험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니.’
키르손이 곰방대를 입에 물 무렵이었다.
“오셨어요, 어머니?”
세실리아가 키르손을 뒤늦게 발견하고 조금 지친 얼굴로 다가왔다.
눈 밑이 꺼멓게 죽어 있지만, 눈동자만큼은 힘차게 반짝이고 있었다.
생기.
오래전, 키르손이 처음 무대에 선 세실리아에게서 발견하고 반했던 그 눈빛이었다.
“그래. 네가 부탁한 물건들은 전부 가져오긴 했다만…… 지난번 대금은 이제 슬슬 한계라는 거 알고 있지? 누누이 말하지만 난 절대 외상 안 받는다.”
“네, 그 정도는 충분히 파악하고 있어요. 며칠 뒤에 대대적인 사교 파티가 있을 거고, 숍도 그때 맞춰서 열릴 테니 주문받기 시작하면 자금 순환도 어느 정도 숨통이 좀 트일 거예요. 벌써 알음알음 주문 견적도 들어오고 있구요.”
“그래, 뭐, 알아서 하고 있다니 더 이상 할 말은 없다만.”
분명히 세실리아는 처음 시작하는 사업치고 아주 잘 하는 편이었다.
그래도 자식이 하는 일에 자꾸 신경이 쓰이는 건 모든 부모의 공통점이 아니던가?
세실리아도 그런 키르손의 생각을 알고 있던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절대 무리하면서까지 일하진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 난감한 일이 발생하면 어머니께 상담도 받을게요.”
“험험!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모든 부모의 다른 공통점이라면, 어른이 되고 나서도 자식의 어리광은 절대 싫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키르손은 부끄러웠던지 괜히 헛기침하면서도 입꼬리가 씰룩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아, 그보다 너 계속 여기에 있어도 되는 것이냐?”
그러다 키르손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세실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아, 혹시 아드님이 부탁드렸다던 대원들 치료, 끝났나요?”
“그거야 지금 한창 신경계를 잇는 작업을 하고 있으니 문제없고. 그게 아니라, 장미궁 소식 말이다.”
“장미궁…… 이요?”
세실리아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역시 바깥일에는 전혀 신경도 못 쓰고 있나 보군. 그래도 명색이 네 아들이 화제의 중심인데.”
“아, 아드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신 건 아니죠?”
세실리아가 다급하게 키르손의 멱살을 와락 움켜쥐었다.
“켁, 켁! 이것 좀 놓고 말해! 그리고 누차 말했잖느냐! 고건 속에다 능구렁이만 열댓 마리를 품고 있는 놈이라고! 그런 놈이 무슨 일이 있긴 무슨 일이 있어!”
“그럼……!”
“고놈이 오늘 아침에 3부인의 모가지를 떨어뜨렸다. 중앙기무국장에게는 반란 혐의를 씌웠고.”
“……!”
키르손은 곰방대를 입에 가볍게 물면서 말을 이었다.
후우-
“그 때문에 바깥이 아주 난리야. 너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아주 사람들이 개 떼 같이 몰려들걸?”
“그런가요? 아드님이 다치시지는 않았다는 거로군요?”
“으응? 그렇다고 들었다만?”
키르손은 두 눈을 끔벅거렸다.
세실리아의 반응이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분명히 기뻐할 줄 알았는데, 너무 무덤덤하게 보였다.
“다행이군요.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전 다음 회의가 있어서 그만 들어가 볼게요.”
세실리아는 꾸벅 인사하고 다시 궁으로 들어갔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태도.
“…….”
키르손은 곰방대를 문 채로 멀거니 서서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 * *
‘에밀이…… 죽었구나.’
회의실로 걸어가는 세실리아의 머릿속은 여러 생각으로 복잡했다.
키르손에게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정말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었다.
사실 잡혀있는 회의도 없었다.
‘에밀이 죽었어…….’
세실리아는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엄명한 뒤, 텅 빈 회의실에 홀로 앉아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지난 시간 동안 에밀 모자 때문에 겪었던 수난들이 하나둘씩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오로지 카일만 바라보고 어머니와도 의절한 채 장미궁에 들어왔던 세실리아를 요부니 탕부니 하며 몰았던 여러 악의적인 소문들,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테오를 따돌리고, 병신이라며 손가락질하게 했던 분위기,
사사건건 장미궁에서 그들 모자를 쫓아내기 위해서 중앙기무국에서 벌였던 여러 암살 위협들까지.
테오를 보호하고자, 하루하루를 칼날 위를 걷는 심정으로 살았다.
그래서 더욱더 테오를 채근한 건지도 몰랐다.
-이 어미가, 이 힘없고 못난 어미가 언젠가 죽고 나면 아드님을 보호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때는 대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언제부터였을까?
세실리아는 자신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것이 암살 때문이든, 아니면 원인 모를 병 때문이든.
몇 년을 남기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
그만큼 테오 모자에게 불어닥치는 분위기가 심상찮았으니까.
때로는 자신이 누명을 쓰고 단두대에 목이 걸리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
거기서 테오는 자신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드님만큼은 이 못난 어미의 길을 따르지 마십시오. 아드님의 행복을 찾으세요.
이 말부터…… 이 말부터 했었어야 했는데. 늦어져서 미안합니다.
그러니 부디 이곳을 떠나세요.
도망치세요, 아드님.
‘……그런데 그렇게 될지도 몰랐을 운명을 아드님이 바꾸셨구나.’
이렇게까지 되기 위해 아드님이 얼마나 모진 고생을 하셨을까.
그런 생각에 눈가에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그러던 그때,
“이걸 쓰십시오.”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가 손수건을 내밀었다.
“시녀장……?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예. 저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만.”
시녀장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문쪽을 슬쩍 돌아봤다.
“키르손 님이 반드시 전달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셔서…….”
“아.”
세실리아는 그제야 쓴웃음을 짓던 키르손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어머니는.
어머니는 이 못난 딸이 어떤 심정인지를 알고 계셨었구나.
세실리아는 시녀장이 건넨 손수건을 받았다.
거기엔 작은 쪽지가 하나 담겨 있었다.
울지 마라. 네게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니.
너에게 어울리는 모습은 딱 하나다. 이 어미를 골릴 때. 바로 그때처럼 항상 자신만만하게 굴어. 그리고 오만하게 세상을 내려다 봐라. 그럴 때 너는 가장 화려하게 빛나니까.
그렇기에 너는 이 키르손의 하나뿐인 딸인 것이다.
세실리아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렸다.
그러다 마지막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ps. 정 울고 싶거든, 이 어미가 못된 손주 놈 때문에 매번 지갑이 탈탈 털리는 모습이 가여워서 울어라. 그런 건 적당히 눈 감아 주마.
‘이게 제일 진심이신 것 같은데?’
세실리아는 그제야 무거운 마음을 훌훌 털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어느덧 그녀의 머릿속에 에밀 모자에 관한 생각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 * *
-중앙기무국장이 반란을 일으키려 했다!
테오의 소문이 윈터러를 들썩이기 무섭게 새로운 소문이 윈터러를 강타했다.
9룡 중 한 명인 항룡의 반란.
그것이 실질적인 라그나르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중앙기무국의 반란이라면 절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대사건이었으니.
몇몇은 그냥 헛소문이 아니냐며 일축하려 했지만.
곧 라그나르의 정문에 효수된 머리들 때문에 여론이 확 바뀌고 말았다.
3부인 에밀 트로이반을 비롯해,
제2 부국장 모건을 위시한 중앙기무국 주요 간부들의 머리, 세레스 상단의 쿼드락 등 관계자의 머리가 모두 줄줄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뚝, 뚝…….
갓 잘라낸 머리에서 떨어진 핏물로 바닥이 온통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붙은 방문은 더욱더 노골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위 죄인들은 모두 1급 죄인 에드 트로이반과 결탁하여 오랫동안 본가의 기밀 자료를 빼돌리고……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방문의 아래쪽에 있었다.
……이번 반란 혐의의 경우, 배후에 동부의 대가문 트로이반과 사교(邪敎) 성마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 이게 무슨 소리야?
-트로이반과 성마교가 항룡과 결탁? 아, 아니지. 항룡이 트로이반과 성마교의 끄나풀이었단 거지?
-역겹군……! 라그나르의 총애를 받고도 어떻게 그딴 짓을 벌일 수 있는 거지?
-트로이반이야 항룡의 본가였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성마교는 갑자기 왜? 거긴 황실에서도 이단으로 공표한 사이비일 텐데! 항룡이 미치지 않고서야!
-가주님은? 가주님께서는 무슨 말씀이 없으신가?
방문 앞은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그 숫자는 계속 불어났다.
……이에 라그나르는 트로이반과 성마교에 묻는다.
그대들이 라그나르에서 획책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 72시간의 유예를 주겠노라. 그 대답 여부에 따라 겨울산맥의 군주가 내뱉을 분노의 수위가 결정될 것이다.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선언에 사람들은 모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전쟁이다!
-전쟁이 곧 벌어질지 모른다!
-용의 분노가 곧 동부를 불바다로 만들 것이니!
어디선가.
피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
* * *
윈터러를 들썩이게 만든 소문의 주인공은 단연 테오였다.
악시온의 처치부터 에밀의 효수, 에드의 이적 행위를 모두 밝혀낸 사람이 그라고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이미 그에 관한 새로운 소문도 파다하게 퍼지고 있었다.
-‘섬야차’가 5대 후보만큼 권좌에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이미 항간에는 ‘6대 후보’라는 말을 써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하지만.
정작 소문의 주인공인 테오는 원하지 않은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에드 트로이반이…… 실종되었단 말씀이십니까?”
이블린도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에 클레베 님으로부터 도착한 소식이다. 흑룡께서 직접 항룡을 부른 곳을 급습하셨지만, 이미 자리를 피한지 오래였다고 한다.”
“……자기 친동생을 미끼로 던지고 도망친 셈이로군요.”
에드가 눈치채기 전에 속전속결로 사건을 처리한다고 했는데, 이미 능구렁이답게 상황을 눈치채고 자리를 내뺀 모양이었다.
그래도 참 지독한 작자이다 싶었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어떻게 동생과 수하들을 버리고 갈 수 있는 거지?
‘아니, 오히려 그랬으니 이쪽에선 아무도 녀석의 도망을 눈치채지 못한 건가?’
그렇다면 애당초 에드는 이럴 때를 대비해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을 준비를 했었단 뜻이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
‘잠깐만. 그럼……?’
“일단 흑설에서 녀석의 뒤를 쫓는 중이라고 하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볼…… 갑자기 왜 그러지?”
“제1 병기고! 가주님 외에는 출입할 수 없다는 병기고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이블린은 테오가 왜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하나 싶었지만, 이유가 있을 거라고 여기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한번 알아보지.”
잠시 후.
“……지금 화재가 걷잡을 수 없게 커져서 난리라고 하는데. 어떻게 안 거야?”
테오는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늦었다.’
제1 병기고는 오랫동안 에드가 공을 들였던 장소였다.
사념에서 들었던 ‘용활의 귀검’이 위치한 곳.
상황이 여의찮다 싶으니 바로 그곳을 급습해서 유물부터 챙긴 모양이었다.
‘다행히 이 귀걸이와 반지는 회수했지만, 그것도 결국 같이 찾아와야만 해.’
테오가 그렇게 생각하던 바로 그때였다.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시나리오 퀘스트 #3]전생의 악연이 당신이 가져야 할 유물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아직 유물을 되찾을 능력이 부족합니다. 레벨 업을 위해 이미 회수한 두 개의 유물로부터 인정받으세요.
· 현재 달성률: 0/2
· 난이도: A+
· 보상: 두 개 유물 소유권
· 실패시: 사망
+
그 순간, 인벤토리가 진동했다.
마치 뭔가를 꺼내달라는 듯이.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