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with the King’s Power RAW novel - Chapter 15
15화
[스킬 사용이 감지되었습니다. 강화된 최면(A)에 걸렸습니다. 불가사의한 힘으로 저항합니다.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스킬 사용이 감지되었습니다. 강화된 마비(B)에 걸렸습니다. 불가사의한 힘으로 저항합니다.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스킬 사용이 감지되었습니다. 강화된 출혈(B)에 걸렸습니다. 불가사의한 힘으로 저항합니다. 저항에 성공했습니다.]눈앞에 메시지가 연달아 떠오른다.
상대가 계속해서 스킬을 시전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다중스킬 사용자.’
게다가 스킬을 강화시킨 각성자.
끊임없이 떠오르던 메시지는 1분이 지나서야 사라졌다.
“이거 놀랍군요. 제 스킬을 모두 튕겨냈습니다.”
태현이 아무런 증상도 보이지 않자 남자가 속삭이듯 말했다.
그 말에 이정재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각성한 거군. 김태현.”
“더 할 게 남았냐?”
태현이 그리 말하며 스킬을 체크했다.
‘포식’, ‘스톤스킨’, ‘은신’, ‘마비’.
네 가지 스킬이 지금 당장이라도 사용가능하다는 듯 반짝이고 있었다.
“워워. 그렇게 무서운 표정 짓지 말라고. 명균이에게 듣지 못했나? 난 널 스카웃하고 싶을 뿐이야.”
“그런 것치곤. 도가 지나쳤어.”
태현이 ‘스톤스킨’을 사용했다.
마력탐지 스킬도 가지고 있는 듯, 남자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그 모습에 이정재가 다시 한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게 네 스킬인가? 겉보기에 특별한 건 없어 보이고… 신체강화 계열이군. 마법 저항력도 상당하….”
C등급이 되며 올라간 신체 능력치.
순식간에 파고든 주먹이 이정재를 향해 휘둘러졌다.
허나.
터억.
이정재가 너무나도 쉽게 태현의 주먹을 잡아내었다.
“혁수와 명균이가 당했다면 최소 B등급. 하지만 겨우 그 정도는 아니겠지.”
으득.
이정재가 손에 힘을 주자 태현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이 녀석. 신체 스탯이 터무니없이 높아.’
축복받았다고 불리는 S등급의 신체.
그 신체에서 발산되는 힘은 스톤스킨을 사용한 태현이 고통을 느낄 정도로 강했다.
‘괜히 S등급 각성자라 불리는 게 아니란 말이지.’
확실히 전생에서도 이정재의 활약은 무시할 게 못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플레이어 라이센스를 취득하고, 이십 대 중반에 이미 ‘홍염의 학살자’라는 루키로 불렸다.
타고난 재능에 태산그룹의 자본력까지.
서른다섯 즈음엔 태산길드를 기존의 4대 길드와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린 실력자.
그런 떡잎이기에.
아직 정식 플레이어가 아님에도 충분한 강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이 정도 힘이면 B등급은 되겠지만… 생각보다는 별 게 없군. 또 보여줄 건?”
조소하는 이정재에게서 거칠게 손을 빼낸 태현이 물러났다.
“이정재. 이 정도면 현역 플레이어라 해도 되겠는데?”
태현의 말에 이정재가 웃음을 터트렸다.
“설마 방금 전 공격으로 눈치챈 거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밑에 두고 싶어지게 만드는군.”
제아무리 S등급 각성자라 해도.
상대는 플레이어 라이센스도 취득하지 못한 애송이다.
그에 비해 태현은 B등급 마인은 물론 A등급 마물도 처리한 경험이 있었다.
‘그런 주먹을 가볍게 막아냈다라.’
이정재의 수준이 최소 A등급 하급 플레이어에 도달했다는 걸 의미했다.
‘내가 너무 우습게봤나.’
말없이 주위를 맴돌던 태현이 멀찍이 떨어져 있는 남자를 힐끗 쳐다봤다.
‘A등급 이상의 플레이어가 둘.’
전투의 기본은 상대의 역량 파악이다.
이 정도의 전력 차라면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게 정상적인 상황이었다.
태현의 생각을 읽은 듯 이정재가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렸다.
“김태현. 너무 쫄 거 없어. 저자는 우리들의 싸움에 끼어들지 않을 테니까. 그것보다 내 말을 먼저 들어보는 게 어때? 너에게도 나쁘지 않은 제안일 거야.”
멈춰선 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재가 혹시나 S등급 플레이어에 준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전투방법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한 시간벌이였다.
“난 인재를 모으고 있다. 태산그룹의 지원을 받아 앞으로 탄생할 대(大)태산길드를 지탱할 인재를 말이야.”
“…….”
“내 손을 잡아라. 그러면 4대 길드에 준하는 급여와 명예, 인센티브를 약속하지. 스킬을 강화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야.”
겉으로는 동등한 계약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일방적인 충성맹세.
한마디로 허울 좋은 개소리다.
때마침 머릿속에서 이정재를 잡기 위한 시나리오가 완성되었기에, 태현은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괜찮은 제안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아직 주제 파악이 덜된 건가?”
이정재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태현의 능력은 잘 쳐봤자 A등급.
분명 어딜 가도 대접받을 수 있는 능력이지만, S등급의 신체와 스킬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랬기에 조소를 참지 않았다.
같잖은 재능으로 아등바등하는 서민들.
그런 녀석들에게 현실을 깨닫게 해주는 것만큼의 쾌락도 없으니까.
“이정재.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도가 지나쳤어.”
열심히 사는 이모가족을 가지고 협박하는 녀석의 말 따위, 애초부터 들을 생각도 없었다.
“물론 사과할 필요도 없어. 대가는 직접 받아낼 생각이니까.”
포식을 염두에 둔 태현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멍청한 새끼. 짓밟히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거다.”
이정재가 고갯짓을 하자 남자가 입구 쪽으로 사라졌다.
[스킬 사용이 감지되었습니다. 강화된 결계(A)가 사용되었습니다. 결계의 출입이 금지됩니다.]태현과 이정재, 그리고 남자를 둘러싼 반경으로 반투명한 결계가 만들어졌다.
“태산그룹을 일군 조부께서 말씀하셨지. 호랑이는 토끼 한 마리를 잡는 데도 최선을 다 한다고 말이야.”
화르륵.
스킬 ‘화염의 심장’이 사용되었다.
이정재의 몸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옥상이 순식간에 찜통으로 변했다.
“말이 너무 많아.”
스스스슷.
불길로 뒤덮여 가는 옥상에서.
은신을 사용한 태현의 몸이 사라졌다.
* * *
‘믿을 수 없군. 도련님과 호각으로 겨룬다고?’
A등급 플레이어이며 ‘포스매지션’이라는 이명으로 불리는 설훈도.
강화한 네 개의 스킬을 사용한다 해서 붙여진 이명만큼이나 실력으로는 정편이 나 있는 그였다.
하지만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콰직!
바로 코앞에서 휘둘러지는 주먹이었다.
황급히 가드한 이정재가 주르륵 뒤로 밀려났다.
“이 새끼가!!”
교전을 시작한 지 5분.
이미 조금 전의 여유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치이익.
이정재가 평정심을 잃고 다시 한번 스킬을 남발하자 바닥의 대리석이 녹기 시작했다.
아지랑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태현의 발차기를 흘리며.
이정재가 카운터를 집어 넣었다.
콰직!!
‘분명 신체강화 스킬이군.’
그렇지 않고서야.
S등급 각성자의 주먹에 몇 번이나 가격당하고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리 없다.
처음에는 김태현이라는 애송이가 각성한 스킬이 마법계열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스킬을 모두 방어해 내었으니 A등급 정도라고.
허나 태현의 움직임은 설훈도의 생각과는 달랐다.
은신과 신체강화를 통한 근접전.
그리고.
‘마비 스킬도 쓰는 건가.’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소리치던 이정재의 얼굴로 태현의 주먹이 적중했다.
콰직!!
이정재는 태산그룹의 역작이다.
그런 역작이.
얼마 전까지 루저라 놀림받던 이의 주먹에 무너지고 있었다.
다중 스킬 각성으로도 모자라 스킬 사용에 빈틈이 없다.
게다가 근접 경험 또한 이정재에게 밀리지 않는다.
이제는 슬슬 그가 나설 때였다.
그때.
[스킬 사용이 감지되었습니다. 마비(C)에 걸렸습니다. 저항에 일부 성공했습니다. 속도가 30% 감소합니다.]‘……!!’
마치 전투에 끼어들지 말라는 듯한 경고.
설훈도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도련님을 상대하면서 나까지 견제하고 있었던 건가.’
C등급의 스킬임에도 자신의 저항력을 일부 무시하고 침투해 온다.
몸이 저릿저릿한 건 스킬 마비의 효과일 것이었다.
설훈도가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저 김태현이라는 아이가 자신의 제자였다면 어땠을까.
A등급 플레이어 중에서도 베테랑인 자신이라면 그를 더 높은 경지로 이끌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이게 다냐?”
태현이 서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기어이 이정재를 무릎 꿇린 채였다.
가쁜 숨을 내쉬는 태현의 시선이 치욕스런 표정을 한 이정재를 향했다.
‘결국 도련님의 ‘1차 각성 상태’는 꺾었군.’
“킥, 키킥….”
무릎 꿇었던 이정재가 키득거리자, 몸에서 다시 한번 불길이 퍼져나갔다.
‘쳇.’
광범위한 불꽃을 모두 피해낼 순 없었다.
태현이 손을 털며 몸에 붙은 불길을 꺼트렸다.
충분히 그로기 상태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이정재의 몸에서 발산되는 불꽃은 지칠 줄 모르고 타올랐다.
“역시 성가셔.”
태현이 포식을 사용하려는 그때.
퍼억.
뒤늦게 다가온 설훈도가 이정재의 뒷목을 수도로 내려쳤다.
털썩.
지쳐있던 이정재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김태현이라고 했나?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끼어들지 말라 경고했을 텐데요?”
손발의 저릿함을 느끼며 설훈도가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모시는 도련님이라서 말이야. 잘못되면 나도 곤란하거든.”
“내 알 바 아닙니다.”
태현이 한 손을 뻗어 포식을 사용하려는 순간.
“5억!!”
“……?”
“도련님의 목숨 값으로 5억을 지불하지. 물론 그것마저 거절한다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네.”
생각은 길지 않았다.
5억이라는 돈이 입금되면 지금 당장 이모식구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허나.
“한참 부족합니다.”
태현이 남은 마력을 모두 짜내어 포식을 사용했다.
띠링.
[포식할 부위를 선택해 주십시오.]“전부 먹어치워.”
살의를 담은 태현의 마력이 이정재와 설훈도를 덮쳤다.
* * *
“차렷. 경례.”
“수고하셨습니다.”
수학선생이 나가자마자 교실이 시끌벅적해졌다.
“요즘 같은 시대에 수학이라니. 우리 학교 너무 구닥다리 아냐?”
“꼰대들이 생각하는 게 다 그렇지 뭐.”
그런 말을 흘리며.
공책을 정리하던 아영이 뒤돌아 비어 있는 자리를 쳐다봤다.
‘김태현.’
종이 치자마자 나가서는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 녀석. 각성한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이 그렇게 하루아침에 달라질 리 없다.
그때.
아영의 옆에 앉아 있던 박미진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미진아, 왜 그래?”
박미진은 C등급 각성자였다.
탐지 스킬 각성자답게.
보통의 아이들보다 마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체질이었다.
“오, 옥상에서….”
“옥상에서?”
“옥상에서… 엄청난 마력이 느껴져.”
순간 태현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설마…!!’
아영이 재빨리 교실을 뛰쳐나갔다.
계단을 모두 올라가는 데는 1분이면 충분했다.
멈춰선 그녀의 눈앞에 이제 막 옥상에서 내려오기 시작하는 남자가 보였다.
“김태현 너….”
“아. 반장.”
지친 기색의 태현이 아영을 보고 살았다는 표정이 되었다.
“이 녀석. 계단에서 구른 것 같아. 빨리 양호실에 가 봐야겠어.”
태현이 의식을 잃고 흐물거리는 이정재를 그녀에게 떠넘겼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행동에.
아영은 거절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