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with the King’s Power RAW novel - Chapter 390
390화
혈검의 낙하로 일대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핏빛 검에 닿는 즉시 흡수의 권능이 발동되며 대악마들의 마력이 빨려 들어간 것이다.
만약 마몬과 아수라, 메피스토가 합심하여 이그문을 공격하지 않았다면 대악마들 중 몇은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공격이었다.
서걱.
푸욱.
콱.
고대 대악마 셋이 저마다의 일격을 이그문에게 적중시켰다.
츠즈즈즈즈.
이그문이 피의 폭주를 사용해 다시 한번 흡수의 권능을 사용했으나.
푸확!!
세 대악마가 내뿜어낸 독기가 이그문의 권능을 밀어내었다.
왈칵.
이그문이 보라색 피를 토했다.
침투하는 독기에 육체가 중독된 것이다.
로자리아와 티폰, 길페르가 다른 대악마들을 상대하는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쾅. 쾅. 쾅. 쾅.
로자리아의 촉수가 뒤늦게 이그문의 주위에 박혀 들었다.
더 이상 그 혼자서 대악마들을 상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어서다.
여전히 움직임 없는 태현의 주위로 방벽이 형성되었다.
[생각보다 저항이 거세구나.]로자리아가 촉수를 넘실거리며 눈앞의 적들을 살폈다.
고대 대악마가 셋.
핏덩이 같은 대악마가 열하나.
그들 모두가 폭주한 벨제버브의 영향을 받아 본래의 격 이상의 힘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녀가 제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조금 전의 공격으로 중상을 입은 이그문, 마찬가지로 상처가 얕다고 할 수 없는 티폰.
불완전하게 힘을 되찾은 길페르와 전력을 사용할 수 없는 자신까지.
태현과 이그문에게 마력을 흡수당한 용족의 일곱 장로들은 전력이라기보다는 짐에 가까웠다.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밀리는 전력이다.
태현이 한시바삐 빠져나오지 않는다면.
[몇 소멸해도 이상하지 않겠구나.]그렇다고 지금 퍼스널 스페이스로 들어가 태현을 데려오자니 상황이 너무도 급박했다.
심상 세계에 다녀오는 건 찰나에 불과하지만.
흉흉한 살기를 내뿜는 대악마들을 앞에 두고 그런 짓을 벌이는 건 태현과 자신 모두에게 치명적이었다.
로자리아가 방법을 궁리하고 있는 그때다.
미세하게나마.
꿈틀.
[……!!]줄곧 태현과 마주해 움직이지 않던 벨제버브의 신체가 움직였다.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한 건 그녀였다.
[피해라!!]로자리아가 태현의 몸을 촉수로 휘감은 채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한껏 기감을 날카롭게 세웠던 일행들이 그녀를 따라 몸을 물렸다.
동시에.
치이이이이이.
벨제버브의 몸에서 보라색 증기가 피어올랐다.
안 그래도 독기로 저릿하던 일대에 역병과도 같은 독무가 퍼졌다.
푸스스스스.
치이이이익.
[이건….]로자리아가 닿은 것만으로도 변색 되어 썩어가는 제 촉수들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
지금까지의 전투에서는 없던 상황이었다.
길페르가 말한 두 번째 폭주가 시작된 것이다.
[로자리아!! 몸을 피해야…!!]티폰이 소리쳤다.
[어디로 물러난단 말이냐!!]로자리아가 마주 소리치며 자주색 마력을 피워 올렸다.
아직까지 그녀의 마력은 부족한 정도는 아니었다.
이그문이나 티폰과 달리.
그녀는 격락된 것도, 분신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지금과 같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마력을 남겨두었을 뿐.
[이… 마력을 아끼고 있었던 것이냐….]이그문이 씹어 내뱉듯 말했다.
세 대악마에게 당한 충격으로 이그문의 몸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내버려 두어도 죽지는 않겠지만.
상처를 회복하려면 당분간은 회복에 집중해야 할 정도였다.
[닥치고 본녀의 뒤에 숨기나 하거라. 옛정을 생각해서 잠깐은 지켜주도록 하마.] [누가 누구를 지키….]이그문의 말을 들을 필요 없다는 듯, 로자리아의 자주색 마력이 강화되었다.
화아아악!!
퍼져 나간 마력이 독기를 밀어내었다.
허나 아껴두었던 격을 해방했음에도 고작 반경 3미터 정도의 공간만을 정화시켰을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벨제버브의 몸에서 폭사되던 마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었다.
[쿠확…!!]벨제버브의 몸이 눈에 띌 정도로 크게 들썩였다.
그가 보라색 피를 토했다.
치이이이이. 치이이익.
그의 피가 닿는 곳마다 악마족의 마력에 적응한 땅이 독기를 이기지 못하고 녹아내렸다.
[왕이시여.]마몬이 가장 먼저 한쪽 무릎을 꿇었고.
이어서 메피스토, 아수라, 11인의 대악마들이 무릎을 꿇었다.
그럼에도 벨제버브의 토악질은 멈추지 않았다.
[크학… 큭….]모두의 시선이 벨제버브에게 집중된 순간이다.
쿠왁.
벨제버브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무언가를 쏟아냈다.
그건 지금까지와 달리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대악마는 물론.
로자리아마저 일순 몸이 굳었다.
토해진 존재의 정체가 짐작되어서다.
벨제버브가 본능적으로 자신이 토해낸 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파르르.
떨리는 팔이 소녀를 다시 주워 담으려는 동안, 그 누구도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 같았다.
그때.
파즈즈즈즉.
로자리아의 품에서 무언가가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벼락과도 같이 달려 나간 이의 정체는 태현이었다.
태현 또한 벨제버브와 함께 심상 세계에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것이다.
까앙!!
뇌전을 머금은 태현의 용살검이 벨제버브의 손을 쳐내었다.
태현이 엘븐의 앞을 막아섰다.
눈앞에 대공을 포함해 열넷의 대악마가 있음에도.
치켜뜬 두 눈에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띠링.
[스킬 대악마의 심장(SSS)이 강화되었습니다. 마력 소모가 가속화됩니다.] [스킬 트루 블러드(SSS)가 발동되었습니다. 거대한 힘이 깨어납니다.] [스킬 심해의 폭주(SSS)가 발동되었습니다. 거대한 힘이 깨어납니다.]키이이이-.
키이이잉-.
츠즈즈즈즈.
두 개의 마정석이 가속하고, 본연의 심장이 폭주하며 마력이 들끓었다.
벨제버브가 엘븐을 토해내고.
불과 3초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뒤늦게야 엘븐을 되찾기 위해 대악마들이 손톱을 들이대었으나.
이번에는 로자리아의 행동이 한발 빨랐다.
[계약자!!]화아아아아.
그녀가 마력을 끌어올리자 태현의 몸에서 자주색 마력이 피어올랐다.
정신지배의 권능을 사용해 태현의 몸에 작용한 피로도를 모두 날려 버린 것이다.
[거대한 힘이 작용합니다. 피로도가 완전히 회복됩니다.] [거대한 힘이 스며들었습니다. 모든 스킬의 쿨타임이 해제됩니다.] [거대한 힘을 흡수합니다. 매력이 100 상승합니다.]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메시지들이 떠올랐으나 일일이 확인할 시간은 없었다.
몸을 추스르지 못한 벨제버브를 대신해 움직인 이는 마몬이었다.
녀석의 독살스러운 손톱이 태현의 몸을 꿰뚫으려는 순간이다.
띠링.
[고유스킬 포식(SSS)이 발동되었습니다.]콰득!!
태현의 발밑에서 솟아오른 아가리가 마몬의 가시를 물어뜯었다.
그 흉악한 공격에 마몬과 대악마들이 주춤한 순간.
새로운 스킬들이 연달아 사용되었다.
띠링.
[스킬 아포칼립스(SSS)가 발동되었습니다.] [스킬 용의 분노(SSS)가 발동되었습니다.]“꿇어.”
쿠구구궁!!
크르르르!!
전에 없이 거대한 패기가.
대악마들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 * *
내려앉은 어둠 속.
독기에 저항하듯, 온갖 스킬이 난사되었다.
그중 가장 성가신 건 금색과 흑색 일족이 자랑하는 패기도 아닌, 하자드의 기운이 느껴지는 패기였다.
고대의 대악마 셋이 벨제버브의 옆에서 패기를 막아내었다.
생각 이상으로 무거운 패기이지만.
견뎌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럼에도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건 조금 전 태현이 보여준 왕의 권능.
‘포식’ 때문이었다.
마몬의 가시를 집어삼킬 정도이니 다른 공격 또한 통하지 않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하자드의 권능을 이 정도까지 다룰 수 있다면 왕의 권능 역시 경지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본능적인 거부감을 뚫고 가장 먼저 반응한 이는 이성을 되찾지 못한 벨제버브도, 그 곁을 지키는 고대 대악마 셋도 아닌.
열네 번째 대악마 알츠마였다.
그의 권능은 경시(輕視).
완전히 굴복하지 않는 이상, 상대에게서 작용하는 마력을 흘리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한낮 핏덩이에 지나지 않는 벌레 따위가.]권능으로 태현의 패기를 흘려낸 알츠마가 앞으로 나섰다.
[누구 앞이라고 오만한 태도를 취하는가.]그극. 그그그극.
알츠마가 제 손톱을 긁으며 태현에게 다가갔다.
코앞까지 다가갔음에도.
태현은 독에 전 엘븐을 한 손으로 안아 들었을 뿐, 어떤 공격도 하지 않았다.
명백한 무시에 알츠마가 마력을 폭사시켰다.
태현이 덤덤히 그 힘을 견디며 ‘주시자의 눈’을 강화했다.
적안과 청안.
각기 다른 두 눈에 보인 녀석의 수준이 길페르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함을 알 수 있었다.
마정석과 뿔, 꼬리를 모두 개방한 알츠마가 독살스러운 가시를 휘둘렀다.
깡!!
한 손으로 휘둘러진 용살검이 알츠마의 검을 쳐내었다.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라더니.”
[노오….]우연이라며.
알츠마가 소리치며 재차 공격하기 위해 가시를 내지르는 순간이다.
푸욱.
알츠마의 복부에 붉은색 검이 박혀 들었다.
줄곧 기회를 노리던 이그문이 던진 혈검이었다.
츠즈즈즈즈.
혈검이 알츠마의 마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흡수된 마력은 고스란히 이그문에게 전달되었고 말이다.
대악마의 마력을 취한 이그문이 순식간에 적지 않은 힘을 되찾았다.
이어서 로자리아와 티폰, 길페르가 차례로 아포칼립스로 들어섰다.
마몬의 표정이 굳었다.
자신과 다른 대악마들만을 생각하면 한바탕해도 나쁘지 않건만.
벨제버브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완전한 흡수 직전까지 갔던 엘븐까지 토해내었으니, 그 충격이 적지 않으리라.
지금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격의 손상’이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생각은 길지 않았다.
[물러난다.]제 마력으로 벨제버브를 감싼 마몬이 게이트를 열었다.
[크큭. 이런 치욕이 있나.] [주군께서 깨어나면 우릴 죽이려 할지도 모르겠군.]마몬과 벨제버브를 따라, 메피스토와 아수라가 게이트를 넘었다.
제각각 저주와도 같은 말을 쏟아내며, 대악마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중에는 이그문에게 적지 않은 마력을 빼앗긴 알츠마도 있었다.
[이 치욕을 잊지 않겠다.]게이트에 한 발을 걸친 알츠마가 욕설을 내뱉었다.
태현과 이그문 모두에게였다.
“빈 수레 놈. 보내 줄 때 꺼져라.”
태현의 조롱과 달리.
[어딜.]이그문이 알츠마를 향해 손을 뻗었다.
순간.
츠즈즈즈즈!!
알츠마의 몸에서 핏빛 마력이 들끓었다.
이그문이 혈검을 통해 주입해 놓은 제 마력이었다.
킥킥킥.
이그문이 지금까지의 치욕을 되갚아 주듯, 몸을 들썩였다.
[알츠마!!] [내버려 둬. 저놈이 자초한 일이니.] [한심한 새끼.]대악마들이 알츠마를 버리고 그대로 게이트를 넘었다.
대악마 중에서도 실세라 할 수 있는 고대 대악마 셋이 결정을 내렸다.
괜히 제 명을 재촉한 녀석을 살리겠다고 그들의 명령을 거부할 생각은 없어서다.
미라처럼 변해 가는 알츠마를 내버려 둔 채.
대악마들이 모두 숨겨진 영역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츠즈즈즈.
쭈우우욱.
[카…학….]이그문이 알츠마를 완전히 흡수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
[계약자. 괜찮은 것이냐.]로자리아가 아포칼립스를 해제한 태현에게 물었다.
심상 세계에서 빠져나오자 마자 스킬을 쏟아낸 탓에 안색이 창백했다.
“덕분에. 계획도 성공이다.”
태현이 여전히 의식 없는 엘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역시 이 아이가….]끝말을 삼키는 로자리아에게 태현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때, 이그문이 다가왔다.
대악마를 완전히 흡수해 기력을 되찾아 안색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
[김태현.]“죽다 살아난 소감이 어떤가?”
태현이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히죽이며 물었다.
[그 손에 들린 건 분명, 요정왕 엘븐이겠지.]“이제야 알아채다니. 생각보다 눈치가 빠른 타입은 아니었네.”
[놈… 본귀를 이용한 것이냐.]“서로의 이득을 위해 움직인 게 아닌가?”
이그문의 얼굴이 일그러지길 잠시.
곧 비릿한 웃음이 입가에 맴돌았다.
[내놓아라.]“…….”
[요정왕 엘븐. 본귀가 취해야겠다.]“후회할 짓 하지 마라, 이그문.”
태현의 경고에도.
번들거리는 이그문의 적안이 벨제버브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그문.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것이냐!!]네놈 하나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라며, 앙칼지게 쏘아붙이는 로자리아를 태현이 막아세웠다.
[계약자?]“그러고 보니 우린 아직 상하관계를 확실히 하지 않았었지.”
[푸흐… 흐하하하… 감히 본귀와….]“릴리스의 장난감.”
태현의 말에.
이그문의 웃음이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