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with the King’s Power RAW novel - Chapter 420
420화
띠링.
[스킬 주시자의 눈(???)이 발동되었습니다. 대상을 특정합니다.]태현의 눈이 적안과 청안으로 물들었다.
동시에 그녀의 몸에 있는 마력의 흐름이 생생히 보였다.
디아블로의 마력이 훼손시킨 신체 내부 곳곳으로 자주색의 마력이 스며들어 있었다.
지금 당장은 초록색 마력이 제 힘을 내지 못하겠으나, 체내의 마력이 진정되고 나면 두 가지 마력이 자연스럽게 섞여들 것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지금부터가 중요했다.
마치 백신의 거부 반응을 확인하듯, 그녀의 마력을 샅샅이 훑은 태현이 다음 스킬을 사용하였다.
띠링.
[스킬 에너지 컴포즈(???)가 강화되었습니다. 형태를 특정합니다.]콰아아아아.
태현의 몸에서 피어난 검붉은 마력이 그녀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까… 으….”
콰드드드.
그녀의 심장 옆으로 응축된 마력이 형태를 이루는 게 보였다.
완성된 인간의 육체를 넘어, 경지에 오른 이들이 가지게 되는 또 하나의 심장.
마물의 심장을 흉내 낸 마정석.
그것을 태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그것도 타인의 몸 내부에.
“으…아….”
아영이 고통에 몸을 비틀었다.
촤르륵. 촤르륵.
그녀가 몸을 비틀 때마다 속박의 사슬이 단단히 움켜쥐었다.
폭주하지 않도록 일정량의 마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흡수된 마력은 태현이 만들어낸 흡혈족의 마정석으로 빨아들여졌고 말이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다.
SSS등급 마물의 것이라 해도 좋을, 만족할 만한 수준의 마정석이 만들어졌다.
‘이걸 유지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유아영 길드장의 재량이다.’
스킬로 등록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로 만들어 낸, 최상위종이 지닌 것에 비하면 한참이나 부족한 마정석이다.
분명 이전처럼 무리해서 힘을 끌어내었다간 견디지 못한 마정석이 내부에서 폭발을 일으킬지도 몰랐다.
반대로 그녀가 이 마정석을 온전히 유지하여 제 것으로 만드는 데에 성공한다면.
‘로자리아의 힘을 사용하는 부담을 훨씬 줄일 수 있겠지.’
태현이 쑤셔 넣었던 손을 빼내었다.
털썩.
아영이 무릎을 꿇으며 바닥을 짚었다.
초고속재생이 발현되며 아영의 몸 어디에도 꿰뚫린 흔적은 남지 않았다.
“허억… 헉….”
그녀가 가쁜 숨을 내쉬었다.
입가에 눌어붙은 핏자국만이 조금 전 태현이 복부를 꿰뚫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이게… 대체….”
제 가슴에서 느껴지는 마정석에 아영의 표정이 굳었다.
그녀 또한 태현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은 것이다.
“본래 정식으로 대공 계약자가 되었다면 자연스레 손에 넣었을 힘입니다.”
설명해주었다.
대공의 마력은, 권능은 인간의 육체나 정신력으로 받아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완성된 인간의 육체 너머.
최상위종의 영역에 있는 힘을 손에 넣지 않는다면 언젠가 정신과 신체 둘 중 하나는 붕괴되고 말 것이라고.
“…….”
그녀 역시 새롭게 생긴 마정석의 효과를 단번에 이해한 듯했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은 미약하지만, 하나의 심장만을 가졌을 때와는 달랐다.
본래의 심장에서는 초록색 마력이 감돌고 있었고, 태현이 만들어 낸 마정석에서는 자주색의 마력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아마 두 마력이 완전히 섞여들게 된다면.
“후우…. 이전과 비교할 수 없게 되겠지요.”
그녀의 생각을 읽은 듯, 태현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그리 말하였다.
“왜… 나에게…?”
자칫 마력 컨트롤에 실패했다면 유아영의 몸을 갈기갈기 찢을 수도 있었던 작업이었다.
꽤나 집중한 탓에 800에 달하는 마력의 절반이 닳아 있었다.
자신의 것이라면 모를까.
태현이 다른 이의 목숨을 담보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는 그녀다.
그렇기에 묻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평소의 신념에 위배 되는 선택을 하는 것이냐고.
“신한국에 계속 머무를 수는 없어서 말입니다.”
“다시… 어비스로 가는 건가?”
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비스로 돌아가는 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일이다.
늦어진다면 결국 이쪽 세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디아블로는 확실히 처리하고 떠날 생각이니까.”
“내 말은 그런 게 아니잖아!”
그녀가 평소답지 않게 감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3년 만에 돌아온 태현이 곧바로 다시 사라질 거라는 생각에서다.
잠깐 사이에 3년이 지나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몇 년이 또 지나 있을지 모를 일.
‘또 기다리게 하려고! 또 혼자만 앞서나가려고!!’
이렇게 된 거 자신도 함께 어비스로 가겠다고.
원래 탐사라는 건 한 명보다는 두 명이 나은 법이라고.
그녀가 제멋대로의 논리를 내세우며 동행을 주장하였다.
나이답지 않게 애처럼 구는 모습이 평소에 알던 유아영의 모습 그대로였다.
“당신은 곤란합니다.”
“나 이래 봬도 국가전력….”
국가전력급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고.
그리 말하려 했으나, 태현이 그녀의 말을 자르며 마력을 피워 올렸다.
“단언컨대 최심층부에 진입한다면, 유아영 길드장은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겁니다.”
“…….”
약하다고.
그러니 하루빨리 성장해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올라오라고.
태현이 뻔한 말로 그녀를 자극하였다.
“아니, 너 같은 ‘괴물’과 나 같은 ‘비범한 천재’의 성장 속도를 동일하게 생각하면 곤란….”
“걱정할 거 없습니다.”
콰아아아.
태현의 몸에서 자주색의 마력이 피어올랐다.
“……!!”
“플레이어에게 실전만큼 중요한 건 없지요.”
조금 전의 고통을 떠올린 그녀의 몸이 흠칫 떨렸다.
그녀가 자신은 아직 환자라고, 마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횡설수설하였다.
평소 태현과 맞붙고 싶어 안달 났을 때와 비교하면 상상할 수도 없는 태도 변화였다.
그만큼 조금 전의 마정석 생성 작업이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허나.
“그것 또한 걱정할 거 없습니다.”
태현이 그녀의 걱정을 일축하였다.
띠링.
[스킬 아타락시아(???)가 발동되었습니다. 대상을 특정합니다.]깊게 가라앉는 청안과 다르게, 적안에서 자주색의 마력이 넘실거렸다.
“아….”
아영이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매도 자발적으로 맞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리 말하는 태현의 모습이.
공포의 군주를 자칭하던 디아블로와 달라 보이지 않았다.
* * *
대악마와의 전투로 4분의 1가량이 날아간 신한국 플레이어 협회 본부.
상당한 수준의 차단벽과 배리어, 이동 게이트가 파괴된 탓에 3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수리가 한창이었다.
가장 먼저 복원한 협회장실에 신한국의 최고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모여 있었다.
SS등급으로는 지진희, 권강혁, 곽시양, 임아영, 안현수, 서상익이 있었고, SSS등급으로는 박성진, 유아영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등급으로 가늠할 수 없는 플레이어.
신한국의 최고 전력이라 할 수 있는 태현이 모두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이게 얼마 만에 직접 모이는 회의인지 모르겠군.”
지진희가 그리 말하며 감격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늙으니 주책스러워지는 게지.”
권강혁이 툴툴거렸지만, 평소와 달리 누구도 그를 뭐라 하지 않았다.
그가 내뱉는 말과 달리 속이 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신한국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태현이 돌아왔다.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웃으며 넘길 수 있었다.
“흐흐흐. 그럼 우리 동생이 3년 동안 잠수를 탄 이유부터 들어보도록 할까?”
권강혁이 능글맞게 묻자 태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자의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걱정시켰음을 알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사과로 시작한 태현이 미리 생각해 놓은 알리바이를 말하였다.
최심층부에서 이상한 곳에 발을 들여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연락을 할 수 없었다고.
일행들은 태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주는 표정이었다.
“역시 어비스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곳이군요. 김태현 플레이어를 가둘 만한 곳이라니.”
서상익이 연구자 특유의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얼마 전 알케미스트 길드 본부가 던전화되어 적지 않은 길드원이 사망하고 시설이 파괴되었음에도, 그는 빠르게 정신을 다잡고 회복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코디 크루즈도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겠군.”
그리 말한 이는 박성진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유일하게 SSS등급으로의 성장에 도달한 플레이어.
힘이 안정화된다면 그 또한 국가전력급이라는 타이틀을 손에 넣으리라.
태현이 그럴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이거, 세계의 균형이 새롭게 편성되겠군.”
곽시양의 말에 회의실에 모인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현과 코디 크루즈.
누구보다 국가전력급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두 플레이어가 돌아온다면 4대 기구가 주도하고 있는 세계의 판도가 바뀌리라는 것쯤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 중심에 신한국과 미국이 있을 것이고 말이다.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리 물은 건 임아영이었다.
그녀는 태현이 미공략 던전의 보스.
하이 크라켄 젤가를 처리하지 않은 걸 목격한 인물이다.
그렇기에 태현의 사고 방식이 보통의 플레이어와 다르다는 걸 누구보다 일찍 인지한 상태였다.
“마침 중국이 전쟁을 선포했다지?”
태현이 류스보가 디아블로의 뿔과 동화되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행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굳어졌다.
“그 미친놈이 심하게 나댄다더니. 믿는 이유가 있었군!!”
권강혁이 으르렁거리며 소리쳤다.
어떤 국가이든, 국가의 최대 전력이 모이는 곳은 협회 본부다.
때문에 중국은 게이트 브레이크라 알려진 폭발로 다수의 상급, 최상급 플레이어를 잃은 상황.
그런데도 우연히 살아남은 류스보가 전쟁 운운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현은 중국 플레이어 협회 본부에서 발생한 폭발이 자신이 날린 여의주 때문임을 밝히지 않았다.
‘모두가 진실을 알 필요는 없지.’
오직 어렴풋이 태현의 행동과 생각을 짐작하고 있는 유아영만이 묘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태현 군이 생각하기에 저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
“유아영 길드장의 보고를 들으셨을 겁니다.”
류스보 협회장이 식인을 한다는 내용의 정보를 언급했다.
“그게… 사실이라고?”
곽시양이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글쎄요. 저도 직접 본 건 아니라 확신할 수는 없겠군요.”
“어머, 그 말은 내 정보를 못 믿겠다는 의미?”
유아영의 장난에 태현이 피식 웃어주었다.
“그런 게 아닙니다.”
디아블로의 권능은 공포.
류스보 협회장과 디아블로의 뿔이 완전한 동화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러니 전쟁으로 사상자가 발생한다면, 그 감정을 먹고 더욱 강해지기 위함일 거라고.
“미친 소리지만, 동생이 그런 말을 하니 사실이겠지.”
권강혁이 강한 지지를 보내주었다.
“그럼 고태욱 총장에게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게 옳겠나?”
태현이 고개를 저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정공법으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악은 악으로 처단해야 하는 법이죠.”
“…….”
“…….”
“…….”
이곳에서 태현의 성격을 모르는 이들은 없다.
당한 것은 몇 배로 갚아주며, 그 과정에서 불가능이라 생각되는 것들 또한 결국 실현해내고 만다.
“공식적으로 저는 아직 실종 상태입니다. 굳이 국가 단위로 움직일 필요는 없지요.”
“혼자서… 처리하겠다는 건가?”
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로 충분합니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는 듯한 대답에 모두가 벙찐 얼굴이 되었다.
오직.
“씨부럴…. 이제야 동생이 돌아왔다는 게 실감이 되는군!!”
권강혁이 킬킬거렸고.
“아아, 소년이여…. 수라의 길을 걷기로 한 건가….”
붉어진 안현수의 눈에선 한 방울, 눈물이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