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with the King’s Power RAW novel - Chapter 593
2부 9화
마력(魔力).
태현이 처음으로 각성한 힘이자, 하계왕이 된 삼천세계의 요마왕이 탄생시킨 힘.
콰득.
마력으로 만들어진 포식의 아가리가 요마왕을 집어삼켰다.
“꼭꼭 씹어 먹어라.”
태현이 포식에 주입하는 마력을 강화했다.
이 정도로는 요마왕에게 닿지 못함을 알기 때문이다.
콰드득. 콰드드득.
마력에 취한 아가리가 쉼 없이 이를 놀렸다.
[포식이라….]멀리 떨어져 자리 잡은 십이지가 제 턱을 쓰다듬었다.
[특이한 권능이군. 전투종(戰鬪種)인가?]선천적으로 타고났든, 후천적으로 얻어냈든.
성좌들은 저마다 자신을 상징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중 전투와 관계된 권능은 가장 흔하면서도 수가 많은 편이었다.
물론, 그 힘이 궤를 달리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콰드드드.
흉악한 아가리가 몇 번이나 이를 씹고 놀려댄다.
[요마를 상대로 이 정도 패기라. 아직 제대로 된 성좌명도 얻지 못한 것 치곤 제법인데?]소우주에도 격의 차이가 있으나, 웬만한 생물체 사이에서는 최강이라 불릴 만한 힘이다.
그래도.
저 정도로는 하급 성좌 중에서도 이름난 전투종인 요마를 완전히 삼키지 못한다.
그때 아가리의 주위로 푸르스름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음?]스스스스.
십이지가 제 눈에 성력을 흘렸다.
힘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오호.]그의 입에서 작은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두 개의 이질적인 힘이 조화를 이루며 기세를 확장하고 있어서다.
[그러고 보니. ‘요마’도 처음에는 다수의 힘을 다루었지.]십이지가 요마왕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자신의 우주에선 마력(魔力)과 신력(神力)이라 불린다고.
[두 개의 힘을 합쳐 신마력(神魔力)이라 했었나.]십이지가 초창기의 요마를 떠올리고 있을 때다.
츠즈즈즈.
스스스스.
아가리를 이루고 있는 마력과 신력. 두 개의 힘이 융합되어 신마력이 되었다.
[이건… 요마의….]익숙한 힘에 십이지가 당황하고 있을 때다.
콰드득. 콰드드득.
쩌어어어억.
한층 강대해진 아가리가 융합 세계 안에서 범위를 넓혔다.
그 모습이 처음 만났을 때의 요마.
상급 성좌를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던 이를 떠올리게 했다.
[이거 참… 도대체 삼천세계는 어떻게 되어 먹은 우주냐….]후천적으로 세 명의 성좌를 배출한 우주라니.
회귀라도 하지 않고서야….
십이지가 그럴듯한 추측을 떠올리는 와중이다.
화르륵. 화르르륵.
범위를 넓혀가는 아가리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푸확.
포식의 중심부에서 신마력을 두른 요마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마력을 완전히 다루게 되었군.]융합 우주에 요마왕의 목소리가 울렸다. 가면을 쓰지 않아 드러난 입이 웃고 있었다.
그리고.
[훌륭하다.]순식간이었다.
화르르르르.
“……!!”
신마력의 불꽃이 포식의 아가리를 빨아들이기 시작한 건.
화르르. 화르르르.
포식의 형태를 취한 화염이 타올랐다.
태현은 눈앞의 아가리가 자신의 것과 같은 근원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보았다.
‘이게 하계왕으로서 지녔던 왕의 전력.’
삼천세계의 통합왕이 되기에 전혀 부족함 없었을 힘.
[하지만.]스륵.
포식의 아가리가 한 줄기 연기를 남기며 소멸했다.
[바깥에선 다른 힘이 필요할 거다.]콰아아아아.
“……!!”
태현의 두 눈이 적안으로 변했다.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길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한 번의 깜빡임.
그 뒤에 조금 전 성좌들을 상대하던 것과 같은, 초월체가 된 요마왕이 있었다.
[성력(星力).]화륵.
요마왕의 검지에 조그만 불꽃이 피어올랐다.
[성좌가 된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힘이지.]화르륵.
작디작은 불꽃일 뿐인데.
그 안에 하나의 우주가 존재했다.
상계와 하계. 무수한 중간계가 불꽃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성좌들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스륵.
요마왕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태현이 그 손을 맞잡은 순간.
띠링.
[하급 성좌 ‘운명을 거스르는 요마왕’의 세계가 공유됩니다.]별자리의 의미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 * *
[‘거대한 존재’와의 연결을 시도합니다.] [‘거대한 존재’와의 연결에 실패했습니다.]눈앞에 보이는 건 새하얀 천장이었다.
고개를 돌려보았다.
“…….”
비단 천장만 하얀 게 아니라 주변이 모두 새하얗다.
마치 정신 병원에 감금된 듯한 기분이다.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기절한 건가….’
꿈과 같았던 기억을 걷어내고, 독고영과의 전투를 떠올렸다.
혈마신교(血魔神敎).
생각지도 못한 전력에 동귀어진과 같은 선택을 하고 말았다.
‘삼천세계의 지배자’라는 이명을 생각해 보면 볼썽사나운 모습이었다.
‘통증은… 없다.’
태현이 몸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팔을 움직이려 했다.
그리고.
촤르륵.
“…….”
태현은 제 몸을 결박하고 있는 사슬의 존재를 알아챘다.
두 팔과 다리에 네 개의 사슬이 채워져 있었다.
겉보기엔 평범한 사슬이나, 사슬에서 마력이 느껴진다.
마력을 방해하는 마도구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속박의 사슬인가.’
사용자의 수준에 따라 최고의 결박기도 되는 스킬.
태현 또한 대공과 절대자를 상대로 유용하게 사용하던 기술이었다.
구속하고 있는 건 S등급 정도의 플레이어를 한계치로 상정하고 제작된 물건이리라.
물론, 사슬의 끝부분에는 알케미스트의 길드 마크가 찍혀 있었다.
‘서상익 길드장을 점점 더 만나고 싶어지는데.’
태현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다.
[이제 일어났나 보군.]사슬의 너머, 벽에 부착된 초소형 스피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반갑다, 김태현.]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목소리다.
“고태욱… 팀장님?”
치직-.
돌연 태현의 눈앞에 노이즈가 발생했다.
그리고.
삐빗-.
눈앞에 나타난 정사각형의 홀로그램.
그곳에서 고태욱의 얼굴이 떠올랐다.
태현이 알던 것과 조금도 차이 없는 얼굴이었다.
[팀장이 아니라 본부장이다.]아무래도 진급 속도는 달라진 듯했다.
[왜 그런 모습으로 있는지는 알겠지?]“무단 입탑해서겠지요.”
[잘 아는군. 협회 소속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건 중범죄다. 미성년자라 해서 봐주는 건 없다.]알다마다.
태현이 살던 시기에도 각성자에 한해선 미성년자 보호법이 개정되는 추세였다.
라이센스 시험에선 통제에 따르지 않는 참가자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것도 허락이 되었을 정도니.
지금의 세계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했다.
[설마 그 정도도 모르고 벌인 일은 아니겠지.]“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데도 그런 행동을 했다?]“네.”
[이유는?]“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장난이 지나치군.]고태욱의 목소리가 쌀쌀해졌다.
그는 본디 국가와 협회에 해가 되는 자에게는 냉혈한이 되는 남자다.
‘야단났군. 고 팀장님이 나를 적으로 인식하게 될 줄이야.’
그렇다고 태현이 모든 걸 사실대로 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거대한 존재와의 연결’ 같은 메시지가 무슨 의미인지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했다.
이미 시간선이 꼬여 버렸으니 조심해서 나쁠 게 없다.
‘성좌의 아바타가 또 있을지도 모르니….’
지금의 세계에 대해서는 정보가 더 필요하다.
그리 판단한 태현이 고태욱의 시선을 마주했다.
[김태현. 혈마신교와 무슨 관계냐.]“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갑자기 공격하더군요.”
태현이 능청스레 답했다.
[질문은 이쪽이 한다. 입탑한 이유는?]“플레이어라면 누구나 탐험을 꿈꾸는 법이죠.”
[넌 플레이어가 아니야. 플레이어가 되고 싶었다면 라이센스를 취득했어야지.]틀린 말도 아니었다.
“고태욱 본부장님의 스킬에는 뭐라고 나옵니까?”
[…….]“관찰자의 눈. 여전히 A등급이십니까?”
잠깐의 침묵이 내려앉았다.
기껏해야 미성년자 무단 입탑자가 제 스킬까지 파악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 못해서다.
꿈틀거린 고태욱의 눈썹이 얕게 떨리는 게 보였다.
침묵 끝에 입을 연 건 고태욱이었다.
“제 스킬은 보이십니까?”
[다시 말하지만 묻는 건 이쪽이다. 상황 파악을 하도록.]“보이지 않나 보군요.”
포식은 이전부터 일반적인 스킬에는 탐색되지 않았다.
리키 할리스 정도가 아니라면 쉽게 탐지하지 못할 것이고, 봉인당해 있으니 지금은 더더욱 확인이 불가할 것이다.
정보의 불균형성.
태현은 잠깐의 대화로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적당한 미끼를 던져 주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D등급 각성자에 불과한 태현이 B~A등급 수준의 플레이어와 무림인들을 처리할 수 있던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독고영. 저를 습격했던 무림인은 살아 있습니까?”
[김태현. 질문은 허락되지 않는다고 했을 텐데?]“팍팍하시게 왜 이러십니까. 저도 신한국에 위해가 가는 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걸 어떻게 믿지? 지금의 상황은 네가 자초한 일이다.]“지진희 협회장님은 안녕하십니까? 협회장님을 연결해 주시면….”
[언제까지 그렇게 입을 놀릴 수 있을지 궁금하군.]고태욱이 무언가 행동을 취하려는 순간이다.
[어허. 자네도 여전하구만. 비켜 보게, 내가 얘기해 볼 터이니.]그리 말하며 홀로그램 속에 나타난 인물은 지진희였다.
[김태현 군. 이 양반이 보기와 달리 무서운 사람이네. 더 이상 도발하지 말게나.]껄껄껄.
호탕하게 웃고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진다.
어느 때보다 정정한 지진희의 모습에, 태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랜만입니다, 협회장님.”
[음? 우리가 만난 적 있었던가?]“예.”
[흐음. 이거 이상하군. 내가 이래 봬도 기억력 하나는 좋은 편인데 말이야. 아, 쓰러져 있는 자네를 발견한 건 나일세. 고맙다는 말은 할 거 없다네.]지진희가 재차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다행이었다.
만약 다른 이들이 발견했다면, 지금쯤 태현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지 모를 일이니.
[협회의 플레이어를 공격했으니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나, 자네가 우리에게 협조한다면 또 얘기가 다르지. 난 인재를 좋아한다네.]“최대한 협조해야겠군요?”
태현이 고태욱과는 달리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였다.
지진희가 만족스러운 듯한 웃음과 함께 질문을 이었다.
[무림인들이 당한 건 고대 무술이라 불리는 것이었지. 중국 고대 무술인 산샤와 신한국의 고대 무술 백랑. 우린 최소 두 명 이상의 인물이 무림인과 접촉했다고 보고 있네. 혹, 그들을 쓰러트린 자가 누구인지 본 적 있는가?]“접니다.”
[……?]“제가 쓰러트렸습니다. 혈마신교라는 자들.”
[으음…. 김태현 군. 나는 장난을 좋아하지 않네. 그 말은 자네가 고대 무술을 사용할 줄 안다는 의미가 되거든?]껄껄껄껄.
웃음 속에서 더 이상 장난치지 말라는 의지가 느껴졌다.
태현이 마주 웃음을 흘렸다.
“협회장님. 저랑 내기 하나 하시겠습니까?”
[무례하군. 협회장님, 제가 알아서….] [아닐세. 말해 보게, 김태현 군.]“저와 대련을 해서 이기면 원하시는 대답을 모두 들려드리겠습니다. 제가 이기면 협회장님께서 제 부탁을 두 개만 들어주십시오.”
홀로그램 너머의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지진희와 고태욱의 얼굴에 당혹감과 어이없음이 교차했다.
“안 되겠습니까?”
[김태현. 너는 방금 명확히 선을 넘었다. 오냐 오냐 했더니….]고태욱의 살벌한 경고가 끝맺어지기 전에 지진희가 끼어들었다.
“저는 D등급의 각성자입니다.”
[…….] [자네를 이겨 봤자 내 꼴만 우습게 될 거 같은데?]곤란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으나, 입은 웃고 있었다.
“그건 협회장님이 이겼을 경우 아니겠습니까.”
[뭣…?] [흐하하하.]지진희가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리고 홀로그램이 잠깐 사라졌다.
이윽고.
다시 켜진 홀로그램에서 지진희가 홀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러는 건 어떤가. 내 얼굴을 한 번이라도 때린다면 김태현 군이 이긴 걸로 쳐 주겠네.]“괜찮으시겠습니까? 저는 여전히 두 가지 부탁을 고수할 생각입니다만.”
[물론. 그 정도 핸디캡은 있어야 나도 덜 민망하지 않겠나. 단, 각성자의 맹약으로 약속해 주어야겠네. 그 정도는 가능하겠지?]“좋습니다.”
대답과는 다르게.
‘호구 잡았군.’
태현의 얼굴에 사람 좋은 미소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