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with the King’s Power RAW novel - Chapter 62
62화
전생의 태현은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했다.
남들은 다 하나씩 가지고 있는 스킬이 없었기에.
그런 주제에 어비스를 무대로 활동하는 플레이어가 되고 싶었기에.
상태창도 열어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드 트레이닝을 해야만 했다.
선택이 아닌 필수.
비각성자임에도 어비스의 짐꾼으로 활동할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뒤늦게 발견한 태현의 재능이 노력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회귀 후에도 그 노력하는 습관은 달라지지 않았다.
재빨리 트레이닝으로 신체능력치를 끌어올렸고 근력, 체력, 속도를 빠르게 올려 나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단지 전생의 기억이 있다는 이점만으로는 쟁쟁한 플레이어들과 경쟁하는 건 무리였다.
다행히 전생과는 달리, 회귀한 태현에겐 특별한 힘이 있었다.
고유스킬 포식.
그 힘이 있었기에 태현은 성장형 각성자가 될 수 있었다.
남들은 1스탯 올리기도 힘들다는 마력수치.
태현은 포식의 특성을 이해하며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동급생과 마인을 포식했고, 마물을 잡아먹었다.
스킬이 하나둘 늘어났고, 마정석을 통한 마력의 상승이 비약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면서도 하드 트레이닝은 멈추지 않았고.
태현은 오래 걸리지 않아 짐꾼으로 활약하던 때의 몸을 손에 넣었다.
자연히.
신체 능력치가 성장하며 등급이 올라갔다.
E등급에서 D등급으로. D등급에서 C등급으로. 그리고 C등급에서 B등급으로.
수치상으로는 B등급에 불과했지만 실상은 S등급 플레이어와 맞먹는 힘.
플레이어 시험에서 그 힘을 인정받아 S등급의 라이센스를 받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의 활동.
무수히 많은 던전공략, S등급 플레이어와 마인, 최상급 마물과의 교전.
보통의 플레이어라면 평생 한 번 겪기도 힘든 사건들과 함께.
태현은 다시 한번 빠르게 성장했다.
S등급 하급. 중하급. 중급. 중상급. 상급.
하나의 단계를 넘어설 때마다 스킬의 숙련도가 올라가는 건 당연했다.
생각지도 못한 피닉스 포션, 현자의 반지와 전사의 반지를 통해 능력치가 대폭적으로 올랐다.
국가전력급이라 칭해지는 S등급 최상급.
그 마지막 단계를 향해 단 한 발자국만을 남겨둔 지금.
태현은 포식을 사용하지 않고도 S등급 상급 플레이어 정도는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권강혁은 박성진과 함께 신한국을 대표하는 S등급 상급 플레이어.
아직 국가전력급의 무력을 손에 넣지는 못했지만, 그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가진 최상위 랭커였다.
쿠궁!!!
권강혁에게 다시 한번 ‘기사왕의 패기’가 작렬했다.
허나.
“다했냐?”
권강혁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짓누르는 힘을 견뎌내며 태현을 향해 한 발자국 내디뎠다.
“방금 공격으로.”
쿠웅.
또 한 발자국.
“어드밴티지는 끝났다. 꼬마.”
콰아아아아.
권강혁의 몸이 거대한 마력에 둘러싸였다.
스킬이 발동된다 생각한 순간.
콰아앙.
그의 몸에 부딪친 태현이 허공을 날았다.
* * *
“…….”
푸스슥.
태현이 움푹 파인 벽에서 몸을 빼내었다.
단순한 몸통박치기임에도 이 정도 위력.
‘스톤스킨’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현재 태현의 신체 능력치로도 버티지 못했을 충격이었다.
‘과연 벽을 뛰어넘기 직전이라 이건가.’
성장하는 건 태현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국가전력급이라 불리는 미래의 SS등급 플레이어.
그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수많은 인재가 도달하게 될 영역 SS등급.
권강혁은 도태되지 않는 신한국의 랭커 중 한 명이었다.
‘그럼 이건 어떠려나.’
[스킬 속박의 사슬(B)을 사용하였습니다. 대상을 특정합니다.]촤라락. 촤라라락.
빠르게 만들어진 사슬이 권강혁의 몸을 휘감았다.
‘거기에.’
[스킬 마비(B)를 사용하였습니다. 대상을 특정합니다.]사슬에 휘감긴 권강혁의 몸에서 마력이 사라졌다.
동시에 마비의 효과로 몸이 뻣뻣해지는 게 보였다.
“스킬이 많다더니. 이 정도 잡기(雜技)밖에 없는 거냐?”
“잡기도 사용하기 나름이지요.”
태현이 속박의 사슬에 주입하는 마력을 늘렸다.
으드득. 으득.
권강혁이 완력으로 벗어나려 움직여 보았으나 효과는 없었다.
“크흐흐. 평범한 사슬은 아니군.”
“보여주시지요. 신한국 최고의 탱커라 불리는 스킬.”
태현이 사슬에 주입하는 마력을 늘리며 도발했다.
그가 신한국 최고의 탱커라 불릴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스킬.
‘맹수의 가호.’
“하하!! 좋은 자세야. 우리 길드 신입이 될 녀석인데 길드장 스킬을 한 번쯤은 겪어 봐야지!!”
순간 ‘속박의 사슬’로 억제하고 있던 권강혁의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랜드 피닉스가 그랬듯.
속박의 사슬로도 억누를 수 없는 피지컬과 근력을 가진 존재.
투둑. 투두둑.
2미터에 달하는 곰이 된 권강혁이 어렵지 않게 속박의 사슬을 끊어냈다.
“이봐, 곰의 발에 맞아본 적 있나?”
태현의 대답 따윈 들을 필요 없다는 듯.
털로 뒤덮인 거대한 갈색 주먹이 휘둘러져 왔다.
그렇게 빠르지 않다.
S등급 플레이어라면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을 정도.
속도와 거리를 계산한 태현이 사이드로 피하는 그 순간.
투두두둑.
권강혁의 하체가 호랑이의 그것으로 변했다.
그리고 탄력을 이용해 옆으로 빠지던 태현과 거리를 좁힌 뒤.
콰앙!
태현의 가드 위로 주먹을 내려쳤다.
‘스톤스킨’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해머로 내려치는 듯한 충격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후두둑.
다시 한번 벽에 처박힌 태현이 몸을 일으켰다.
“설마 이게 끝은 아니겠지? 아직 보여줄 게 많이 남았다고.”
권강혁의 한쪽 팔이 이번에는 사자의 것으로 변했다.
지정해 놓은 짐승의 힘을 빌려오는 스킬 ‘맹수의 가호’.
그 한계나 리스크는 전생에서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저 변하는 맹수에 따라.
스탯에 버프가 걸린다는 것만이 공개되었을 뿐이다.
‘스톤스킨’ 너머로 전해지는 충격으로 예상할 때.
‘지금 상태면 근력이 180은 되겠어.’
그 정도면 현자의 반지와 전사의 반지로 능력치를 올린 태현을 한참 웃도는 능력치였다.
즉 평범한 근접전으로는 태현에게 승산이 없다는 의미.
그럼에도 태현의 얼굴에서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쁘지 않아.’
양쪽 무릎을 꿇거나 등을 바닥에 대기 전까지 이 억지스러운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권강혁이 벌써부터 ‘기사왕의 패기’를 견뎌낸 건 예상 외였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신한국 최고의 탱커를 상대로 스킬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건 쉽게 찾아오지 않는 기회다.
하물며 아시아 플레이어 친선전에 나오는 이들은 다들 자국에서 내로라하는 강자들.
태현에겐 눈앞의 권강혁이 쉽게 부서지지 않을 샌드백처럼 보였다.
“길드장님이야말로.”
태현이 미소 지으며 탈리스만을 꺼내 들었다.
스킬 ‘마비’의 힘을 칼날에 담고 ‘스톤스킨’으로 신체를 강화한다.
“숨겨둔 맹수는 더 없으십니까?”
스스스슷.
‘은신’을 사용한 태현의 몸이 빠르게 쇄도했다.
* * *
콰앙. 콰앙. 콰아앙.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에 온새미로 길드원들은 물론 카메라를 들고 있는 기자들, 심지어 유아영조차도.
입을 벌린 채 집중하고 있었다.
두 플레이어의 대련은 이미 가벼운 기싸움을 넘어서 있었다.
곰. 호랑이. 치타. 악어. 사자. 늑대. 표범. 코끼리. 물소 등.
‘맹수의 가호’로 변화무쌍한 공격을 가하는 권강혁에 맞서 태현의 탈리스만이 쉴 틈 없이 휘둘러졌다.
지금까지 권강혁을 상대하며 이 정도로 팽팽한 모습을 보인 이가 있었던가.
서걱.
역동작을 이끌어낸 태현의 탈리스만이 권강혁의 팔을 베고 지나갔다.
“도망치는 솜씨 하나는 인정해야겠군.”
권강혁이 몸을 반회전시키며 어느새 돋아난 악어의 꼬리로 태현을 후려쳤다.
콰앙!
태현이 다시 한번 벽에 날아가 처박혔다.
대련을 가장한 전투는 권강혁에게로 확실히 기울어져 있었다.
태현의 공격이 권강혁에게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하는데 비해.
콰앙!!
“읏….”
권강혁의 공격은 차곡차곡 데미지를 누적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태현이 욱신거리는 두 팔을 주물럭거리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스킬 기사왕의 패기(B)를 사용하였습니다. 대상을 특정합니다.] [스킬 마비(B)를 사용하였습니다. 대상을 특정합니다.] [스킬 속박의 사슬(B)을 사용하였습니다. 대상을 특정합니다.]세 가지 스킬이 중첩되어 권강혁의 몸에 작용했다.
마지막 한 수를 위한 마력을 제하고 모두 쏟아 부은 공격이었다.
“호오. 이번 건 꽤 묵직한 걸?”
권강혁이 제법이라는 듯 움찔했지만 그게 다였다.
콰드드득.
다시 한번 마력에 휩싸인 그가 새로운 맹수로 변하기 시작했다.
공룡(D[nosaur).
그 크기는 고작 2미터에 불과했으나 발휘하는 힘만큼은 보통의 맹수라고 하기 어려웠다.
변화를 마친 권강혁이 ‘속박의 사슬’을 뜯어버리고, ‘마비’의 기운 역시 떨쳐냈다.
그리고.
콰득!!!
‘기사왕의 패기’마저 가볍게 흘려내며 날카롭게 자라난 이빨을 태현의 어깨에 박아 넣었다.
‘스톤스킨’ 정도는 우습다는 듯한 위력이었다.
“크윽….”
이빨을 박은 채로 들어 올린 권강혁이 태현을 다시 한번 벽으로 집어 던졌다.
후웅. 쾅.
쩌적.
최고 사양으로 세팅한 배리어가 그 충격을 모두 흡수하지 못하며 금이 갔다.
벌써 벽에 처박힌 것만 열 번은 넘는 것 같았다.
배리어가 아니었다면.
그 피해가 진즉에 구경꾼들에게도 미쳤을 정도였다.
“이거 참… 공룡도 맹수로 치는 겁니까?”
태현이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에 권강혁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미 방금 전 공격으로 승부가 난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해서였다.
“흐흐. 멸종되지 않았다면 애완용으로 하나 기르고 있었을 테지.”
“허풍이 심하군요.”
“하하!! 승부는 난 것 같은데. 무릎인지 등인지. 선택할 시간이다 꼬마.”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권강혁이 태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태현이 권강혁을 분석했듯.
권강혁 역시 태현에 대한 분석을 끝낸 참이었다.
이미 체력과 마력이 바닥이며, 어떤 공격을 하든 지금의 자신에겐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태현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의도는 불순했지만 좋은 시간이었다는 건 부정하지 못하겠어.’
포식을 제외한 태현의 주력스킬들.
‘스톤스킨’, ‘은신’, ‘마비’, ‘기사왕의 패기’, ‘속박의 사슬’.
꽤 숙련도를 올렸다고 생각했건만 권강혁 정도의 강자에겐 통하지 않았다.
이걸 직접 확인한 것만으로도 이번 대련은 태현에게 남는 장사였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슬슬 끝을 내죠.”
“크하하. 드디어 항복하는 거냐? 무릎이냐, 등이냐?”
“확실히. 상하관계를 확실히 하기엔 무릎 쪽이 좋겠군요.”
태현이 남아 있는 마력을 사용해 마지막 스킬을 발동시켰다.
띠링.
[스킬 완전한 최면(B)을 사용했습니다. 대상을 특정합니다.]이번에야말로 진심을 담아 명령했다.
“꿇으세요.”
털썩.
마치 거대한 의지가 작용하기라도 한 듯.
권강혁이 아무런 저항 없이 양쪽 무릎을 꿇었다.
“어…?”
그로서도 자신의 몸에 일어난 일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
하지만 그 행동이 나타내는 의미만큼은 분명했다.
“기, 길드장님이… 기권했습니다!! 김태현 플레이어의 승리입니다!!!”
사회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승부를 알렸지만.
그곳에 있는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