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with the King’s Power RAW novel - Chapter 667
2부 83화
눈을 뜬 요마왕이 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또 시간선을 뒤틀어 놓았군.”
티폰. 로자리아. 김태현.
그들 세 사람이 모두 생존할 수 있는 시간대를 오가며 상당한 성력을 소모했다.
삼천세계는 본디 성력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작은 우주.
지금 정도의 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용’, ‘요마’, ‘포식자’라는 세 명의 각기 다른 성좌를 배출하여 우주의 존재력이 확장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털썩.
성력으로 이루어진 주술을 사용한 요마왕이 바닥에 드러누웠다.
“내가 괜한 짓을 했나.”
자조적인 웃음이 새어 나온다.
티폰에겐 여유를 보였지만, 사실 누구보다 여유가 없는 건 자신일 터였다.
삼천세계에서 배출한 두 번째 성좌.
별자리 전쟁에서 패배를 앞두고, 동료들의 명운을 짊어지고 회귀했다.
십이지의 능력을 이용하여 회귀한 자는 처음에는 상당한 힘을 잃게 되지만, 존재력을 회복할수록 바깥과 접촉하는 게 가능해진다.
바깥과 접촉한다는 건 상당한 기력을 소진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로자리아가 소멸하지 않은 시간선을 파악하고, 두 개의 시간선을 결합시키는 건 바깥과 다섯 번은 접촉하는 것과 대등한 기력을 소모하는 일이었다.
‘이대로 여정을 끝낸다면 중급 성좌 정도인가.’
일반적인 관점에서 나쁘지 않은 결실이다.
성좌가 다음 단계를 밟게 되는 건 오랜 세월을 산다 하여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니.
단지, 그가 일반적인 상황에 처한 성좌가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상급 성좌의 격을 이룩하지 못한다면 돌아간다 해도 전세를 뒤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
‘십이지가 이 사실을 알면 한소리 하겠군.’
먼저 시간선을 거닐었던 다른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본디 회귀를 통한 성장이란 무수한 시간선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들을 독점하여 성장하는 게 정석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앞서 먼저 회귀했던 ‘용’ 역시 마찬가지다.
용은 바알이라 불리는 육체를 이용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독점했고 바깥으로 나와 상급 성좌의 격을 이룩했다.
하급 성좌였던 자신이 중급 성좌 수준의 가능성을 지니기 위해 개입한 수많은 시간선들.
중급 성좌였던 그가 상급 성좌가 되었으니,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빼앗았을지 감도 서지 않는다.
‘회귀자 자격 실격이야.’
그리 생각하면서도 요마왕의 입은 웃고 있었다.
이곳에서 보냈던 적지 않은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서다.
티폰은 노네임이 정성스럽게 빚은 생물체 중 하나.
그는 삼천세계를 지탱하는 기둥이었으며, 어떤 시간선을 떠돌아도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였다.
그런 녀석이 이런 곳에 은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처음은 의아했다.
이후 그가 자신의 회귀로 인해 탄생한 이레귤러가 아닌, 바알의 성력으로 인해 존재하고 있는 것임을 확인했다.
현 시간선의 티폰을 김태현처럼 만든다. 바알이 그런 가능성을 안배해 두고 떠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미 상계왕이라 불리며 무수한 가능성을 짓밟으며 성장한 개체.
녀석의 마정석을 빼앗아 존재력을 흡수하는 것만으로 몇 개의 시간선에서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촉박한 그에겐 갑작스럽게 떨어진 복덩어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요마왕은 그러지 않았다.
변덕이라 해도 좋다.
그 역시 상급 성좌가 되기 위해 다른 시간선의, 삼천세계의 무수한 가능성을 수거하고 다녔으니.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바알이 어째서 티폰 정도의 가능성을 빼앗지 않고 살려 두었는지.
상급 성좌의 격을 이룩한 녀석 또한 단순한 변덕을 부렸던 것뿐인지.
대화하고 직접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 녀석과 대화를 나누던 게 어느새 100년.
뒤늦게 자신이 티폰과의 관계를 즐기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에게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음을 인지했다.
만들어진 고고한 왕.
홀로 남은 존재만이 느낄 수 있는 고독.
불현듯.
자신이 걷고 있는 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니, 그건 이미 꽤 오래전부터 품고 있던 의심일 것이다.
상급 성좌가 된다 하여 별자리전쟁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언제부턴가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십이지의 회귀 능력도 무제한은 아니다.’
지금껏 수많은 동료들이 상급 성좌의 격을 이루었지만, 이렇게 수가 늘어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들의 최대 적이라 할 수 있는 대성좌들은 보다 많은 상급 성좌들을 아래에 두고 있었으니까.
“대성좌가 탄생해야 한다.”
요마왕은 오랜 시간을 고민하고 내린 결론을 입 밖으로 내보았다.
대성좌.
사실상 별자리 전쟁을 주관하고 있는 성좌들의 수장격인 존재.
그런 존재가 된다는 건 자신의 격은 물론, 보다 많은 가능성을 품게 된다는 의미다.
하나의 우주에서 성좌가 하나 이상 탄생하는 건 보기 드물다.
우주에 존속되는 이들 자체가 성좌로 탄생하던지, 수많은 우주 중에서 겨우 하나 탄생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 점에서 삼천세계에서 탄생한 세 성좌는 특별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삼천세계는 한 성좌의 변덕으로 만들어진 우주.
용과 자신은 유일신인 그를 죽였다 생각했지만, 성좌로서의 그는 이미 바깥에서도 흔적을 감춘 지 오래였다.
“노네임.”
지금의 자신이 존재할 수 있게 한 최초의 성좌.
시간 여행을 할수록 그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었다.
‘용이 무언가 수작을 부린 건가.’
합리적인 의심이다.
뿌리를 둔 소우주가 같으니 일반적인 성좌들과 다른 변수까지 고려하게 된다.
어찌 되었든.
“나는 여기까지군.”
자신은 상급 성좌의 격을 가지지 못하고 시간 여행을 마무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할 수 있는 몇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용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믿는다면 역시 포식자 쪽이다.
김태현. 녀석이 시간 여행을 하게 되었을 때.
‘녀석을 돕기 위해 몇 가지 안배를 마련해 두는 것 정도는 가능하겠어.’
요마왕이 몸을 일으켰다.
티폰이 만들어 낸 퍼스널 스페이스를 나오자, 무너지고 있는 하계가 보였다.
두 개의 시간선이 합쳐지며 일어난 부작용.
상계와 하계에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중간계. 그중 자신이 요마라 불리던 차원과 포식자가 플레이어라 불리던 차원 역시 합쳐지고 있다.
그의 적안에 두 개의 시간선이 합쳐지면서 생겨난 수많은 가능성이 보였다.
앞으로 다가올 먼 미래.
또는 회귀하여 도달할 먼 과거.
새로운 가능성을 거슬러 올라갈 포식자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기대되는군.”
이번에도 그가 자신의 예상을 넘어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지.
자신을 대신하여.
“대성좌의 격을 이룰 수 있을지.”
지금은 요원하기만 한 가능성을 입에 담으며.
요마왕이 새로운 주술을 잇기 시작했다.
* * *
티폰이 눈을 떴다.
눈앞에 인간이 있었다.
자신을 되살린 건 김태현이라는 인간이다.
오르갈과 요르문간드의 협공에 당해 봉인당해 있었다고.
자신과 함께 복수하지 않겠느냐 제안하며 손을 내밀었다.
“뭐?”
인간. 김태현이 당황한 듯 되물었다.
복수에 미련 따위 없다고.
티폰이 지루한 감상을 말하였다.
생각지 못한 반응인 듯. 김태현은 진심으로 당황한 듯 보였다.
티폰이 개의치 않으며 머릿속의 두통에 집중했다.
기억이 상당 부분 날아갔다.
하지만 바알과 요마라는 존재를 만났다는 기억만은 흐릿하게 남아 있다.
‘법칙이 작용하고 있는가.’
과거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하나씩 해제시켰던 것들이다.
지금의 시간선에선 그때보다 더욱 많은 법칙들이 작용하고 있는 듯 보였다.
희미해지는 기억을 조합하여 몇 가지 추론을 해본다. 그중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건.
‘두 개의 시간선이 합쳐진 영향이겠군.’
그렇다면 그의 존재력 역시 이전과 비할 바 없이 약화되었을 것이다.
약화된 육체로 부활하게 되면 그만큼 담아 내지 못한 기억은 날아가게 된다.
기회는 한 번뿐이라는 말이다.
눈앞의 인간이 요마가 말한 그 녀석이 맞는지.
티폰이 저 혼자 생각하고 있을 때다.
“로자리아.”
김태현이 잊고 있던 이름을 언급했다.
서큐버스 퀸의 행적과 함께 그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지도 못한 미끼를 던졌다.
[흐하하하하.]티폰이 웃음을 터트렸다.
더 이상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제안을 수락하여 완전한 부활에 성공했다.
비루해진 자신과 달리, 어느 때보다 강해져 있는 로자리아를 만났다.
그녀는 아득한 과거 릴리스가 사용했을 촉수를 두르고 있었다.
대공이라 불리기엔 한없이 약하지만 몽마의 여왕이었고,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내용 역시 새로운 것들이었다.
지금의 시간선에서 티폰은 로자리아에게 수많은 고백을 했음을 알게 되었다.
김태현이 만들어 놓은 마정석.
그 조잡한 심장이 두근거렸다.
와하하하하.
알면 알수록 기꺼운 기억들이다.
비록 비루한 육체에 부활하여 빠르게 기억을 잃어 가고 있지만, 만족스러웠다.
태현과 함께 영역전쟁을 치렀다.
존재력이 늘어날수록 몇 개의 기억이 떠올랐지만, 그에게 시간선을 분별할 수 있는 가능성은 허락되지 않았다.
영역전쟁이 끝났다.
김태현.
자신의 형제를 중심으로 대공들을 단합하여 종족전쟁을 치렀다.
그 과정에서 신력과 접촉했다.
익숙한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우스를 상대로 박리된 공간에 들어갔을 때.
신마력을 마스터한 그는 몇 가지 기억을 떠올렸다.
바알. 요마.
분명 기억해서는 안 될 몇 가지 기억이 명확히 떠올랐다.
그 허락되지 않은 기억은 머지않아 사라지겠지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천사들의 힘을 모두 이어받은 가브리엘을 상대할 때.
티폰은 과거 상계왕이던 시절의 3할 정도의 힘을 되찾았음을 알게 되었다.
동시에 자신의 성장은 여기까지임을 직감했다.
이번 시간선에서 자신은 여기서 소멸하게 될 운명이었다.
엘븐. 유일신이 자신과 대등한 조건으로 빚은 또 다른 조각.
그녀가 자신을 대신하여 상계왕이 될 운명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김태현.
자신을 지금의 여정으로 이끈 인간은 밖으로 나가 성좌가 되어야만 했다.
‘요마. 이런 미래를 내다보았던 건가.’
언제나 그랬듯. 소멸을 앞둔 티폰은 웃음을 터트렸다.
‘즐거운 여정이었다.’
그저 언젠가 다시 한번 즐기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그는 어느 때보다 기꺼운 마음으로 소멸을 받아들였다.
* * *
키이이이이-.
마정석의 기운이 느껴진다.
‘본신은 분명 소멸하였을 텐데….’
두통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꿈을 통해 유입된 무수한 기억들이 뒤섞이고 있는 탓이다.
‘지금은….’
자신이 깨어나게 된 시간선이 어디쯤인지 감도 잡지 못하고 있을 때다.
[눈을 떠라 티폰!!]‘…….’
누군가 소리치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 목소리가 낯익다.
심장이 매스껍다.
뭐냐, 이 불완전한 심장은.
차라리 형제가 필멸자이던 시기 만들었던 심장이 더욱….
그런 생각을 한 순간.
[……!!]티폰의 머릿속을 떠다니던 퍼즐들이 하나둘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를 애타게 부르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머릿속에 그녀의 기억을 타고 흘러든 몇 가지 대화들이 떠다녔다.
“티폰을 되살린다.”
[본녀는 인내심이 꽤 긴 편이지. 그러니 포기하지 않을 것이니라.]스르르-.
티폰의 적안이 청안으로 변했다.
그의 시선으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몇 번을 다시 깨어난다 해도 그리운 얼굴.
만신창이의 몸으로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로자리아.] [아아….]지친 표정의 로자리아가 움직이지 않는 입을 달싹였고.
[무수한 시간선을 넘어.]만신창이의 거인왕.
그의 주위로.
[본신이 돌아왔다.]대원소(大元素)의 권능이 휘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