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ve Hunter's Checkmate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명과 암 (1)
강효서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언론은 예상보다 잠잠했다. 간혹 그의 사인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방송사도 더러 있었으나 그와 관련한 뉴스 보도는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편 검찰은 공식 발표를 통해 수사 중이던 헌터의 사망 소식과 별개로 효신 그룹과 관련하여 불거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이어 나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그의 실제 사인을 공식 석상에서 은폐한 걸 보면 앞으로의 수사가 진척이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 안에서 허구한 날 미심쩍은 일이 일어나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지만, 이렇게까지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건 처음이라 당황스럽네. 근데 여기는 뭔 창문도 하나 없냐. 안 답답해?”
맞은편에 앉아서 태블릿 화면을 휙휙 쓸어 넘기던 공희찬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그는 집무실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니, 됐다. 대답하지 마. 보나 마나 뭐 대충 창문이 있으면 집무실의 바깥에서 볼 때 위치가 특정될 수 있어서 위험할 수 있다느니, 어쩌니 하는 거겠지.”
스스로 묻고 답하던 공희찬은 자신의 근처에 앉아 있던 서애란을 힐긋거렸다. 그녀는 표정 없는 얼굴로 검은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빗어 내리며 태블릿을 응시하고 있었다.
“알아보라고 했던 건 어떻게 됐어?”
나는 공희찬의 시선을 따라서 서애란을 잠시 바라보았다가 시선을 거두면서 말했다. 생전의 강효서와 좋지 않은 관계로 엮여 있던 세 사람이 모여 있으니 집무실 내부의 분위기가 자꾸만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조만간 차정주 이사장이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힐 것 같더래. 얼마 전에는 차진명이랑 같이 국민미래당 소속 의원실에 방문했다는 얘기가 있어.”
그가 전한 소식을 듣는 순간 기시감이 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과 마찬가지로 차정주는 국민미래당과 손을 잡고 정치계에 입문할 생각인 듯했다.
“이사장이 정계에 입문하게 된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국민미래당으로 갈 거라는 얘기는 몇 년 전부터 돌았으니 놀랍진 않지?”
공희찬은 나와 서애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나는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국민미래당은 게이트 시대 직후부터 지금까지 각성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장한 정당이자 현시점의 국가 원수를 배출한 여당이었다. 이능청을 향한 공규호의 거듭된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과연 국민미래당이 쌓아 올린 기반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듣기로는 입당 조건으로 엄청난 후원금을 제시했다고 했어. 명목만 후원이지 사실상 그놈들 뒷배 불리라고 주는 비자금이야.”
공희찬은 누가 듣기라도 한다면 큰일 날 이야기를 태연하게 늘어놓았다. 이어서 그는 국민미래당의 의원들과 자신의 부친인 공규호 의원은 내내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지금쯤 차정주의 입당과 관련하여 머리를 굴리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끝으로 말문을 닫았다.
“알아보느라 고생했어, 선배.”
한참을 잠자코 듣기만 하던 나는 공희찬에게 간단한 인사를 건넸다. 그의 설명대로 의원들과 만남을 가졌을 차진명의 모습을 그려 보고 있으니 공희찬이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서애란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 정도는 껌이지. 뉴스는 어때. 아직도 시끄러워?”
“어제랑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이번 사고를 기점으로 우리 길드의 존재감이 사람들 머릿속에 확실하게 각인된 건 분명해 보이니까. 문제는 우리를 옹호하는 사람만큼이나 게이트 사고 수습은 이관부의 고유 권한이고, 그걸 우리가 침해했다면서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정도.”
묵묵히 태블릿을 들여다보며 우리 길드가 언급된 뉴스의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던 서애란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희찬에게 대꾸한 뒤 나에게로 시선을 옮기면서 말을 이었다.
“이제 여론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어. 강효서 선배가 범람에 풀었던 댓글 알바처럼 단기간에 떼를 지어 몰려오던 때랑 차원이 달라. 오래전부터 이관부랑 엮여 있던 YBC에서는 사고 당일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벌인 일을 지탄하고 있어. 다행히 NBS랑 다른 방송사들은 대부분 그 대척점에 서서 우리를 옹호하고 있고.”
잠시 뒤 서애란은 태블릿 화면에 손가락을 얹으면서 설명했다. 나는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대로 눈길을 옮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붙는 것도 소득이라고 봐야지. 다른 곳도 아닌 이관부에 크게 한 방 먹이고도 잡음이 없었다면 우리 작전은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했어.”
비난 여론이 불거지는 건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었다. 우리를 옹호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겠지만, 우선은 그 물살에 무사히 올라탔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며칠 전부터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지 모르겠네. 강효서 그 개자식 그렇게 되고 나서 그날 하루 동안은 솔직히 통쾌했거든. 그런데 갈수록 기분이 이상해. 죗값 제대로 치르는 꼴도 못 보고 그렇게 돼서 그런 건지, 뭐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만.”
내 말을 끝으로 침묵이 이어지던 집무실에서 먼저 말소리를 낸 건 공희찬이었다. 그는 손바닥으로 심장 근처를 짓누르다가 이내 주먹으로 툭툭 두드리기 시작했다.
“나는 좀……. 허탈한 것 같아. 그 선배가 거기서 뭘 마셨는지, 왜 마셨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그 사람이라면 그걸 원해서 마신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
두 사람에게 차례로 시선을 옮겨 가던 나는 끝내 고개를 숙였다. 태블릿 화면에서는 효신 그룹이 결국 강효서의 장례를 맡지 않기로 했다는 뉴스가 전해지고 있었다.
나 역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으나 그것이 연민과 동정 따위의 감정과 연결된 것은 아니었다. 그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그럼에도 지금의 상황은 도무지 상상해 보지 못한 결말이었다. 아마 한동안은 혀끝에 감도는 씁쓸함을 거두지 못할 듯했다.
똑똑―
“들어와.”
“한도일 마스터가 도착했대. 이전 일정이 취소된 김에 일부러 일찍 넘어왔다고 하더라. 우선 지시했던 대로 회의실로 안내했어.”
노크 소리와 함께 집무실의 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 건 고예성이었다. 나는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 뒤 책상에 정렬해 두었던 서류 중 일부를 집어 들었다.
오늘 같은 날 한도일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나는 그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들을 곱씹어 보면서 걸음을 옮겼다.
* * *
한도일은 회의실의 커다란 창문을 마주 보고 서 있었다. 바깥 풍경을 내다보는 그의 모습은 마치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나요.”
나는 회의실의 문을 닫고 들어서면서 그에게 인사했다. 그러자 한도일이 나를 돌아보더니 언제나처럼 시원스럽게 웃으면서 가까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요, 도해월 마스터. 예전에는 온종일 어둡게 지내는 걸로 모자라 더운 여름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지낸다고 하더니. 그때 그랬던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어엿하게 성장했네요. 더 늦기 전에 사무실에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었는데, 때마침 초대해 줘서 고마워요.”
나는 한도일과 손을 가볍게 맞잡은 채로 악수했다. 동시에 그는 남은 손으로 나의 어깨를 가볍게 쥐었다가 놓으면서 친밀감을 표시했다.
“이천 게이트 사고에 관한 소식은 안팎으로 충분히 전해 들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길드를 지원해 주겠다고 나설 게 아니라 어떻게든 취우에 영입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이 정도 유명세라면 몇 년 안에 취우를 따라잡을지도 모르겠네요.”
자세를 반쯤 기울이면서 살갑게 눈을 맞춰 오던 그가 능청스럽게 농담을 건넸다. 나는 그의 말에 맥없이 웃어 보이고는 그에게 자리를 권했다.
“믿고 지원해 주신 덕분에 수월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여기까지 모신 건 그간의 성과를 정리해서 보여 드리기 위해서였어요. 더하여서 개인적으로 묻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한도일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에 앉았다. 이윽고 내가 품에 안고 있던 서류철을 눈짓하면서 대답했다.
“그럼 그것부터 확인하고 마저 이야기할까요?”
* * *
서류 점검을 마무리할 즈음 한도일은 가볍게 숨을 고르면서 상체를 바르게 세웠다. 나 또한 그를 따라 서류에서 손을 거두면서 근처에 쌓인 파일철에 위에 마지막 서류를 올려놓았다.
짧은 망설임 끝에 내가 그에게 질의한 건 이번 작전을 기점으로 우리가 얻게 된 명과 암에 관한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염두에 두는 건 어두움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 성문 길드가 보유했던 던전의 관리 권한을 다시 배부하는 과정에서 심사 기준이 변경되었다는 건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 이에 대응할 방도를 묻자 한도일은 짧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사실상 이번 이천 게이트 사고는 이관부에서 도해 길드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나지막한 소리로 입을 뗀 한도일은 제삼자의 눈으로 도해 길드의 위치를 짚어 준 뒤 이능단속‧관리본부와 마찰을 빚은 것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만약 추후 성문 길드와의 소송이 마무리되고 던전 관리 권한을 다시 배부하는 과정에서 진행될 심사에 관해 염려하고 있다면 지금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워낙 중대한 사안이고, 모든 국민이 주목하는 사안인 만큼 눈에 띄는 불합리나 페널티를 주진 않을 겁니다.”
말을 이어 나가는 한도일의 눈동자가 사뭇 진지해졌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입술을 달싹였다. 이내 생각을 정리한 건지 다시금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쪽에서 심사 과정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겠다고 선언했고,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 안에서 아무런 불합리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겁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던전의 관리 권한을 배부받은 이후에도 도해 길드를 계속 주시하면서 사사건건 간섭하려 들겠죠.”
그의 대답은 내 선에서도 예측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일련의 사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의 입을 빌려 다시 들으니 마음이 한층 무거워졌다.
“온갖 종류의 공격에서 무너지지 않고 버티려면 마스터의 입지를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네요.”
“그렇죠. 길드라는 집단 자체의 특성이 그렇습니다. 구성원의 결속력보다 중요한 것이 사실상 마스터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거죠. 길드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건 마스터의 등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관련해서 가까운 예시를 들어 본다면…….”
한도일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나는 한참 생각했던 말을 느릿하게 전달했다. 내 말에 곧바로 대답한 그는 아랫입술을 달싹이면서 무언가 고민하는 듯 허공을 바라보았다.
“저와 정건후 선생님, 그리고 취우의 전 마스터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가장 적합하겠네요.”
마음속으로 결심을 마친 듯한 한도일이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오늘 내가 그를 여기까지 부른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정건후가 다 전하지 않았던 과거의 이야기를 한도일을 통해 마저 들을 수 있도록 유도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