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v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19
독심반선이 죽은 지도 열흘이 지났다.
삼의맹주로 복귀한 백자안은 그동안 매일 같이 회의를 열며 상황 관리에 들어갔다.
일단 현 상황을 유지하기로 한 계획에 따라 자신이 복귀한 사실을 숨기고 때를 기다린 것이다.
그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삼혈맹 쪽의 연락이었다.
죽은 독심반선과 어떤 식으로든 연락이 되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에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 것이다.
물론 그동안 전투태세를 유지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독심반선이 공언했던 신선계 출정 계획은 아직 유효했다.
다만 백자안은 전 무사들을 대동하지 않고 혼자서 가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 역시 삼혈맹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
백자안은 서두르지 않고 계속 기다렸다.
한데 오늘 마침내 연락이 온 것이었다.
작전 회의를 마치고 밤늦게 집무실로 돌아온 백자안은 탁자 위에 한 통의 서신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서신이 어떻게 그곳에 있는지는 그 역시 알지 못했다.
서신의 내용을 읽어 본 백자안의 안색이 굳어졌다.
먼저 서신은 삼혈맹 쪽에서 보낸 것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신선계에 있는 중원삼성이 보낸 것이었다.
특수 이동대법으로 보냈다는 서신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런······.”
백자안이 안색을 굳혔다.
내용도 황당했지만, 그가 실망한 부분은 바로 삼혈맹 쪽에 자신이 복귀한 사실이 알려졌다는 점이었다.
‘중원삼성 그자들이 나를 가지고 놀고 있구나. 우화등선 과정에서 자칫 주화입마되면 광기를 띠게 된다고 하던데, 이런 미친 짓을 벌이는 게 그 때문인가.’
백자안이 잠시 마음을 다스렸다.
일단 중원삼성의 말대로 신선계로 가볼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백자안이 서신과 함께 동봉되었던 지도를 살폈다.
지도는 산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데 그 산은 바로 소림사가 있는 숭산이 아닌가.
지도에는 숭산 어느 곳에 있는 동굴 한 곳을 가리켰다.
기관 장치도 설명이 되어있었다. 그 기관을 작동하면 특수 진법이 발동되어 신선계 안으로 진입하게 된다고 했다.
신선계로 들어온 후에는 정심회 총단이 있는 곳을 찾아오면 된다고 했다.
백자안은 문득 더는 중원반선에게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그들의 협박 때문이었다.
원래 그는 삼혈맹 문제만 해결되면 곧바로 혼자서 신선계로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협박을 받아 가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그들은 사실 내 무공을 두려워하고 있다. 지난번 내가 잠시 점혈종에 의해 당하기는 했으나, 끝까지 갔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는 일이었지. 독심반선이 내게 죽은 게 가장 확실한 증거다. 위축될 필요는 전혀 없다.’
백자안이 일단 무시하기로 하고 서신을 삼매진화로 태워버렸다.
지도 역시 내용을 암기한 후 없애버렸다.
‘삼혈맹 제거에 힘을 집중한다. 신선계로 가는 것은 그다음 일이다.’
* * *
“동방무맹 총단이 대인자문 놈들에 의해 함락이 되었다고 합니다.”
부채도사의 급보였다.
전서구에 의해 소식을 받은 그는 황급히 백자안을 찾았다.
백자안은 전날 밤 중원삼성이 보낸 서신을 읽고 본격적으로 삼혈맹 세력 제거에 힘을 집중하려고 결심한 상황이었다.
한데 작전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동방무맹 총단이 함락되었다고 하니 그 역시 적지 않게 놀랐다.
동방무맹은 그가 처음으로 맹주가 되었던 곳이었다.
사실 동방무맹 삼십만 무사가 통째로 이곳 중원무맹에 와 있어 총단 방어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대인자문 무사들이 본토인 왜국으로 철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심하고 있던 터였다.
무엇보다 신선계 출정을 앞두고 있어 동방무맹 무사들의 총단 복귀도 미뤄지고 있었다.
“어찌 그런 일이······.”
백자안이 난감해했다.
부채도사와 함께 집무실로 온 백록공자와 김지혜 역시 매우 당황한 표정이었다.
“맹주님. 어떻게 하실 건가요? 대인자문 놈들이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이야. 놈들이 혈교와 사사천교와 함께 투항해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상황이 바뀌었소. 놈들은 처음부터 투항할 생각이 없었소. 자, 다들 취의청으로 갑시다.”
“네.”
얼마 후 도착한 취의청에는 오백여 명이 넘는 삼의맹 지휘부 고수들이 모여 있었다.
불패마왕과 임요요 등 마교 고수들과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등 많은 고수가 참여해 있었다.
먼저 부채도사가 동방무맹 총단이 함락된 사실을 모든 사람에게 알려주었다.
다들 충격을 받은 것은 물론이었다.
“맹주님. 어떻게 된 겁니까? 놈들의 수장이 금제를 당해 딴짓은 못 할 거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만박서생의 물음이었다.
백자안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더는 숨길 수 없겠구나. 하기야 이제 꺼릴 것이 없지. 다만 임 소저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군.’
백자안이 담담히 말했다.
“먼저 여러분께 밝힐 사실이 있습니다. 삼혈맹 놈들을 토벌하기 위해 그동안 밝히지 않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백자안이 말을 한 후 독심반선이 자신의 행세를 하다가 죽은 사실을 설명했다.
그 외 독심반선과 삼혈맹의 음모, 그리고 중원삼성에 대한 것까지.
백자안은 자신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를 제외하고 가감 없이 이야기를 해줬다.
“아! 어찌 그런 일이······ 그럼 그동안 독심반선이란 그자에게 다들 속았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열흘 전부터 제가 정상적으로 복귀했으니, 이제 안심해도 좋을 겁니다.”
“그럼 독심반선이 말했던 양신 이야기도 모두 거짓이었습니까?”
“그렇습니다. 하마터면 놈의 심리전에 저도 당할 뻔했지요.”
백자안이 말을 하며 불패마왕과 임요요를 봤다.
두 사람 역시 매우 놀라는 표정이었다.
특히 임요요의 놀라움은 컸다.
따지고 보면 독심반선에게 속아 약혼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불패마왕이 말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그럼 내 딸과의 약혼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죄송합니다. 저의 정혼녀는 여전히 악미미 소저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 제가 사과드립니다.”
“허어. 거참······.”
불패마왕이 허탈해했다.
임요요와의 약혼을 조건으로 마교주 자리까지 넘겨준 그였다.
“나는 상관없네. 교주 자리 역시 어차피 자네에게 넘기려 했었고. 문제는······.”
불패마왕이 임요요를 쳐다봤다.
그녀의 심기가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임요요가 말했다.
“저도 상관없어요. 솔직히 말해 얼떨결에 그놈과 약혼을 했지만 느낌이 백 공자와 달라 혼란스러웠지요. 이제 다시 바로잡았으니 그나마 다행이에요.”
“고맙소.”
백자안이 미소를 지어 주었다.
임요요 역시 미소를 지었다.
불패마왕 역시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우리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네.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할 건가? 다시 삼혈맹과 싸움을 벌여야 하지 않겠나?”
“그렇습니다. 삼혈맹 소속인 대인자문이 먼저 재차 발호했고, 그 시작은 동방 무림에 대한 침공으로 이어졌습니다. 따라서 저는 당연히 병력을 이끌고 동방으로 가서 놈들을 발본색원하려 합니다. 모두 제 뜻을 따라주시겠습니까?”
“명을 따르겠습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 * *
작전 회의 결과 동방으로 출정을 하러 갈 무사들은 모두 오십만으로 결정되었다.
동방무맹 무사 삼십만은 물론이며, 마교 무사 이십만까지 전격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었다.
중원무맹 무사 오십만은 총단 보호를 위해 남기로 했다.
중원무맹 무사들이 오십만까지 불어난 것은 천하 각지의 무림인들이 대거 집결했기 때문이었다.
출발은 준비 시간을 고려해 내일 아침으로 결정되었다.
동방으로 가는 길은 해로를 선택했다.
하남성에서 산동성으로 가서 곧바로 배를 타고 가는 경로였다.
해상을 통해 가기 때문에 함선 오천 척도 급히 준비 중이었다.
대장선을 제외하고 한 배에 백여 명이 타게 될 예정이었다.
출정 전야.
백자안은 주요 고수들과 마지막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주된 주제는 바로 혈교와 사사천교의 동향이었다.
천하 각지에 급히 파견한 정탐무사들의 보고서를 마지막으로 검토해야만 했다.
만박서생이 말했다.
“지금까지의 첩보를 종합하면 혈교와 사사천교 놈들의 소재가 불명확합니다. 왜국으로 돌아가는 척하다가 동방 무림을 공격한 대인자문 무사들과 달리 혈교와 사사천교 무사들은 잠적했다고 보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놈들의 의도가 무엇일까요?”
백자안의 물음이었다.
사실 그 역시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낙양을 떠나게 되면 또다시 공격을 받아 총단을 잃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놈들이 숨어 있는 것은 두 가지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대인자문 놈들과 결탁을 하여 우리 무사들의 힘을 분산시키는 겁니다. 그 목적은 물론 이곳을 다시 점령하는 것이겠지요. 이전에 한 번 성공한 놈들이라 자신이 있을 겁니다. 따지고 보면 이전에 맹주님께서 천혈곡으로 삼십만 무사들을 데리고 가 총단 방어 병력이 줄어든 때와 비슷하지요.”
“저도 그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놈들이 다시 총단을 점령하면 피해가 막심할 겁니다. 두 번째 경우는 무엇입니까?”
“두 번째는 어쩌면 혈교와 사사천교 놈들이 동방에서 맹주님 휘하 무사들을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입니다. 비록 독심반선 그자가 맹주님께 죽임을 당했다고는 하나 놈들을 후원하고 있는 반선이 그자 한 명은 아닐 겁니다. 아니 이미 독심반선과 같은 자가 출현했을지도 모르지요. 무엇보다 반선들에게는 특수 이동대법 같은 가공할 힘이 있습니다. 반선들의 능력이라면 단숨에 혈교와 사사천교 무사들을 동방으로 이동시킬 수 있을 겁니다.”
“놈들의 병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두 곳 합쳐 아마 오십만 정도 될 겁니다.”
“오십만이라. 대인자문 놈들과 합치면 백만이 되는군요. 동방으로 출정을 하러 갈 우리 무사들은 오십만 정도이고. 물론 동방무맹 무사들은 출정이라기보다 복귀의 개념이지만.”
백자안이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잠시 후 그가 다시 말했다.
“어떤 경우라도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끝을 보고 오겠습니다.”
“끝을 보신다는 말씀은?”
“상황에 따라 왜국 본토를 공격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동방에서 대인자문 무사 오십만을 섬멸한다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요. 아무튼 다시 발호할 수 없도록 완전히 제거할 생각입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아무쪼록 대승을 거두시고 하루빨리 복귀하시길 바랍니다. 대인자문 놈들을 섬멸해도 아직 혈교와 사사천교가 남아 있으니까요. 아, 물론 맹주님께서 말씀하신 신선계 정심회 반선들 역시 처리를 해야겠지요.”
“정심회 쪽은 나중에 다시 말할 기회가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저 혼자 신선계로 가볼 생각입니다. 놈들이 저를 초대했기도 했고, 이미 신선계에 들어가는 방법까지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사들과 함께 가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맹주님 혼자 가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그 문제는 나중에 그때 가서 다시 논의하지요. 상황이 계속 변하고 있어서 사실 저도 뭐라고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려운 게 사실이긴 합니다.”
“알겠습니다.”
“네. 이곳의 지휘는 총군사님께 맡기겠습니다. 수고해주십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