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v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46
‘최종대리자? 단목 대협이 정심회주에게 속고 있는 게 아닐까. 물론 대비하고 있겠지만, 어쩐지 불안하구나. 아무래도 속히 조처해야겠다.’
백자안이 안색을 굳혔다.
비파노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절대 그냥 두고 볼 일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영웅대회 전에 단목 대협과 만나 그 문제에 대해 상의해야 할듯하다. 이건 맹주 자리 양보와는 별개의 문제다.’
백자안이 결심을 굳히는 도중에도 비파노인의 말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는 법.
이야기보따리가 동이 나자 비파노인과 비파소녀는 객잔을 떠났다.
백자안과 절대황녀 역시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풍파객님. 이제 풍운장원으로 가요.”
“네. 안 그래도 저 역시 그곳으로 가보려 했습니다.”
백자안이 반색했다.
객잔을 나온 두 사람은 풍운장원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절대황녀가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이 다들 활기가 있어 보이네요. 혈사맹과 대인자문이 제거된 것이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양민들의 표정이 매우 밝아 보이는 것도 고무적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실 무림대란이 벌어지면 피해를 보는 것은 무림인만이 아니지요. 어떤 경우에는 양민들의 피해가 더 심하지요. 한데 선자께서는 양민들에 관한 관심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호호호. 그렇게 보이나요? 따로 이유라도 있나요?”
“그런 것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선자께서 황궁에서 온 분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긴 합니다.”
“호호호.”
절대황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위기에 처해 있어 당황도 할 만한데 매우 태연했다.
“왜 웃으십니까?”
“그냥요. 사실 제 진짜 신분에 대해 풍파객께 말씀을 드릴 생각이었어요. 그래야 좀 더 효율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절 따라오세요. 풍운장원에 들른 후 가보려고 했는데 미리 한 번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어쩌면 지금 그분이 와 계실지도 모르니까요.”
“그분이라 하심은?”
“책사분이세요. 따라오시면 알게 될 거예요.”
절대황녀가 앞장을 섰다.
‘황룡선생이 풍운장원에 갈 거라고 기별을 보내긴 했으나, 그전에 만나보는 것이 더욱더 좋을 것이다.’
얼마 후 도착한 곳은 한 채의 장원이었다.
낙양 성내에 흔히 볼 수 있는 고풍스러운 장원.
하지만 규모가 매우 커서 천 명 정도도 수용할 수 있어 보였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대문을 지키던 호위무사들의 물음에 절대황녀가 품속에서 패를 하나 꺼냈다.
그 패를 본 호위무사들이 기겁하며 고개를 숙였다.
“공주님을 뵙습니다.”
“공주님을 뵙습니다.”
“수고가 많군요. 장원 안에 황룡선생께서 계신가요?”
“네. 조금 전 막 도착하셨습니다. 절 따라오십시오.”
호위무사의 안내를 받아 절대황녀와 백자안이 따라 들어갔다.
물론 백자안은 매우 놀라는 표정이었다.
‘공주라면 혹시 해남도 전투에서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줬다는 그 절대황녀? 소문에 의하면 그녀는 절세미인이라고 하던데······.’
백자안이 의아해하며 절대황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평범한 용모였다.
‘으음, 황궁의 비술로 역용을 한 것인가. 겉으론 역용의 흔적을 찾기 힘들군. 절대황녀가 맞는다면 나로서는 나쁘지 않은 일이다. 아군 세력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시기에 황군의 지원을 얻게 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백자안이 절대황녀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두 사람은 장원 대청 안에 도착했다.
대청에는 예상대로 황룡선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주님입니까?”
황룡선생의 말에 절대황녀가 오른손을 들어 역용을 풀고 본 얼굴을 보였다.
절세미인으로 변한 그녀의 얼굴에 백자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악미미와 단목수련, 백리설아 등에 비해서도 절대 밀리지 않는 미모였다.
특히 기품이 남달랐다.
하지만 사실 백자안이 놀란 진짜 이유는 갑자기 절대황녀가 본 얼굴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절대황녀는 백자안의 놀란 표정이 마음에 든 것 같았다.
“호호호! 풍파객님. 그동안 본의 아니게 역용을 하게 되어 죄송해요. 저는 봉황선자가 아니라 절대황녀라고 불리는 사람이에요.”
“아!”
백자안이 다시 탄성을 냈다.
이미 예상을 했었지만, 공주를 직접 대하자 기분이 남달랐다.
황룡선생이 껄껄 웃었다.
“하하하! 공주님이 아직 신분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 같군요. 이 늙은이는 황룡선생이라 합니다. 풍파객이란 분이시오?”
“네. 무명소졸이라 잘 모르실 겁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그나저나 명성이 자자한 공주님을 만나 뵙게 되어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백자안이 절대황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예는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비록 공주이긴 하나 무림에서는 일개 무림인에 불과하니까요. 영웅대회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저를 도와주실 수 있겠어요?”
“물론입니다. 공주님.”
“감사해요.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도록 해요.”
절대황녀가 대청에 마련된 상석에 앉았다.
백자안과 황룡선생 역시 자리했다.
먼저 말을 연 것은 황룡선생이었다.
“소식을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성 외곽에 황군 십만이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원무맹 쪽에 알려졌습니다.”
“객잔에서 들었어요. 어떻게 된 건가요?”
“중원무맹 측에서 정탐무사들을 성 외곽에 파견했고, 굳이 우리 부대를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보안을 일부 해제했습니다. 보안을 해제하자 정탐무사들이 군영에 들어오더군요. 그래서 그들에게 간단히 황군의 주둔 이유를 설명해주었습니다.”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신 이유가 있나요?”
“네. 바로 단목군 때문입니다. 그가 정심회 반선들과 평화협정을 맺어 최종대리자가 되려 한다는 정보를 접했지요. 이를 좌시할 수 없이 직접 개입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주님께 미리 알려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이제 상황이 달라졌으니 황군의 존재가 드러나도 큰 상관이 없어요. 잘하셨어요. 다만 어떤 식으로 이 문제에 개입하려는 계획인가요?”
“그 문제는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공주님을 뵙고 상의 드리려 했습니다.”
“으음, 제 생각은 풍운장원에 들어갈 때부터 제 신분을 드러낼 생각이에요. 그 때문에 이곳 안가에 왔고 마침 선생을 만나게 되었군요.”
“잘 오셨습니다. 미리 준비하고 들어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한데 공주님께서 직접 데려온 것을 보니 풍파객 이분은 믿을 수 있는 분이겠군요.”
“네. 전 제 직감을 믿어요. 아직 내상 회복이 덜 되었지만, 원래 무공은 저보다 훨씬 강할 거예요.”
절대황녀가 말을 한 후 백자안을 쳐다봤다.
“과찬이십니다. 제 생명을 구해주셨으니 최선을 다해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감사해요. 내상이 심하신 것을 잘 아니 너무 부담 갖지는 마세요. 다만 바람이 있다면 꼭 필요할 때 한두 번 정도만 도움을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백자안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절대황녀가 자신의 정체에 대해 캐묻지 않는 것이 그의 마음을 편하게 했다.
절대황녀가 황룡선생에게 물었다.
“닥목군이 최종대리자가 되려 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요? 누가 봐도 정심회 반선들에게 굴복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데, 굳이 이런 무리수를 둘 이유가 있나요?”
“두 가지 정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정심회 반선들의 무공이 너무 강해 싸움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지요. 비록 최종대리자가 되어 정심회주의 명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된다 해도 무리하게 싸우다가 무림이 말살되는 경우를 피하고자 하는 의도일 수 있습니다.”
“둘째는?”
“둘째는 바로 단목군이 진짜 변심을 한 경우입니다. 이미 정심회 반선들과 결탁을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그가 이번에 삼의맹주가 되고 정심회 반선들의 최종대리자까지 된다면 무림 일통을 이룩한 것과 비슷해지지요.”
“하지만 오히려 정심회 반선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무림에 큰 재앙을 부를 수도 있지 않나요?”
“바로 그렇습니다. 그가 정말 변심했다면 부득이 그를 저지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단목군이 중원무맹주가 되는 것부터 막아야 합니다. 공주님께서 전면에 나서신다면 무림인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지금 풍운장원에 마교와 동방무맹 지휘부 고수들이 있다고 하니, 그들과 뜻을 같이할 수 있을 거예요. 선생께서도 저희와 같이 가도록 하지요.”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풍운장원 취의청.
언제부터인가 백여 명의 고수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간혹 언성이 높아지는 등 분위기는 그렇게 좋지 못했다.
한데 그들은 불패마왕, 임요요, 태극검선, 부채도사, 김지혜 등 마교와 동방무맹의 주요 고수들이 아닌가.
“단목군 그자가 미친 게 아닙니까? 분명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것에 큰 문제가 있습니다.”
부채도사의 말이었다.
동방무맹 총군사 풍류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채도사의 말씀에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맹주께서 부재한 지금 대세는 이미 단목군에게 넘어간 지 오래입니다. 우리 동방무맹과 마교가 항의를 한다고 해도 그 뜻을 바꾸지 않을 겁니다.”
“허허허. 나 불패마왕까지 무시한단 말인가. 단목군 그자가······.”
불패마왕이 탄식했다.
임요요가 말했다.
“단목군 그자는 아버지의 독대 요청도 거절하고 일방적인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어요. 신선계에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핑계를 대고서 말이지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는 가짜가 분명해요. 이전에도 맹주님으로 역용해 가짜 행세를 한 놈이 있었잖아요?”
“독심반선 그자를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네. 풍류도인께서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일단 제가 보기에 단목군은 가짜가 아닙니다. 다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심회 반선들과의 협상에 유독 집착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정심회주의 신임을 얻은 것인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단목군이 중원무맹주로 복귀하고 삼의맹주까지 된 후 정심회 반선들의 꼭두각시가 되면 무림은 그야말로 억압의 시대가 펼쳐질 겁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한탄할 게 아니라 대책을 세워야 해요. 맹주님은 반드시 살아 있고 돌아오실 것이니 그때까지 우리가 단목군의 일방적인 협정 체결을 막아야 해요.”
임요요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방무맹 총순찰 김지혜가 말했다.
“제 생각에 일단 삼의맹 해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상황에서 단목군의 중원무맹주 취임을 막을 방법은 없어요. 하지만 삼의맹에서 우리 동방무맹과 마교가 탈퇴를 하면 그가 삼의맹주가 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중원무맹주 자격 하나만으로 정심회 반선들과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거예요. 당연히 우리를 설득하려고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백 맹주님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예요.”
“좋은 생각이오. 찬성하겠소.”
불패마왕이 전격적으로 동의했다.
태극검선과 부채도사, 백록공자 등 동방무맹 지휘부 고수들 또한 찬성했다.
풍류도인이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삼의맹 탈퇴에 대해 의견을 모은 것으로 하지요. 하지만 탈퇴에 앞서 꼭 단서를 달아야 할 겁니다. 맹주님의 복귀가 있을 때 다시 삼의맹이 부활하리라는 것을.”
“그렇게 되면 결국 맹주님과 단목군 두 사람의 대결로 모든 것이 결정되겠군요.”
“아마 그럴 것이오. 아무튼 영웅대회 때 맹주님께서 반드시 돌아와야 할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만에 하나라도 정말 맹주님이 돌아가신 경우입니다.”
“그럴 리는 없어요.”
임요요가 완강히 부인했다.
풍류도인이 말했다.
“하지만 이번은 이전과 다릅니다. 정말 맹주님께서 돌아가셨을 가능성도 절반 정도 됩니다. 만에 하나 그런 경우가 확인된다면 아마도 단목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질 겁니다. 정심회 반선들의 지원까지 받게 될 그를 막아낼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물론 은둔회 반선분들이 있지만, 아직 소수이니까 큰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지휘부 고수들이 하나같이 안색을 굳혔다.
특히 마교 고수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정심회 쪽과 타협할 생각이 전혀 없는 마교의 경우 중원무맹과의 정마대전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무사 한 명이 취의청 안으로 들어왔다.
“절대황녀께서 오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