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v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54
석 달 후.
지존각 집무실에서 눈을 감고 운공하던 백자안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얼굴에는 담담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휴우! 드디어 내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이전보다 깨달음이 깊어져 천력 역시 두 배 이상 높아졌구나.’
백전히 자신의 몸 상태를 다시 살피며 눈을 빛냈다.
지난 석 달은 그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다.
정심회 반선들의 방해 없이 오로지 내상회복과 무공 연마에 정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목표는 내상 회복만이 아니었다.
무형검의 경지를 더욱 높이는 것이 꼭 필요했다.
그래서 무리해서 내상 회복과 함께 깨달음에도 힘을 썼다. 한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석 달간 그가 이룬 성과의 핵심은 간단했다.
그것은 바로 그의 몸속에 있는 모든 기운의 조화였다.
내공이란 여러 개가 있으면 더욱더 강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충돌을 일으켜 주화입마되기 십상이었다.
실제 백자안의 경우 그것 때문에 죽음의 고비도 몇 차례 겪은 바 있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무저곡을 탈출할 때 흡수한 독 기운과 천마동에서 얻은 천마력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그때마다 무명심법의 도움으로 그 많은 공력을 흡수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차에 발견한 힘인 천력 또한 처음에는 장애가 되는 측면이 컸다.
무형검에 달해 얻게 된 무형공력과의 주도권 다툼이 바로 그것이었다.
무형공력의 토대는 사실 무명심법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전히 무명심법이 기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무형공력 중심으로 여러 가지 기운을 하나로 통일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특수한 선천진기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 천력은 달랐다.
천력은 무형공력에 종속되려 하지 않았고 독립적인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그동안 몰랐던 것은 다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렇게 무형공력과 천력이 대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남은 것은 백자안의 결단이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주된 기운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선택한 것은 바로 천력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발전 가능성이었다.
무형검의 고수에게 무형공력이 기본이 되는 것은 당연하나 문제는 그 발전 속도였다.
백자안은 최단기간 안에 최고의 경지인 지성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모험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직 신비 그 자체인 천력을 주된 공력으로 삼은 것이었다.
다만 천력을 따로 연마할 수 있는 심법은 없었기에 무명심법을 차용해 그 중간에 천력을 배치했다.
운기행공을 할 때마다 가장 먼저 천력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기본내기로 삼은 것이었다.
그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천력이 무형공력을 포용했다. 무형공력 또한 어떤 거부감도 없이 받아들였다.
‘이제부터 모든 내공은 천력으로 통일할 것이다. 심법은 기존대로 무명심법으로 한다. 무형공력은 천력으로 흡수되어 그 발전 속도 역시 배가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무형공력과 천력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백자안이 운공을 마무리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였다.
집무실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들어왔다.
한데 그는 만박서생이 아닌가.
다급한 표정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급한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네. 맹주님. 조금 전 사천성 무림맹 지부에서 온 전서구를 받았는데, 결국 서장무맹이 침공을 개시했다고 합니다.”
“으음, 그들이······.”
백자안이 안색을 굳혔다.
낙양이 있는 하남성에서 사천성으로 가려면 중간에 섬서성을 지나야 하므로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다.
반면 서장은 사천성 경계와 맞닿아 있어 침공이 수월했다.
“무리한 요구를 해오더니 마침내 그들이 침공을 가했군요.”
“네. 맹주님. 하지만 느닷없이 불침공을 조건으로 사천성 전체의 패권을 달라고 하니, 어찌 그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조건을 거부한 것은 잘하신 일이었습니다.”
“지금 상태는 어떠합니까?”
“침공과 동시에 사천성에 있던 문파 수십 곳이 멸문되었다고 합니다. 사망자만 수천 명에 육박한다고 하니,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침공에 대비해 중원무맹 무사 십만을 사천에 배치해두었지 않습니까?”
“그들만으로는 역부족일 겁니다. 태상장로 천수노인이 총지휘를 맡고 있으나, 서장무맹 연합 무사들의 무공이 예상 밖으로 너무 강하다고 합니다. 자세한 것은 작전 회의 때 보고 드리겠습니다.”
“작전 회의는 언제 시작됩니까?”
“지금 바로 소집했습니다. 취의청으로 함께 가시지요.”
“알겠습니다.”
* * *
긴급 개최된 작전 회의는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밤늦게까지 계속되었다.
주된 논의는 바로 추가 지원 병력을 보내느냐에 있었다.
이미 중원무맹 무사 십만 병력이 태상장로 천수노인의 지휘하에 사천성에 배치된 상황.
그들의 전투 결과를 보고 나서 보내야 한다는 주장과 바로 추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백자안이 물었다.
“총군사님. 놈들의 병력이 어느 정도 된다고 하던가요? 설마 백만 병력이 모두 침공한 겁니까?”
“아직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도 되지 않아 수십 개 문파가 멸문된 것으로 보아 전체 병력이 온 것 같습니다.”
“서장무맹 백만 무사가 모두 왔다고 보시는 겁니까?”
“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할 수도 있을 겁니다.”
“백만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네. 충분합니다. 무리한다면 서장 무림에서만 삼백만 명을 동원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천축무맹의 가세입니다.”
만박서생의 말에 취의청에 가득 모인 지휘부 고수들이 술렁였다.
이미 서장무맹 무사들의 수가 백만에 달할 거라는 말이 나온 후부터 추가 지원이 기정사실로 되고 있었다.
지난 석 달간 정심회 반선들의 움직임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총단을 비우는데 큰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낙양 총단에 석 달째 주둔해 있는 마교와 동방무맹 무사들의 동요도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심회 반선들의 공격이 없다면 일단 가족들이 있는 신강과 동방으로 복귀하고 싶어 하는 무사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그 부분은 사실 백자안에게도 큰 고민거리였다.
그 때문에 조만간 중지를 모아 마교와 동방무맹 무사 병력의 절반가량을 신강과 동방에 복귀시킬 예정이었다.
불패마왕이 말했다.
“맹주. 일단 우리 본교 무사들이 먼저 사천성으로 출발하겠네. 삼십만 정도 되는 병력이니 사천무림 사수에 큰 힘이 되리라 믿네.”
“맹주님. 동방무맹 무사 오십만 역시 곧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태극검선의 말이었다.
백자안이 미소를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교와 동방무맹 무사들을 합하면 그 병력이 팔 십만이었다.
지난번 소림사 전투에서 마교와 동방무맹 무사들의 희생도 컸으나, 지난 석 달간 다시 회복된 상태였다.
마교 총단에서도 새 병력이 왔고, 동방무맹 총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원무맹 무사들의 수는 어느 정도 됩니까?”
“사천성에 이미 가 있는 십만 병력을 제외하고 총단에 지금 오십만 정도 됩니다.”
“육십만이라. 석 달 전보다 오히려 더 늘어났군요.”
“네. 흩어졌던 무사들이 많이 모인 것은 사실입니다.”
“네. 아무튼 지금 총단에 있는 삼의맹 무사는 모두 백삼십만 정도 되는군요. 맞습니까?”
“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맹주님 결단에 따라 전 병력을 이끌고 사천성으로 출정을 나가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다시 이곳 낙양 총단을 놈들에게 빼앗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정심회 반선들 말입니까? 맹주님께 간단한 설명을 들었지만, 아무래도 당분간은 반선들이 신선계 바깥으로 나오지 못한다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총단 사수를 위해 병력을 주둔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총군사님 생각은?”
“저는 전 병력이 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이동하면 열흘 안에 사천성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때까지 사천 무림인들이 총단 무사 십만 명과 함께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줄 겁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사천성 한 곳만 놈들에게 넘어갈 겁니다. 그러면 그때 반격을 가해 탈환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그 방향으로 가는 게 좋겠습니다. 출발은 언제 하는 게 좋겠습니까?”
“내일 아침입니다. 이미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열흘이면 충분히 사천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정말 결정하신 겁니까?”
“네.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서장무맹 역시 대인자문처럼 박멸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서장무맹의 종주라 할 수 있는 포달랍궁은 발본색원해야 할 겁니다.”
“혹시 놈들이 철수하더라도 포달랍궁까지 쫓아가실 계획입니까?”
“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계속 이런 일이 발생할 겁니다. 포달랍궁만 이번 기회에 완전히 제거하면 서장무맹은 구심점을 잃고 향후 백 년은 중원 무림을 침공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겁니다. 걱정되는 점은 저 역시 천축무맹입니다. 서장무맹이 침공 전에 천축무맹과 모종의 합의를 했다면 이번 싸움은 매우 힘들어질 겁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절대고수이신 맹주님이 우리 쪽에 계시니, 승산은 우리에게 있을 겁니다. 그럼 내일 아침 전 병력이 출발할 수 있도록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만박서생이 말을 한 후 불패마왕과 태극검선을 봤다.
불패마왕과 태극검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박서생은 삼의맹 총군사 직함도 겸하고 있긴 하나, 여전히 마교와 동방무맹은 두 사람의 입김이 컸다.
백자안 역시 마교와 동방무맹의 일에는 크게 간섭하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의 지위가 세 곳 모두의 수장이라고 하나, 장기적으로 자신이 맡아 다스릴 곳은 중원무맹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동방무맹 총군사 풍류도인은 백자안의 명으로 지금 사천에 가서 천수노인을 돕고 있었다.
그 외 사천성에 이미 파견된 주요 고수로는 중원무맹 총순찰 영호광이 있었다.
백자안이 말했다.
“조금 전 들었겠지만, 내일 아침 삼의맹 전 병력이 사천성으로 출정을 나갈 겁니다. 각자 진영으로 돌아가 그 준비를 해주십시오.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조금 전 들었다시피 전 병력이 사천성까지 가는 데는 아무리 빨라야 열흘이 걸릴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동안 사천 무림인들의 희생이 너무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저 혼자만이라도 특수 이동대법을 펼쳐 먼저 사천성으로 가볼까 합니다. 물론 아직 대법을 정식으로 펼쳐보지 못해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만일 내일 아침에 제가 보이지 않으면 먼저 사천성으로 갔다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제가 보이지 않더라도 총군사의 지휘 아래 예정대로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아시겠습니까?”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지휘부 고수들이 일제히 머리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백자안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작 걱정하고 있는 사람은 백자안 자신이었다.
‘정말 가능할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 아닌가. 만약 성공해 곧바로 사천성에 갈 수 있다면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