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다행히 요르단 공작이 더는 수작을 안 부릴 모양이군.”
“그럴 정신이 없겠죠. 이제 정예들끼리도 본격적으로 부딪치고 있다는데.”
아버지의 말에 로건이 냉소하며 대꾸했다.
실제로 여력이 있다면 몇 번이고 암살자들을 다시 보낼 인간이었다.
야밤의 습격 사건이 있은 지도 3개월이 지났다.
내전이 시작된 후 벌써 반년.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전선의 중심지는 점차 중앙으로 옮겨 왔다.
그리고.
“그래. 밀리고 있으니 우리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겠지.”
이젠 누가 보더라도 완연하게 2왕자파가 밀리고 있었다.
한 번의 대회전에서 손해를 본 2왕자파는 중앙 전선에서 연신 밀리더니, 결국 서쪽에 치우친 발터마임 영지와 국왕 직할령의 경계선인 쌍둥이 성에서 간신히 더 밀려나는 것을 막아 내고 있었다.
자신의 앞마당에 와서야 간신히 저력을 발휘해서 버티는 꼴이었다.
그것도 쌍둥이 성의 한쪽 성은 빼앗긴 채.
“아마 로메인 왕자나 요르단 공작은 저희 가문 전체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싶은 기분일 겁니다.”
비프로스 성을 점령하며 그 영향력 아래 있는 성 다섯 개까지 모조리 차지하고 눌러앉아 버린 맥라인.
비프로스 입장에서는 아무리 정예 병력을 보존했다고 한들 그 뒤를 받쳐 줄 재산, 즉 보급선이 끊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비프로스의 전력을 유지하려면 그 보급은 2왕자파의 다른 파벌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안 그래도 결국엔 패배했을 2왕자파가 더 빨리 기울어진 거지.’
그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고, 로건의 의도와도 부합하는 바였다.
가문이 준비되기 전에 전세가 지나치게 빨리 기울까 걱정했던 것도 기우에 불과했다.
최근 양 파벌의 수뇌부들이 다시금 숨 고르기에 들어가기도 했고, 맥라인 가문의 사람들이 3개월 전 사건 때문에 오히려 분발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덕분에…….
“기사로서 이런 말은 하면 안 되겠지만, 내전 덕분에 결국 우리 가문만 훨씬 커졌어.”
아버지의 말대로, 가문의 전력이 그야말로 궤도에 올랐다.
무너진 중소 가문의 기사들을 영입한 덕에 기사들의 수는 토모도 성 공략 이전 수준을 능가해 170명을 넘어섰고.
700여 명 남았던 석궁기마병도 원래 규모를 뛰어넘어 두 배가 넘는 인원, 기사 훈련생 포함 1,500명의 정원을 유지 중이었다.
지속적으로 늘어난 정규 병사는 무려 3,500명 이상.
물론 병사의 훈련 정도와 질적인 측면에서의 차이는 있지만, 규모 면에서는 이미 이전의 맥라인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었다.
게다가 열 개 성, 정확히는 여덟 개의 성과 두 개의 타운에서 마을자경단으로 자원하여 정기적으로 훈련을 받는 사람만 거의 1만에 달하고 있었고, 지금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였다.
‘아직 원정에 써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수성에는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다.’
더구나.
우웅.
가볍게 운용한 포스가 손끝에서 작은 칼날의 형태를 취했다.
포스블레이드. 최상급의 경지로 대변되는 그 힘은 단순히 포스의 칼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포스로 무구나 신체의 힘을 증폭시키는 것을 넘어서서 포스 자체로 물리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
포스 자체가 무기가 되고 갑옷이 되는 경지.
로건은 이제 그 경지에 완전히 익숙해져 있었다.
“허허. 그새 나보다 나아진 것 같구나.”
“그 정도는 아닙니다.”
로건은 아버지의 겸양에 어색한 웃음으로 답했다.
실제로 경지에는 익숙해졌지만, 신검 비전의 4식, 화염 가르기(暴炎斬, 폭염참)에 관해서는 감도 못 잡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계획했던 모든 준비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고 있었다.
그놈들을 보낸 요르단 공작에게 오히려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러니 이제 슬슬 제대로 써먹어 봐야죠. 그거나 좀 빨리 나왔으면 좋겠는데.”
“응? 뭘 써먹어? 너 설마……?”
웃고 있던 패드릭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지는데.
로건은 대답 대신 고개를 들어 동북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전을 끝내야죠.”
“……뭘 끝내?”
“전쟁이요.”
“아들아. 네가 고무된 건 알겠는데, 그래봤자 우리 가문의 전력은 왕국 전체 전력에 비하면…….”
다급해진 아버지의 목소리에도 로건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마지막 기다림 또한 끝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완성했다고?!”
“와, 완성은 아니고 시제품이 나왔다는 거지, 주인. 그렇게 부담 주고 그러는 버릇 좋지 않아요. 그게…….”
“어디야? 마탑에 있지?!”
쾅.
“얼마나 나쁜 버릇…….”
하아.
하마르는 어느새 닫혀 버린 방문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 지금 누구랑 얘기하니…….”
* * *
“으, 으으…….”
“어디 아프냐. 자꾸 끙끙대지 마라.”
“지들은 잘못돼도 산다 이거지? 힘없는 드워프 서러워서 살겠나. 씨…….”
“그런 곳에 저는 왜 끌고 오셨습니까, 공방장님? 예?”
“시끄러! 나만 죽을 수 없지. 너도 저거 만드는 데 거들었잖아!”
“뭔지도 말 안 해 주고 제조만 시켰잖아요! 근데 이런 데를 끌고…….”
“둘 다 닥쳐!”
“흡!”
“다, 닥쳤습니…… 흡!”
어디서 또 딱 자기 같은 애를 데려와서는.
아, 내가 사 왔던가.
로건은 하마르와 하는 짓이 똑 닮은 외팔의 드워프와 하마르를 번갈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타박을 하더라도 지금은 시기와 상황이 좋지 않은 관계로, 일단은 살기를 뿜어내 두 드워프를 닥치게 만드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 광경을 외면한 채 사방을 둘러보던 클레이튼은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로건에게 신호를 보냈다.
“찾았습니다. 고블린.”
“모두 조용.”
나무 위에 숨어 있던 일행은 그 한마디에 작은 동작까지 최대한 멈췄다.
나무 아래 멀리 클레이튼이 가리키는 방향에서 고블린 한 무리가 그들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고작 최하급 몬스터인 고블린 여섯 마리 정도야 여기 있는 클레이튼이나 로건이 나서면 손짓 한 번으로도 죽일 수 있었지만, 문제는 지금 그들이 있는 장소였다.
“주, 주인. 꼭 진짜 여기서 실험을 해야겠소? 저것들 죽고 소리 퍼지면 아주 떼로 쏟아져 나올 텐데?”
벌벌 떠는 하마르의 행동도 납득이 가는 이곳.
“그러니까! 우리가 남부산맥에는 왜 따라와야 했냐고요!”
아주 작게, 하지만 감정을 실어 소리치는 타메르의 목소리 역시 공포에 질릴 만했다.
맥라인 타운을 짓기 위해 산맥 아래의 숲을 죄다 벌목해 버린 지금.
그들은 마경이라 불리는 남부산맥의 초입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고작 최하급 몬스터를 찾기 위해서.
“여기 사는 몬스터들은 다른 데보다 한 등급 높게 봐야 한다고 하던데…….”
“왜 하필…….”
“니들이 할래?”
“…….”
그제야 닥치는 드워프들.
‘시제품’에 결점이 있다면 개발자가 직접 보고 느껴야 한다는 이유로 데리고 오기는 했는데, 이제는 점점 귀찮아지고 있었다.
“한 번만 더 떠들면 가장 가까이에서 제품의 위력 체험과 단점 지적까지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몬스터 숨결도 느낄 수 있는 특등석에서.”
파랗게 변한 드워프들의 얼굴을 확인한 뒤에야 로건은 클레이튼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우웅.
클레이튼의 마나가 움직이고, 이내 그들이 있던 나무 아래 지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람 키만 한 골렘 하나가 순식간에 생겨났다.
클레이튼의 수준에 비하면 아주 작고 약한 골렘.
그렇기에 박살이 난다고 해도 그에게는 거의 타격이 없는, 최소한의 마나만 담은 골렘은 생성된 지점에 놓여 있던 푸른 돌들을 양손에 쥐고 일어섰다.
“캬랏!”
“캬라라락!”
이윽고 골렘을 발견한 고블린들이 일제히 뛰어오기 시작할 때, 푸른 돌을 잡은 골렘의 손아귀에 약간의 힘이 가해졌다.
그러고는 어느새 붉게 달아오른 푸른 돌 하나를 달려오는 고블린들을 향해 서슴없이 투척했다.
로건 일행은 그 모습을 숨소리마저 죽인 채로 지켜보았다.
붉게 변한 돌이 골렘의 손아귀를 떠나 고블린들의 바로 앞까지 도달할 때까지가 하염없이 길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딱!
“캭?! 캬륵? 푸캭캭!”
붉은 돌을 피해 낸 고블린이 골렘을 가리키며 웃음을 터트리자, 모두가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내.
꽈아아앙!!
요란한 굉음과 함께 붉은 돌 근방 5㎡에 가까운 공간이 강한 충격파와 함께 화염에 휩싸였다.
“끼요오옥!”
다섯 마리의 고블린이 충격파에 즉사하고, 조금 떨어져 있던 한 마리의 고블린만이 즉사는 면했지만 화염에 불탄 채로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캬……르.”
그마저도 몇 발자국 가지 못하고 쓰러져 허공을 향해 허무하게 손을 몇 번 내뻗다가 이내 고개를 떨궜다.
아무리 몬스터라도 마지막까지 처절하게 생을 갈구하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왜인지 모를 죄책감을 선사해 주었는데.
그중 제일의 가해자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나이스!”
“…….”
“…….”
“…….”
“뭐? 왜?”
일행이 찡그린 안색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로건은 오히려 눈을 부라렸다.
전생의 닳고 닳은 용병은 몬스터에게 일말의 동정심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몬스터의 독기마저 불태워 날려 버리는 폭탄, 리베라티오의 위력이 기꺼울 뿐이었다.
“아, 아닙니다.”
“발동 시간만 조금 줄이면 되겠어. 0.5초 정도?”
“……참고하겠습니다.”
“이 소음을 들었으니 곧 고블린들이 몰려올 거야. 물량은 충분히 준비되었겠지?”
“……예.”
그 조금씩 느린 반응에, 로건은 한숨을 픽 내쉬고는 차갑게 일행을 쏘아보았다.
“몬스터는 사라진 만큼 세상에 도움이 된다. 쓸데없는 생각 말아. 클레이튼 님도 마찬가집니다. 잘 아실 만한 분이…….”
“……물론입니다, 로건 님.”
커흠.
클레이튼이 반 박자 늦게 헛기침으로 동의를 표할 때.
– 키라략! 키라략!
숲속 멀지 않은 곳에서 낯익은 소음이 연신 커지기 시작했다.
단발의 위력은 조금 전 실험으로 이미 확인되었다.
이제 확인해야 할 것은 여러 발을 겹쳐서 쓰거나 넓은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썼을 때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위력의 증감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역시 만족스러웠다.
꽝!
꽈과과과광!
“캬라야악!!”
동족들의 부고(?)를 듣고 뛰쳐나온 고블린 삼백여 마리는 고작 백여 개의 폭탄에 모조리 그 명을 달리했다.
그중에는 하급 몬스터로 분류되는 홉고블린까지 속해 있었지만, 그놈 역시 폭탄 두 발의 연쇄 작용을 견뎌 내지 못했다.
고블린 부락 하나의 토벌에 걸린 시간은 고작 한 시간여.
그마저도 대부분은 놈들이 몰려오길 기다리는 시간일 뿐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약간의 변수도 있었다.
“공자님. 숲에 불이 번지고 있는데요.”
“잘됐네. 몬스터들 싹 다 타 죽……을 리가 없겠지?”
“터전 날아간 몬스터들이 산 아래로 내려오겠죠.”
“꺼! 빨리 불 꺼!”
예상치 못한 소방 활동은 약과에 불과했다.
[캬아아아아아아!]남부산맥의 초입이 아닌 좀 더 깊숙한 산 위에서 들려오는 생소한 포효.
산맥 초입에서의 소란이 깊은 곳에 있던 어떤 포식자의 잠을 깨운 듯했다.
그것은 고블린들을 처리하고 웃음 짓던 로건과 클레이튼의 안색을 경직되게 만들었다.
“야! 튀어!”
하지만 드워프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새파랗게 질린 채 움직이지 못했다.
“이런 젠장!”
단순히 멀리서 내지른 포효만으로 최상급 포스유저인 로건과, 동급인 마법사의 안색을 질리게 하고 범인의 넋을 날려 버리는 괴물.
그런 괴물이 어떤 놈인지는 굳이 확인해 보고 싶지 않았다.
로건은 황급히 드워프들을 들쳐 메고 달리기 시작했고, 클레이튼 역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이동 마법, 땅 미끄러지기(Land Slide)를 동원해 황급히 그 뒤를 따랐다.
그렇게 번개같이 남부산맥을 빠져나오고 나서야 포효는 멎었고,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후우우. 수고하셨습니다, 클레이튼 님. 수고했다, 하마르.”
로건의 칭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재료와 경험담만으로 만들어 낸 폭탄이 전생에 로건이 쓰던 것보다 오히려 효과가 좋은 것 같았다.
‘체감상으로는 30% 이상.’
제국의 위협을 극복할, 또 하나의 신무기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새삼 느끼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의 효율입니다. 이건 정말…….”
정작 자신이 만들어 낸 물건임에도 클레이튼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연신 감탄하기 바빴다.
폭탄, 리베라티오의 위력은 2클래스 마법 수준.
한데 그 원가는 1클래스 스크롤의 1/20가량인 50골드 정도일 뿐이었다.
대부분의 나라가 스크롤을 전쟁에 동원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그 근본적인 문제를 없애 버린 혁명적인 발명품이었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
“……그냥, 욕심이지요. 이 물건이 온전한 제 실력에서 만들어진 것이면 어떨까 하는. 하하, 늙은이의 넋두리입니다.”
그 물건의 근원이 타인의 경험과 타인의 자료라는 것 때문에 클레이튼은 온전히 기뻐할 수 없었다.
“하하. 솔직히 처음부터 기대하고 있기도 했지만, 기대보다 더욱더 멋진 물건이 나왔습니다. 제가 써 본 물건보다 훨씬 낫습니다. 작품을 만들어 내신 겁니다. 클레이튼 님, 자부심을 가지십시오.”
“주인. 그거 나도…….”
“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그 자료를 보고 도움을 많이 받았는걸요. 이 물건에 담아 낸 것은 그 지식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제가 그 자료를 제대로 이해만 한다면, 이 물건뿐만 아니라 수많은 마법 물품을 훨씬 싸게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클레이튼의 말에 로건이 눈을 빛냈다.
대놓고 언급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야말로 로건이 진정 바라던 것.
리베라티오는 전투적 효용성은 아주 크지만, 어찌 보면 아주 작은 갈래일 뿐이었다.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것만 해도 앞으로 전쟁의 양상이 완전히 바뀔 겁니다.”
“격려 감사합니다.”
“주인. 내 솜씨도…….”
“그럼 단점 수정하고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야!”
“재료 함량 수정만 하면 될 테니 일주일이면 충분할 겁니다.”
“그럼, 조금만 더 노력 부탁드리겠습니다.”
“야! 이것들아! 나는?! 내가 얼마나 고생을…….”
“하마르, 너도 잘했다.”
“하마르 공, 고생 많으셨소이다.”
“허, 허으…….”
엎드려 절 받기가 따로 없었다.
‘확 뒤집어엎어야지. 이걸 마법사가 다 한 줄 알아? 장인의 자존심이…….’
억울한 마음에 하마르의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는데.
“내가……!”
“목표 물량 달성하면 포상으로 한 달 휴가.”
“……열심히 노력해서 최대한 빨리 끝내 보겠소. 주인.”
급격한 태세 변환.
처음부터 그를 지켜보던 테마르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지만, 하마르는 그것을 알면서도 싱글벙글 웃을 뿐이었다.
‘넌 아직 몰라, 이 자식아.’
20년의 노예 계약.
이제 3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체감은 30년이 지난 것만 같았다.
그러니 악마 주인이 휴가를 준다고 할 때 냉큼 받아 챙겨야 했다.
거기서 생떼를 부렸다가는 그 휴가마저도 드워프의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노동의 시간으로 돌변할 수 있으니까.
‘그것도 무려 한 달!’
연중무휴의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에겐 자존심보다 휴가가 훨씬 더 소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