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처음 달라진 움직임을 보인 것은 하마르의 뒤쪽을 지나치던 짐꾼이었다.
멀쩡하게 잘 걷다가 갑자기 비틀거리더니, 메고 있던 짚더미를 하마르 쪽으로 쏟았다.
“익……!”
스각.
뻐어억.
놀란 하마르의 목소리, 번뜩이는 빛, 그리고 로니안의 주먹이 순식간에 얽혀 들었다.
이내 쏟아지던 짚더미 사이로 단검을 찔러 넣던 짐꾼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털썩.
“아으, 퉤퉤. 이게 뭐야. 눈 좀 똑바로…… 어?”
“젊은 사람이 무리한 모양이네요. 여관으로 좀 옮겨 놔야겠어요.”
쓰러진 짐꾼보다 훨씬 젊은 로니안이 기절한 짐꾼의 뒷덜미를 잡고 들어 올렸다.
멍한 눈의 하마르는 무언가 찜찜한 기분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작은 공자님이…….”
“귀한 분이 저렇게…….”
“복 받으실 거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변의 영지민들은 하나같이 감탄사를 토했다.
둘째 공자라는 것이 밝혀졌던 첫날, 죄다 엎드려 조아리는 통에 시장이 마비되었던 것에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였다.
그리고 로니안은 그 웅성거림 속에서 자신을 주시하는 ‘놈들’의 기척을 헤아리며 희미하게 웃음 지었다.
연달아 움직이려던 기척들이 동료가 제압당하는 순간 하나같이 딱 멈춰 버렸다.
‘당황스러운가 보군.’
기사급 이상의 강자가 포스를 감춘 상태로 하는 습격.
한두 수 위의 상대조차 쉽게 거꾸러트릴 수 있는 수법이었다.
그러니 자신이 있었을 테고, 그만큼 더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을 수도 없을 거고.’
일단 하나는 사로잡았으니까.
로니안이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포로를 들고 움직인 순간에서야 다시 기척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은 공자. 좀 전에 그놈, 느낌이 좀 싸한데…….”
“착각입니다.”
하마르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닌데. 진짜 느낌이 좀 이상했는데.”
둔한 건지 예민한 건지 모를 하마르의 투정을 한 귀로 듣고 흘린 채, 로니안은 포스를 숨긴 기척들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들이 이대로 영주관으로 돌아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습격은 계속 이어질 테니까.
‘감히 우리 영지에서 개수작을.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아.’
다른 놈들이 이대로 물러간다고 하더라도, 한 놈은 잡아들였으니 출신을 알아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이면 충분했지만, 입을 열 포로는 많을수록 좋았다.
그러니 이렇게 대놓고 움직이면…….
“어?!”
“어! 당신 뭐야!”
“똑바로 안 봐!”
시장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쏠릴 만큼 다급한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했다.
새로 다가온 놈들은 처음 놈과 비교하면 꽤나 대담했다.
로니안보다 머리 하나는 큰 거한이 성큼성큼 다가와 로니안과 하마르 사이에 서며 시선을 가로막는 순간.
반대편에서 꼬치구이를 팔던 노점상이 하마르에게 건네던 꼬치를 그대로 비틀어 목을 찔러 들어갔다.
그 찰나의 순간, 로니안의 손에서 노을빛이 번뜩이며 한 줄기 빛이 쏘아졌다.
로니안의 앞을 막아섰던 거한의 등에 동전만 한 구멍을 뚫어 낸 빛줄기는 하마르를 노리던 꼬치를 꿰뚫은 것도 모자라 그대로 노점상으로 위장한 암살자의 오른쪽 어깨까지 관통했다.
얼마 전에야 터득한 무쇠 가르기의 일격.
“으아아악!”
“꺄아악!”
“살인이다!”
그 결과는 시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아직 아무도 안 죽었다고.’
흩어지는 영지민들을 보며 쓴웃음을 지은 로니안이 등을 관통당한 충격에 주저앉은 거한의 뒷덜미를 내리쳤다.
뻐억.
완전히 눈이 돌아간 거한의 뒤로, 이를 악물며 단검을 꺼내 하마르에게 달려드는 노점상이 보였다.
그대로 달려들어 칼을 쳐 내고 손바닥으로 턱을 후려쳐 기절시키는데.
그 순간 이글거리는 붉은빛 포스를 뿜어내는 단검을 쥔 포스유저 둘이 앞뒤에서 동시에 달려들며 뒷걸음치던 하마르의 목숨을 노렸다.
‘중급!’
정체를 숨기겠다는 최소한의 행위도 포기한 듯 노골적으로 뿜어지는 살기.
파랗게 질린 하마르의 얼굴이 눈앞에 커다랗게 들어왔다.
동급의 적 둘을 상대로 죽이지 않고 사로잡겠다는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타아!”
로니안의 허리춤에서 애검 마네가 네 겹의 주황빛 포스의 파도를 뿜어냈다.
콰아아아앙!
“아악!”
최대한 가운데에 있던 하마르에게 충격이 가지 않도록 조절을 했지만, 아직 로니안에게 신검 비전의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했다.
로니안은 파도 가르기의 여파에 거품을 물고 기절하는 하마르를 외면했다.
당장은 다른 놈들이 더 중요했으니까.
“흰옷 보부상! 회색 지팡이! 쫓아!”
어느새 주변을 포위한 맥라인 기사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콰아아앙!
멀리서 들려온 폭음이 로니안의 안색을 확 바뀌게 했다.
“공방!? 빌어먹을!”
로니안은 기절한 하마르를 들쳐 업은 채 폭음이 들린 위치를 향해 미친 듯이 뛰어갔다.
* * * 로니안과 기사들이 공방에 도착했을 때.
일은 이미 모두 끝난 뒤였다.
“죄, 죄송합니다. 이에르, 나모르, 테브른. 셋이 납치당했습니다. 자재 쪽은 완전히 방어했지만 포스유저 상급으로 추정되는 자가…….”
쿨럭.
중급기사, 톰슨이 창백한 안색으로 옅은 피를 토했다.
“죄, 죄송합니다.”
“아냐. 됐어. 이만하길 다행이지.”
“갑옷도 없이 연사 석궁 세례에 노출되었습니다. 놈도 무사하진 못할 겁니다.”
“그래.”
로니안의 안색이 계속 굳어 있자, 기사 톰슨은 차마 복면이 벗겨진 그자의 얼굴을 어디서 본 것 같았다는 말까지는 꺼내지 못했다.
‘확실한 건 아니니까.’
적어도 어디서 봤는지라도 생각이 나야 말이라도 꺼낼 수 있을 것이다.
침울한 안색으로 고개를 숙인 톰슨이 맹렬히 기억을 더듬을 때.
그를 대신하여 나선 부하가 조심스럽게 상관을 대변해 주었다.
“리베라티오의 재료 창고를 1순위로 방어하라는 것은 로건 님의 명령이셨습니다. 결코 톰슨 경의 잘못만은 아닙니다.”
“나도 알아.”
보고하는 기사의 말에 로니안이 서늘한 기세를 뿜어냈다.
나지막한 말이었지만, 그 말 한마디에 모여든 기사들 모두가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침묵했다.
“문제는 예상하고 방비를 했는데도 당했다, 이거지. 하…… 이런 한심한. 형님께 대체 뭐라고…….”
입술을 깨물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서성이는 작은 공자.
가신들이나 기사들에게도 상시 존대를 해 왔던 로니안이 보기 드물게 분노한 모습은 고함을 지르는 것보다 더한 압박감을 주고 있었다.
“납치당한 드워프 셋이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나?”
한참의 침묵 후에 나온 로니안의 질문에 테마르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연사 석궁을 말씀하시는 거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베라티오라면 재료 일부는 눈치챘을지 몰라도 배합법은 절대 알 수 없을 겁니다.”
“확실해?”
“화, 확실합니다!”
테마르는 붉은 눈에 떠오른 옅은 광기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 연사 석궁은 언젠가는 퍼질 무기야. 하지만 리베라티오는 안 돼. 절대! 알겠지? 명심해.
로니안은 형의 말을 떠올리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좋아. 아직 괜찮아. 공방의 경계 수준을 배로 높인다. 다른 성의 치안은 다소 포기해도 좋아. 병사와 기사들을 타운에 집중시켜. 특히 이곳에.”
“예!”
“잡아 놓은 암살자들을 심문해. 어디 소속인지, 어떤 놈이 보냈는지 모조리 알아낸 다음에 잘근잘근 다져서 산 채로 불태워 버려! 감히 맥라인을 건드린 것을 죽어 가면서도 후회하도록.”
로니안의 섬찟한 명령에 듣고 있던 모두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 악마의 종자들이니까 절대 방심하지 마.
기절한 공방의 장, 하마르의 말이 테마르의 뇌를 다시금 스치는 순간, 그는 절대로 꼼수를 피우거나 개기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한편 로니안에게는 안타깝게도 사로잡은 암살자들을 심문할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전장에 가 있는 본진에서 온 통신때문에 맥라인 타운 전체에 비상이 걸렸으니까.
[맥라인 성 방향으로 칼리아 후작령 휘하 그레이 자작, 모건 자작의 군대가 진군 중입니다.]맥라인 성 너머 동부를 정찰 중이던 병사들이 전달해 온 정보.
“안팎으로 습격이라 이거지. 이것들이…….”
로니안의 눈동자가 분노로 불타오르고.
“기사들 전체 소집. 자경단 전체 소집. 맥라인 성을 중심으로 침략자들을 박살 낸다!”
영지 전체에 전시 소집령이 내려졌다.
주력이 중앙 전선으로 빠진 맥라인 영지에 전쟁의 불똥이 튄 것이다.
히이이잉!
“예상되는 기사 전력도 거의 없을 테고. 쉽겠군.”
“그러게나 말입니다. 우리가 이런 공을 세울 수 있게 되다니. 거참, 세상일이란 게…….”
조 그레이의 말에 크리스 모건이 적극 호응했다.
두 자작령의 군대는 중부 전선으로 올라가던 길목에서 2왕자파 발터마임 공작가의 휘하, 에르센 백작의 군대와 대치 중이었다.
피차 백작가, 자작가라는 이름을 단 것치고는 전력이 상당히 부족한 이들.
대군이 격돌하는 중앙 전선으로 진출한 핵심 전력도 아니었기에 파벌의 수뇌부에서도 그들을 남북의 전선을 감시하는 일종의 파수꾼 역할로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그들에게 지령이 내려왔다.
– 대치를 포기하고 맥라인을 쳐라.
세세한 요구 조건이 더 붙기는 했지만, 그것은 일단 점령한 후에나 이행하면 되는 문제들.
그들이 빠진 틈을 타 혹여나 밀고 들어올 에르센 백작의 군대조차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확언까지 받았다.
그러니 그들은 신나게 달려 남부로 내려왔다.
작위에 비해 부족하다 한들, 그들의 전력을 모두 합치면 무려 80명에 가까운 기사에, 2천에 가까운 대병력이었다.
주력군이 빠진 남작가 따위, 걱정거리도 아니었다.
중앙 전선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그들의 신무기 또한 나름의 대책을 준비한 상황이니까.
하지만 그런 그들이 맥라인 성을 앞두고 들판으로 진입했을 때, 그 앞을 막아선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대군이었다.
“저게 다 뭐야……?!”
“만…… 명은 훌쩍 넘을 것 같습니다만.”
중앙 전선에 전력 대부분을 투입했다는 한낱 남작가에 만 단위의 병력이라니.
두 자작은 한순간에 패닉에 빠져들 뻔했지만, 이내 가까워지는 병력들의 장비가 눈에 들어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초라한 방어구와 허리춤에 보이는 작은 석궁 하나.
대부분의 병사가 가진 무장은 그것이 전부였던 것이다.
“징집병이로군! 흥, 무책임하기는. 맥라인이라는 놈들도 알 만하군. 전투를 준비하라! 기죽지 마라! 오합지졸들이다!”
조 그레이는 그렇게 소리치며 병력의 사기를 조절하려 했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크리스 모건 역시 비슷한 불안감을 느낀 듯했다.
“설마 저 석궁이 전부 ‘그거’는 아니겠지요?”
“맥라인이라는 놈들이 제정신이라면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고작 징집병에게 기사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주다니요. 그리고 아무리 석궁이라도 훈련이 꽤 필요합니다. 그냥 위협을 주려는 허세일 겁니다.”
“다, 당연히 그렇겠죠.”
두 자작은 상식적인 대화를 주고받으며 차오르는 불안감을 애써 무시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 그들은 준비한 패를 꺼내 들었다.
“기사들은 준비한 방패를 들어라!”
“모두 징집병이다! 긴장하지 말고 밟아 버려!”
두 자작은 만 단위가 넘는 병사들 가운데 제대로 장비를 갖춘 수백의 병사들과 불꽃 문양 갑옷을 입은 수십의 기사들만을 가리켰다.
그들의 상식으로는 저 정규 병력만 무너트리면 결국 승리는 그들의 것이라는 ‘당연한’ 공식이 확연하게 박혀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의 기사단이 진군을 시작하는 순간.
전면을 빽빽하게 메우듯이 쏟아지는 새까만 쿼렐의 세례는 그들의 기사단과 함께 그들의 상식을 무너트렸다.
두두두두.
“으으윽!”
순간적으로 하늘을 검게 메워 버린 쿼렐의 비는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쏟아졌다.
전면을 완전히 가리는 두꺼운 무쇠 방패, 카이트 실드를 준비한 기사들은 간신히 충격을 버텨 내며 연신 뒤로 물러나야 하는 정도였지만.
그들이 타고 있던 말들은 이미 고슴도치가 되어 쓰러진 지 오래였다.
만 단위의 병력이 쏟아 내는 연사 석궁의 세례는 그들이 소문으로 들었던 것보다 더욱 끔찍했다.
“버텨! 버티면서 전진하라!”
어떤 미친 새끼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레이 가문의 기사단장 제이던은 이를 악물며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 미친놈이 자신의 주군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전진!”
제이던은 내키지 않는 명령을 내리며 자신부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디뎠다.
그리고 하다 보니.
‘이거 어쩌면……?’
자신과 같은 중급기사들이 포스로 카이트 실드를 강화하면서 앞장선다면 이 지독한 쿼렐의 세례를 뚫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준비가 결코 헛된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희망에 차 전진하는데.
두두두두.
쏟아지는 쿼렐이 줄어든다 싶더니 어느새 그치고, 그 앞으로 기마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됐다!
“전체 돌……?!”
제이던이 기세 좋게 일어나 소리를 지르는데.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적 기사단의 맨 앞.
아직은 어린 티가 나는 붉은 머리, 붉은 눈의 청년이 던지는 것을 시작으로, 붉게 달아오른 돌들이 쏟아져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저건…… 어디서 들었는데?’
극한의 긴장 속에서 쿼렐의 비를 간신히 뚫어 낸 제이던의 뇌는 그 돌들의 정체를 쉽게 떠올리지 못했고.
꽈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폭염에 휩싸이는 순간에서야 간신히 그 정체를 알아챌 수 있었다.
“마법 폭……!!”
물론 그때는 이미 늦은 뒤였지만.
스각.
붉은 머리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노을빛 포스를 뿜어내는 젊은 청년의 칼이 제이던의 목을 단번에 날려 버렸다.
그리고.
“모조리 작살내 버려!!”
전장의 흐름을 결정짓는 외침이 들판에 울려 퍼졌다.
* * * [쳐들어온 적들은 전멸시켰습니다, 형님.]
“……잘했다.”
[하지만 드워프들이 납치된 것은 전적으로 제 잘못…….]“아니. 그건 신경 쓰지 마라. 방비를 강화했다면 그걸로 됐어. 그 이상 도발할 여력도 없을 테니까. 잡은 놈들은?”
그 말에 통신구 속 동생은 더욱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사로잡은 놈들도 모두 자결했습니다.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점점 어두워지는 동생의 표정.
그에 로건은 화제를 돌릴 필요성을 느꼈다.
“그나저나 자경단들은? 별문제 없었어?”
[일부 패닉에 빠진 자들은 있지만, 희생자가 없는 탓에 사기가 드높습니다. 이 전투 덕분에 오히려 훈련 지원자가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그래? 잘됐군. 훈련은 철저히 시켜. 최악의 경우에는…….”
로건은 목소리를 낮춰 말을 이었고.
그 말을 모두 들은 로니안의 표정은 점점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게 정말…….]“……그럴 수도 있단 말이다.”
[완벽하게 준비하겠습니다. 더는 실망하실 일 없도록.]“넌 나를 실망시킨 적 없다, 로니. 자꾸 그런 말 쓰지 마라.”
[아닙니다. 저 자신에게도 떳떳할 수 있도록, 이번에는 완벽하게 준비하겠습니다.]“거참…….”
고개를 젓는 로건의 모습에 옆에 있던 패드릭이 슬쩍 그를 타일렀다.
“그만하면 됐다, 로건. 동생이 알아서 열심히 한다지 않느냐.”
“……예. 뭐 한고비 무사히 넘겼으니까요.”
[무사히 돌아오십시오. 아버지. 형님.]“당연한 말을. 쓸데없는 소리 말거라.”
로건이 아버지의 말에 헛웃음을 짓고, 동생과 아버지의 대화를 끝으로 통신은 끝났다.
하지만 패드릭은 여전히 염려 섞인 표정으로 큰아들을 바라보았다.
“정말 그렇게 할 작정이냐?”
“예. 이대로는 전쟁이 얼마나 더 오래갈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너무 모험 아니겠느냐?”
“필요한 일입니다.”
“공작이 그냥 놔주진 않을 텐데.”
“놔줄 수밖에 없게 만들 겁니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아버지와의 대화를 마친 로건은 중앙에 있는 화려한 막사를 바라보았다.
요즘 들어 하루가 멀다고 열리는 2왕자 파벌의 수뇌부 회의.
승기를 잡고도 지지부진한 이 전쟁의 향방을 다시 틀어 버릴 제안을 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