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이미 측근들에게도 이야기했듯, 비프로스가 정보를 누설하고 그 때문에 적이 찾아오리라는 것은 예상하던 바였다.
하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고, 하물며 그것이 초인의 군대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미친, 본진이 털려도 좋다는 말인가?!”
만약 맥라인이 2왕자파에 조금이라도 미련이 있었다면, 이 순간 바로 통신을 했을 것이다.
폭풍검이 그 정예와 함께 이곳으로 와 있으니 즉시 1왕자파의 성을 공격하라고.
그로 인한 피해는 언뜻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병력의 전력 크기를 떠나, 전장에서 초인의 가치는 전술적 활용도와 사기 측면에서 변경백 둘 정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즉, 1왕자파는 로건이 생각했던 것보다 맥라인을 훨씬 크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젠장, 타이밍도 진짜……!”
이제 막 하나의 전투가 끝나 가던 참.
희생자도 채 파악이 안 되는 흩어진 병력.
“빨리 정렬해! 빨리!”
연신 독촉을 해 보지만, 놈들이 다가오는 속도를 보았을 때 채 반도 모이기 전에 이미 후방으로 들이칠 것 같았다.
특히 저 위켄 칼리아가.
“소대 단위가 모이는 대로 일제사 개시! 발사 시간은 조장 자율! 목표는 다가오는 초인!”
헤인켈의 외침에 담긴 조급함에 병력의 움직임이 조금이나마 빨라졌다.
그리고.
“쏴라!”
파바바박!
가장 먼저 정렬한 석궁기마대 천 기가 ‘한 사람’을 향해 석궁을 조준했다.
그 수는 맥라인 병력이 조금씩 전열을 갖추면서 점차 늘어났다.
하지만.
새까맣게 쏟아지는 죽음의 비.
그것은 분명 초인이라도 무시하지 못할 강력한 공격이었다.
‘다른 초인이라면 말이야.’
폭풍검(The Storm Blade), 위켄 칼리아는 쏟아지는 수천 발의 쿼렐을 보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언뜻 떠오르는 자신의 라이벌만 해도 이런 상황이라면 그 큰 덩치가 과녁이 되어 멈춰서서 방어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외부의 조력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그러다 다치거나 더 험한 꼴을 볼 수도 있을 것이고.
하지만 자신은 다르다.
우우웅.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며 가지게 된 바람의 속성력.
그것을 잠시 운용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주변은 철벽의 요새가 되었다.
‘적어도 투사체 무기에 관한 한 완벽한 방벽이지.’
그 예상처럼 수천 발의 쿼렐들은 그가 일으킨 바람의 장벽에 가로막혀 휘어지며 서로 부딪혀 깎여 나갔다.
그 틈을 타 그는 거리를 더욱 좁히며 병사들이 두 번째 화살을 쏘아 내기도 전에 적진의 코앞으로 다가갔다.
“자! 놀아 보자!”
전신을 휘감은 바람의 속성력이 쾌속의 힘을 더하고, 그의 애검인 트란스픽시오(Transfixio)가 새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세검, 레이피어의 특징을 최대한 살린 찌르기는 그가 미숙하던 시절부터 그의 특기였고, 후에 그가 초인이 되어 바람의 속성력을 담은 순간 수많은 적을 일직선으로 관통하는 비기로까지 발전하였다.
‘볼텍스(Voltex)!’
자신감 어린 미소와 함께 내민 애검에서 새하얀 소용돌이가 쏟아지려는 찰나.
바로 앞으로 거대한 황금빛 거검이 덮쳐 왔다.
꽈아아아아앙!
“컥!”
로건은 자신이 뿜어낸 대지 가르기의 일격이 통째로 분쇄되는 듯한 충격에 정신없이 뒤로 밀려났다.
비등하거나 그보다 강력한 충격에 의해 힘이 상쇄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
우우웅.
마치 강제로 소멸된 듯한 대지 가르기는 심장의 포스코어에도 막중한 부담을 안겼다.
가까스로 정신을 붙들고 자세를 바로잡는 로건의 눈앞으로, 어느새 새하얀 빛을 발하는 레이피어가 다가왔다.
“-맥라인!”
충돌 직후에 뱉어 낸 듯한 적의 목소리가 귓가에 흐릿하게 들려올 때, 이미 상대의 검첨은 그의 갑옷에 닿아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콰아아앙!
“쿨럭!”
어느새 다가온 새빨간 포스블레이드가 그 검을 쳐 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
입가에서 피를 뿜어낸 아버지가 정신없이 뒤로 물러났다.
한눈에 봐도 심각한 내상이었지만, 아버지를 도울 틈은 없었다.
살짝 인상을 찡그린 뒤, 마치 몸이 둘이 된 것처럼 아버지와 자신에게 동시에 칼을 찔러 넣는 적의 모습이 보였으니까.
‘아직!’
아무리 초인이라도 이렇게 무력하게 당할 수는 없다.
로건은 번개처럼 찔러 들어오는 적의 검극을 무시한 채, 그대로 적을 향해 검을 마주 찔러 넣었다.
그의 검첨에서 뿜어진 황금빛 빛줄기가 그의 의지를 반영하듯 누구보다 빠르게 적의 몸통을 향해 뻗어 나갔다.
파아앙!
적의 잔상을 통과하는 무쇠 가르기의 빛을 보며 로건의 인상이 굳어졌지만, 그 덕에 비틀거리던 아버지가 자세를 바로잡는 것을 보니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물론 그조차도 잠깐이었지만.
“듣던 것보다 더 제법인데? 참 대단한 젊은이야.”
싸늘하게 웃는 깡마른 초인의 얼굴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왔다.
“와아아아!”
적 기사단의 함성이 이제 바로 가까이에서 들리기 시작했고, 그에 질세라 맞서는 아군의 함성도 점차 소리를 높였다.
어쩌면 가문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전투였지만, 로건은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볼 정신이 없었다.
눈앞의 적은 잠깐이라도 집중을 놓치는 순간 바로 생명을 앗아 가도 이상하지 않을 강적이었으니까.
“윽!”
푸슉.
가벼운 바람 소리가 만들어 낸 결과는 무시무시했다.
움직임을 느끼는 즉시 피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왼쪽 어깨에 구멍이 뚫리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적은 그것조차 의외라고 생각했는지, 좀 더 진한 웃음과 함께 연이어 뾰족한 검을 휘둘렀다.
같은 동작이 수없이 겹쳐 보이는 듯한 착시 현상.
끝없이 흔들리는 뾰족한 검 끝은 어떻게 방비하던 전신의 모든 곳을 꿰뚫을 것 같았다.
그에 로건은 전신에서 16겹의 황금빛 파도를 쏟아 내며 그 찌르기의 공세를 막아 보려 했지만.
푸슈슉.
“으윽! 젠장!”
그 결과는 양 허벅지와 오른쪽 옆구리, 오른 어깨를 관통하는 관통상뿐이었다.
“호오. 그 와중에도 급소를 보호했다? 제법…… 어딜!”
푸우욱.
“아버지!”
감탄하며 여유를 부리던 적을 기습한 아버지가 배를 꿰뚫리는 중상을 입는 순간.
로건은 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마지막 밑천을 감추려 했던 자신을 탓하며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들었다.
우웅.
왼 손목에서 뿜어진 새하얀 빛이 다섯 군데의 관통상을 순식간에 아물게 했다.
그러고는 연달아 황금빛 빛줄기를 쏘아 냈다.
직전 전투의 깨달음으로 훨씬 더 효율적으로 변모한 무쇠 가르기, 그 살인적인 빛줄기가 연달아 코앞의 초인을 노렸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쩌어엉! 챙!
쾅!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한 공격에도 적은 로건의 공격을 별 피해 없이 모조리 받아 냈다.
표정이 다소 굳어지고 여유가 사라진 듯했지만, 위기감이 보이지는 않았다.
로건의 검이 절대 자신에게 닿을 리 없다는 확신이 어려 있는 얼굴이었다.
‘이렇게까지 차이가…….’
스네이크 블레이드까지 터득하며 더욱 올라갔던 자신감이 연신 깎여 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깎여 나가는 것은 그의 자신감만이 아니었다.
쾅! 챙!
새하얀 빛을 두른 적의 레이피어와 부딪칠 때마다 로건의 포스블레이드가 일순간 사라지며 그의 심장을 뒤흔들었다.
강렬한 충격으로 부서지는 것이 아닌, 무언가 포스를 강제로 잡아 뽑는 듯한 이질적이고 폭력적인 느낌.
위켄 칼리아가 초인 중에서는 일격의 힘이 약하고, 속성과 속도에 치중되어 있다고 평가받는 것을 생각하면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차이가……?!’
절망감이 로건의 정신을 잠식하는 순간.
끊임없이 뽑혀 나가면서도 다시금 빛을 발하던 황금빛 포스블레이드가 완전히 지워졌다.
‘안 돼!’
자신의 실책을 자각했을 때는 이미 상대의 뾰족한 검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대로 눈을 찌르고, 뇌를 관통하여 뒤통수로 빠져나오는 적의 검이 생생히 상상되는 순간.
‘움직여!’
위기 속에서 극도로 고양된 의식이 온몸을 장악한 통증과 이질적인 힘의 격류를 무시하고 조금씩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에 비하면 한없이 느릴 뿐이었다.
하루에 한 번밖에 발현할 수 없는 룩스의 시간 가속을 이미 써 버렸다는 것이 통한으로 느껴질 때.
위켄 칼리아를 둘러싸고 있던 흰색 서광이 갑자기 약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폭발?’
상대가 표정이 일그러트리며 고개를 뒤로 돌리는 것이 보이는 순간.
‘어……?’
그 거짓말 같은 완벽한 타이밍은 로건에게 또 하나의 기적 같은 순간을 선물했다.
위켄 칼리아의 몸과 무기를 감싸던 서광이 사라지고, 레이피어의 오러가 흐려지는 과정이 또렷하게 느껴진 것이다.
오러가 다시 하위 에너지인 포스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그 느낌은 오러가 발현되는 과정을 역으로 보여 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다수의 오러유저조차 말로는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감각적인 과정.
그것을 로건의 고양된 의식에 선명하게 각인됐다.
게다가.
“이건 또 무슨……?!”
당황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위켄 칼리아의 움직임이 현저하게 느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로건은 그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번쩍.
‘오러가 포스를 흩어 버린다? 그럼 안 닿으면 되지!’
로건의 포스 블레이드가 뱀처럼 휘어지며 바람의 오러를 피해 적의 목숨을 노렸다.
* * *
“돌격 준비!”
챙! 챙!
초인을 상대하는 영주와 대공자를 대신하여 맥라인 군을 지휘하는 헤인켈의 목소리에 기사들이 무기를 부딪치는 것으로 응답했다.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잡기도 힘든 초인과의 대전에 감히 끼어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연이은 전투에 조금 수가 줄어들기는 했어도 여전히 160명이 넘는 기사들이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며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이은 승리가 만들어 낸 기사단의 사기는 여전히 드높았다.
몇 번의 전장을 거치며 살아남은 페레타의 기사들마저 어느새 솟아난 끈끈한 동료애를 바탕으로 자연스레 동화되어 있었다.
어느새 그런 그들의 좌우로 단단히 뭉쳐 선 맥라인의 병사들은 다가오는 칼리아 기사단을 향해 끊임없이 석궁을 쏘아 대고 있었다.
한옆에선 골렘 마탑의 골렘들이 연신 리베라티오를 던지며 아직 까마득히 먼 곳에 폭음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콰아아앙!
파바바박.
“아아악!”
적진에서 간헐적으로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적군 기사단의 진군 속도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어느 순간에는 비명조차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적 기사단 안에서 십여 명의 기사들이 무언가를 집어 던지며 기사단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폭탄을 요격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3m가 넘는 붉은빛 포스블레이드를 뽑아 올리며 기사단의 최선두에서 석궁과 폭탄을 막아 내는 기사 한 명이 헤인켈의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살벌한 기세.
‘칼리아 기사단장, 호르헤.’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탓에 그럴듯한 이명은 없었지만, 칼리아 후작령에서 두 번째로 뛰어난 무력으로 이름 높은 기사.
긴장된 눈빛으로 엄연히 자신보다 강한 적을 살피며 헤인켈은 연신 빈틈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지켜봐도 결국 믿을 것은 하나뿐이었다.
‘석궁과 폭탄 세례를 뚫고 돌진해오는 만큼 지쳤을 거야. 할 수 있어!’
나름의 방어 수단을 강구했다고 한들, 석궁과 폭탄의 조합은 적들에게 꾸준히 피해를 안겨 주고 있었다.
더구나 그가 아니면 아군 중에 놈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지금 저자를 여유롭게 상대할 수 있는 아군들은 모두…….
헤인켈은 남들이 범접하기 힘든 영역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주군 부자와 초인의 싸움터로 자꾸만 돌아가는 눈길을 억지로 붙들었다.
자신의 눈으로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저 싸움에 어설프게 끼어들어 방해되는 것보다는, 여기서 최상급기사를 상대하는 것이 자신이 해내야 할 몫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투지를 북돋는데.
– 아버지!
익숙한 목소리의 고성에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아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눈에 복부에서 피를 뿜어내며 힘없이 주저앉는 주군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 이미 실권을 모두 넘기기는 했지만, 자네도 로건에게 힘을 실어 주게. 자네가 확실히 따르는 모습을 보여 줘야 후계자로서 권위가 살지 않겠나.
– 예? 하하. 그래도 아직 제 주군은 영주님이십니다. 물론 공자님께도 충성하겠지만…….
– 허허, 이 사람. 지금부터 나보다 로건을 더 중시하라는 얘기야.
–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는 영주님이 은퇴하실 때 같이 은퇴할 겁니다.
– 그건 곤란하지. 자네는 아직…….
– 영주님도 정정하십니다. 잊으셨습니까? 제가 기사로 서임될 때, 영주님이 은퇴하시면 저도 쉬게 해 주시겠다 하셨습니다.
– ……좀 미화된 기억 같은데. 그건 죽을 때까지 부려먹겠다는 뜻이었어. 그때는 내가 이렇게 잘난 아들을 두게 될 줄 몰랐었거든.
– 그럼 제가 죽을 때까지 제 주군으로 남아 주십시오. 대공자님도 아직은 연륜이 부족합니다.
– 허허. 지금 우리 영지에서 그렇게 말하는 이는 자네밖에 없을 걸세.
– 제게 주군은 언제나 영주님 한 분뿐입니다.
– 허허. 그래도 만약에 내게 무슨 일이 생기거든…….
–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 어쩐지 감이 좋지 않아서 하는 말이야. 혹시나 하는 거지. 아무튼, 그때는 로건을 확실히 밀어 주게.
– 저는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 거, 사람 참…….
헛웃음으로 끝난 대화.
그 대화가 뇌리에 떠오르는 순간, 헤인켈의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