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14)
14화
“으음…….”
“오빠!”
오드 아이 노예 소년이 카이의 등에서 침음성을 흘리며 정신을 되찾았다.
부상이 심해 보여 사제에게 데려가기 위해 카이가 업고 이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분명 몸 상태가 심각할 정도로 엉망이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소년이 정신을 차리자, 옆에서 걷던 여동생은 물론이고 업고 있던 카이조차 의외라는 표정으로 돌아봤다.
하지만 로건만은 태연한 표정이었다.
“진짜 금세 일어나는군.”
이동하는 내내 은밀히 포스 코어의 힘을 썼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로건이 지금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출력으로 30분 이상 소년에게 쏟아부은 생명 에너지, 포스의 세례는 웬만한 하급 사제의 신성 마법보다 훨씬 나았다.
때문에 소년이 회복한 것은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다. 오히려 로건이 마음에 걸리는 것은 자신의 오빠와 로건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는 여동생 쪽이었다.
‘설마…….’
자신의 포스가 가진 이질적인 측면은, 실험 결과 민감한 기사들도 눈치채지 못했다.
실례로 소년을 업고 있는 카이도 아무런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는데 저런 어린아이가?
‘우연이겠지.’
대수롭지 않게 넘긴 로건이 간신히 눈을 뜬 소년을 향해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깨어났느냐, 빅토르. 난폭한 주인의 행패에서 벗어난 것을 축하한다.”
하지만 그 웃음에 대한 대답은 다짜고짜 날아온 주먹질이었다.
“죽어!”
휘익.
빼빼 마른 체구에서 나왔다기에는 생각지 못한 스피드.
그래 봤자 어린아이의 주먹이 로건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로건이 황당한 표정으로 주먹을 피함과 동시에, 아이를 업고 있던 카이가 그대로 몸을 돌려 녀석을 짓눌렀다.
콰당!
“윽! 이, 이익. 놔!”
“오빠!”
“리, 리아?!”
“이 녀석을 어찌할까요, 고용주?”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상황 속에서 팔이 꺾여 제압당한 빅토르를 본 로건이 작은 한숨을 내쉬며 카이에게 손짓했다.
풀어 주라는 뜻을 읽은 카이가 물러서는 순간.
소년, 빅토르가 또다시 로건을 향해 달려들었다.
“리아! 도망…… 컥!”
“투지가 넘치는 건지, 멍청한 건지. 이거 원…….”
로건은 녀석의 목을 잡은 손을 끌어올린 뒤 녀석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꼬마야. 상황 파악이 안 되더냐? 내가 아까 그 노예상 놈하고 비슷한 놈으로 보여?”
일반적인 포스 유저를 능가하는 압도적인 살기가 붉은 두 눈에서 쏘아졌다.
뒤에 있던 카이가 놀란 표정을 지을 정도였으니, 아직 어린아이인 빅토르가 이를 견디는 것은 불가능했다.
빅토르는 순식간에 파랗게 질린 안색으로 신음을 토했다.
“꺼억. 꺽…….”
“오, 오빠! 요, 용서를…….”
자신의 발치에 달라붙는 여자아이를 무시한 채 로건은 이제는 하얗게 질려 가는 빅토르의 얼굴만을 노려보았다.
“투지가 넘치는 것은 좋지만, 대상을 가려야지.”
“끄으으.”
“물어야 할 대상을 가리지 못하는 개에게는 죽음만이 기다릴 뿐이다, 꼬마야.”
털썩.
“커억. 쿨럭!”
로건은 주저앉아 기침을 토해 내는 소년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이게 마지막 경고가 되길 바란다, 빅토르. 내 말을 잘 따르면 너와 네 동생의 안전을 보장하지. 하지만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싸아아.
붉은 눈에 가득 담긴 살기가 빅토르의 심령을 파고들었다.
“너는 물론이고, 네 동생 역시 처분하겠다.”
콰직.
로건이 집어 든 조약돌 하나를 가볍게 으스러트리자 그것을 본 빅토르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그러더니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충분히 채찍이 먹혔다고 생각한 로건은 그제야 당근을 꺼내 들었다.
“나는 너에게 무술을 가르칠 생각이야. 기사 수련을 시킬 것이고, 최종적으로 기사로 만들 생각이지.”
그 말에 숙였던 빅토르의 고개가 발딱 들렸다.
휘둥그레 커진 붉고 푸른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나, 날…… 아니, 저를 말입니까?”
로건의 말에 놀란 것은 빅토르뿐만이 아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카이 역시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드워프 하마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엉뚱하게 노예 꼬마 하나를 사더니 대뜸 기사를 만든다고 하니 그들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로건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빅토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래. 너도 알겠지만, 기사라면 준귀족이다. 자연히 노예의 신분에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하, 하지만…….”
독기만이 가득했던 푸른 머리 꼬마의 표정이 짧은 순간에 시시각각 달라졌다.
이 말을 믿어도 될지, 그리고 자신이 기사 수련을 해낼 수 있을지.
아마 온갖 상념이 머릿속에 휘몰아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로건은 길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네가 내 지시를 충실하게 따라 기사가 된다면, 나는 너뿐만 아니라 네 동생까지 면천을 시켜주겠다. 거기다…….”
“하, 하겠습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빅토르의 대답이 들렸다.
고통에 찬 비명을 제외하면 로건이 빅토르를 만난 후 처음 듣는 우렁찬 목소리였다.
로건은 그 대답이 빅토르 자신의 미래가 아닌 동생의 처우를 언급하자마자 나왔다는 것에 주목했다.
‘역시 이 녀석…….’
녀석의 옆에 꼭 매달려 있는 작은 소녀가 혹시나 모를 귀족 학살자의 난폭한 성정을 다스릴 열쇠라는 확신이 들었다.
“좋아. 네 동생도 글과 예절 등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마. 하지만 네가 게으름을 피우거나 또다시 문제를 일으킨다면…….”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색이 다른 두 눈이 불꽃이라도 쏘아낼 듯 크게 일렁였다.
그 눈빛을 받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 로건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 * 원래 목표로 했던 드워프와 전투 교관에 더해 미래의 오러 유저까지 손에 넣은 로건의 발걸음은 매우 가벼웠다.
하지만 그에 반해 맥라인 영지로 돌아가는 길은 시간이 좀 걸릴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영양 공급이 되지 못해 또래보다도 훨씬 작아 보이는 빅토르 남매는 말을 타고 질주하는 여정을 견딜 체력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끝없이 맞춰 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본래 3일이면 될 여정을 5일 기간으로 잡아 속도를 늦춘 것이 로건이 한 배려의 전부였다.
‘그래도 생각보다 제법인데?’
로건은 카이의 말과 하마르의 조랑말에 남매를 나눠서 태웠다.
그런데 남매가 흔들리는 말 위에서 버티느라 엉덩이가 쓰라렸던 날은 고작 하루뿐이었다.
이튿날부터는 말의 움직임에 신체를 부드럽게 맞추었고, 사흘째 되는 날에는 속보가 아닌 질주 수준에도 익숙하게 견뎠다.
빅토르뿐만 아니라 그 동생 역시 마찬가지였다.
빅토르야 오러 유저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몸을 다루는 것에 재능이 있다고 쳐도, 그 동생까지 그럴 줄은 몰랐다.
‘핏줄이라는 건가.’
그렇게 로건이 빅토르 남매의 교육에 관해서 계획을 조금 수정해야 하나 고민할 무렵, 일행은 맥라인 영지에 도착했다.
과거 맥라인이 서남부 지역의 로드(Lord)였던 때, 산맥의 몬스터를 막기 위한 요새로 쓰였던 낡은 성.
이제는 쇠락한 맥라인 가문의 본성이 되어 버린 초라한 성의 안으로 들어서자, 로건을 보고 놀란 사람들이 파도처럼 갈라졌다.
멀리서부터 피해 가는 영지민들이 다수였고, 여의치 않게 가까이에서 로건을 마주한 영지민은 그 자리에서 바로 납작 엎드려 덜덜 떨었다.
가솔들이 도망치듯 자신을 피하는, 떠나기 전보다도 더욱 심각해진 모습을 보며 로건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가혹하게 영지민을 수탈하는 폭군이나 받을 법한 대우 아닌가.
무표정하던 카이도 힐끔힐끔 로건을 볼 정도였고, 로건의 눈치를 보던 빅토르 남매의 얼굴은 실시간으로 어두워지고 있었다.
궁금한 점은 많지만 아무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고 있던 그때, 눈치 없는 드워프가 기어코 입을 열었다.
“주인님. 고향에서 이런 대접이라니,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신 겁니까?”
그에 로건은 피식 웃음을 지어 보이며 청각에 힘을 집중해 멀리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어 보았다.
“미쳤다잖아.”
“몬스터 성애자라고…….”
“난 시체 성애자라고 들었는데?”
“뭐든 정상은 아니잖아.”
“가문 망신은 아주 제대로…….”
“용병들은 왜 불러들여서 불안하게…….”
“어린 노예도 사들였대. 대체 뭘 하려고…….”
자신에 관한 소문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퍼진 모양이었다.
‘하룬에서의 일을 어떻게 벌써 안 거야?’
그것도 하나같이 이상하게 변형된 소문이 퍼질 대로 퍼져 이미 바닥이라고 생각한 가문에서의 평판이 지하를 뚫고 내려가고 있는 듯했다.
“소문일 뿐이다. 어차피 너희들이 할 일과 상관없으니 신경 꺼.”
로건의 태연한 표정에 일행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태연했던 모습과는 달리 로건은 좀 귀찮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또 한바탕 치를 수도 있겠는데…….’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은 내성에 들어서자마자 현실이 되었다.
“공자니이이임!!”
오래간만에 보는 익숙한 얼굴이지만,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 탓에 조금 일그러진 표정의 릭이 격하게 로건을 부르짖었다.
그리고 로건이 뭐라 대답도 하기 전에 비명을 지르듯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신 겁니까!”
대충 예상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더욱 격렬한 반응이었다.
“쓸모도 없는 몬스터 고기에 15만 골드를 넘게 쓰겠다는 의뢰라니! 제가 살면서 들어 본 가장 황당한 소문입니다! 거짓말이죠? 헛소문이죠?! 그렇다고 말해 주십시오!”
숨도 쉬지 않고 몰아붙이는 릭의 모습은 처절해 보일 지경이었지만 로건은 태연하기만 했다.
“사실인데?”
별일 아니라는 듯 무덤덤한 로건의 대답에 릭의 표정은 더욱 절망적으로 변했다.
“지금 공자님이 미쳤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가주님께서도 바로 불러오라고 하셨단 말입니다!”
“흠, 역시…….”
“역시? 여억시이? 공자님! 지금 그렇게 태연하실 때가 아니라구요!”
“괜찮아.”
“안 괜찮다구요! 안 괜찮아!”
“너 말이 점점 짧아진다?”
“지금 상황을 잘 모르시나 본데 정말 분위기가 장난 아니라고요! 제가 오해가 있을 거라고 얼마나 변명하고 다녔는데, 그게 다 사실이라니…….”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제 일보다 더 안절부절못하는 릭의 모습에 로건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걱정하지 마라. 금방 해결될 테니.”
“아으으! 지금 제 말 듣고 계시긴 한 거죠?”
그 애절한 호소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채 로건은 곧바로 영주의 관저로 향했다.
“로건입니다.”
“들어오너라.”
기다렸다는 듯이 들려오는 중후한 음성에, 로건 역시 지체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
‘역시.’
회의실 상석에 앉은 두 사람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냉기가 서려 있는 것 같았다.
그가 들어서기 무섭게 그 모습에 걸맞은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가출’은 즐거웠느냐?”
“나름대로 보람 있는 ‘외출’이었습니다.”
“소문을 듣자 하니 정말 신나게 미친 짓을 하고 돌아다녔던데, 그나마 스스로는 보람이 있었다니 다행이구나.”
‘씁. 귀찮게 됐군…….’
아버지의 반응이 생각보다 더욱 안 좋았다.
하지만 난처한 속마음과는 달리 대답은 준비라도 한 듯 바로 튀어나왔다.
“소문은 소문일 뿐입니다. 저는 제가 한 행동에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습니다.”
그 말에 새어머니의 얼굴에는 황당하다는 표정이, 아버지의 얼굴에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서렸다.
“소문이 잘못되었다는 뜻이냐?”
“정확히 어떤 소문을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대공자는 몬스터 고기를 사서 모으고, 어린 노예와 드워프를 사들였죠. 하급 용병들도 수백이나 영지 내부로 끌어들였고요. 뜬소문을 제외한 사실만 말한 겁니다.”
새어머니, 메리안의 친절한(?) 설명에 조금 눈살이 찌푸려지긴 했지만 로건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 중에 변명할 말이 있느냐?”
“없습니다.”
역시나 당당하게 나온 답변에 아버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전부 사실이란 뜻이렷다.”
“그렇습니다.”
“여보! 봐요! 대공자는 자신의 위치에 대한 자각이 없어요. 자신의 행동이 가문의 명예를 얼마나 실추시킬 수 있는지…….”
“어머니, 말씀이 과하십니다.”
“뭐라?”
“저는 제 파혼을 통해 얻은 돈을 제 마음대로 썼을 뿐입니다. 이미 아버지께서도 그에 관해 상관하지 않으시겠다고 말씀하셨지요.”
사납게 날이 선 메리안의 검은 눈동자와 그에 굴하지 않고 떳떳하게 마주 보는 로건의 붉은 눈동자가 날카롭게 교차했다.
그러자 또 다른 붉은 눈동자의 주인, 패드릭이 긴 한숨을 토해 냈다.
“당신, 들었죠? 이래도 계속 편을 들 건가요?”
“그만…….”
“대공자는 근본부터 잘못…….”
“그만하시오, 부인!”
위압적인 기세를 내뿜으며 쩌렁쩌렁하게 방 안을 울리는 목소리에 메리안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다, 당신. 당신이 나한테 어떻게…….”
“부인. 잠시 나가 주시오. 로건과 둘이서 좀 대화를 나누고 싶으니.”
“당신 정말…….”
“이게 내가 로건에게 하는 마지막 ‘경고’가 될 것이오.”
좀 전에 윽박지른 것의 영향인지, 아니면 경고라는 단어가 조금은 마음을 달랬는지 메리안은 독기 어린 눈으로 로건을 한 번 쏘아보더니 더 이상의 별다른 말 없이 방문을 나섰다.
물론, 약간의 뒤끝은 남아 있었다.
쾅!
집무실의 문이 부서질 듯한 소리를 내며 닫힌 후에도, 패드릭은 무거운 눈으로 한참 동안 자신의 큰아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이내 눈빛보다 무거운 음성이 집무실에 내려앉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더냐, 로건.”
‘이거 대충 넘어갈 수는 없겠군.’
로건은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직감이 들었다.
대답을 고민하며 로건의 표정이 굳어지는데, 아버지의 차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너의 문제가 뭔지,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인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좀 해 보자꾸나.”
“……말을 해도 이해하지 못하실 겁니다.”
“네가 이해받길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그것은 아닙니다.”
“……정말 이유가 있긴 있는 것이냐?”
“예, 있습니다.”
“하…….”
가슴속에 쌓인 답답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한숨.
그에 로건이 진지하게 말을 이으려는데, 복잡한 감정이 배어든 낮은 목소리가 그의 입을 막았다.
“주위에서 너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알고는 있느냐?”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 난폭한고 잔인한 데다가 돈에 환장하기까지 했는데, 최근에는 미치기까지 했다지.”
“…….”
“이 중에 얼마나 들어 보았느냐? 좀 더 구체적인 소문도 말해 줄까?”
진짜 답을 원하는 물음이 아님을 알기에 로건은 조용히 입을 닫았다.
“대체 내가 언제까지 너를 감싸야 하느냐? 기한이 정해져 있다면 말이나 해 다오.”
한탄하는 듯한 음성과 깊게 가라앉은 표정을 마주한 로건은 절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가슴에 비수를 꽂는 한 마디가 더해졌다.
“그래야 죽은 네 어미한테 최선을 다했다고 변명이나 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 말을 들은 로건의 표정은 확 굳어졌다.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같은 역린, 로건의 친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상 집안의 금기와도 같았다.
그런데도 그 말을 꺼냈다는 것은 아버지, 패드릭이 하는 최후통첩이나 다름없었다.
그에 침묵하던 로건 역시 무겁게 말을 꺼냈다.
“……1년. 1년만 기다려 주십시오.”
“……뭐라?”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패드릭의 표정이 급격하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