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173)
173화맥라인 영지의 여성 병사 모집은 무려 3주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지원 인원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고, 그것이 먼저 지원한 이들에게 불안감을 안겨 주었다.
저마다의 사정을 가진 지원자들은 시시콜콜 모여 이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기 바빴다.
“밥은 잘 주는데……. 설마 이대로 끝내는 건 아니겠지?”
카산드라가 불안한 기색으로 말을 꺼내자, 주변의 모든 이들이 재수 없는 소리 말라는 듯 그녀를 째려보았다.
하지만 섣불리 나서는 이는 없었다.
3주간의 훈련소 숙소 생활 중에 카산드라가 예쁘장한 외모와 달리 어마어마한 괴력을 지녔다는 것을 지원자들 대부분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들 중 누구도 자기 몸의 반만 한 바위를 번쩍 들어 올리는 근육질의 장사가 자신을 상대로 힘을 쓰기를 바라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유일하게 그녀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동글동글한 이목구비가 귀여운 인상을 주는 소녀는 발을 동동 구르며 카산드라를 타박했다.
“언니, 그런 말 하면 못써요! 진짜 그렇게 되면 어떡해요. 전 이미 월봉도 가불받았는데!”
“아, 에블린. 미안해. 그냥 불안해서…….”
“아무튼, 전 가라고 해도 안 갈 거예요. 여기서 무조건 버틸 거예요. 밥도 잘 나오고…… 이익, 볼 잡아당기지 말아요! 저 애 아니라고요!”
흥, 하며 팔짱을 끼는 에블린의 모습이 귀여워서 카산드라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고향에 두고 온 어린 동생이 생각나는 아이 덕분에 그나마 기다림이 지루하지는 않았다.
“……그래. 뭐, 명색이 귀족인데 자기가 한 말은 지키겠지. 유명한 귀족이라던데.”
그렇게 스스로 뱉어 낸 말을 위안 삼아 불안감을 달래는데.
“모두 연병장 집합! 에일렌 플로이드 경이 오셨다.”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모두 반가워요. 나는 에일렌 플로이드, 앞으로 여러분의 책임자이자 총교관이 될 사람입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설마설마하고 있던 지원자들이 여기저기서 웅성대기 시작했다.
“대박! 저렇게 예쁜데 기사라고?”
“정말일까?”
“말도 안 돼!”
일반 지원자들은 그렇게 수군거렸지만, 카산드라는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그 예쁘장한 여자에게서 소름 끼치는 느낌을 받았다.
뒷산에서 멀리 서성이는 굶주린 곰을 보았을 때보다 더욱 긴장되는 느낌.
‘분명해. 진짜 기사야.’
몇 년 전 마을을 방문했던 기사도 저런 위압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녀가 홀로 긴장하며 단상 위를 바라보는데.
“아마도 다들 나에 대해 잘 모르거나 막연한 소문만 들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 때문에 불안할 수도 있을 테고. 그러니 직접 보여 줄게요.”
화르륵.
에일렌이라는 여기사가 꺼내 든 푸른빛의 범상치 않은 검에서 포스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포스파이어.
포스가 무구를 강화하는 것을 넘어서서, 넘쳐흐르는 그 힘을 주변에 과시하는 기술.
효율이 떨어지는 탓에 전장에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았으나, 지금처럼 본인의 실력을 보여 주기에는 적격인 수법이었다.
상급기사나 가능한 기술이었지만, 그것을 알아보는 이는 이 자리에 없었다.
그저.
“우와……!”
카산드라처럼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을 뿐.
“그 불안감은 이 순간 없어졌을 것이라 믿겠습니다. 혹 이게 뭔지 모른다면.”
스각.
쩌어어어억.
단단한 돌로 만들어진 단상을 일격에 쪼개 버리는 검.
“우와아아아아!”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을 믿으세요. 여기 있는 내가 여러분을 강하게 만들어 줄 사람이라는 것을.”
자신감 넘치는 여기사의 목소리에 연무장에 모인 232명이 일제히 눈을 빛냈다.
‘제대로 먹힌 모양이군.’
에일렌은 뒷짐을 진 손을 주무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새로 오른 경지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전력을 다해 휘두른 검은 신체에 다소 부담을 주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바뀐 지원자들의 눈빛을 보니, 작전이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작이 좋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 제안했던 말이 임무로 돌아오고, 그 임무가 결국 이 나라에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내라는 중대한 일임을 알았을 때 느낀 부담감.
그 부담감은 그녀의 시야를 바꾸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정체되었던 벽을 넘어 상급의 경지에 발을 디뎠다.
수년, 혹은 수십 년간 한자리에 정체된 기사들이 보면 피를 토할 정도로 억울하겠지만, 에일린은 그조차 일종의 계시로 받아들였다.
내가 이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그러니 이 훈련병들에게도 확고한 자신감을 심어 줄 필요가 있었다.
“여러분은 우리 영지의 자랑이 될 겁니다. 다른 영지에는 존재하지 않는, 우리 영지만의 비밀 병기가. 그만큼 많은 지원을 받을 테고, 우리는 그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혹시 자신 없는 사람 있습니까?”
“없습니다!”
“없, 없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즉시 첫 훈련을 시작하겠다. 교관 앞으로.”
“앞으로!”
“뛰어!”
갑자기 바뀐 어조로 내려진 짤막한 지시와 함께 복창이 이어지며, 단상 아래 서 있던 교관들이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갑자기?”
당황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따라 뛰어!”
곧바로 따라붙는 카산드라를 필두로, 훈련병들은 재촉하는 교관들의 뒤를 따라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대형도 없는 막무가내의 어설픈 움직임들.
그것이 훗날 세상에 명성을 떨치게 될 맥라인 여군의 첫 시작이었다.
* * *
“후우우…….”
교관의 뒤를 따라 달리는 정도는 카산드라에게 그리 힘겨운 훈련은 아니었다.
힘과 체력만큼은 자신이 넘쳤으니까.
그런 만큼 달리기를 하면서도 생각은 계속 다른 곳에 꽂혀 있었다.
‘나도 귀족이었으면, 나도 검술을 제대로 배웠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자신이 꿈꾸던 이상향을 자신과 비슷한 나이에 이미 이뤄 낸 여기사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그리고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나도 할 수 있어!’
그러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이 아닌가.
여기사가 보여 준 위용은 그녀에게 확신을 주었다.
조금 늦긴 했어도, 길을 제대로 찾아온 것이다.
동향의 모든 남자를 힘으로 꺾은 자신이라면 재능도 그리 뒤처지는 편은 아닐 것이다.
‘노력하면 된다. 노력하면 돼.’
그렇게 다짐하며 계속 달리는데.
“혹시 따로 단련 같은 걸 하셨나요?”
“헙?!”
“아아,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호흡 조절하면서 천천히, 천천히. 예. 예, 그래요.”
후욱. 후욱.
카산드라는 놀란 눈으로 갑자기 옆으로 다가온 여기사를 바라보았다.
“다, 단련이요?”
“예. 체형이나 근육을 보니 꽤 잘 단련하신 것 같아서요. 재능이 있어 보여요.”
“아, 아닙니다. 후욱. 저는 그냥 농사일만 해, 해 왔는데…….”
카산드라는 여기사의 말에 얼굴을 붉혔다.
여기사의 말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180cm에 이르는 키와 여자치고는 떡 벌어진 어깨, 그리고 오밀조밀 꽉 들어찬 근육은 언제나 놀림의 대상이 되어 왔는데…….
“제, 제가 정말, 하악, 하악, 재능이 있을까요?”
“그럼요. 특별히 단련한 게 아닌데도 이런 몸이라면 그야말로 넘치는 재능이죠. 앞으로 기대할게요. 이름이?”
“카, 카산드라입니다. 후욱.”
“좋아요, 카산드라. 머지않아 우리 영지에 여기사 한 명이 더 생기겠네요. 열심히 해요.”
“예, 예!”
카산드라는 자신도 모르게 호흡이 다시 가빠질 만큼 큰 소리로 외쳤다.
여기사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어깨를 툭 쳐 주고는 바로 다른 이에게 달려가 말을 걸었다.
정신없는 질주 도중, 그것도 중갑을 입은 상태에서 긴 대화를 편안한 호흡으로 이어 가는 모습은 실로 상급기사다운 체력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 카산드라의 눈빛은 이전보다 훨씬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나도 반드시 저렇게 되고 만다.’
카산드라가 대열의 선두에서 교관을 바짝 뒤쫓고 있는 쪽이라면, 대열의 뒤쪽에서 간신히 낙오하지 않고 따라붙는 이들도 있었다.
그중 한 명인 에블린은 턱밑까지 차오른 숨을 간신히 뱉어가며 억지로 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달리기 시작한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한계가 온 것 같았지만, 그 후로도 한참이 지나도록 에블린은 멈추지 않았다.
‘나, 난 쓰러지면 안 돼.’
그래도 이곳에 지원하고 지난 몇 주간은 세 끼를 꼬박 챙겨 먹었다.
그러니 몸이 버텨 줄 것이다.
무조건 버텨야 한다.
여기서 낙오하고 쓰러진다면 이미 가불받은 월봉도 토해 내야 할지 모른다.
그럴 순 없다.
‘내가, 내가 우리 집 희망인데.’
에일렌은 병사니, 여기사니 그런 게 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저 자신과 남은 가족이 먹고살 유일한 기회였으니 붙잡은 것뿐.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절대 쓰러질 수 없어!’
태어나 이렇게 길게 달리기를 해 본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특별히 운동 신경이 좋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배워야 한다.
에블린은 앞서 나가는 교관들과 대열의 선두를 보며 자신의 자세를 조금씩이나마 고쳐 나갔다.
물론 그럼에도 순간순간 한계가 닥쳐왔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갑작스레 달리는 것이 편해졌다.
호흡이 편해지고, 팔다리에도 거짓말처럼 힘이 돌아왔다.
‘거봐, 하면 되잖아. 히힛’
그렇게 속으로 좋아하는데.
“이런, 이 정도에 벌써?! 호흡 의식하면서 길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뿜어! 팔다리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흡?!
그, 예, 예쁜 기사 언니다.
에블린이 놀라서 옆을 돌아보니, 그 여기사가 있었다.
“나 보지 말고 호흡에 집중해! 이 정도 달리기에서 벌써 오버 하이(Over high)라니. 팔다리 규칙적으로! 더 힘주지 말고! 훈련 계속하고 싶으면 내 말 들어!”
에블린은 여기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그 말을 따랐다.
호흡을 길게 하고, 팔다리는 규칙적으로.
그렇게 천천히 대열을 따라가고 있자니.
“한동안은 체력 훈련만 할 거야. 그때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될 수 있으니 방금 한 말 꼭 기억해. 그래야 후유증 없이 훈련 마칠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조금 편해졌다고 한들 여전히 숨은 가빴으니까.
다만 그렇게 자신을 챙겨 준 여기사의 뒷모습만은 똑똑히 새겨 두었다.
‘뒤처진 나까지 챙겨 주는 사람. 나를 믿어 주는 사람이야. 믿음을 저버려선 안 돼.’
그 생각을 하니 조금 더 힘이 나는 것 같았다.
믿음에는 믿음으로.
열여섯 인생의 유일한 신념을 되새기며 에블린은 다시금 열심히 팔다리를 놀렸다.
그리고 여기사가 가르쳐 준 대로 호흡에 집중하려 애썼다.
– 에휴. 애는 참 착한데, 이 단순한 것을 두고 내가 어찌…….
– 먹을 것 주는 사람 말고, 너를 믿어 주는 사람을 믿어야 해. 네가 그 믿음을 지키면 주변에 사람들도 너를 더 챙겨 줄 거야. 알겠지?
저는 말씀대로 잘 지키고 있어요, 아버지.
다음 월봉을 받으면 좋은 약도 사 갈 테니까 잘 버티고 계세요.
문득 드는 우울한 생각을 날려 버린 채.
에블린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다시 웃었다.
조금은 더 힘이 나는 것 같았다.
* * *
“마탑에서 제자 열두 명을 충원했다고 클레이튼 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그렇게 바글거리던데 겨우 열두 명? 그 재능 검사 마법진에 문제 있는 거 아냐? 기껏 돈을 투자했는데…….”
한창 행정관을 모집할 때보다 몇 배는 더한 인원이 상시 몰려 있던 마탑을 떠올린 로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드웨인이 고개를 저었다.
“마법사의 재능을 가진 이들이 그만큼 적다는 거겠죠. 더구나 클레이튼 님께선 인성도 중요시해서 합격자 중에서도 소수는 걸러 내고 있다고 합니다.”
“흠. 뭐 그거야 그럴 만하지. 어쨌든 계속 더 받기는 한다는 거지?”
“예, 그렇습니다.”
“그래. 당장의 숫자야 좀 아쉽지만 내가 상관할 문제는 아닌 것 같고, 그 외에 다른 보고는 없던가?”
은근한 기대감이 담긴 로건의 목소리에, 드웨인은 곧바로 그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아차렸다.
“예? 아, 그 실험이라는 것 말씀이시죠? 그 건에 관해서는 따로 말씀 없으셨습니다.”
“흠……. 내가 한 번 찾아가 봐야겠군. 그건 그렇고 상단 준비는 잘되고 있지?”
“예. 말씀하신 대로 준비하고 있습니다만, 정말로 상단을 만드실 겁니까?”
“어. 그러니까 준비를 시켰지.”
로건의 답은 단호했지만, 드웨인은 여전히 불안한 기색이었다.
“필립 그 친구가 똑똑한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규모의 자본은…….”
“보완책도 생각해 놨으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
“보완책이요?”
“그런 게 있어.”
로건은 드웨인의 의아한 표정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지만, 더는 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로건, 내가 문득 궁금한 게 생겼는데…….”
노크도 없이 방문이 열리며 패드릭이 들어왔다.
“아버지?”
“영주님, 웬일이십니까?”
“기사단 훈련에 무슨 문제라도?”
“아, 아니야. 이제는 알아서들 잘하고 있는데 뭐.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생각이 나서 말이다.”
“……더 중요한 문제요?”
패드릭 맥라인에게 기사단 훈련보다 중요한 문제라니.
그 말에 로건과 드웨인의 얼굴이 일순간 굳어지는데.
“드웨인, 자네는 좀 나가 주겠나? 부자간에 해야 할 말이라.”
“예? 아, 알겠습니다, 영주님. 공자님 저는 그럼.”
“그래, 들어가 봐. 아버지, 대체 무슨 일인데요?”
“그게 말이다…….”
입을 떼려는 순간 방문을 나서려던 드웨인의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느려지는 것을 본 패드릭은 피식 웃고 말았다.
“드웨인. 안 바쁜가?”
“예, 예. 갑니다, 가요. 그래도 그렇게 중요한 문제면……. 으음. 제가 몰라도 되는 문제도 있는 법이겠죠. 넵, 사라지겠습니다.”
드웨인이 패드릭의 눈총에 방문을 닫고 나가기가 무섭게.
“로건 공자!”
다시 방문이 열리며 밝은 안색의 에일렌이 나타났다.
“아. 아버님도 계셨네요.”
아버님이라는 단어에 패드릭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미소가 번지고.
“훈련 문제로 보고 드릴 게 있어서요. 제가 조금 기다리겠습니다.”
“아니, 아니다. 들어오거라. 어차피 둘 모두에게 볼일이 있었으니.”
둘 모두?
순간적으로 로건과 에일렌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지만, 패드릭은 손짓하며 스스로 한발 물러섰다.
“아, 네. 그런데 저도 그냥 경과 보고라…….”
“말해요, 에일렌. 훈련 때문이라뇨? 혹시 문제라도?”
“아뇨. 문제가 없다고 알려 드리려구요. 다들 재능이 있거나 의지가 넘쳐요. 오히려 과할 정도라 문제지. 체력은 좀 부족해도 포기하려는 이는 없고, 몇 달 뒤면 체력 훈련 끝내고 본격적인 군사 훈련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일이군요.”
“그럼요. 물론이죠!”
상기된 에일렌의 얼굴은 로건을 절로 미소 짓게 했다.
‘그 짧은 시간에 경지가 오른 것도 놀라운데.’
반드시 해야 할 일. 그러나 그 시작이 미약해 걱정했는데, 당사자가 이렇게 의욕을 보여 주니 그 걱정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이대로 성과가 나온다면 가문에 큰 전력이 될 거예요.”
“물론이죠. 믿고 있겠습니다.”
교차하는 시선은 확고한 믿음을 싣고 있었고, 모든 것이 잘 풀려 간다는 확신을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그때.
“그래. 이게 문제였어.”
“예?”
느닷없이 끼어드는 목소리에 로건과 에일렌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어떻게 된 게 둘이 있는데도 일 얘기만 하냐, 너희들?”
“……?”
“가문 성장도 좋지만, 나는 손주가 더 보고 싶은데 말이다. 너희 최근에 데이트는 하고 있는 거냐? 결혼은 언제 할 거고?”
쏟아지는 패드릭의 질문 세례에 두 사람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