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181)
181화
“거기에 광산을 개발한다고?”
“이미 오래전에 광맥 다 마른 곳 아니었어?”
“그래도 공자님이 하시는 일인데.”
“언제 공자님이 틀리신 거 봤나?”
“어. 가끔…….”
“시끄러. 까라면 까야지. 서둘러!”
맥라인 영지의 대응은 빨랐다.
타 영지라면 있을 법도 한 어떤 반발도 없이 모두가 분주히 움직였다.
이제 막 다시 활성화된 하룬의 인간 시장은 이 거대한 큰손의 등장을 반겼고.
정확히 152명의 드워프와 5천여 명의 인부, 그리고 3천의 병사와 100명의 기사가 막대한 식량과 건설 자재 등을 가지고 폐광 지대에 도착한 것은 로건이 영지에 통신을 보낸 지 불과 한 달 만의 일이었다.
덜그럭. 덜그럭.
드드드드.
탕.
“다 왔다! 모두 내려!”
철창이 달린 수레에 실려 있던 작고 단단한 체형의 드워프들이 그 소리를 듣고서야 고개를 들었다.
하나같이 죽어 있는 눈들은 주변의 황량한 풍경을 보더니 더욱 어두워졌다.
20대의 수레에서 내리는 수많은 드워프 동족들.
반가울 만도 하건만, 대화를 나누는 이는 별로 없었다.
무려 150명이 넘는 드워프들을 동시에 사들이고는 이런 삭막한 환경으로 끌고 온 새 주인이라니.
‘대체 무슨 일을 시키려고.’
드워프들 대부분의 뇌리에 공통으로 떠오른 생각이었고, 그들은 불길한 상상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을 맞이한 인간 병사들 사이로 작달막한 체형의 동족 하나가 앞으로 나오면서 그들의 분위기가 일변하기 시작했다.
“잘 왔다, 동족들. 나는 여러분들의 관리 책임을 맡게 될 하마르라고 한다.”
“드워프가?”
“……인간들도 인정해 주는 모양새인데?”
“대장인이라도 되나?”
웅성웅성.
족쇄도, 쇠고랑도, 수갑도 차지 않은 채 자유롭게 움직이는 드워프.
그 드워프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인간 병사들의 모습은 다른 노예 출신 드워프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그 드워프가 시작한 일장 연설은 그들의 마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곳은 그란디아 왕국 맥라인 가문의 영지이며, 맥라인의 주인은 20년 노동의 대가로 우리 드워프들을 산으로 돌려보내 준다는 약속을 했다. 물론 그 기간에도 의식주는 최고급으로 제공된다.”
“설마, 진짜로?”
“에이, 그래도 인간을 어떻게 믿어.”
“그래도 저 드워프를 보면…….”
웅성웅성.
맥라인 타운에 남아 있는 다른 여섯 명의 드워프가 봤다면 익숙한 기시감을 느낄 광경.
하지만 이번엔 그 인원만 150명이 넘다 보니 금세 시장통처럼 시끄러워졌다.
그러자 그 앞에 나선 드워프가 손 망치로 병사의 방패를 연신 두드리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모두 주목!”
탕. 탕. 탕!
“모든 것은 내가 이곳의 주인과 마법 계약서까지 쓰며 확인했다. 그러니 믿어도 좋다.”
그 말에 일순간 모든 드워프들의 시선이 모여들고.
“충분한 성과를 보이면 그 기간이 단축될 수도 있다.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새롭게 개발될 이곳은 앞으로 왕국 최대의 광산 도시가 되어, 우리의 안전과 자유를 위한 길을 열어 줄 것이다.”
“하, 하마르 님이라고 하셨습니까? 질문이 있습니다.”
“얼마든지 해도 좋다. 그런데 누구지?”
“붉은 산맥 일족의 피를 이은, 검마루라고 합니다.”
“오 특이한 이름이군. 뭐, 붉은 산맥의 일족은 항상 그랬지. 그래, 말해 보게.”
“그럼 이곳에 저희 말고도 동족들이 계속 모이는 겁니까?”
“그렇다. 이미 이곳의 영주는 나 말고 다른 드워프들에게도 본토에 공방을 차려 줬고, 그 대우 역시 풍족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동족들을 데려올 것이라 내게 약속했다.”
그 말에 질문을 했던 붉은 수염의 드워프를 중심으로 분위기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부터 하게 됩니까?”
하마르가 한 말을 의심하는 이들은 이제 거의 없었다.
정직과 성실을 신념으로 삼는 드워프들이기에 동족들에게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으니까.
그런 분위기를 읽은 하마르는 부드럽게 웃으며 새로 온 부하들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일단 공방과 우리의 거주 시설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자. 자재는 충분하다.”
“좋습니다!”
좀 전까지 죽어 있던 눈빛들이 거짓말처럼 살아나며 드워프들이 짧은 팔다리를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하마르는 연신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불행하게도.
‘이 맛에 주인이 자꾸 사기를 치는구나.’
정직과 성실을 신념으로 삼’았던’ 한 드워프는 이미 오염된 지 오래였다.
그렇게 황량하기 짝이 없던 타렌 지방의 폐광 지대는 순식간에 시끌벅적한 공사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어어, 거기! 조심해서 날라! 옆에 사람 지나간다!”
“너희들 살 집부터 지으라고! 갱도는 그다음이야. 이게 하루, 이틀 작업으로 끝날 줄 알아?!”
“자재는 충분히 써! 계속 올 거야! 어어, 거기 조심! 아, 씨! 내가 조심하랬지!”
와글와글.
쿵쾅쿵쾅.
드워프들이 인간 인부에게 지시를 내리는 보기 드문 광경을 중심으로 산등성이와 구 광산 지대, 그리고 그 아래 옛 성터에 이르기까지 타렌의 이곳저곳에서 요란한 소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 광경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로건이 수정구를 들어 올렸다.
“어떻습니까?”
[정말 광산 도시를 다시 재건할 생각인가 보구나. 남은 광맥이 있었더냐?]최근 흰머리가 유난히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스승이 통신구 안에서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예. 있으니까 제가 이런 짓을 하고 있지요. 폐하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네 연락은 또 안 받으시더냐?]“……최근 굳이 연락을 드리지는 않고 있습니다만.”
스승에 말에 따라 중앙의 권력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장인이나 스승이 있으니 제 뜻에서 크게 벗어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그런데 스승의 말 속 단어 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한데 또……라니요? 무슨 뜻입니까, 스승님?”
[흠흠, 아니다. 굳이 네가 신경 쓸 만한 일은 아니니 내 선에서 정리하마. 아무튼, 폐하께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신다. 다만 맥라인엔 돈도 많을 텐데 왕실 사정상 지원금까지는 곤란하다고 하시더구나.]그 말에 로건의 눈매가 더욱 가늘어졌다.
‘울브스의 돈을 그대로 집어삼켰을 텐데 왕실 사정이 곤란하다?’
물론 대외적으로 이번 공사가 자칫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쓴 공사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지원금을 요청한 것이기는 했다.
울브스의 돈이 그의 생각만큼 많지 않았을 수도 있고.
하지만 왜인지 찜찜했다.
‘그렇다고 왕도 아닌 스승님에게 따지고 들기도 뭐하고.’
그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느낀 것일까.
스승이 바로 말을 더했다.
[아, 대신 그곳에 개발한 광맥에 한해 향후 10년간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 그 정도면 충분하겠느냐?]그 말에 로건의 표정이 무너질 뻔했다.
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10년이요?”
[……그래.]혹시나 기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푸하하하. 감사합니다, 폐하.’
찜찜한 기분이 싹 날아갔다.
마정석 광산에 무려 10년간 세금 면제라니.
아마 기껏해야 철이나 구리 광산인 줄 알았을 것이다.
금광은 폐광이 결정된 후에도 왕실에서 몇 번이나 훑어 채산성이 없다고 판명 난 후였으니.
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간신히 다스린 로건이 애써 무표정하게 답했다.
“흠. 아쉽지만 그 정도로 만족하겠습니다. 혹시 폐하의 그 약속을 문서로 남겨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래. 좋게 생각해 줘서 다행이구나. 개발이 잘 되기를 기원하마. 아, 그리고 네가 얼추 손을 뗄 수 있게 되거든 수도에 좀 올라오너라. 긴히 상의할 일이 있으니.]“통신으로 하지 못할 말입니까?”
[그래.]그냥 던져 본 말에 스승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도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뭐, 정말 급한 일이라면 광산이든 뭐든 바로 올라오라고 하셨겠지.’
로건은 그렇게 생각하며 선선히 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적어도 한두 달 정도면 제가 직접 지시해야만 하는 일들은 마무리될 것입니다.”
[그래. 그럼 그때 보자꾸나.]그렇게 스승과의 통신이 마무리되고, 통신이 끊어지자마자 로건은 허공을 향해 연신 기쁨의 주먹질을 날렸다.
“아싸! 10년!”
다시금 모든 것이 잘 풀리기 시작하는 느낌.
그 짜릿한 기분에 도무지 몸을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로건이 그렇게 허공에 대고 발광을 하고 있을 때.
“뭔가 좋은 일이 있으신가 봅니다, 공자님.”
“그거야 당연…… 아, 하하. 클레이튼 님, 바쁘실 텐데 여긴 왜……?”
로건의 말에 클레이튼이 웃으며 산 밑을 가리켰다.
“골렘들이 일을 잘 해내고 있습니다. 단지 공자님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클레이튼이 만들어 낸 40개체의 전투 골렘들은 각기 수십 명은 달라붙어야 겨우 들 수 있을 법한 자재를 나르고, 기둥을 박고, 땅을 파면서 열심히 움직이는 와중이었다.
옛 성터와 산등성이 인근을 모두 아우르는 넓은 범위에서.
그것도 자동으로.
‘과연 마도사…….’
아무리 간단한 명령만 수행 가능한 재주라 하더라도, 그것이 단순 노동에 투입되니 말도 안 되게 효율적인 마법이 되었다.
클레이튼이 초인이 되며 새로 얻은 속성이 ‘바람’인 것은 알겠는데, 그 개념 안에 ‘연결’이라는 세부 속성이 있고 그것을 활용한…… 뭐 어쩌고 하는 설명은 로건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그가 느끼기에는.
‘골렘 부대가 아니라 골렘 공사반이 맞는 명칭이 아닐까.’
클레이튼에게는 실례되는 생각을 하며 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십시오. 저런 광경을 보니 무엇이라도 지원해 드리고 싶기는 합니다.”
“과찬의 말씀입니다. 그런데 다름이 아니라 그…… 광산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저희가 세운 계획대로 된다면, 혹시 그것의 일부를 마탑에서 활용할 수 있을까 해서 여쭤보러 왔습니다.”
어렵게 말을 꺼낸 클레이튼은 좀 전의 자신감 어린 표정과 달리 조심스레 로건의 눈치를 보았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물론입니다. 공방과 마탑에서 소모하고 남은 물량만 다른 루트로 조심스레 외부에 판매할 겁니다.”
“……예?”
클레이튼은 어리둥절했지만, 로건으로선 대놓고 마정석 광산이 있다고 광고할 생각은 없었기에 당연한 대답이었다.
만약 세금 면제 약속을 받지 못해 왕실 감독관이 찾아오는 일이 생겼더라도 그를 속이거나 매수할 생각이었다.
외부에 파는 물량도 가능하면 여러 경로를 거쳐서 생산지를 숨길 생각이었고.
이 계획을 미리 의논했던 하마르는 그게 될 것 같냐는 말을 했지만…….
‘충분히 가능해.’
지금 그의 영지에는 전생에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제국 황실의 눈길을 피해 조직을 건사하게 만들었던 정보 통제와 조작의 귀재가 있었으니까.
‘데미안에게 정보 조직 건설을 맡기면서 함께 시킨다면 충분히 해낼 거야.’
그 모두가 제국의 불필요한 관심을 최대한 줄이고 싶기 때문.
‘설령 데미안이 그때의 재능을 완벽하게 피워 내지 못하더라도, 그래서 조금 소문이 나더라도 그것만으로 제국이 움직이지는 못할 거야.’
그리고 그사이 맥라인은 그 마정석이 만들어 낸 힘으로 압도적인 성장을 이뤄 낼 것이다.
한 손엔 왕국을 쥐고 흔들고, 다른 한 손에는 제국에 대항할 수 있는 무력을 갖추도록 말이다.
‘이제 대략 6년……. 여기서 조금 더 빨라지거나 더 느려질 상황도 고려해야겠지.’
절대 넉넉한 시간은 아니지만, 이제는 그리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만큼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었으니…….
“……공자님?”
잡념이 너무 길었나 보다.
“아, 아무튼 충분한 물량을 마탑에 선공급할 생각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 감사합니다!”
클레이튼으로서는 감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정석은 자체적으로 마나를 품고 있는 특수한 광물.
일전에 날려 먹은, 온갖 희귀한 금속들이 들어간 실험까진 아니더라도 그 하위 수준의 실험은 마정석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했다.
‘주요 정보는 이미 얻었으니 마정석으로 하위 단계 실험만 해도…….’
클레이튼이 그 생각에 희희낙락하고 있는데.
로건이 환하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감사하긴요. 클레이튼 님과 저, 골렘 마탑과 맥라인은 앞으로도 쭉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할 동반자 아니겠습니까.”
싫어도 절대 놔 주지 않겠다는 표현을 아름답게 꾸미고, 다른 제안까지 건넸다.
“아예 마탑을 이곳으로 옮기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장담컨대 이곳은 이제 왕국에서 가장 안전하고, 중요한 요충지로 거듭날 겁니다. 마정석을 생산한 즉시 마탑에서 쓸 수 있다면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마정석이 비싼 이유는 그만큼 희귀하기 때문.
마정석 생산지는 드넓은 제국에서도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었기에 충분히 최고 수준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 역시 클레이튼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다 서로를 위한 건데요, 뭘. 앞으로도 계속 힘써 주십시오.”
그러니 학살의 마도사가 남긴 연구를 반드시 완성해 줘.
‘최대한 빨리.’
로건은 심중의 욕심을 숨긴 채 클레이튼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