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로건은 오러를 선보인 이후, 지극히 공격적으로 루터 카일에게 덤벼들었다.
아직은 어설프기만 한 오러를 오래 유지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루터 역시 기꺼운 마음으로 로건을 정면에서 상대해 주었다.
그리고 그 결과.
하악. 하악.
“흐. 이거 손해가 막심하군요.”
만신창이가 된 로건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더니 입가의 피를 슥 닦아 내고는 아예 벌러덩 드러누워 버렸다.
그리고 그를 그런 몰골로 만든 거인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차라리 오러를 쓰지 않고 네 식대로 싸우는 것이 훨씬 까다로웠을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아직은 반쪽짜리라는 걸. 그러니 대련에서 써 봐야죠.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후련한 표정의 로건은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실제로 루터의 강렬한 오러와 부딪쳐 보며 오러에 대한 이해도가 부쩍 늘어났다.
물론 그 인사를 받은 루터의 표정은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했다.
“반쪽…… 허, 오러유저가 아니면서도 오러를 쓰는 게 가능하다니. 내가 직접 겪은 게 아니라면 절대 믿지 않았을 텐데…….”
“……저 같은 경우가 드뭅니까?”
“드물다니! 들어 본 적도 없다니까!”
“그 정도입니까?”
“허…….”
루터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젓다가 한숨과 함께 불쑥 물었다.
“너, 혹시 포스를 오러로 변환하는 법을 설명할 수 있겠느냐?”
“예.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대충 느낌은…….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오러유저가.”
“허, 허허허. 정말 그게 되는 거였구나. 이런 어이없는…….”
“예?”
“……원래 오러란 포스유저가 인간의 한계를 넘으면서 얻은 깨달음으로 그저 본능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뭔가 이론을 이해하고 쓰는 게 아니란 말이다.”
“어…… 그럼……?”
“포스가 어떻게 오러로 변환되는지 그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오러유저는 거의 없어! 아니, 내가 아는 이들 중에는 아예 없다. 네놈 스승을 포함해도 말이다!”
“……예?”
예상치 못한 말에 로건은 정신이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너는 언젠가 포스유저가 오러유저가 되는 과정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건 네가 그 나이에 초인이 되는 것보다 훨씬 더 엄청난 일이야.”
“그, 그런가요?”
루터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했지만, 적어도 로건의 생각에 이 오러의 생성은 신검 비전을 익힌 자신만큼 포스를 세밀하고 민감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최소 조건이었다.
‘가만, 그럼 비전을 가르쳐 준 이들한테는…….’
새로운 가능성을 떠올린 로건이 생각에 빠진 것을 보면서, 흥분한 루터가 당부하듯 말했다.
“물론 안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엄청난 거야. 그러니 오러는 숨겨라. 적어도 제국의 인간들한테는 무조건 숨겨야 한다. 네가 진짜 오러유저가 될 때까지.”
그로 인해 로건은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이 덩치 큰 초인이 진심으로 자신을 위하고 있다는 것을.
“감사합니다.”
“뭐?”
“걱정해 주셔서 말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돌아갈 때까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흠. 그거야 뭐, 네 스승 부탁도 있으니 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일 뿐이다.”
언제 흥분했냐는 듯 멋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루터.
그 모습을 보며 로건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사실 전생에서는 내전 당시에 사망한 이 초인에 대해 그다지 아는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속에 담아 둔 걱정거리가 있었다.
스승님은 왜 루터 카일을 내게 붙여 준 걸까.
거부할 수도 있었을 텐데 루터 카일은 왜 굳이 나를 따라왔을까.
제국행에 따라붙는 것은 혹 제국으로 귀화하려는 의도는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하지만 그 걱정들이 이 순간 사라지고 있었다.
‘앞에서 머리통을 깨부수려고 할지는 몰라도, 뒤에서 배신할 스타일은 아냐.’
며칠 되지 않은 동행의 시간보다, 단 한 번의 대련을 통해 그를 더욱 신뢰할 수 있었다.
* * *
“주군. 축하드립니다!”
“최연소 오러유저라니, 아무리 공자님이라도…….”
“맥라인의, 아니 왕국의 복입니다.”
로건과 루터가 야영지에 다가서자 멀리서 대련을 지켜보던 기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그런 기사들을 보며 로건이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러 아니야.”
“……예?”
“오러가 아니라 그냥 포스블레이드를 응축한 거야. 안 그럼 내가 그렇게 허망하게 졌을까.”
자기 일처럼 흥분하던 기사들이 동시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뒤따라온 루터가 쐐기를 박았다.
“좋은 수법이었다. 하지만 힘 낭비만 심하고, 진짜 오러에는 어차피 상대가 안 되지. 꼼수 쓸 생각 말고 진지하게 수련에 힘써서 경지를 넘을 생각을 해라.”
“예, 예. 알겠습니다.”
당사자와 다른 초인이 그렇다는데 기사들이 무슨 말을 할까.
빅토르가 붉고 푸른 두 눈을 빛내며 고개를 갸웃하긴 했지만, 기사들은 그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쓸데없는 관심과 소문을 애초에 봉쇄하기 위한 두 사람의 연막이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야영할 때마다 로건과 루터의 대련이 일상처럼 이어졌다.
튼튼한 철벽같은 덩치의 루터는 스승과는 정반대의 스타일로 로건에게 훌륭한 자극제가 되어 주었고, 덕분에 로건은 가문과 왕국에 대한 걱정을 잠시나마 내려놓은 채 온전히 수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짧은 기간의 수련만으로도 실력이 부쩍 늘어나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그렇게 딱 3일이 되던 날.
일행이 경로로 잡은 첫 번째 경유지를 앞두고, 루터는 로건을 불러 앉히고는 반드시 들어야 할 말이라며 진지한 조언을 건넸다.
“초인이 가지는 특성에 관한 이야기는 들어 봤겠지?”
“아. 특성 개화에 관한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넘는 순간 그 사람을 진화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초인이라 불리는 근본이 된다는 것 정도는요.”
마법사는 다룰 수 없었던 속성을 하나 더 다루게 되고, 오러유저는 속성력을 얻기도, 육체가 강화되기도 한다는 것.
그런데 그것은 보통 자연스레 변하는 것이라 알고 있었는데……?
“그래. 보통의 오러유저들은 그냥 육체와 포스, 그리고 감각이 골고루 증폭되는 수준에 그치지만, 나나 위켄처럼 한 방면에 집중해서 극단적인 변화를 보이는 일도 있다. 불균형적인 각성이라고 폄하하는 이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이런 식의 각성이 무조건 최고다.”
보통만 해도 엄청난 것 아닌가 싶었지만, 로건은 얌전히 그의 말을 경청했다.
“물론 기본 능력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 하지만 육체와 감각, 그리고 포스 이 세 가지는 수련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나는 아니지만, 이전의 장…… 아니, 요르단 공작의 경우를 보면 잘 알 수 있지. 직접 싸워 보지 않았느냐.”
“……루터 공은 못 했다는 뜻인가요?”
“무, 물론.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 말이다! 흠!”
“…….”
로건의 눈이 잠시 가늘어졌지만, 루터는 말을 이었다.
“아, 아무튼 중요한 건 이거다. 물론 힘들기야 하겠지만, 기본적인 부분은 그래도 노력으로 채울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속성이나 다른 초능을 얻는 것, 혹은 나처럼 아예 일반적인 육체의 한계를 벗어던지는 건 딱 그 도약의 순간에만 가능하다는 거다. 그리고 그 새로운 변화는 그것을 얻지 못한 이와 절대적인 차이를 만들지. 그만큼 유리해진다는 뜻이다.”
“저희 스승님은요?”
“그, 그거야…… 그 양반은 그냥 괴물이라서 그런 거고!”
설득력을 조금 떨어트리는 말이 섞여 있었지만, 루터의 충고는 꽤 흥미로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본인 의지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고 들었는데요?”
“그래. 흔히들 본인의 삶을 반영한다고도 하지. 그것 역시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씁쓸한 표정의 루터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나는 언제나 강력한 힘을 원했다. 신화 시대의 거인족처럼 세상을 뒤집어엎을 힘을. 다행히 타고난 힘도 제법 있어 그것을 기준으로 무술을 연마했고, 그 방향으로 성장했다. 그러다 보니 각성할 때 키가 50cm 넘게 훌쩍 컸더구나. 물론 근육과 뼈도 훨씬 튼튼해졌고.”
각성하기 전에도 2m 50cm는 됐다는 뜻인가…….
솔직히 그게 더 놀라웠지만, 로건은 이번에도 잠자코 듣기만 했다.
“그때는 마냥 좋았는데, 십수 년이 더 지나고 나니 안타까움이 더 컸다.”
응? 지금까지 하던 말과 배치되는 말인데?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본래의 체격을 유지한 상태에서 이 힘을, 이 육체를 압축하는 형태로 특화해야 했어. 그랬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졌을 텐데 말이다. 속도만 믿고 까부는 위켄 놈이 내 앞에서 깝죽거리는 꼴도 안 봐도 됐을 테고.”
“하하. 확실히 그럴 수도 있었겠네요.”
“쯧. 은근슬쩍 비웃지 마라. 확실히 네 말대로 각성이란 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그 누구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 생각에 지금의 너는 달라.”
“예?”
“점점 오러에 익숙해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니, 너는 너 스스로 각성의 순간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렇지 않느냐?”
잠시 생각하던 로건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신은 하지 못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 그래서 하는 말이다. 너는 가능할 수도 있다. 인위적으로 특성의 방향을 조정하는 일이 말이다.”
“음…….”
로건은 루터의 말에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 말이 일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러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을 아주 느린 각성이라 생각하면, 지금부터 미리 토대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지 몰라.’
남들은 하지 못하는 일.
그것은 원래도 동급 최강이라 자부하던 자신이 초인이 되었을 때, 그 누구보다 튼튼한 날개를 달 수 있다는 가능성이기도 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네가 추구하는 힘의 궁극이 어떤 형태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마음속에 설계도를 그리고 있거라. 네가 발전하고 싶은 방향을 강력하게, 구체적으로 염원하면서.”
특성 개화.
추구하는 힘의 궁극이라.
스승님은 해 주지 않은 말이었던 만큼 귀가 솔깃하고 확실한 충고였다.
그래서 의구심도 들었다.
“그런데 왜 저에게 이런 충고를 해 주시는 겁니까?”
한때는 적이었던 이에게, 자신의 신세를 망쳐 버린 이에게 말이다.
“……보고 싶으니까.”
“예?”
“지금 상태로도 나와 대등하게 겨루는 네놈이 제대로 특성을 개화해서 초인이 된다면 어떨지 그 결과를 보고 싶다는 말이다. 어쩌면…… 우리 왕국 전설에 나오는 오러마스터가 탄생할지도 모르니까.”
루터의 마지막 말은 굳이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커다란 목표였으니까.
다만 그 진심은 충분히 느껴졌기에, 로건 역시 마음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정말 그때가 온다면, 가장 먼저 보여 드리겠습니다.”
“푸하하하. 그래. 그런데 그건 날 가장 먼저 두들겨 패겠다는 소리 아니냐?”
“…….”
“……왜 시선을 피하지? 야! 야, 인마!!”
그런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루터 카일과 가까워진 것은 그저 덤이었다.
* * *
“저기가 바로…….”
“루스펠하임. 제국 동부 최대의 도시다. 제국에서 우리 왕국과 가장 가까운 대도시지.”
그리고 침략 전쟁의 교두보가 되는 도시기도 하고.
로건은 자연스레 떠오르는 안 좋은 기억을 애써 삼키며 미간을 찡그렸다.
하지만 빅토르는 다른 국가의 대도시가 그저 신기한 모양이었다.
“엄청 큰데요? 그랑이랑 비견할 만하네요.”
“그래. 인구수는 절반 정도겠지만, 다른 게 더 특별하지.”
“다른 거요?”
“그래.”
어차피 빅토르도 저 안에 들어가면 자연히 알게 될 일이라, 로건은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은 채 멀리 보이는 성벽으로 눈을 돌렸다.
왕국 수도 그랑에 못지않은 거대한 성벽과 열린 문 사이로 드나드는 수많은 사람의 모습.
그 엄청난 유동 인파에 씁쓸한 웃음만이 나왔다.
“……여전하군.”
왕국 서부의 카일이 왕국 최대의 교역 도시라면, 이 루스펠하임은 동대륙 최대의 교역 도시라고 불러야 마땅했다.
상주 인구만 해도 50만에 달하고, 대륙 동부의 전역으로 흩어지는 상인들과 관광객을 포함하는 유동 인구는 100만이 훌쩍 넘어가는 대도시.
그리고 그란디아 해방 전선의 독립군들이 제국의 수도 아세리안과 더불어 가장 많이 활동했던, 애증이 가득한 도시가 바로 이 루스펠하임이었다.
그란디아에서 제국 수도 아세리안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처야 하는 경유지이기도 했다.
전생에서야 거주민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도시였지만…….
“지금은 어떤지 확인을 확실히 해 둬야 하니까.”
“예?”
“……아니다, 가자. 적어도 저곳에서 사흘은 묵을 생각이다.”
“주군. 갈 길이 바쁘시다면서요?”
“그걸 고려해서 짠 일정이야. 걱정하지 마라.”
로건은 주변의 의문에 찬 시선을 받으면서 천천히 성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렇게 긴 행렬의 끝에 성문에 도착했는데.
“화, 황제 폐하의 초청장!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지루한 표정으로 검문을 하던 기사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안으로 뛰어 들어간 지 채 한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아하하하!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루스펠하임의 시장, 드미트리라고 합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인물의 등장과 그 극진한 태도에 일행은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