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204)

204화로건은 루터 카일에게 초인의 특성에 관한 설명을 들었을 때부터 고민을 해 왔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그 당사자의 무의식이 염원하는 가치를 실현한다는 초인의 특성.

그리고 자신이 그것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당연히 이것이었다.

‘내가 자연스럽게 초인이 되면 어떤 특성이 생길까?’

스승처럼 균형 잡힌 일반 각성은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

루터가 말해 준, 더욱 뛰어나질 가능성을 포기할 수 없었으니까.

다행히 그에겐 힌트가 있었다.

애검 룩스에 생긴 내츄럴 마법, 시간 가속.

자신의 본질에 맞춰 발현된다는 룩스의 힘이 왜 그것인지는 지금까지도 알 수 없었지만, 굳이 추측해 보자면 압도적인 속도를 의미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스승이 그토록 강조한 공간의 장악, 속도에 관한 무리(武理)가 무의식중에 발현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각성 시 발현될 특성 또한 속도에 관련된 것일 확률이 높았다.

‘아니면…….’

모든 것을 뒤집어엎고 싶은 욕망.

회귀 직전까지 영혼을 지배하던 파괴적인 꿈도 있었다.

초인의 특성이 긴 세월 영혼에 축적된 바람이 나타나는 것이라면, 그에 관련된 힘이나 공격적 특성으로 발현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결국은 힘이나 속도 둘 중 하나였을 것 같은 느낌.’

그래도 나쁠 것은 없었다.

특히나 속도의 특성이라면 스승이 강조하던 무술의 이치에 더욱 부합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제국에 와서 제롬의 절대 시야를 겪고, 황제의 그림자를 느끼고, 트리스 혼스비가 보여 준 이적을 겪고 나니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포스코어의 힘만으로도 나는 기본적인 신체 능력에 있어서 동급 최강이 될 수 있다. 내가 지금 오러유저와 싸울 수 있는 것도 힘과 속도 때문은 아니니까.’

초인이 된다면 적어도 신체 능력에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제롬의 절대 시야나, 트리스 혼스비가 보여 준 그 한 수를 막아 내는 데에 육체적인 능력이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 곧 다른 방향으로의 각성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때부터 로건은 줄곧 그것에 관해 골몰했다.

자신이 본 모든 것을 뛰어넘을 가능성을 찾기 위해.

긴 고민 끝에 마침내 그는 그럴듯한 가정을 하나 세울 수 있었다.

‘속도건, 힘이건, 초능이건 평상시 할 수 없었던 한계를 넘어서는 능력이야.’

한계를 넘어설 가능성.

혹시 그 가능성 자체를 특성화할 수 있지 않을까?

로건은 그것을 이미지화하기 위해 별궁에 머무는 동안 무던히 애를 썼다.

각성이 가능한 오러의 임계점을 살짝살짝 오가며 특성을 설계하고, 그렇게 각성했을 때의 미래를 그려 보았다.

각성 직전에 머물며 비정상적으로 고양된 감각은 고도로 사실적인 가상의 미래를 떠올릴 수 있게 해 주었는데, 몇 번을 시도해 봐도 도무지 좋은 결과가 그려지지 않았다.

근육이 터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상황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었다.

하지만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머리가 터져서 사망하는 결과는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위험해. 너무.’

이런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을까?

굳이 모험할 이유가 있을까?

기본적인 특성만 강화해도 시간만 지나면 최상급의 오러유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로건은 다시금 황제와 제국을 떠올리고, 트리스가 보여 준 한 수를 떠올렸다.

‘아니야! 안일하게 생각하면 안 돼.’

직접 체감한 제국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했고, 그만큼 그의 미래는 더욱 어두웠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확실히 감당할 수 있는 것만 한다면, 예상대로 멸망하는 수밖에 없었다.

‘위험은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나마 가능성이 큰 방법을 또 연구하고 연구했다.

치열한 연구 끝에, 로건은 황도를 떠나오기 직전이 돼서야 그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이제 그것을 실제로 적용할 차례였다.

‘천천히…… 조금씩.’

우웅.

심장의 첫 번째 포스코어가 토해 내는 힘이 공전하는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포스코어를 거치며 여덟 배로 증폭되어 온몸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충만한 에너지가 이제는 익숙해진 의지에 따라 본질적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순간.

‘됐다!’

‘다섯 번째’ 포스코어가 튀어나와 기존의 코어들을 감싸고 돌며 공전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이내 심장의 포스코어부터 시작된 진동이 온몸을 감싸고, 완연한 오러의 힘을 전신에 퍼트리며 그를 근본부터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상서로운 황금빛을 전신에서 쏟아 내는 로건의 모습에 일행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루터 카일이 각성의 전조라고 말해 주자 모두가 환호하며 숨을 죽였다.

하지만 어두운 밤하늘 아래 야영지를 환하게 밝히던 황금빛이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이어지자, 로건을 호위하듯 사방을 경계하던 기사들의 표정에도 슬슬 초조함이 감돌았다.

“루터 님. 원래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겁니까?”

“음. 사람마다 다르다고 들었다. 보통의 경우는 금방 끝난다고 하던데…….”

그 말에 빅토르를 위시한 기사들의 표정이 안 좋아지자, 루터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 같은 경우도 참 오래 걸렸지. 그만큼 크게 변화하는 걸 테니 그냥 지켜봐.”

그 웃음에 기사들은 그나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하지만 로건의 명상은 새롭게 떠오른 아침 해가 한낮을 지나 다시 저물어 갈 때까지 이어졌고, 불안한 기다림에 지쳐 버린 기사들은 슬슬 교대로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번쩍.

석양 무렵, 폭발하듯 퍼지는 황금빛과 함께 로건이 눈을 떴다.

그리고.

“생각보다 금방 끝났군. 좀 더 가서 야영지를 잡아도 되겠는걸?”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것으로 생각하는 듯 그가 미소를 머금고 말했지만, 일행은 굳이 그 오해를 지적하지 않았다.

“주, 주군. 정말로……?”

“정말 초인이……?”

빅토르와 핸더슨의 물음에 기사들의 시선이 더욱 집중되는데.

“그래. 나도 이제 오러유저다.”

로건이 손끝에 상서로운 황금빛을 자유롭게 운용하는 순간.

야영지에는 한동안 떠들썩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한동안은 비밀이다. 영지에 돌아간 후에도.”

“예! 명심하겠습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묻는 이는 없었다.

모두가 긴 여정을 듬직하게 보필해 온 맥라인의 정예들.

로건은 굳이 부언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본질적인 질문을 쏟아 내는 이는 하나 있었다.

“특별하게 변화한 느낌은 들지 않는데 너 설마 일반 특성…… 아니, 아니지. 내가 그렇게 설명했는데 그건 아닐 거야. 그렇지?”

홀로 불안해 보이는 루터 카일, 그 거인을 바라본 로건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루터 님. 덕분에 큰 성과를 얻었습니다.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허허. 그럼 제대로 됐다는 건데 왜 별로 안 달라 보이는 거지? 너 정말 내 말 제대로 들은 거냐? 육체 강화와 힘의 압축이면 그냥 모두 끝장낼 수 있는데…….”

“그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장담합니다. 보여 드릴까요?”

“뭐? 좋지! 당장 붙어 보자!”

그 말에 루터는 환호했지만, 왜인지 정작 말을 뱉어 낸 로건이 살짝 머뭇거렸다.

“뭐 하느냐, 빨리 안 오고?”

“그런데 원래 각성 전에도 저희 호각 아니었습니까? 제대로 하면 루터 님에게 너무 미안해지는지라…….”

“뭐 인마? 허…… 흐흐. 흐하하하! 뭐, 그래도 좋다! 보여만 다오. 네가 왕국의 미래라는 것을!”

“그럼 전 뭐가 좋습니까?”

“뭐든 해 주마. 네 부하가 되라고 하더라도.”

“오, 딴말하기 없기입니다?”

“물론!”

우웅.

로건은 심장에서 시작하여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뿌듯한 충만감에 미소를 지었다.

오러유저가 되며 상승한 신체 능력만 해도 30%가량.

‘일반 각성이었다면 100% 전후라고 하던데.’

하지만 그는 이것으로도 충분했다.

원래도 동급 최강을 넘어 오러유저까지 상대하던 육체.

굳이 포스와 오러의 에너지 효율을 따져 보지 않더라도, 전투력은 이미 크게 오른 것이니까.

‘사실상 승부의 의미는 없지.’

생사결이었다면 이미 예전에도 루터 카일을 죽일 능력은 있었다.

속도에 특화를 보이는 로건의 검술, 아니 정확히는 검공의 검술은 루터 카일에게 극상성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일전의 블레이크와 그의 대결의 재탕 정도나 되었을 것이다.

각성한 지금은 더욱 차이가 날 것이고.

하지만 지금 하려는 것은 단순히 승부가 아니다.

그에게 들은 이야기가 만들어 준 가능성을 쟁취한 지금.

적어도 한 번은 그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그리고 스스로 확인하고 싶기도 했다.

“자, 오십시오. 제가 무엇을 얻었는지 제대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래, 좋다!”

로건이 검을 들어 올리자, 루터 카일이 자신의 애병인 육중한 워해머, 워 로드를 서슴없이 휘둘렀다.

챙!

촤아악!

이전에는 완전히 회피한 다음 틈을 찔렀어야 할 그 공격을 로건은 비스듬히 검을 쳐 내는 것만으로 흘려 보냈다.

졸지에 균형을 잃은 루터는 오히려 그대로 몸을 던져, 회전하는 방향에 힘을 더해 더욱 크고 호쾌하게 해머를 휘둘렀다.

꽈아아앙!

지면을 초토화한 공격을 한 걸음만으로 피해 허공에 떠오른 로건의 검이 우아하게 선을 그려 냈다.

스각.

예리한 절삭음과 함께 루터 카일의 갑옷 목 부근이 예리하게 잘려 나갔다.

황금빛 오러가 닿을 수 있는 곳이 그저 갑옷뿐이었을까?

진심이었다면 그대로 대결의 끝이었다는 것을 거인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무섭게 강해졌구나, 로건. 설마 속도 계열의…….”

“아닙니다. 여기까지는 그냥 기본 능력일 뿐이에요. 특성이 아니라 성장한 저의 신체 능력을 보여 드린 것뿐입니다.”

“뭐?!”

단지 당신이 너무 약할 뿐입니다.

이제는 적이 아니라 은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에게는 차마 할 수 없는 말.

어제까지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복잡한 상념이 로건의 머릿속을 괴롭혔다.

‘확실히 약해. 단순히 체격이 크고 동작이 큰 것이 문제가 아니야. 루터 카일은 초인 중에서도 약체다.’

오러유저 중에서도 경지가 나뉜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일반인, 아니 기사들도 초인은 별개의 생명체라 보는 경향이 강하기에 굳이 따지지 않았던 것뿐.

하지만 한 단계 위로 올라서서 보니 그 경지가 확연하게 보였다.

루터 카일의 경지는 오러유저의 입문을 막 벗어난 하급 수준.

지금 로건이 도달해 있는 경지와 같았다.

좀 특별한 경우기는 하지만 로건이 각성하는 것만으로도 능가할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십수 년 전에 오러유저가 되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발전을 못 한 것인가, 안 한 것인가. 루터 공이 이렇다면 위켄 칼리아 역시 마찬가지일 텐데.’

새삼 왕국의 오러유저 수준이 답답하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믿을 건 스승님뿐인가?’

암담한 마음을 숨기며 로건은 다시 검을 들었다.

루터 카일의 수준이 다소 실망스럽더라도, 어쨌거나 자신이 이 은인 덕분에 얻은 것은 보여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루터 님 덕분에 얻은 특성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긴장하십시오.”

그 말에 루터 카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곧 그의 전신에 붉은빛 오러가 어렸다.

그가 자랑하는 오러의 갑옷이자 최고의 전투태세.

그런 그를 보며 로건은 담담하게 영혼에 각인된 특성을 떠올렸다.

‘설계는 완벽해.’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막연한 개념을 구체화하고 더욱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는 포스코어가 단초를 제공했다.

다른 포스유저들과는 달리 심장에 포스의 핵을 모아 출력과 효율을 높이는, 지금 자신이 가진 힘의 근원.

‘덕분에 이미지화하기가 쉬웠지.’

포스코어. 그것은 경지가 상승할수록 ‘숫자’ 또한 늘어나는 특징이 있었으니까.

‘간다.’

영혼에 새겨진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심장에 자리한 5성의 포스코어가 또 하나의 코어를 토해 냈다.

동시에 로건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 자체가 변했다.

전신의 포스가 일순간 두 배 이상 치솟아 오르고, 그 포스를 다룰 수 있는 감각과 효율도 그만큼 더 증폭되었다.

로건은 눈앞의 루터에게서 보이던 허점 하나가 단숨에 네다섯 개로 늘어나는 것을 느꼈다.

단순히 포스의 증폭과 효율성 개선만이 아닌, 영혼 자체가 승격한 느낌.

일시적이지만 완벽한 경지의 상승이었다.

경지의 상승이 포스코어를 강화한다면, 그 역의 과정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됐다!’

에너지 효율만 따져도 네 배.

실질적인 전투 수행 능력 또한 직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로건의 변화한 기세를 그대로 느낀 루터 카일의 눈이 두 배로 커지는데.

“……막아 보십시오.”

로건의 검에서 솟구친 찬란한 황금빛 오러가 루터의 붉은 오러를 두부 자르듯 파고들었다.

그 후로 5분 동안.

루터 카일은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다양한 허점들을 하나하나 모조리 찔려 가며 강제로 깨달을 수 있었다.

‘지나치게 강력한 육체 특성을 얻음으로써 오히려 그 몸에 휘둘리고 있었어.’

한 단계 위에서 루터를 내려다본 로건은 그가 정체한 이유를 그대로 꿰뚫어 보고, 그 단점을 억지로나마 깨닫게 만들어 준 것이다.

특성의 설계에 관한 이야기를 해 준 것에 대한 일종의 보답이었다.

“고, 고맙다. 네 녀석, 정말…… 정말 말도 안 되는 특성을 각성했구나.”

로건은 복잡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루터를 일견한 직후.

털썩.

바닥까지 떨어진 포스를 느끼며 주저앉았다.

“이런, 너 설마?!”

전신에 피를 철철 흘리는 루터가 오히려 그 창백한 안색을 보며 걱정스레 소리를 지를 정도.

하지만 로건은 극도로 탈진한 몸을 느끼면서도 희미하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일시적인 증상일 뿐입니다. 이 정도 부작용은 감수해야죠. 아무튼, 덕분에 얻은 능력이니 제가 더 감사합니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심지어 루터에게 말하지 않은 다른 이유도 있었다.

‘됐어. 예감이 맞았어!’

루터 카일이 감탄한 순간적으로, 그리고 압도적으로 증가한 전투력은 그저 두 번째 장점일 뿐이었다.

설계할 때부터 로건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던 이 특성의 최대 장점은…….

‘불과 5분 동안이라도 상위의 경지를 직접 체감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각성 직후, 감조차 잡히지 않던 신검 비전의 5식이 조금이나마 이해되는 것을 느끼며 로건은 환호성을 질렀다.

수준이 높아질수록 발전이 느려진다는 것은 상식.

그 상식을 뒤집어엎을 수 있는 최고의 특성을 개발했다는 확신이 들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