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동북부 옛 자히드 백작령에서 봉기한 놈들은 전 왕족인 클래비스를 왕으로 세워야 한다는 오만한 주장을 하며 병사를 모으고 있다 합니다. 지금까지 추정한 바로는…….”
회의에서 보고된 놈들의 전력 추정치는 과거의 변경백 수준.
하지만 문제는 그 병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때 1왕자파에 가담했던 남, 자작들의 세력이 하나둘 참전하고 있다는 정보.
“그놈들이 정녕 제정신인가?”
“전부 내전에서의 패배 후 많은 것을 잃은 놈들입니다. 계속 그리 사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수도…….”
“쯧쯧. 하여간 귀족들이란…….”
이유야 어찌 되었든 점점 세력이 불어나고 있으니, 왕실 조사단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좋지 않다는 보고를 올렸다.
그리고 귀족들의 의견은 거의 한 가지였다.
“에스페란자 대공가나 맥라인 후작가에서 직접 나서야 합니다.”
“두 분이 힘을 합치시면 금세 정리될 것이고, 한 분만 나서 주셔도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반란군이라는 거대한 이슈에도 중소 귀족 대부분이 긴장하지 않는 이유.
그것은 내전을 끝낸 로건과 검공을 향한 신뢰 때문이었다.
“맥라인이 직접 나서 주면 쉽게 끝날 일이 아니겠소. 로건 공, 부탁해도 되겠소이까?”
왕의 말을 들은 로건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한데…….’
에스페란자의 병력은 왕도와 국경을 지키고 있으니, 그나마 여력이 있는 맥라인이 나서는 것이 그가 생각해도 맞는 답이었다.
‘우리 가문의 정예들과 자원하는 다른 귀족의 사병들을 더하면 피해는 최소로 줄일 수 있겠지.’
결정은 빨랐고.
“예. 저와 제 가문이 책임지고 놈들을 정리하겠습니다.”
대답은 단호했다.
그리그 결정을 왕과 귀족들은 박수로 환영했다.
그렇게 맥라인을 중심으로 한 반란군 토벌군의 조직이 결정되었다.
* * *
“군대를 소집해라.”
로건의 말 한마디에 맥라인의 병력은 바로 움직였다.
기사단만 해도 도합 천 명이 넘어간 지 오래였고, 병사도 이미 1만 명 이상.
동원할 수 있는 자경단은 포함하지 않은 순수 전문 병력만 그 정도였다.
병사들이야 지속적으로 확충한 결과지만, 폭증한 기사의 수는 로건으로서도 놀라울 정도였다.
내전 이후 최고의 가문으로 자리매김한 맥라인에 방랑기사(망한 가문의 기사)들이 등용을 청한 것과 영지 기존 병사들 중 각성하여 기사가 된 이들이 합쳐진 결과였다.
“꼭 필요한 병력만 남겨 놓고 전력을 동원해. 한 번에 박살 낸다.”
“다른 귀족들의 병력도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습니까? 저희 가문만 너무 큰 부담을 지는 것 같습니다만.”
“반란군을 확실하게 뿌리 뽑아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함이야. 그리고 병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피해는 줄겠지.”
그리고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었다.
‘반란군 따위로 시간을 오래 끌어서는 안 돼.’
제국 전쟁을 대비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
왕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변한 것 같기는 했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으니까.
‘진짜 클래비스와 1왕자파의 잔당들이건, 다른 숨겨진 배후가 있건 간에 단번에 끝장낸다.’
그러니.
“참전한 귀족들에게도 전해. 병력을 최대한 끌어모으라고. 단숨에 놈들을 진압한다.”
“……알겠습니다.”
그로부터 불과 2주 뒤.
맥라인의 앞마당에 가문의 총 병력 중 7할이 토벌군을 위해 소집되었다.
더구나 대전 회의에서 참전이 결정된 다른 귀족들의 병력은 그 질은 둘째 치더라도 숫자만큼은 로건이 동원한 병력 이상이었다.
“우리가 기사 7백에 병사 7천. 다른 병력까지 모두 합치면 기사 천오백에 정예 병사 일만 오천.”
“보고대로라면 적 병력은 그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그래. 그렇지.”
지려 해도 질 수 없을 수준의 병력 차이.
반란군에 합류하는 귀족도 더 이상 그다지 늘어나고 있지 않다는 보고에, 맥라인 타운 앞에 모인 토벌군의 기세는 점점 높아져만 갔다.
그러던 그때,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테러라고요? 또?!”
[예, 그렇습니다. 심지어 이번에는 폐하께서 크게 다치셨습니다. 그래서 신전의 주교들이 다 몰려왔습니다.]통신구 너머로 보이는 다급한 안색의 노년 대신, 팔먼 테리히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왕성의 방비에 또 구멍이 뚫렸습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하여 폐하께서 로건 공에게 부탁하신 게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저……]팔먼의 주름진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서리자.
“……괜찮습니다. 말씀하시죠.”
그것을 본 로건이 오히려 그를 재촉했다.
[……맥라인 기사단을 그랑으로 파병해 달라고 하십니다. 반란군 놈들이 원하는 것이 왕위라면, 주변을 믿을 수 있는 정예 병력으로 채워 방비를 강화해야 하지 않겠냐고…….]“저희 가문의 기사단을 말입니까?”
로건의 미간이 찌푸려지자, 팔먼이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제, 제가 아니라 폐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에스페란자 기사단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국경을 지켜야 하니, 믿을 것은 로건 공밖에 없다면서…….]흘러내리는 식은땀을 연신 닦아 내는 팔먼의 얼굴이 안쓰럽기는 했지만, 그 사정을 봐줄 때가 아니었다.
“반란군을 쳐야 하는 이 순간에요?”
[폐, 폐하께서 맥라인은 그동안 증강한 병력이 있다고, 기사단이 빠진다고 해서 그깟 반란군 토벌을 못 하겠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아니라 폐하께서 말입니다.]“공자님!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이 시점에 병력 차출이라뇨! 더구나 기사단을……!”
뒤에서 얌전히 대화를 듣고 있던 에일렌조차 목소리를 높였지만.
‘우리 기사단이 빠진다고 해서 토벌을 못 하지는 않겠지.’
토벌군엔 맥라인 가문만 있는 게 아니니까.
그것을 이유로 또다시 왕과 트러블을 만들 이유도 없고.
“알겠습니다. 맥라인 기사단이 폐하를 경호하게 될 것입니다. 그럼…….”
“공자님!”
“걱정하지 말아요. 그래도 충분하니까.”
에일렌의 걱정에도 흔쾌히 대답을 하고 돌아서려는데.
통신구 속 팔먼이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말을 더했다.
[그게…… 이제 왕실의 수비대는 전혀 믿을 수가 없다고 수도의 치안도 보강할 겸 병사들의 파견도 요청하셨습니다. 그 석궁기마대라는 이들이 유능하다면서…….]허……?
이것 봐라?
‘설마……?’
절로 안색이 굳어지고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 모습에 통신구 속 팔먼은 연거푸 고개를 숙였다.
그에 로건이 뭐라 답하기도 전에 에일렌이 빽 소리를 질렀다.
“석궁기마대까지? 어림없는 소리! 로건 공자, 이건 정말 안 돼요. 누가 봐도 무리한 요구라고요. 응하시면 안 돼요!”
[죄, 죄송합니다. 신이 나이를 먹다 보니 자꾸 깜빡깜빡하고 한 번에 전달을 못 드렸습니다. 그, 그리고 이 의견은 절대 저희 대신들의 의견이 아닙니다.]흐…….
팔먼의 목소리를 한 귀로 듣고 흘리면서 로건은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나오겠다……?’
대전에서 보았던 왕의 온화한 얼굴이 머릿속에서 점차 지워져 가고 있었다.
[폐하께는 어려울 것 같다고 보고 드리겠습니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얘기죠. 암, 그럼요. 이 시국에 맥라인의 전력을…….]“아니, 한다고 하세요.”
[역시 그렇…… 예?]“공자!!”
에일렌이 눈을 크게 뜨며 한 발짝 앞으로 나서는데, 로건은 그저 손을 들어 그녀의 움직임을 막았다.
가볍게 저어지는 고개. 무거운 표정.
그 얼굴을 본 에일렌은 한숨을 쉬며 다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로건은 그 얼굴 그대로 통신구를 향해 말했다.
“석궁기마대도 파견해 드리겠습니다. 이제 충분하시겠습니까?”
[정말……이십니까?]왕의 말을 전달하는 팔먼조차 믿기 힘든 결정.
로건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통신실을 나섰다.
쾅!
거세게 닫히는 문이 지금 로건의 심정을 대변했다.
태연한 척 통신을 마치기는 했지만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지금 이게 뭐 하자는 거지?’
타국의, 제국의 황제조차 자신을 끌어들여 국력을 강화하려는 판에, 정작 그 군주 되는 자가 훼방을 못 놓아서 안달이라니.
‘이리 나오시면 정말 곤란합니다, 폐하.’
자꾸만 떠오르는 섬뜩한 생각을 애써 참아 가며 머릿속을 정리해 보지만, 자꾸만 끓어 오르는 울화는 도통 가라앉질 않았다.
‘참자. 참아야 한다. 반란군을 앞에 두고 왕과 충돌을 일으킬 수는 없어. 아직은 전력이 충분해.’
하지만 불과 하루 후.
토벌군 귀족 대표, 토레스 자작이 조심스레 전한 말이 로건이 가진 인내심의 한계를 다시 시험했다.
“맥라인 군이 놈들의 본성을 노리는 동안 저희는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각지의 반란군 잔당들을 소탕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맥라인의 주력을 전부 뺀 상태에서 적의 본진을 상대하라니.
막 각성한 수습기사들 50여 명과 일반 병사들만으로 반란군의 중심을 토벌하라는 말이었다.
이건 마치 죽으라는 말처럼 들리지 않는가.
“하……. 이렇게까지 나온다고…….”
새어 나오는 헛웃음과 함께 치솟은 살기가 방 안을 서늘하게 만들고, 그 섬뜩한 기운을 느낀 토레스 자작은 황급히 말을 바꿨다.
“역시 무리겠죠. 저희는 맥라인을 따라 본성을 토벌하겠다 답하겠습니다.”
하지만 한숨을 내쉰 로건은 오히려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닙니다.”
참는 이유는 어제와 같았다.
왕의 명령을 무시하고 토벌군을 강제할 수는 있다.
그의 영향력은 아직 확실히 왕보다 위에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명분 없이 토벌군을 강제한다면, 왕이 또 어떻게 나올지 몰랐다.
“……그리하시오. 놈들의 본군은 우리가 처리할 테니.”
“가, 감사합니다. 각하.”
왕과 로건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토레스 자작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왕이 아예 작정을 한 것 같은데.’
이 반란군 사건을 계기로 자신과 대립하고 영향력을 확대할 생각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을 넘어서서…….
생각에 잠긴 로건의 안색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져 갔다.
물론 주변에서는 그런 로건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공자, 이건 말이 안 돼요. 왕이 지금 우리 가문을 죽이려고 작정한 거예요.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어때요?”
에일렌이 분노한 얼굴로 로건에게 따지고 들었다.
그것이 자신을 향한 분노가 아님을 알기에 로건은 그녀를 다독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압니다.”
“예? 그럼……!”
“그래도 이번은 들어주는 게 나아요.”
“대체 왜요?!”
“이게 무리한 요구라는 건 누가 봐도 뻔합니다. 그런 것을 들어준 것이니 이것이 향후 우리에게, 아니 내게 명분이 될 겁니다.”
“……예?”
“이번뿐입니다. 왕의 투정을 받아 주는 것은.”
살벌한 로건의 표정을 본 에일렌은 차마 더 이상 캐묻지 못했다.
* * * [정말 그대로 간다고?]
“예. 필요한 최소 병력을 제외한 기사단과 석궁기마대가 수도로 출발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허허, 그 로건 맥라인이 그걸 그냥 받아들였단 말이지?]“예.”
[반발을 구실 삼으려 했는데, 그대로 받아들이다니. 뭐, 예상치 못한 일이지만 우리에겐 최상의 결과야. 그렇지?]“그렇습니다.”
통신구를 바라보던 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데 마음에 조금 걸리는군.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설마 진짜 남은 병력만으로 반란군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마도사를 믿는 게 아닐까요?”
[마도사와 로건 그자만으로 기사 5백의 차이를 메꾸겠다고? 아니, 그렇게 멍청한 자는 아니야. 분명히 뭐가 있을 텐데…….]“저, 확실히 확인된 사실은 아닙니다만, 루터 카일이 맥라인에 상주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 말에 통신구 속 인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던 인물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이겠군. 초인이 하나 더 있다면 무리해 볼 만한 이유가 되겠지.]“그게 사실이라 한들 쉽지는 않을 겁니다.”
[……쉽지 않은 정도로는 곤란해. 나는 거기서 로건 맥라인이 죽었으면 좋겠네.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맥라인이 치명적인 피해를 보도록 해야 해.]“조금 더 수를 쓰겠습니다.”
[조금?]“……원하시는 대로 될 것입니다, 폐하.”
통신구 속에 비친 젊은 얼굴이 그제야 만족스럽게 웃었다.
* * *
“전군 출진!”
로건의 외침과 함께 맥라인의 병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문 전체 전력의 극히 일부.
기사 50명과 7천에 가까운 정규 병사들.
주력인 기사단과 석궁기마대 대부분이 빠진 보잘것없는 병력이었고, 지금 상대해야 할 적들에 비해서도 초라하기만 했다.
수도로 간 병력도 병력이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최소한의 기사들은 영지에 남겨 둬야 했다.
게다가 연사 석궁을 장비한 자경단들 역시 정규 병력을 대신하여 넓은 영지를 수비해야 하는 상황.
사실상 그들이 지금 로건이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병력이었다.
출진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염려하고 걱정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쩌려고 저러지?”
“죽으러 가는 거 아냐?”
“대체 왜?”
하지만 그 가장 앞에 있는 로건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을지언정, 근심은 떠올라 있지 않았다.
그의 오른쪽에 서 있는 자는 왕국 유일의 마도사로 유명한 클레이튼이고, 왼편에 서 있는 자는 맥라인에 귀의한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선 초인, 루터 카일이었다.
거기에 외부에는 알리지 않았지만 이미 초인이 된 자신까지.
초인만 셋에, 동원할 수 있는 최대치의 무기도 더해졌다.
병력의 가운데 줄지어 서 있는 수레들을 일견한 로건은 동북쪽의 하늘을 바라보며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누가 무엇을 바라고 수작을 부렸건, 모조리 뒤집어엎어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