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209)
209화스각.
“아아아악!”
로건의 검은 파죽지세로 적 기사단을 무너트렸다.
단 일 합도 제대로 받아 내는 자가 없었지만, 이미 기마 돌격에 들어간 이상 멈출 수 있는 자도 없었다.
로건이 두려워 멈춰 섰다가는 그대로 뒤에서 돌진하는 아군의 기마에 깔려 버릴 테니까.
그렇게 적군 기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가던 때, 어느 순간 솟아오른 붉은 포스블레이드 셋이 로건의 사방에서 그를 덮쳐들었다.
하지만 로건의 표정은 미동도 없었다.
‘이놈들은 예상했고.’
문양이 없는 갑옷. 자유 기사나 병사의 복장으로 숨어 있던 최상급 기사들은 이미 로건의 기감에 잡혀 있었다.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최상급기사 세 명이 더 존재한다는 게 놀랍긴 했지만, 그들의 등장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
그러나 갑자기 전신을 압박해 오는 이질적인 에너지는 로건조차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이었다.
‘마법?’
촤라락.
발밑에서부터 시작된 덩굴 같은 형태의 마나가 전신을 묶고, 주변의 공기 역시 밧줄이 되어 전신을 압박해 왔다.
강력한 마법진을 사용한 듯, 시전자의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공격.
하지만 그조차 그를 다소 놀라게 했을 뿐, 위협은 되지 않았다.
‘불꽃 가르기.’
의지가 일어난 순간 일어난 황금빛 빛살이 그를 속박하던 마법을 일순간에 끊어 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간격 안에 들어온 최상급 기사들의 운명이 정해졌다.
쩌어어억.
“아아악!”
일순간에 무너지는 적들.
차가운 미소를 지은 사신이 그 사이를 연달아 내달렸다.
마법의 도움을 받은 최상급 기사 셋이 또다시 로건의 손에 무너지는 순간 반란군의 발악은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뻐어억.
“커흑.”
“세 놈은 확보했고.”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어찌어찌 후방까지 도망쳤던 리차드의 척추가 부서졌다.
놈을 확보한 로건이 그를 짐짝처럼 뒤로 던졌고, 그곳에는 이미 다리가 잘린 다른 최상급 기사 둘이 신음하며 골렘들에게 제압되어 있었다.
500명이 넘는 반란군 기사단이 세 명의 초인과 소수의 맥라인 기사단, 그리고 리베라티오의 공세에 허무하게 박살이 난 것이다.
초반의 압도적인 폭격에 이미 적 병력의 사기는 바닥을 기는 상태였고, 자연히 그들을 제압하는 동안 맥라인 병력의 피해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나, 나는……!”
스각.
데구르르.
로건은 몰락한 귀족 중의 하나이자 구 1왕자파였던 페논 자작이 무어라 변명의 말을 하기도 전에 목을 쳐 버렸다.
반란군이 봉기한 이후 투신한 몰락 귀족 따위에게는 들을 말도, 물을 말도 없었으니까.
“전쟁은 끝났다! 투항하지 않는 자는 모두 참한다!!”
전장의 끝을 알리는 로건의 고함에 살아남은 적들 대다수가 무기를 내던지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기사 수 차이만 열 배에, 병사 수도 한참 부족한 전력으로 일궈 낸 승리.
전쟁을 지켜보지 못한 자가 수치로만 접했다면 단숨에 거짓으로 치부했을 만한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렇게 쉽게…….”
“역시 대공자님!”
“나, 난 사실 겁이 좀 났었는데.”
“내가 뭐랬어, 로건 공자님만 믿으면 된다고 했지!”
“너 어젯밤에 오줌 지린…….”
“무, 무슨 헛소리를!”
와하하하.
무너져 내린 성벽 사이로 들어서는 맥라인 군대의 사기는 드높기만 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성안으로 진입한 로건은.
끼이이익.
“히, 히익!!”
내성의 대전 안 저택.
과거 변경백의 거주지로 쓰였을 저택의 가장 깊은 곳으로 향했고.
“오, 오지 마! 내,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내가 바로……”
“잘 알고 있다. 클래비스 폰 그란디아, 과거의 왕손. 그리고…….”
스릉.
“반역자.”
스각.
그곳에서 반란군의 명목상 지주가 그의 손에 명을 달리했다.
반란군의 진압은 손쉽게 끝이 났지만, 전장을 정리하는 건 조금 골치가 아팠다. 항복한 병사의 수만 7천이 넘는데, 그들을 모두 수용할 감옥이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맥라인 병사들이 자신보다 많은 수의 포로를 가운데 두고 넓게 퍼져서 감시하는 이상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물론 그렇다고 뭉쳐진 수천의 군세가 맥라인에 반격할 의지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낮의 압도적인 패배는 그들의 사기를 바닥까지 떨어트렸으니까.
더구나.
“일반 병사들에게 힘이 없다는 건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소동만 부리지 않는다면 최대한 선처할 것을 약속한다!”
무시무시한 무위를 보이며 기사들을 참살한 적들의 대장이 그렇게 약속까지 해 주는 바에야.
“주군. 그런데 정말 병사들을 어떻게 하실 겁니까? 아무리 시키는 대로 했다고 해도 반란군입니다.”
“그래. 반란군은 사형이 원칙이지. 죄의 경중에 따라 연좌제로 가족들도 참하느냐 마느냐 하고.”
빅토르의 걱정에 루터 카일 역시 염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받았다.
그럴 만한 일이었다.
약속을 지킨다면 사형 대상자들을 멋대로 풀어 준 꼴이 될 것이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거짓된 약속을 남발하여 결국 학살을 행했다는 오명이 뒤따를 테니까.
두 가지 선택 모두 어떤 방향에서건 부담이 될 뿐이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로건의 답변은 간단했다.
“전부 맥라인에 투항해서 적들을 쉽게 쓰러트릴 수 있게 도운 공이 있다고 하면 돼. 이를테면 성문을 열어 줬다던가.”
로건이 자신이 잘라 내 버린 성문을 가리키며 그리 말하자, 뒤를 따르던 기사들의 표정이 아연하게 변했다.
“푸하하하. 정말 그럴 생각이냐? 분명히 딴지를 거는 자가 나올 텐데, 괜찮겠어?”
“괜찮습니다.”
어차피 어떻게 처리하건 불만을 가질 사람이 있으니까요.
로건은 수도의 왕궁 심처에 있을 누군가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꼬투리가 잡힐 거면 이쪽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괜히 자신의 이름을 팔아 가며 투항을 종용한 것이 아니다.
‘자, 폐하. 이젠 어떻게 나오실지 보겠습니다. 이 이상은 봐 드리지 않을 테지만요.’
스산한 결심과 함께 로건은 자히드 성의 내성으로 들어갔다.
“말씀하신 마법사들의 흔적은 찾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됐다. 그거야 예상했던 일이니.”
자히드 성의 대전 상석에 앉은 로건이 빅토르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마도구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 예상은 되지만, 내 기감에도 잡히지 않은 놈들이니까.’
예상했던 결과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데릭 클랑과 쿠퍼 펄슨은 애초에 1왕자파 소속이 맞긴 해. 하지만 나머지는…….’
그 둘을 뺀다면 이전에는 왕국에 소문조차 나지 않았던 최상급 기사가 넷, 5서클의 수준으로 짐작되는 잡히지 않은 마법사가 최소 두 명 이상이란 소리였다.
놈들이 대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그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고문을 해서 입을 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왜인지 힘들 거라는 직감이 들었고, 역시나 그 불길한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무슨 고문을 해도 신음조차 내지 않는 독종들입니다. 정신계 마법을 쓸 수 있는 고위마법사라도 있지 않은 한 입을 여는 것은 무리 같습니다.”
“역시 그런가.”
놈들의 심문을 담당했던 경험 많은 중년의 기사가 그리 보고하자, 로건은 담담히 눈을 감았다.
최상급기사 정도가 되면 그 의지력도 대단하거니와, 포스로 통각을 차단할 수 있는 자들도 종종 있었다.
‘정신계 마법은 클래스 마법사들의 전유물. 게다가 최상급기사의 정신 방벽을 무너트리려면 마도사쯤은 되어야겠지. 무리야.’
물론 전문 고문 기술자가 있었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진짜 고문 기술자라도 영입해야 하나.’
그런 자들이 존재했다.
사로잡히는 순간 모든 것을 불게 만드는 악마들.
어떤 정신계 마법보다 악랄하고 확실하다 알려진 이들이.
‘제국 황실의 고문 기술자들.’
그란디아 해방 전선이 그들의 고위 간부가 잡히는 순간 모든 아지트를 버리는 정책을 택하게 만든 놈들.
‘고문을 낙으로 삼는 놈들이라던가. 뭐, 소문이 많았지. 그런 놈들을 어디서 영입하겠어.’
얼굴조차 모르는 악마들을 떠올린 로건은 그저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놈들이 어디에서 왔건 확실한 건 하나다. 왕이 나를 향해 이를 드러냈다는 것.’
결국,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알아낼 수 있는 건 최대한 알아내 봐. 놈들의 명이 붙어 있을 때까지.”
그리고 1주일 후.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 실망으로 끝났다.
“로건. 고문 중에 놈들이 죄다 사망하고 말았다. 끝까지 입을 안 열었는데 이제 어쩔 셈이냐?”
“……하나도 없습니까?”
“그래. 전혀 아무것도.”
“라이언이 말한 게 있지 않습니까. 그거라도 확인해 봐야죠.”
“그 용병이라는 것 또한 추정뿐이지 않으냐.”
“……지금은 그것뿐이니까요.”
그사이 얻어 낸 결과라고는 푸른 머리 중년인, 리차드가 제국 동부에서 활동 중인 특급 용병 막심 그레이 같다는 추정뿐이었다.
그것도 맥라인에 등용을 청하기 전 제국에서 수행한 적이 있다는 신입 기사 라이언의 의견일 뿐, 놈을 비롯한 사로잡은 이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니었다.
“그럼 이대로?”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성을 정리한다, 빅토르.”
“예!”
“항복한 포로들을 수감하고 대기해라. 왕실의 방침이 내려오는 대로 전달하겠다.”
“예. 주군.”
“루터 경.”
“말하게.”
“일단 저와 함께 수도로 가시지요. 에일렌, 핸더슨. 마찬가지다. 조원들과 함께 나를 따라라.”
“예, 공자.”
“명을 따르겠습니다.”
“우선 항복한 귀족들과 수뇌부들 전부 목을 쳐라. 그리고 그 수급을 내게 가져와.”
“……예?”
순순히 이어지던 답변 속에 짧은 의문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이내 실수를 깨달은 기사들이 고개를 숙이고.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로부터 불과 세 시간 뒤, 로건은 수도 그랑을 향해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수도를 향하는 며칠 동안 왕국은 맥라인이 만들어 낸 소문으로 떠들썩했다.
“맥라인이 반란군의 본성을 토벌했다던데?”
“어어. 나도 들었어. 반의반도 안 되는 병력으로 압승을 했다더라.”
“어떻게 벌써? 나머지 귀족들은 아직 잔당들도 토벌하지 못했다던데?”
“그게…….”
왕국에 퍼진 각양각색의 소문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초인 슬레이어 로건 맥라인이 진짜 초인이 되었다.
이것이었다.
불과 스물네 살의 나이에 초인의 경지에 오른 자.
대륙 최연소 오러유저.
이제는 전설로만 남겨진 신화 속 영웅들의 행보를 그대로 잇는 듯한 젊은 영웅에게 왕국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다.
* * *
– 로건 맥라인 백작 각하 드십니다.
기사의 목소리가 울리자마자 대전의 문이 열렸다.
곧 등 뒤에 커다란 회색 보따리를 들쳐 멘 로건이 등장하자 대전에 모여 있던 모든 귀족의 시선이 몰려들었다.
“……역시 패기가 넘쳐.”
“대단…….”
“어떻게 저 나이에 초인이…….”
갑옷을 입고 웬 보따리를 짊어진 로건의 차림도 패기가 넘치는 천재의 자신감으로 보이는지, 수군거리는 목소리는 하나같이 경외감을 담고 있었다.
그런 경외 어린 시선들 속에서 로건은 말없이 저벅저벅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왕의 열 걸음 앞에서 메고 있던 보따리를 풀었다.
촤악.
쿵.
데구르르.
동시에 굴러떨어지는 수십 개의 목.
“윽?!”
“저, 저게 뭐야!?”
“왕궁에서 어찌……!”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로건은 담담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신 로건 맥라인, 반란군을 토벌하고 그 수뇌부의 목을 가져왔습니다.”
싸늘해지는 대전.
무겁게 굳은 왕의 시선이 떨어진 목들을 지나 로건에게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