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213)
213화
“성공?! 성공했다구요?!”
“예!”
“어, 얼마나……?”
놀라서 눈가에 살짝 경련이 일어난 로건의 말에는 많은 단어가 생략되어 있었지만, 클레이튼은 용케도 알아듣고 그가 원하는 답을 해 주었다.
“가장 중요한 금속을 철로 대신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단가가 적어도 천분의 일 이하로 내려갈 겁니다.”
“정말입니까?!”
클레이튼의 말을 들은 로건은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하급 아티팩트의 대량 생산이 사실상 가시화되었다는 말.
‘제국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가 놈들에게선 사라지고, 그대로 내게 생겼다는 거지!’
어차피 개발되었을 연사 석궁을 먼저 개발했을 때나, 백 배 이상의 막대한 자본만 들인다면 스크롤로 그 화력을 대신할 수 있는 리베라티오를 개발했을 때보다 확실히 더한 기쁨.
“아하하하하하!”
1, 2클래스급의 하급 아티팩트라 하더라도 기사들의 무력을 5~10%는 올려 줄 수 있는 보물이다.
하지만 그것을 찍어 내듯 만들 수 없는 이유는 오직 그 재료의 희귀성에 마법사의 비싼 몸값이 더해져 형성된 말도 안 되는 가격 때문.
가장 간단한 1클래스급 아티팩트라고 해도 최소 수백만 골드를 투자해야 하니, 그런 거금을 들여 군대 전체에 아티팩트를 보급할 군주는 없었다. 아무리 돈이 많은 제국이라도 기사들 전부에게 아티팩트를 제공하려다가는 단숨에 파산하게 될 터.
즉, 제국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무기가 생긴 것이다.
“클레이튼 님. 이 비밀에 대한 것은 절대, 그 누구에게도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리베라티오보다 더 중요한 기밀입니다! 아시겠죠?!”
“물론입니다, 공자.”
흐뭇한 표정으로 로건의 발광(?)을 보고 있던 클레이튼은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품 안에서 그동안 고이 간직했던 크라우네의 연구 일지를 꺼내서 내밀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연구를 완성했으니 일지를 돌려 드릴까 합니다. 저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예? 아…….”
그제야 클레이튼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느낀 로건의 표정이 또 한 번 바뀌었다.
마나(Mana)나 마력(Mana force)의 흐름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그였지만, 커다란 빛이 먼저 눈에 들어온 탓에 이제야 그 옆에 자그마한 빛을 인식한 것이다.
“클레이튼 님. 설마…….”
끄덕.
“실험에 성공하며 작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이어서 클레이튼은 연구 일지에서 얻은 깨달음까지 마저 이야기해 주었다.
애초에 그 일지의 주인이 로건이라 생각하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확실히 과하게 정직한 사람이야.’
로건은 그의 말을 들으며 눈을 반짝였다.
“언령, 말의 영혼이라는 뜻이었던가요? 획기적이고 인상적인 설명이었습니다. 길은 다릅니다만, 저 역시 참고할 만하겠군요.”
그 말에 클레이튼이 고개를 갸웃했다.
자연의 힘인 마나(Mana), 그리고 생명의 힘인 포스(Force)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세간의 상식.
그가 이번 깨달음의 근간에 관해 이야기한 것도 어디까지나 그것이 도리라고 생각해서지, 포스유저인 로건이 무언가를 얻을 것으로 생각해서 한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로건은 진심이었다.
조금씩 가닥을 잡아 가는 신검 비전의 5식에는 클레이튼의 설명과 상통하는 부분이 존재했다.
‘경지가 오를수록 두 이능이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신검 비전만이 특이한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의문은 잠시 접어 둔 채, 로건은 일지를 도로 클레이튼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이 일지를 굳이 제가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예? 하지만 이건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더없는 가치를 가진…….”
“그러니 더욱 클레이튼 님이 가지고 계셔야죠. 어차피 이제 한 식구가 아닙니까.”
식구.
그 말에 클레이튼의 미소가 살짝 진해졌다.
거래로 시작된 관계가 수많은 사건을 겪으면서 동반자가 되었고, 지금은 쌍방 모두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하고 중요한 인연이 되었다.
식구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 * * 클레이튼이 이룩한 성과는 한동안 그와 로건, 그리고 하마르만의 비밀로 남겨 놓기로 했다.
아티팩트의 완벽한 양산 체제를 갖추기 위해 다듬어야 할 마법적 문제들이 아직 남아 있었고, 그에 맞춰 공방에서 설비들까지 마련하려면 아직도 1년 정도의 시간은 더 필요하다는 견적이 나왔으니까.
“아쉽지만 괜찮아. 1년 뒤라고 해도 3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을 테니까.”
알 수 없는 변수가 또다시 상황을 비튼다 해도 제국 전쟁이 몇 년씩 앞당겨지거나 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 중요한 것은 이제 본격적인 채굴이 시작된 마정석의 유통과 판매에 관한 문제였다.
[죄송합니다, 주군. 국내에 푸는 것은 너무 위험하니 소규모 물량만 제국 서부나 동부의 왕국 연합 쪽에 푸는 것이 최선입니다만, 말씀하신 조건을 지키려면 맥라인 상단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아직은 못한다는 말이지?”
질책하는 듯한 반문에도 통신구 속 데미안의 얼굴은 미동도 없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마정석 유통을 하면서 조직의 외연도 확장하는 방안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정말 급하시다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아니, 아니야. 그냥 확인차 물어본 거야. 무리할 필요는 없어. 천천히, 확실하게 해. 아직은 타렌의 광산에 대한 정보 조작 정도만 가능해도 충분하니까.”
[그 점이라면 안심하십시오. 말씀하신 왕실 마탑 쪽에는 양질의 은광이 개발된 것으로 거짓 정보를 흘려 둔 상태입니다. 다른 정보 길드를 통해서 검증하더라도 크게 다른 점은 찾지 못할 겁니다.]“은광?”
[철광이나 구리 광산의 비밀 유지 비용으로 300만 골드를 쓰기에는 너무 과하니까요.]“……그렇지.”
어떻게 했는지는 굳이 묻지 않았다.
1년 전에는 자신이 어찌 그런 일을 하냐며 되묻던 행정 관리의 얼굴엔 이미 전생의 이블 브레인과 비슷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으니까.
담담하고 속을 알 수 없는 표정.
‘그때는 저 표정이 참 답답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든든하기만 했다.
“좋아. 수고했어. 아, 그리고 마정석 유통은 되도록이면 왕국 연합 마탑들을 목표로 삼아 봐. 제국은 가능한 배제하고.”
[예? 조직의 목표는 국내와 제국의 정보 수집 아니었습니까?]“그래. 최우선 경계 대상이니까 제국 쪽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은 가능한 안 했으면 한다.”
[……알겠습니다.]다른 이들과는 달리 그 이유를 따져 묻지 않는다는 것도 기꺼웠다.
그리고 다행히도 당장 산출된 마정석은 클레이튼의 실험 외에도 써먹을 곳이 있었다.
“주인, 뭐라고?”
“댐으로 가자고. 지금까지 산출된 마정석 전부 실어서.”
“……짐이야 가리면 되는데, 마정석을 댐엔 왜 가지고 가는데?”
“가루로 만들어서 물에 풀려고.”
“푸하하하. 말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지 뭐 굳이 그런 농담을……. 뭐야? 표정 왜 진지해? 노, 농담 아냐?”
“진짜다.”
“미쳤소, 주인?! 그 비싼 걸 왜 물에 풀어?!”
“가 보면 알아.”
역시나 데미안과는 다르게 하마르는 클레이튼까지 데려와 안 된다고 난리를 쳤다.
클레이튼 역시 반응은 좋지 않았다.
“마정석을 물에 푼다고요? 왜요? 대체 왜 그런 낭비를 하십니까?”
“당장 쓸 곳도 없는 마정석으로 황무지 소출량이라도 늘려 보려 합니다.”
“……마정석은 마나가 응고된 광물이니 가루로 만들면 결국 물에 녹아 흐르게 되긴 할 겁니다. 그것으로 농토를 비옥하게 만든다는 것도, 예. 충분히 가능합니다.”
“마법사 양반! 지금……?!”
“하지만! 가성비가 너무 떨어집니다. 막말로 저 평야 전체에서 1년 동안 생산될 곡물의 가치가 광산에서 한 달 동안 캔 마정석보다 못할 겁니다.”
“거, 거 보슈. 주인. 지금 당장 처분이 곤란하면 조용히 묵혀 둡시다. 쌓아 둔 광석이 어딜 가겠소? 관리만 잘하면…….”
“아니, 할 거야.”
“주인!”
“공자님!”
당연하다는 듯이 반발이 튀어나왔고, 예상 그대로의 반응에 로건은 작은 한숨과 함께 머리를 짚었다.
“아, 나 이 패턴 이젠 너무 지겨워. 이제 내가 뭘 하든 그냥 믿어 줄 만도 하지 않나?”
그에 클레이튼이 순간적으로 멈칫했지만, 하마르는 얼굴에서 경련이 일어나고 손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허? 허허, 허허허. 미, 믿어 줘? 야, 양심이 있으면 내 앞에서 어찌 그딴 소리를…….”
호언과 장담, 반복된 사기와 노동 착취를 당해 온 드워프의 앞에서는 로건 역시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니! 과정 말고 결과! 결과 말이야! 어쨌건 내가 말한 대로 다 잘 됐잖아! 이번에도 믿어 보라니까?!”
로건이 가슴을 치며 강력하게 주장을 밀어붙이는데.
“……묻고 싶은 게 있다, 주인. 정말 진지하게 대답해 주면 좋겠다.”
눈을 가늘게 뜬 드워프가 의미심장한 어조로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뭔데?”
“솔직히 주인은 결과만 나오면 되지? 그 과정에서 누가 갈려 나가건, 뭐가 낭비되건 하나도 신경 안 쓰지?”
흡.
가슴 속 깊은 곳을 푹 찌르는 한마디.
회귀 이후 로건이 해 온 일들의 핵심을 관통하는 지적이었다.
‘그, 그게 뭐 어때서? 일단 해내고 봐야지. 모든 것은 대승적 차원에서…….’
그렇게 생각은 하면서도 로건의 떨리는 눈동자는 드워프의 날카로운 시선을 피해 자신도 모르게 허공으로 향했다.
“아, 아닌데? 절대 아닌데? 과정과 결과 다, 다 중요한데? 하. 하하.”
곧바로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 황급히 변명해 봤지만, 누가 봐도 어색한 목소리였다.
“저, 저 봐. 이 인간한테 양심 같은 건 없다니까. 믿기는 누굴 믿어. 에휴, 내 팔자야.”
“……로건 님. 예상 소출량이 열 배로 뛰지 않는 한 낭비에 불과합니다.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열 배로 뛴다면요?”
“예?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될 리가……?”
“저는 그럴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자! 악마 주인 특유의 우기기 나왔습니다! 마법사 양반, 여기서 버텨야 해. 버텨! 아자! 할 수 있다!”
옆에서 하마르가 요상한 표정과 율동으로 정신을 어지럽히고 있었지만, 로건은 흔들리지 않았다.
“약 한 달간의 마정석 투자로 10년간 소출량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겁니다. 그 정도는 해 볼 만하지 않습니까?”
“……그런 시도를 한 나라가 있습니까?”
“아직은 없지요.”
전생에는 있었지만.
로건이 전생의 경험에 근거한, 말할 수 없는 진실을 담아 클레이튼의 눈을 바라보는데.
흔들리는 클레이튼의 눈빛 옆에서 깐족거리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여윽시! 똘끼무쌍, 막무가내 주인. 마법사 양반, 버텨야…… 억!”
“나와, 하마르.”
“포, 폭력 반대! 나, 나는 그냥 이성적인 차원에서 토의를……!”
“이성적으로 토하게 해 주마.”
“아아아악! 어지럽다고!!”
참다못한 로건이 머리 위에서 하마르를 맹렬히 돌리고 있을 때,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클레이튼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로건 공자. 그냥 집행하셔도 될 텐데 그래도 저와 하마르 공에게는 납득을 시켜 주고 싶으신 거겠지요.’
그리고 아무런 근거도, 선례도 없는 일들을 로건 맥라인은 이미 무수히 진행해 왔다.
그리고 그중에 실패한 일이 있었던가?
모두가 기적적인 결과를…….
‘아니, 가만. 토모도 쪽은 좀 아찔하긴 했는데. 아, 그러고 보니 내전에서도 갑자기 연합군이……. 흠.’
한없이 긍정적으로 흘러가던 생각에 스스로의 경험이 제동을 걸었다.
‘설마 그냥 운발……은 아니겠지. 에헤이, 설마.’
등허리로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는데, 마지막에 떠오른 것은 다행히도 최근의 성과였다.
– 아티팩트의 대량 생산에 관한 연구 일지입니다. 그것을 정말 현실에 구현하실 수 있다면…….
마법에 관한 것은 하나도 모르면서 연구 일지의 요점만을 딱 캐내서 알려 주었던 그 말.
그 말이 있었기에 실험을 해낼 수 있었다.
‘그래, 믿어야지. 로건 공자를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나.’
물론 자신이 믿건 안 믿건 맥라인의 모든 것은 이제 로건 맥라인의 뜻대로 움직일 것이다.
그렇다면 일이 좀 더 부드럽게 진행될 수 있게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좋으리라.
‘가능한 내 전력을 다해.’
클레이튼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며 마음 편히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