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223)
223화전장의 중심에서 황금빛 오러와 붉은빛 오러가 교차하는 순간.
근방에 있던 모든 이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일반 병사라면 모를까, 양 측의 수뇌부들은 모두 저 둘의 승부가 이 전쟁의 승부로 이어질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로건이 불리하다고 여기는 패드릭으로서는 아들의 계획과는 별개로 믿고 있는 것이 있었다.
‘검공 각하가 이기더라도 로건을 죽이지는 않을 거야. 설마 사제 간에 진짜 서로를 죽이려고 하겠어?’
승패나 결정짓고 말겠지.
어쩌면 제대로 싸우지 않을지도 몰라.
그런 일말의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콰아아아앙!
챙챙! 꽝!
쩌어억.
폭음과 함께 시작된 결투는 시작부터 핏물이 솟구쳤다.
로건이 옆구리에서 피 보라를 뿜어내며 비틀거리자,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검공이 로건의 옆구리를 발로 차 그를 쓰러트렸다.
바닥에 나뒹구는 제자를 향해 서슴없이 검을 날린 검공의 칼이 빈 대지를 가르자, 그 틈을 노린 황금빛 오러가 그의 목에 옅은 핏줄기를 만들어 냈다.
쾅!
순식간에 벌어진 치열한 접전 뒤 서로 반대 방향으로 튕겨 나간 사제.
피가 뿜어져 나오는 상처를 지혈하며 서로를 노려보는 눈빛은 무거웠지만, 또한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패드릭이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드는 모습.
“저, 저런……?!”
다행이라면 그가 마주한 루이스 역시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있었던 건지, 똑같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라는 것이었다.
휘이이잉.
그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서늘한 찬 바람이 그 열기를 식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마주 보는 시선 속에 튀는 불꽃은 그들을 제외한 모두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치열했다.
“많이 늘었구나.”
“덕분입니다. 스승…… 흡!”
콰아아앙!
대답하는 순간 그 틈을 노리고 다가온 칼날.
로건이 반사적으로 눈앞의 칼날을 쳐 냈지만, 충분한 힘을 싣지 못한 탓인지 몸이 주르륵 밀려나며 온몸에 저릿저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스승의 검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밀려나고 있는 로건의 전신으로 그대로 쇄도하는 붉은 오러들.
하나같이 전신의 급소만을 노리는 붉은 빛살에는 전혀 망설임이 없어 보였다.
‘빌어먹을!’
선수를 놓친 로건이 잃은 기세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조금 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고, 의지가 일어나는 순간 그의 전면으로 32겹의 황금빛 오러의 파도가 쏟아졌다.
콰콰콰콰콰.
꽝!!
접근하는 모든 검세를 일순간에 지워 내는 힘.
하지만 스승의 붉은 오러는 잠시 주춤했을 뿐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저 잠시 짤막한 탄성을 토해 낸 스승은 어느새 흔적도 보이지 않게 사라졌다가 갑자기 로건의 뒤를 점하며 나타나 다시 폭풍 같은 공세를 쏟아냈다.
“흡!!”
파바바방!
챙!
쾅!
다행히 로건은 그 모든 공격을 대부분 쳐 내는 것은 물론 반격까지 할 수 있었다.
그것은 경지의 한계를 넘어서는 로건의 특성 덕분이기도 했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그가 스승의 검술 궤적에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스각.
쩌억.
두 사람의 몸이 교차하는 순간 로건의 팔에서 크게 피가 튀고, 검공의 볼에 생채기가 생겼다.
두 사람의 실력 차를 여실히 보여 주는 모습이었지만, 그들의 표정은 반대였다.
미소를 짓는 로건을 보며 검공이 나직이 침음성을 흘렸다.
“역시 대단한 재능이다. 내가 보여 준 수법들은 죄다 기억하고 있다는 거냐.”
“과분한 은혜였으니까요.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말에 무표정하던 검공의 눈빛이 일순간 흔들렸다.
“……쓸데없는 말을.”
하지만 로건에게는 안타깝게도 스승의 흔들리던 눈빛은 금세 다시 제자리를 찾았고, 오히려 그만큼 더 기세가 강해진 스승의 몸이 일순간 공간을 단축하듯 사라졌다가 바로 앞에 나타났다.
쩌어어어억.
로건이 간신히 회피하자마자 그가 서 있던 대지가 그대로 갈라졌다.
로건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데, 순간 공간을 울리는 기세와 함께 몸이 몇십 배로 무거워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중압검!’
자신이 스승에게 처음 배운 수법이 제대로 된 살기를 담아 온몸을 압박하고 있었다.
– 제대로만 구현한다면 일정 수준 이하의 상대에게는 쏠쏠히 먹힐 만한 재주다. 천천히 보여 주마. 집중해라!
처음 가르침을 받았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기분.
물론 그때와는 차원이 다른 위력이었지만, 그때와 다른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우웅.
로건의 검에서도 비슷한 기세가 뻗어 나가며 중압검을 상쇄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타오르는 붉은 오러가 로건이 있던 공간을 통째로 갈라 버렸다.
스르륵.
“음?!”
아무런 감각 없이 그대로 흐려지는 잔상.
검공은 그것이 자신이 가르친 운신법인 귀신 그림자가 극성으로 발휘된 결과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연히 그 대처도 빠르게 이루어졌다.
콰아아앙!
붉은빛과 황금빛 오러가 다시 한번 교차하고.
번뜩이는 검을 검을 맞댄 사제의 눈빛이 맞부딪쳤다.
그그극.
“……제대로 배웠구나.”
“제대로 가르쳐 주셨으니까요.”
“그래. 그래서 더 안타깝고.”
쾅!
“컥!”
조금은 처연하게 느껴지던 눈빛과는 다르게 로건의 복부를 후려치는 검공의 발길질은 끔찍하리만치 강력했다.
튕겨 나가는 로건을 따라붙는 검공의 눈빛은 무거웠지만, 그 검에서 뻗어 나오는 붉은 오러는 너무나도 빠르게 로건의 전신을 난도질해 왔다.
– 내 무술의 극의는 공간을 장악하는 데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수단으로 속도를 택했지.
가르침을 받을 때의 기억이 여실히 떠오르는 쾌속한 검술.
조금 전보다 더 빨라진 스승의 움직임은 단순히 익숙하다는 것만으로는 막아 낼 수 없을 만큼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저 역시 아직은 여력이 있습니다.’
– 귀신 그림자는 내가 오러유저가 된 단초를 제공한 내 무술의 정화다. 만들어 낸 나조차 기적으로 생각할 만큼 대단한 수법이지.
– 단순히 이론을 알고 터득했다 자만하지 말고, 검술과 함께 평생을 수련하거라. 나 역시 아직 그 끝을 보았다고 여기지 않으니.
스르륵.
로건이 스승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한 걸음 내딛는 순간.
그의 몸이 둘로 분열되며, 두 명이 된 로건이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채채채채챙!
쾅!
“헛?!”
단숨에 부릅 떠진 두 눈.
당황하는 스승을 보며 로건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잔영. 이것이 제가 깨달은 귀신 그림자의 극의입니다.’
스승을 상대할 수 있다고 자신한 이유 중에 하나.
하지만.
“아직은 어림없다.”
침중한 목소리와 함께 검을 맞대던 검공의 신형이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이내 로건의 사방에서 나타난 섬뜩한 붉은 빛이 그의 전신을 난도질했다.
콰콰콰콰콰!
쾅!
챙!
“크윽!”
한 호흡에 수십, 수백 번 쏟아지는 검격.
이미 그 방향을 읽고 최선을 다해 응대했음에도, 몸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상처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검공의 두 번째 비기, 음속 가르기의 위력이었다.
푸슉.
전신에서 솟구치는 핏물들.
하지만 문제는 베인 상처가 아니었다.
그 상처들로 인해 누적된 충격에 정신조차 아찔해지는 순간.
로건은 아껴 두었던 또 다른 비장의 수를 쓸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번쩍.
재생의 팔찌가 로건의 부상을 빠르게 치유하기 시작하는데.
“선왕 폐하의 은혜를 그리 사용하면서도!”
굳은 표정의 스승이 휘두른 검이 다시 눈앞으로 다가왔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몸.
다행히 큰 기술을 사용한 직후라서인지 스승의 움직임에도 미세한 빈틈이 보였다.
‘잔영.’
로건의 몸이 다시금 두 개로 나뉘고, 두 명의 로건이 스승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스각.
미약한 파열음과 함께 다시 교차하는 두 사람.
맞은 편에 내려선 검공의 눈가가 잘게 떨렸다.
오른팔에 새겨진 깊은 검상.
격돌 이래 처음으로 제대로 된 상처를 입은 것이다.
하지만 로건은 그것에 기쁨보다는 분노를 느꼈다.
사제 간에 서로가 피 칠갑을 하는 상황.
대체 우리가 왜 이래야 하는가.
로건은 그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끝장을 보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스승님, 제발 대의를 봐 주십시오. 지난날 내전을 종식하기 위해 힘을 합쳤을 때처럼!”
그 말에 움찔하는 스승.
조금이나마 마음의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로건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스승님. 왕은 지금 완전히 잘못된 길을…….”
“안다.”
“……예?”
“폐하께서 네게 저지른 잘못을 어찌 모르겠느냐. 하지만 나는 폐하보다 네가 더 위험하게 느껴지는구나.”
“그게 무슨…….”
“로건. 폐하를 끌어내린 다음엔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
“그거야 당연히 왕국을 정상화…….”
“네가 왕이 되려는 것은 아니고?”
생각지도 못한 말.
그 한마디에 로건의 안색이 굳어졌다.
“저는 그럴…….”
마음이 없다.
제국에 가기 전이라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리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습게도 지금 상황에 스승을 앞에 두니 그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자신이 왕이 되면 제국을 막아 낼 준비를 하기가 훨씬 쉬워질 거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른 것이다.
“……그럴 마음은 없었습니다. 정말로.”
하지만 그 짧은 망설임으로 인해 이미 스승의 얼굴은 더욱 굳어진 뒤였다.
“그 망설임이 네 답이고, 그래서 이게 내 대의다. 로건.”
스승의 검에서 솟구치는 붉은 벼락은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일말의 희망을 흔적도 없이 날려 버렸다.
“이제 끝을 내자꾸나.”
우웅.
작은 공명음과 함께 붉은 오러가 칼날에 가깝게 응축되며 붉은 번개로 화하기 시작했다.
그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로건의 얼굴이 긴장으로 물들었다.
‘라이트닝 체이서(Lightning chaser).’
스승의 마지막 비기.
속도의 힘을 빌려 공간을 장악하고자 하는 펠릭스 에스페란자의 무예에 대한 사상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최강의 기술.
어찌 보면 절체절명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로건의 눈빛은 오히려 빛났다.
머릿속으로 스승과의 대결을 수도 없이 상상해 보았을 때, 스승을 쓰러트릴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상황이 바로 지금이었다.
– 모든 힘을 쏟아 넣는 비기는 결국 양날의 검이다. 확신 없는 상황에서는 절대 쓰지 말거라.
– 나? 나도 번개 쫓기를 쓸 때는 아무래도 완벽한 컨트롤이 힘들지. 원래 그런 기술이기도 하니까.
스승이 스스로 가르쳐 준 약점.
‘너무 강한 기술이라 힘 조절이 안 된다는 게 약점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로건은 그것에서 스승을 이길 가능성을 보았다.
‘간다!’
영혼에 각인된 특성이 발동되며 심장의 포스코어에 빛나는 코어 하나가 추가되었다.
초인으로 각성한 이래 거의 매일 연습해 왔음에도, 일순간에 존재의 격이 올라가는 듯한 느낌은 여전히 쉽게 적응되지 않았다.
가진 힘의 크기가 커지고 감각 또한 확장되는 느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차올랐지만, 로건은 그것이 착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지금조차도 내 능력은 스승님의 능력과 잘해야 동격.’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 상태면 적어도 기본적인 신체 능력은 스승을 능가할 줄 알았다.
하지만 진심으로 싸움에 임하는 스승과 손을 겨뤄 본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승한 경지에, 자신의 비정상적인 신체 능력과 감각까지 포함해야 간신히 지금의 스승과 비슷한 수준.
다행이라면 로건이 여기에 몇 가지 수를 더 준비했다는 것이었다.
‘풍신의 부츠, 괴력의 건틀릿. 수호의 견갑’
우우웅.
자신이 이름 붙인 특별한 아티팩트들이 포스를 받아들이며 일제히 신체 능력을 증폭시키기 시작했다.
상시 발동형이기는 했지만, 어차피 그 정도 능력 향상으로는 스승을 이길 수는 없다는 판단하에 잠시 봉인했던 아티팩트들.
그것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스승의 감각을 교란하기 위해 발동되었다.
거기에.
‘시간 가속.’
애검 룩스에 내장된 자연 마법이 실로 오랜만에 발동되며, 의식의 가속까지 이끌었다.
자신의 시간만 몇 배로 빨라지는 듯한 느낌.
그 감각이 전신에 퍼져 나간 힘과 고양감에 더해지는 순간에야 로건은 자신이 스승의 신체 능력을 뛰어넘었음을 확신했다.
– 아티팩트에 의존하면 실력만 정체될 뿐이다.
그 완고한 사상으로 그저 튼튼할 뿐인 무구를 사용하는 스승.
그 스승의 사상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으니까.’
물론 단순히 아티팩트로 인한 신체 능력 향상으로 스승을 쓰러트리겠다는 게 계획의 전부는 아니었다.
스승의 비기에 맞서기 위해 준비한 가장 큰 패는 따로 있었다.
우우웅.
로건은 심장의 포스코어가 토해 내는 모든 힘을 일점에 집중시켰다.
‘할 수 있다!’
곧 검에서 시작된 붉은 번개를 전신에 두른 스승이 말도 안 되는 가속을 시작하려는 것이 여실히 보였다.
지그재그로 불규칙하게 움직이며 쇄도하는 스승의 모습을 흐릿하게 인식하며 로건은 담담하게 룩스를 휘둘렀다.
황금빛 포스가 오러로 화하고, 이내 룩스의 날을 타고 뻗어 나간 오러가 기묘한 파장으로 변해 전면을 뒤덮었다.
그그그그극.
황금빛과 붉은빛이 만나 충돌하는 순간 일그러지는 듯한 스승의 표정.
하지만 로건의 표정은 흔들림이 없었다.
‘막을 수 없으실 겁니다. 알려 드린 적도 없으니.’
파도, 금속, 대지, 그리고 불꽃을 가르는 네 가지 기술에 이어지는 신검 비전의 5식.
유형화된 것을 베기 위한 전반의 3식을 지나.
존재하나 형태가 특정되지 않은 것을 베기 위한 중반의 3식 그 두 번째.
‘생명 가르기(生靈斬, 생령참).’
로건의 황금빛 오러가 붉은빛 오러를 완벽하게 분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