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Of The Fallen Family RAW novel - Chapter (27)
27화
“자작님은 살아 계셔!”
“탈출한다! 탈출해서 자작님을…….”
상급기사 라울의 죽음은 일반 병사들뿐 아니라 테스론 기사들에게도 큰 충격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주군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 컸다.
남은 테스론 기사들이 탈출을 위해 뭉치기 시작했다.
물론 맥라인 병력과 로건은 그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모두 항복하라! 항복하지 않으면 죽음뿐이다!”
어느새 힘을 회복했는지,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로건의 목소리에는 전장을 압도하는 기세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기세와 그가 이뤄낸 전과를 보면서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는 존재했다.
“웃기지 마라, 애송이!”
2m는 될 법한 테스론의 기사가 번개같이 돌진해 오며 투 핸드 소드를 휘둘렀다.
덩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빠른 속도이면서도, 강력한 힘은 그대로 살린 공격이었다. 거대한 체구와 대검의 장점을 완벽하게 활용하는 참격이 쇄도해 왔다.
하지만.
쩌어어어억.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쪼개진 것은 오히려 그 기사였다.
털썩.
“시체라도 제대로 남기고 싶다면 항복하라!”
세로로 갈라져 두 동강이 난 시체에서 튀는 핏물을 그대로 뒤집어쓴 로건이 이빨을 드러내며 다시금 소리를 질렀다.
피에 물든 로건의 모습은 그의 압도적인 무력이 전장에 미치던 효과를 극대화했다.
“대공자가 기사를 단칼에…….”
“공자님이 저 정도 실력이었어?”
로건의 활약을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아군 기사들도 질릴 정도였으니, 테스론 기사들에게는 더욱 어마어마한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젠장. 설마 상급인가?”
“빌어먹을! 어디서 저런 괴물이!”
“이건 글렀나…….”
전신에 피 칠갑을 한 섬뜩한 모습의 로건, 그런 그를 필두로 달려드는 맥라인 기사들과 주변을 포위한 병력들.
그리고 그사이 중상을 입고도 중급기사 넷을 처리한 패드릭까지 건재함을 알렸다.
그 상황에서도 최후까지 저항한 기사 아홉의 목이 떨어진 후에야, 남은 테스론의 기사 32명이 항복했다.
* * *
“테스론 자작은?”
“도망친 모양입니다.”
“그래? 흐, 그래 봤자 갈 곳은 뻔하지.”
막사도 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상처에 포션을 뿌리는 아버지를 보는 로건의 눈빛은 복잡했다.
“괜찮으십니까?”
“그럼, 괜찮고말고.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다행입니다.”
“뭐. 네게 묻고 싶은 것이 많기는 하다만, 일단 그것은 전쟁 뒤로 미루자꾸나.”
아버지의 의지를 읽은 로건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제 전쟁을 끝내러 가자.”
홀가분한 목소리에 실린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
괜찮다는 말이 아예 빈말은 아닌지 평소보다 눈빛만큼은 더 강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이 시점에는 작은 문제를 만들었다.
“기사단을 준비시켜라! 바로 테스론 성으로 향하겠다.”
패드릭의 모습은 진정 용맹했지만 로건이 바라는 바는 아니었다.
‘그럼 곤란합니다.’
아버지가 그렇게 나올 것을 예상했던 로건은 미리 준비해 둔 말을 꺼냈다.
“무리하지 마시고 상처를 확실히 치료하고 오십시오. 제가 먼저 용병대를 이끌고 테스론 본성으로 향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전쟁을 끝내겠습니다.”
다행히 말의 행간에 담긴 뜻을 아버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흐음…… 그래, 그렇게 해라.”
그저 선선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럼.”
로건은 괜히 마음이 급해져 고개를 까딱하고는 바로 돌아섰다.
“로건.”
그때,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아버지가 나직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예?”
뒤돌아본 로건과 눈이 마주친 패드릭은 무언가 말을 하려다 말고 손을 내저었다.
“……아니, 아니다. 가 보거라.”
아버지의 모습에 로건이 고개를 갸웃하며 돌아서는데.
“……고맙구나.”
움찔.
바로 옆에 있는 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 싶은 작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포스 코어로 인해 초월적인 감각을 가지게 된 로건의 귓가에는 똑똑히 들려왔다.
가슴속이 따뜻해지면서도 먹먹해지는 묘한 기분이 그의 마음을 두드렸다.
전생의 기억, 그 한의 일부가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아니. 제가 죄송했습니다.’
전생의 잘못을 떠올리며 고개를 숙이는데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과거의 삶을 떠올리면서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한 괴리감이 나쁘지는 않았다.
가슴이 간질간질한 것이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다.
“……다녀오겠습니다.”
나오는 것은 그저 아버지 못지않은 작은 목소리뿐이었다.
하만 테스론을 뒤쫓는 길.
선두에서 말을 달리는 로건의 입가에는 조금은 홀가분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 * * 두두두두.
한 마리의 군마가 홀로 들판을 질주했다.
“이랴!”
기수는 자신의 초조한 마음을 반영하듯 지친 말에 연신 채찍질을 가하기 바빴다.
‘도대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일그러진 표정의 기수, 하만 테스론의 머릿속은 당장이라도 터져 버릴 것처럼 복잡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했다.’
그것을 얻기 위해 준비한 기간이 무려 3년이었다.
병사들의 무장을 강화하고 정규 병력뿐만 아니라 징집병의 훈련도 주기적으로 실시했다.
70여 명의 기사단을 100명으로 불리기 위해서 다른 귀족에게 손도 벌렸다.
그 와중에 기사단장인 라울이 얼마 전 상급기사로 성장하는 행운까지 있었다.
라울의 힘을 확인하는 순간 그는 이 영지전의 계획을 세웠고, 승리를 확신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놈들이 나타나면서 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놈들! 그 기마대 놈들이 모든 것을 망쳤어. 특히 그 무기가!’
듣도 보도 못한 석궁에서 연달아 쏟아지는 죽음의 비.
대응조차 할 수 없는 먼 거리에서 쏘아지는 그것은 초기에 존재를 알았더라도 기사단을 동원하는 것 말고는 막을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 사기에 가까운 무기였다.
‘아니, 그랬다 한들 막을 수 있었을까.’
일반 병사의 복장으로 환복하고 전장을 빠져나오던 그는 병사들을 뚫고 달려와 기사의 목을 쳐 날리던 붉은 머리 놈을 보았다.
기마대의 가장 앞에서 석궁을 쏘던 놈이 분명했다.
그놈이 그 정도 무력이라면, 혹시나 다른 놈들도…….
“아냐! 그럴 리 없어!”
하만은 화를 내듯 소리치며 고개를 저어 불길한 상상을 떨쳐냈다.
붉은 머리로 보아 놈은 분명 패드릭의 아들일 것이다.
그런 괴물 같은 놈이 흔할 리 없었다.
설령 흔하다 해도 이젠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모든 것을 걸었던 전쟁은 이미 패했고, 그의 야망은 무너졌다.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곳에만 가면 살 수는 있어. 그리고 그것에 대한 정보를 잘 활용하기만 하면…….’
하만 테스론은 연신 말을 채찍질하며 테스론 성을 향해 말을 몰았다.
행운인지 악운인지 말은 성문에 거의 다 와서야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히히히히힝.
털썩.
쓰러지는 말 위에서 거의 굴러떨어지듯 뛰어내린 하만이 성벽 위를 향해 소리쳤다.
“성문을 열어라! 너희들의 주인이 돌아왔다!”
초라한 병사의 복장이었지만 다행히 성문지기 중에 그의 얼굴을 알아본 이가 있었다.
간신히 성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다급한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뭔가 옵니다!”
“기, 기마대 같습니다!”
병사들의 말에 하만 테스론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성문을 막아! 지켜! 어떻게서든!”
“……예?”
성문을 지키는 고작 수십 명의 병사에겐 무리한 주문이라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명령은 내릴 수 없었다.
“누구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
어림도 없는 소리만을 남기고, 그는 내성을 향해 돌진했다.
“빠, 빨리 서둘러라! 재물이 될 만한 것은 최대한 모아! 벨루아, 벨루아 어딨어! 당장 도망칠 준비해!”
내성을 들어서는 순간 하만이 비명처럼 고함을 내질렀다.
시종들의 어리둥절한 표정에 신경질이 난 그가 그들을 밀치고 자신의 집무실로 뛰어갔다.
전장을 이탈하고 쉴 새 없이 달려왔는데도 어느새 바로 뒤까지 적이 따라붙었다.
서늘한 사신의 칼날이 목 뒤에 겨눠진 느낌이었다.
그 소름 끼치는 감각에 쫓기듯 달린 하만은 재빨리 집무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자신의 비밀 공간을 찾아 금고를 열었다.
‘최소한 금화는 챙겨 가야 해. 그래야…….’
하만은 그의 마지막 남은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금붙이들을 허겁지겁 초라한 가방에 쓸어 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숨이 턱까지 차오른 하인 하나가 다급하게 상황을 전했다.
“서, 성문이, 성문이 뚫렸습니다!”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소식에 하만의 안색이 파리하게 질렸다.
* * * 전투가 벌어졌던 평원에서 테스론 성까지는 기마로 쉬지 않고 달려도 다섯 시간 이상 걸리는 길이었다.
말의 체력을 위한 최소한의 휴식도 취하지 않고 질주했는데도 적의 뒤통수만 겨우 보았다.
닫히는 성문 사이로 뛰어드는 남자는 초라한 복장이었지만, 일개 병사가 같은 병사에게 저런 정중한 대우를 받지는 않을 것이다.
“빨리도 튀었군.”
로건의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명령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테스론 성을 점령하고 자작을 잡아라!”
“예!”
성벽 위로 보이는 병력이라고 해 봤자 100명도 되지 않았다.
테스론 영지 역시 전투를 위해 거의 전 병력을 쥐어짠 것이 확실했다.
그 때문에 고작 300여 명의 병력만으로 공성전을 지시해도 반발하는 이가 없었다.
로건은 가장 선두에 나서며 성을 향해 돌격했다.
“테스론은 패배했다! 성문을 열고 정당한 승리자를 맞이하라!”
그의 외침은 너른 들판을 넘어 성벽 위의 병사들에게도 확실하게 들릴 만큼 크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움츠러드는 테스론 병사들의 모습을 보며 로건이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돌진하는 그에게 날아온 것은 고작 화살 몇 발이 전부라 용병대의 엄호사격도 필요 없었다.
그렇게 홀로 돌진한 로건은 성문의 바로 앞에서 말 등을 박차고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적의 상급기사가 넝마로 만들어 버린 중갑을 벗어 던지고 챙겨 입은 가죽 갑옷 덕에 몸이 가뿐했다. 강화된 육체와 포스의 힘으로 벽을 가볍게 박차 오르며 단숨에 성벽 위로 솟구쳤다.
“성문 열어. 다 죽기 싫으면.”
그리고 어느새 테스론 성벽을 지키던 십인대장의 목에는 로건의 검이 겨누어져 있었다.
그것만으로 테스론 성의 성문은 너무나도 쉽게 열렸다.
“가자! 하만 테스론을 찾아!”
놈의 행방을 찾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칼을 들이대기도 전에 방향을 가리키는 시종들의 모습은 놈이 평상시에도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렇게 도착한 내성의 시종장이라는 놈이 슬쩍 집무실 책장의 틈을 가리켰고, 로건은 그 틈에서 벽에 붙은 듯 숨어 있던 자작을 발견했다.
“히익!”
하만 테스론은 귀족의 체면 따위는 진작에 버렸는지 귀신이라도 마주한 것처럼 벌벌 떨었다.
“드디어 잡았다.”
뿌득.
로건은 전, 현생의 유감을 듬뿍 담아 이를 갈았다.
‘저런 놈 하나 때문에 전생에 가문이 박살이 났다…….’
그런데 그가 노기 어린 얼굴로 다가서는 순간.
“하, 항복하겠소. 영지전의 관례에 따라 배상과 할당 어느 방식으로건 보상하겠소이다. 부디 나와 내 가족의 목숨만은 살려 주시오.”
놈이 무릎을 꿇으며 급격히 태도를 바꿨다.
“관례에 따라?”
로건은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가 나올 지경이었다.
“그쪽에선 멋대로 영지전을 선포하고 고작 하루 만에 쳐들어오더니, 우리에겐 관례 운운이라……. 하만 테스론, 양심에 털이라도 난 건가?”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하만을 향해 로건이 태연히 걸어갔다.
저벅저벅.
살기 어린 눈초리와 거침없는 태도에 하만의 반응이 격해졌다.
“귀족의 명예를 지켜 주시오! 영지전에서 사로잡은 포로는 생명을 보장…….”
“귀족의 명예? 좋지. 우리 맥라인 가문은 명예를 존중하므로 관례 또한 따르겠다. 그러니 그대 하만 테스론의 생명을 보장하고 소정의 재물과 가족을 챙겨 떠날 시간을 주겠다.”
“……가, 감사하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하만. 하지만 로건의 살기는 줄어들지 않았다.
“왜, 왜 그런 눈으로…….”
“확실히 아버지라면 이렇게 말했을 거야. 조건 따위 없어도 항복을 받아들이겠지. 명예가 전부인 줄 아시는 분이니까.”
“으, 으아악!”
로건이 한 걸음 다가서자 불길함을 느낀 자작이 비명과 함께 엉덩이를 비비며 물러섰다.
로건은 그런 하만을 무시하며 열려 있는 금고에서 온갖 보석으로 세공이 된 단검을 하나 꺼내 들었다.
“……예쁜 칼이군.”
“가, 가지시오. 왕국 최고의 세공사 세피나가 직접 세공한…….”
피부를 파고드는 숨 막히는 공포감에 하만의 입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하지만 로건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당신이 가지는 게 좋겠어.”
“무, 무슨?”
“자…….”
스릉!
로건이 날카롭고 아름다운 검날을 뽐내며 검집에서 뽑혀 나온 단검을 억지로 자작의 손에 쥐여 주었다.
로건은 당황한 자작의 얼굴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푸우욱.
“커헉!”
움켜쥔 자작의 손을 움직여 그의 명치에 단검을 박아 넣었다.
“쿨럭. 사, 살려 준다고…….”
“아버지라면 살려 줄 거라고 했지.”
그그극.
명치에 박힌 단검이 자작의 본능적인 저항을 무시하고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미안하지만 난 아냐.”
일그러지는 자작의 얼굴을 보며 로건이 살벌하게 웃었다.
‘단숨에 심장에 박아 넣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쉽게 죽일 생각은 없었다.
차가운 눈빛의 그가 칼날에 힘을 더했다.
“끄으으. 귀, 귀족의…… 명예를…….”
“하! 네 욕심 때문에 죽은 자가 몇인지는 알아? 귀족의 명예? 그 전에 사람의 양심은?!”
굳이 전생의 원한까지 따지지 않더라도 이번 전쟁에서 죽어 간 영지민이 몇이던가.
“그 추한 인생, 그냥 여기서 끝내.”
쩌어억.
배가 완전히 갈라지며 내장이 흘러나오는데 일그러진 얼굴의 자작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쩍 벌어진 입과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눈알, 부들부들 떨리는 신체.
누가 봐도 극한의 고통을 느끼는 모습으로 자작은 빠르게 죽음으로 향했다.
“이렇게 간단히 죽을 수 있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라.”
성안이 아닌 들판에서 도망치다 잡혔으면 최소한 이것보다는 훨씬 지독한 고통 속에서 처참하게 죽였을 것이다.
그러나 놈이 집무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한 이들이 많았다.
놈이 말한 그 관례가 조금 신경이 쓰여 이렇게 번거롭게 처리하는 것뿐이었다.
로건의 말을 들었을까. 부릅떠진 눈이 조금 더 커지는 순간, 미약하게 이어지던 숨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하만 테스론 자작의 최후를 보면서 로건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적의 고통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드디어…….”
그저 이제 한고비를 넘었다는 그 성취감 때문이었다.
비로소 실감이 난 것이다. 가문의 위기를 한 번 넘겼다는 것이.
‘아. 뒤처리는 해야지.’
로건은 뿌듯한 기분만 간직한 채 얼굴의 웃음을 지워 내며 밖을 향해 소리쳤다.
“하만 테스론 자작이 자살을 시도했다!!”
그 목소리는 온 성을 울렸고, 크나큰 반향을 불러왔다.
전쟁의 패배로 상심한 테스론 자작이 잠시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스스로 배를 갈랐다.
로건 대공자가 피 칠갑을 해 가면서까지 그를 살리려 했으나 사제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소문을 듣고 어리둥절한 이는 많았지만 아무도 로건에게 진실을 캐묻는 이는 없었다.
이로써 테스론 성은 완벽하게 맥라인 가문에 함락되었다.